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가사회 디지털 대전환
1. 코로나19로 인한 새로운 시대의 도래
가. 배경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2020년 3월 11일 코로나19를 세계적인 팬데믹(Pandemic)으로 선포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세계가 ‘BC(Before Corona)’,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세상이 코로나 전과 후로 구분된다는 의미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져,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정치, 경제, 사회 등 인류의 삶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위기 가운데 한국의 견실한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K-방역’은 세계적인 표준이 되며 희망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에 기반한 흉부 엑스선(X-ray) 및 컴퓨터 단층촬영(CT) 판독 해석은 중증환자를 신속하게 분류하고, 관련 의료자원 집중을 지원해 확진자의 치명률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역학조사와 관련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함으로써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동시에 전염경로와 지역을 찾아낼 수 있다. 이 밖에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과 진단키트, 코로나 마스크 앱을 통한 공적 마스크 수량 실시간 확인 등은 ICT 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을 재확인시켜주는 데 충분했다.
ICT는 코로나가 우리에게 주는 과제를 해결하는데 핵심 요소이다. 우리는 ICT를 통해 새로 도래할 뉴노멀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매킨지 등의 보고서를 통해 ICT 관련 정책이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재편될 국가사회 질서를 예측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코로나로 가속화되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대한 대응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존의 핵심 키(key)가 될 것이다.
나. 주요변화
먼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함에 따라 비대면 문화가 경제, 사회 등 전 분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미디어 콘텐츠, e-커머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대면은 사실 코로나로 인해 없던 것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간 디지털화를 통해 진행돼 온 결과이다. 특히 한국에서 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개인과 사회 곳곳에 보급돼 있는 디지털 인프라 및 역량의 축적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 코로나는 디지털화 속도와 범위를 급격하게 빠르고 넓게 만들었다. 비대면 문화 등의 확산과 같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사람 간의 직접 접촉이 최소화되는 4차 산업혁명, 지능정보사회 등으로 명명되는 초연결사회의 도래가 촉진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보와 디지털 역량의 격차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디바이드의 해소 문제가 각국이 당면하게 될 주요 정책 이슈가 될 것이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은 코로나19의 피해극복과 디지털 격차 해소의 문제를 동시에 안게 되는 심각한 현안을 겪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경제·사회의 급격하고 광범위한 변화와 함께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2. 코로나19가 안겨준 과제
가. 회복탄력성(resilience) 확보
먼저 팬데믹 하에서 최소한의 삶 보장을 위한 대응과 회복탄력성이 요구된다. 코로나는 단기간에 상황이 종료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사회구성원 모두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며 인적·물적 교류를 폐쇄할 것이다.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으로 인해 구제의 공백과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방역의 모범사례를 보여준 한국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 확산은 그간 우리가 추진해온 기초 인프라 투자에 대한 경각심이 부각되게 했다. 일례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료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에 힘입어 실시간 정보제공 및 확진자 접촉자 파악 등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성과를 보였지만, 교육계는 정반대의 상황 맞이했다. 초·중·고 대학 모두 개학이 연기되면서 온라인 학습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장기간 외면당한 디지털교과서·사이버 학급 등 ICT 인프라 투자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1 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스마트워크, 재택근무 등 변화하는 업무방식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의 인프라와 역량(투자 등)이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이처럼 코로나의 영향에 대한 구제의 공백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일상과 방역의 공존’을 통해 온라인·비대면 문화가 부상하는 등 디지털 전환이 촉진되며 불가역적으로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사람 간의 대면을 최소화하는 추세로, 사회 전반이 비대면 환경으로 강제 전환 중이며,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통해 위기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ICT 인프라 강화를 통한 회복탄력성 확보가 필요하다.
나. 경기부양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최악의 경기침체와 마이너스 성장 등 국내외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팬데믹은 수요와 공급망의 동시 붕괴(일자리 감소, 소비감소 등에 따른 기업 도산 등), 소비심리 급락, 유가 폭등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전 세계 실물경제에 충격을 가하며 시장 자체의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을 촉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이하 IMF)은 이러한 세계적 경제위기를 ‘대 봉쇄(Great Lock down)’로 명명한 바 있으며, IMF 수석 경제학자 지타 고피나스는 “지금의 대 봉쇄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2008년 금융위기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이전 경제위기와의 차별점은 금융기능의 마비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가 아닌, 소비, 외식, 출근 등 ‘일상의 마비’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라는 점이다. 즉 일상의 봉쇄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다.
