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허위사실 관련 게시글 삭제요청 심의결정에 대한 리뷰
1. 들어가며
정치사회에서 이념과 이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어 자신들의 의사를 국가의사 결정에 투입하려는 시도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대중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국가의사 형성에 사회의 다원적(多元的)인 가치가 투입되었고, 또 국가는 이를 흡수·여과·수렴하여 국가의사를 형성하고 이를 기초로 국가권력을 행사하여야 했다.1 국가기능이 변화하면서 국가의사결정은 개인의 세부적인 생활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며, 개인으로서는 그만큼 정치과정에 자신의 이념과 이해관계를 투입할 필요성이 커졌다.2 이러한 상황에서 정당의 존재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 정당 국가의 경향을 강하게 띠고 있는데, 정당은 정치적 중요성을 갖는 국가 기관의 구성 및 조직에 직접 참여하거나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국가 기능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 정책위원회는 2021년 1월 22일 ‘정당의 허위사실 관련 게시글 삭제요청의 건’을 심의한 후, 심의대상 게시물에 대하여 ‘해당없음’으로 결정하였다.
이 사안에서 정책위원회는 KISO 정책규정을 해석 및 적용하였는데, 첫째, 게시글의 삭제를 요청한 요청인인 OOOO(정당)이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포함되는지 여부, 둘째, 게시글의 내용이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의 대상인 명백한 허위사실임이 소명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셋째, 게시물이 요청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의 적시 없이 단정적이고 모욕적인 표현을 한 경우에 해당하는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하에서는 해당 사안에서 정책결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와 심의결정의 내용을 살펴본 후 그 의미를 분석 및 평가해 보고자 한다.
2. 정책위원회 심의결정의 주요 내용
가. 사실 개요
요청인인 정당 OOOO은 회원사의 서비스에 게시된 자신들과 관련된 내용의 게시물이 허위사실이라는 이유로 삭제를 요청하였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요청인은 게시물 전반, 그리고 이에 대한 댓글에 자신을 ‘래디컬 페미니스트’, ‘터프’, ‘TERF’3 로 묘사하고 있는데, OOOO 지향을 드러낼 수 있는 모든 자료(당의 강령, 당헌, 당규, 정책) 어디에도 이러한 내용은 없음으로 게시물 등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KISO 정책규정 제3조(임시조치 등)4에 근거한 삭제조치를 요청한 것이다.
나. 정책 결정의 주요 내용
1) 정책 결정
2021년 1월 22일 KISO 정책위원회는 심의번호 2020심7-1 ‘정당의 허위사실 관련 게시글 삭제요청’ 의안에 대하여 표결 절차를 통해 심의대상 게시물에 대해 ‘해당없음’으로 결정하여, 요청인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관련 규정
이 결정의 근거가 되는 규정은 KISO 정책규정 제5조(처리의 제한) 제2항 및 제3항, 그리고 제5항이다.5
KISO 정책규정 제5조 (처리의 제한) ② 임시조치 등을 요청하는 자가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인 경우,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이 아닌 한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본다. ③ 임시조치 등을 요청하는 자가 제2항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그가 공직자, 언론사 등일 경우 임시조치 등을 요청하는 게시물의 내용이 그 업무에 관한 것으로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것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시조치 등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본다. 1. 게시물의 내용이 명백한 허위사실임이 소명된 경우2. 게시물의 내용 자체 또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주변 정황에 의해 그 게시물의 내용이 해당 공직자 등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⑤ 제2항 및 제3항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의 적시 없이 단정적이고 모욕적인 표현만을 한 경우에는 임시조치 등을 할 수 있다. |
3) 결정 이유
(1) 정당의 공인성 인정 여부
정책위원회는 정당의 공인성 여부와 관련하여, 현대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그 이익을 대변하여 입법부나 행정부를 통한 제도적 의사결정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그에 대한 헌법적 보장이 주어져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법(私法)적 결사체와 동일하게 볼 수 없는 뚜렷한 공적(公的) 성격이 있으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그 강령 및 활동에 대한 주권자인 국민들의 자유로운 비판이 최대한 폭넓게 허용되어야 하므로, KISO 정책규정 제5조 제2항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았다.6
(2) 허위사실이 소명되었는지 여부
정책위원회는 심의대상이 되는 게시물에 대한 요청인의 소명자료만으로는 게시글이 명백히 허위인지 알 수 없다는 점, 아울러 대부분의 게시글 내용이 사실의 적시보다는 게시글을 전제로 한 주관적 의견표명이 주된 내용이라는 점 등을 들어, 허위사실이 소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게시물이 요청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의 적시 없이 단정적이고 모욕적인 표현을 한 경우인지 여부
정책위원회는 심의대상이 되는 게시물이 정당의 창당 준비 모임을 근거로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의 적시 없이 단정적이고 모욕적인 표현을 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3. 분석 및 평가
(1) 정당이 KISO 정책규정 제5조(처리의 제한) 제2항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KISO 정책위원회는 정책규정 제5조를 통하여,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 요청의 주체가 아닌 것으로 보는 한편, 임시조치를 요청하는 자가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인 경우에도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요청자 자신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이거나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의 적시 없이 단정적이고 모욕적인 표현만을 한 경우가 아닌 한 임시조치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 판례에서 기원한 공적인물이론을 수용한 것이다.7 우리 대법원도 일관되게 “공직자의 도덕성 및 청렴성에 대하여는 국민과 정당의 감시기능이 필요함에 비추어 볼 때, 그 점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책임을 추궁해서는 안 된다”8라고 판시함으로써, 공적 존재 및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보장하고 있다.
