‘넷플릭스법’ 함의와 과제

1. 들어가며

20대 국회는 지난 5월 임기 말이 임박해, 일명 ‘넷플릭스법’이라 칭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단행했다. 주요 내용은 첫째,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서비스 안정 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제22조의7). 이러한 조치 의무 위반 시 정부는 시정명령을 발할 수 있다(제92조제1항). 둘째,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이용자 보호 업무 등을 대리하는 국내 대리인을 서면으로 지정하여야 한다(제22조의8). 이를 위반하여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지 아니한 자에게는 2천 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제104조제3항).

이 법은 입법과정에서부터 국회 내부에서도 타당성에 대한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 우선 수범자를 부가통신사업자로 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점이다. 서비스 안정 수단은 트래픽의 안정적 제공과 관련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SKB·KT 등 ‘망 사업자’인데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이러한 의무를 부과하는 게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1 설사 부가통신사업자가 수범자라 할지라도 대용량 트래픽의 주범이 주로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사업자임에 비추어 볼 때 실질적으로 해외사업자에 대한 집행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오히려 국내 사업자의 망 사용료만 증대시켜 글로벌 해외사업자와 경쟁하는 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국내 통신사의 수익에만 일조하는 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러한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강력히 법 통과를 촉구하였고, 20대 국회도 법안을 통과시켰다.

2. 넷플릭스법의 추진배경

이 법의 추진 배경을 이해하기에 앞서, 망 사용료의 지불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등 영향력 있는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ontent Provider & Application Provide, 이하 “CAP”라 한다)에 대한 트래픽이 급증할수록 국내 망 사업자(Internet Service Provider, 이하 “ISP”라 한다)는 값비싼 국제망 접속료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ISP는 국제망 1계위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 사업자의 서비스를 최종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제망과 접속해야 하고 중계접속 비용 등 값비싼 접속 통신료를 부담해야 한다. 국제망 1계위(Tier-1)사업자는 다른 망 사업자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접속할 필요가 없으며, 자사의 필요에 따라 무정산 상호 접속만으로 완전한 연결(Full Connectivity)이 가능한 ‘네트워크(망)사업자’ 집단이다. 미국은 다수의 1계위 망 사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프랑스·스페인은 물론 일본·홍콩·인도 등도 1계위 망 사업자를 보유하고 있다.2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1계위 망 사업자가 없으므로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서비스를 국내 이용자에게 끌어오기 위해서는 값비싼 중계접속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ISP 입장에서는 이러한 국제망 접속료를 고스란히 부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구글·페이스북 등 인기 있는 글로벌 CAP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지연이나 끊김 등 이용자 불편을 초래해서도 안 된다. 그 결과 국내 ISP는 캐시서버3 라는 타협안을 찾은 것이다. 캐시서버로 인해 글로벌 CAP는 사용료를 거의 부담하지 않거나 소액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CAP는 과다한 사용료를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최근 몇 년간 망 사용료 논쟁을 계속해왔다. 넷플릭스의 국내 트래픽이 빠르게 늘고 있었고 SK브로드밴드는 국제망 중계접속료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이미 구글 등이 취하고 있듯이 무상으로 캐시서버를 설치해 주겠다고 제안했다.4 실제로 LG유플러스, CJ헬로비전과 딜라이브 등은 넷플릭스와 캐시서버 방식의 도입에 합의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를 받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캐시서버에 대한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고,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사용료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중재 절차가 진행될수록 방통위의 판단이 SK브로드밴드로 기운다고 판단한 넷플릭스는 해당 재정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할 망 사용료가 없음을 법원이 확인해달라는 망 사용료에 대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중재를 기다리는 것보다 법원에 판결을 요청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태에 대응해 일각에서는, 국내 CAP들이 고액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건만, 해외 사업자는 무임승차 하려 한다는 역차별 구조를 부각시키며 이들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시키는 입법적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 넷플릭스법이 통과된 것이다.