특히 코로나19발 고용 충격으로 일시 휴직자가 급증하고 실업 대란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경제 대국으로 자부하던 미국도 고용 충격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 격차 해소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는 사회 제반 영역에서 격차 확대 가능성 증폭시켰다. 모든 위기 국면마다 극복과정에서 국민 삶의 격차가 벌어져 왔다는 우려와 함께,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의 격차 해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먼저 소득격차 측면을 살펴보면, 코로나의 영향으로 `20년 1분기(1∼3월) 국민 소비지출이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했으며, 소득 하위 20%(1분위)와 상위 20%(5분위)의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3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20.5.21.)’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당 명목 소비지출은 월평균 287만8천 원으로 전년 동기(306만1천 원)보다 5.98% 감소했다.
둘째, 교육격차다. 코로나19로 학교 현장에서 원격수업이 주로 실시되고 있어 “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에 따라 교육격차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 현장의 무선인터넷, 전자칠판, 태블릿, 노트북 등 최첨단 인프라 보유 비율에서 OECD 평균 수준을 모두 하회했으며, 스마트기기가 없는 학생이 17만여 명이라는 지적도 있었다.4
마지막으로 디지털 격차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통해 많은 업무와 활동이 이루어지는 비대면 시대를 맞이하며, 정보의 격차가 삶의 격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젊은 세대는 온라인을 통해 게릴라성 마스크 거래를 통해 마스크를 구매하는 반면, 노년층은 발품으로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구매하는 양상이 보였다. 뿐만 아니라 재난지원금 신청에서도 간편한 신청 절차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계층이 있었으며, 같은 재난지원금임에도 제로페이 등을 통한 적립과 보너스 등의 부가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음에도 고령자, 장애인 등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난다.
3.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디지털 뉴딜
가. 세계 각국의 코로나 대응 경기부양책
코로나19 공황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앞 다퉈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사상 최대인 2조2천억 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바 있고, 일본과 EU 역시 대규모 긴급경제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중국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 하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생을 전후로 총 34조 위안 규모로 투자 규모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신 인프라 구축에 대한 구상이 반영돼 있다. 5G, 데이터센터, AI, 산업용 인터넷 등 7가지의 신 인프라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요국 대부분은 경기부양책의 핵심 요소로 ICT 인프라를 꼽고 있다. 중국, 일본, EU는 디지털 인프라에 주목하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구조조정을 통해 코로나 위기극복과 신산업 육성을 촉진하고자 한다.
나. 한국판 뉴딜과 디지털 뉴딜
코로나 위기 극복과 신산업 육성을 위해 2020년 6월 한국판 뉴딜 청사진이 발표됐다. 2025년까지 총 76조 원을 투자해 ‘디지털 뉴딜‧그린뉴딜‧고용 안전망 강화’를 추진한다. 일자리와 혁신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 동시에 삶의 질과 환경을 회복하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한다는 기치를 담았다.
한국판 뉴딜은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다. 뉴딜의 목표는 과거로 돌아가는 경제회복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경제혁신이다. 바운스백(bounce back, 복구적 회복)이 아니라 바운스 포워드(bounce forward, 전향적 회복)를 추구한다. 쉽게 표현하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경제구조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고도화하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판 뉴딜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한민국을 선도국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에 디지털 뉴딜이 있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그 누구도 디지털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못하게 되었다. 팬데믹 상황을 트리거로 이제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으로 요구되고, 경제‧사회‧교육‧의료‧행정 등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은 가속화될 것이다.
이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디지털 뉴딜이다. 디지털 뉴딜은 우리만의 고유한 ICT 강점을 기반으로 디지털 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데이터‧네트워크‧AI 생태계 강화, 사회기반시설(SOC)의 디지털화, 비대면 산업육성, 디지털 포용과 안전망 구축 등이 주요 전략으로 추진된다. AI 학습용 데이터셋 구축과 유선에서 무선으로 국가망의 기반을 통째로 바꾸는 5G 국가망 계획은 디지털 뉴딜의 시그니처 사업이 될 것이다. 우리는 IMF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 등을 겪을 때마다 ICT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해왔다. 대한민국이 K-방역으로 코로나 방역 모델국가가 되었듯이, 디지털 뉴딜로 21세기 디지털 르네상스 모델국가가 될 것이다. 디지털 뉴딜 속에 국가대전환의 길, 혁신적 포용국가의 길이 있다.
- 서울경제(2020.3.1.). 부랴부랴 온라인 학습? 교과서조차 없다. Available : https://www.sedaily.com/NewsVIew/1Z013RY1V0 [본문으로]
- 세계일보(2020.4.18.). 일시 휴직자 역대 최대…청년 취업·서비스업 직격탄. http://www.segye.com/newsView/20200417520220 [본문으로]
- 경북매일(2020.5.21.). 코로나, 사상최대 지출 감소·빈부 격차↑. https://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846765 [본문으로]
- 서울경제(2020.3.19.). 20년전서 멈춘 IT인프라..디지털교육 OECD ‘꼴찌’. https://www.sedaily.com/NewsView/1Z09DFQEVB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