정당은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므로 그 법적 성격은 사적(私的) 결사(법인격 없는 사단)이다. 그러나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9 을 가진 조직으로 공적(公的) 기능을 수행하는 정치단체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헌법에서는 정당에게 특별한 의무와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KISO 정책위원회는 이전의 결정을 통해 이미 정당이 KISO 정책규정 제5조 제2항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의 범위10 에 포함한다고 보았다.11 다만, 임시조치 등을 요청하는 자가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인 경우라 할지라도 대상 게시물이 요청인의 공적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거나 명백한 허위사실로 인정되는 경우 임시조치 등이 허용될 수 있다. 또한 제5조 제5항에 따르면, 공인 등의 업무에 관한 게시물이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단정적이고 모욕적인 표현만을 한 경우에는 임시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사안의 주된 쟁점은 게시물의 내용이 요청인의 공적업무에 포함되는지 여부, 게시물의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이거나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의 적시 없이 단정적이고 모욕적인 표현만을 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2) 게시물의 내용이 공적 업무에 포함되는지 여부
요청인인 OOOO이 제시한 OOOO의 강령 및 당헌·당규에 따르면, OOOO은 성 평등, 여성에 대한 차별철폐 등을 의제로 제시하고 있으므로, △△△△△에 대한 OOOO의 입장에 대한 의견 및 비판은 OOOO의 공적 업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3) 게시물의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인지 여부
명백한 허위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임시조치 등을 요청한 요청인에게 소명의무가 있으므로 요청인이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게시글의 허위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공적인 자료에 의해 뒷받침되는 사실이 아닌 한, 명백한 허위성은 인정되지 않는다.12
본 사안의 심의대상 게시글 ① “OOOO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면 괜찮은 여성의제들이 많은데, △△△△△(특정 성소수자) 이슈도 몇 가지 있음. 대부분이 △△△△△ 배제를 원하는 논조를 가지고 이야기함”에 대해, 요청인은 “게시글 총 97개 중 △△△△△을 제목/주제로 한 게시글은 2건이며, 이 마저도 △△△△△의 행정적 처분 관련 사회적 합의에 대한 고찰, 행사 부근 있었던 △△△△△ 관련 사건 당사자 개인에 대한 추측성 내용과 정정”이라고 소명하고 있다.
또한 게시글 ② “창당 준비 워크숍을 다녀온 분이 △△△△△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트윗에 적기도 했고”, “△△△△△ 혐오를 외치는 몇몇 페미니스트들은 ‘△△△△△ 배제라니 안심하고 입당할 수 있다’면서 결집하겠다는 뜻을 나타냄” 에 대해, 요청인은 “발언시간이 짧기 때문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억측이다”, “명백히 드러난 바 없다”라고 소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심의대상 게시글에 대한 요청인의 소명자료는 게시글에 대한 추측이나 게시글이 허위’라는 요청인의 주장만 담고 있을 뿐, 게시글의 허위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라 볼 수 없다. 아울러 요청인이 제출한 OOOO의 10대 정책 및 당헌과 당규에서도 게시글이 허위라는 △△△△△ 에 대한 OOOO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정책이 나타나 있지 않으므로, 이들 자료만으로는 게시글의 허위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게시글의 허위성에 대한 정책위원회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의 적시 없이 단정적이고 모욕적인 표현만을 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KISO 정책규정 제5조 제5항은 “설령 공적 존재의 공적 관심사에 관한 문제 제기가 널리 허용되어야 하더라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경우는 허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은 물론, 구체적 정황에 근거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어휘를 선택하여야 하고, 아무리 비판을 받아야 할 사항이 있다 하더라도 모멸적인 표현으로 모욕을 가하는 일은 허용될 수 없다”13는 대법원의 판례를 규범화한 것이다.14 하지만, 모욕적인 표현이 포함된 게시물이라도 문맥과 정황에 따라서는 공직자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포함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이 규정에 따라 임시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정치를 비판하는 풍자나 패러디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일부 욕설 등의 과격한 표현이 있더라도 넓게 허용되어야 한다.15 이러한 점에 비추어 이 규정에 따라 임시조치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주로 모욕적인 표현만을 내용으로 하는 게시물이 될 것이다.