3. 넷플릭스법에 대한 우려 불식 필요

이 법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결국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부담시킬 경우 그 비용은 고스란히 최종이용자(End- User)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점이다.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과는 달리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등은 유료 콘텐츠 제공 서비스다. 법 개정에 따라 이들이 지불해야 하는 망사용료가 인상될 경우,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한국의 통신소비자는 지금도 국제적으로 매우 비싼 통신요금을 지불하고 있건만5 결국 더 높은 콘텐츠서비스 이용료까지 이중으로 지불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결국 이 법의 득실을 따졌을 때 ‘득’은 ISP의 수익구조 개선뿐이다. CAP는 망 사용료라는 비용 증가를 겪어야 하고, 이러한 부담은 최종이용자에 대한 요금 증액으로 전가될 것이다. 최종이용자는 넷플릭스라라는 서비스에 대한 경쟁재가 마땅하지 않다면 어쩔수 없이 증액 요금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나름 경쟁재로 등극하고 있는 웨이브(Wavve)나 왓차의 가입자 증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외출이 제한된 코로나19 사태에서 OTT는 이제 거의 준필수 여가재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이용자가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다음으로 해당 규정이 망 강매의 근거가 될 우려이다. 반드시 어떤 설비 이상을 갖춰야 한다든지, 어떤 설비를 두도록 하거나, 망 트래픽 최대폭의 얼마의 여유를 두어야 한다는 등의 방식으로 적용될 경우 망 사용에 대한 사업자의 비용 부담은 급증하게 된다. 현재도 한국 CAP는 뉴욕 대비 4.8배, 파리 대비 8.3배 정도의 높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 2017년 통신사 약관에 따르면, KT의 전용회선 요금이 미국 AT&T 대비 약 85배 더 비싼 것으로 파악된다.6 왓차 등 국내 OTT는 이제 간신히 서비스의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공략해야 하는 시기에 이러한 강력한 규제는 국내 CAP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의 규제입법은 이미 수많은 혁신 서비스가 가라앉는데 일조한 바 있다. 2004년 유튜브보다 먼저 오픈한 세계 최초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판도라 TV’, MP3플레이어 원천기술을 개발한 ‘디지털캐스트’, 2000년 초 벤처 붐을 일으킨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 도토리 광풍을 일으킨 ‘싸이월드’ 등 혁신적 토종 플랫폼 서비스의 일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일부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체 경영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인터넷 실명제 등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한국의 불필요한 규제가 큰 몫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편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가장 핵심적 우려는 이 법이 현실적으로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기업에 적용 및 집행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법의 취지에 따라 넷플릭스 등 무임승차를 하는 해외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행한다면, 이미 이용자 기준 해외 사업자의 트래픽이 절반(67.5%)을 넘어서는바, 국내 CAP의 망 사용료를 획기적으로 인하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기존의 글로벌 CAP 사업자에 대한 캐시서버 설치방식이 불가피하게 유지된다면 결국 이 법은 국내 CAP의 망 사용료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다. 혹시 그럴 리 없겠지만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국경의 개념이 없는 인터넷의 특성상 완전히 한국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중단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어 지원을 중단하는 정도이고, 결국 지속적으로 트래픽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정부는 이 법을 준수하지 않은 명목으로 시정조치로서 ‘접속차단’을 할 것인가? 그런 논리라면 한국 ISP에게 망 사용료를 납부하지 않는 해외의 모든 사이트에 대하여 접속차단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조차 안 되어있는 넷플릭스에게 과연 이 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국회의 논의과정에서조차 회의적이라는 공방이 오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7

ⓒ 유튜브·페북 등 해외 CP, LTE 트래픽 67.5% 차지…국내 CP 2배 육박. 조선비즈. 2019.9.25.