본 사안의 경우, 대상 게시물은 “△△△△△ 배제를 원하는 논조를 가지고 이야기 하였다”든지, “결집하겠다는 뜻을 나타내었다”, “나는 △△△△△ 배제 입장을 취하면 OOOO의 정치적 입지가 불리해진다고 생각함”, “△△△△△도 국민이기에 어쨌든 그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텐데, ‘너희는 제대로 된 국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옳지도 않을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음” 등 정당의 창당 준비 모임을 근거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을 뿐이므로 이를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의 적시 없이 단정적이고 모욕적인 표현을 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는 정책위원회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나오며
이상에서 정책위원회가 내린 심의결정에 대해 그 내용과 의의를 간단하게 분석하였다. 정책규정 제5조는 KISO가 설정한 게시물 처리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KISO 정책위원회는 임시조치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사례를 해서 집적된 판단기준들을 정책결정의 형태로 반영해 왔으며, 또한 후속 사례를 통해서 각각의 정책결정들이 제시하였던 판단기준들을 구체화하였다. 이 글의 대상이 된 심의결정 역시 이러한 과정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 윤수정(2020), 정당등록제도에 관한 헌법적 고찰, 『공법학연구』 제21권 제4호, 62면 참조. [본문으로]
- 전광석(2021), 『한국헌법론』, 116-117면 참조. [본문으로]
- 트랜스젠더 배제 급진 페미니즘을 뜻한다. [본문으로]
- KISO 정책규정 제3조 (임시조치 등) ① 인터넷상의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자는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 회원사에게 삭제, 반박내용의 게재 또는 임시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1.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자는 당사자임을 밝혀야 한다.
2. 명예훼손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
3. 해당 게시물의 URL을 적시해야 한다.
② 회원사는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다음 각 호 중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 등’이라 한다)를 취할 수 있다.
1. 삭제
2. 임시조치
3. 그 밖에 필요한 조치 [본문으로] - 실제 결정문을 참조하면, 정책결정의 직접적으로 적용된 규정은 제5조 제2항과 제5항이나, 제2항에서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정당이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제3항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여야 하므로 제3항 역시 해당 결정의 관련 규정에 포함하기로 한다. [본문으로]
- 2013.6.18. 2013심40 결정 참조. [본문으로]
- 정필운(2019), 종교단체의 명예훼손 사유 게시물 삭제요청심의 결정문에 대한 리뷰, 『KISO 저널』 제34호, 31면 참조. [본문으로]
- 대법원 2020.1.22. 선고 2000다37524, 37631 판결 참조. [본문으로]
- 정당법 제2조(정의) 참조. [본문으로]
-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은 일반적인 의미의 ‘공인’이나 ‘공적 존재’보다 좁은 의미이다. 그동안 KISO 정책위원회의 심의결정 사례에 의하면, 외국 주재 대사(2013심45), 정당(2013심40), 국립대학교 및 총장(심의-제2011-06-01-02), 대통령 후보자(2012심7)는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포함되고, 지상파 방송사(2014심8), 사립대학교(2013심46)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의 범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2018), 『KISO 정책규정해설서』, 56-59 참조. [본문으로]
- 2013.6.18. 2013심40 결정 참조. [본문으로]
- 대법원 2011.9.2.선고 2009다5264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본문으로]
-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판결 참조. [본문으로]
- 2011. 9. 16. 심의-제2011-09-01호 참조. [본문으로]
- 2012.11.14. 2012심16 결정; 2013.2.21. 2013심6 결정; 2017.2.16 2017심5 결정 등 참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