4. 나가며

기원전 753년 작은 도시국가에서 출발한 로마는 ‘도로 건설‘이라는 국가 핵심인프라로 군사·문화·경제 모든 것을 로마로 통하도록 ‘연결’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지리적’ 연결이 아니라, ‘데이터’와 ‘인적’ 연결로 바뀌었을 뿐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 연결이 일상인 시절이 왔다. 페이스북은 23억8000만 명을, 유튜브는 18억 명을 연결한다. 중국 14억 인구보다도 월등하며, 미국 3억 인구는 비할 게 아니다. 중국의 틱톡(5억 명), 시나 웨이보(4억6500만 명) 역시 ‘연결’을 추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대부분이 시가총액 20위권 기업임에 비추어 볼 때 결국 ‘데이터’와 ‘인적’ 연결에 성공한 기업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도로’없이 로마의 융성이 불가능 했듯이, 빠르고 값싼 ‘연결’ 없이 디지털 경제의 융성은 불가능하다. 국가의 법 정책이 이러한 연결을 증대시키며 독려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번 넷플릭스법이 우리의 연결과 연결로 파생되는 부가가치 극대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집행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넷플릭스법의 시행에 맞춰 정부가 개정작업을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의 내용이 중요하다. 망 사용료 인상 등 사업자에게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시행령이 규정돼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문헌]

  • 김현경, 인터넷 접속통신료 정산방식의 국제관행 조화방안에 대한 소고, 성균관법학 제32권 제1호, 2020.3
  • 박경신, 인터넷의 구동원리로서의 망 중립성, 슬라이드 11,13, 오픈넷 & 체감규제포럼험 ‘상호접속고시 개정 방안 특별 세미나’, 2019.11.7.
  • 제377회국회(임시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록.
  • Woodcock & Frigino, 2016 Survey of Internet Carrier Interconnection Agreements!, November 21, PHC(Packet Clearing House), 2016
  1. 제377회 국회(임시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회의록, 24-25면, 박성중 의원 발언 내용 참조. [본문으로]
  2. https://en.m.wikipedia.org/wiki/Tier_1_network 2020년 7월 25일 최종확인. [본문으로]
  3. 구글 글로벌 캐시(Google Global Cache; 이하 GGC)’는 우리나라 통신 3사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해외망이 부족했던 LG U+가 2012년, 그 뒤로 2013년에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이후 2015년에 KT가 GGC를 도입하였다. 이미 망 사용료 논란 이전에 구글은 국내 통신 3사에 GGC를 모두 설치,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GGC의 설치·유지비용/소유권 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으며, 이러한 캐시서버로 인해 구글은 국내 ISP에게 망 사용료를 거의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문으로]
  4. 넷플릭스는 오픈커넥트(Open Connect Appliances, OCA) 일환으로 2012년부터 전 세계 넷플릭스 파트너에 캐시서버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본문으로]
  5. 일 총무성의 조사결과 데이터 용량이 2GB인 경우 뉴욕이 5990엔(약 5만99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서울은 3504엔(약 3만5040원)으로 두 번째였다.

    (http://www.ddaily.co.kr/news/article/?no=172954 2020.7.25. 확인) 핀란드 경영 컨설팅 업체 리휠은 최근 ‘2018년 상반기 LTE 가격 책정 상황’ 보고서에서 지난달 한국의 LTE 데이터 요금은 핀란드의 70배 수준이며 세계 41개국 중 2위라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총 41개국 내 모바일 요금제 수천 개다. 무료 음성통화 1000분 이상을 제공하면서 속도가 3Mbps(초당 메가비트) 이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LTE 요금제를 조사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45348&code=11151400&cp=nv 2020.7.25. 확인) 그러나 이러한 외국의 조사결과에 대해 통신사는 비교기준이 잘못됐다는 등 부정확한 조사라고 반박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는 한국의 통신요금이 해외에 비해 비싼것은 사실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본문으로]

  6. 2017년 정관에 따르면 전용회선료 비용이 KT는 1Mbps당 월 85만 원, SKBsms 10Mbps당 363만 원, LGU+는 10Mbps당 월 419만 원이나, AT&T는 10Mbps당 약 10만 원이다. 박경신, 인터넷의 구동원리로서의 망 중립성, 슬라이드 11,13, 오픈넷 & 체감규제포럼험 ‘상호접속고시 개정 방안 특별세미나’, 2019.11.7. [본문으로]
  7. 제377회 국회(임시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회의록, 23-25면, 박성중 의원 발언내용 참조. [본문으로]
저자 :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 KISO저널 편집위원장 /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