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접속차단 정책의 문제점

과도한 규제 vs 유해물 차단일 뿐, 불법사이트 차단 논란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2월 새로운 인터넷 접속차단 정책을 발표했다. 보안접속(https)을 활용하는 해외 불법사이트 차단을 위해 서버네임인디케이션(이하 SNI) 필드 차단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 도메인네임시스템(DNS)이나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를 통한 서버 차단은 ‘http’만 가능했다. SNI는 https 인증 과정에서 노출되는 사이트 이름을 등록해 불법 사이트 여부를 파악하고 차단하는 방식이다. 불법 사이트를 접속할 때 주소 입력창에 ‘http’ 대신 ‘https’를 입력하여 우회접속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는 방식이라 문제될 게 없으며 해외에 주소를 둔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터넷 검열이라는 반대 여론이 거세졌고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접 해명하기까지 했다. 당시 이효성 위원장이 해결방안으로 제시한 인터넷 규제 개선 공론화 협의체가 지난 6월 13일 출범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터넷 접속차단 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인터넷 접속차단 정책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인터넷에서 아동 음란물, 리벤지 포르노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 마약 범죄, 불법 도박 등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규제로 이들을 단속하고 적발하는 데는 항상 한계와 어려움이 뒤따른다.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인터넷 접속차단이 아니라 더 강력한 규제수단이라도 도입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에도 인터넷 접속차단을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인터넷 규제정책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려가 된다.

첫째 인터넷 접속차단은 단순히 기술정책이 아니라 내용규제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며 사전 검열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사이트라고 결정하면 이후 주소를 확인하여 차단하는 방식이니 일면 내용에 간섭하지 않는 기술정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술적 조치라고 하지만 규제대상은 어디까지나 인터넷 표현물이다. 또 규제기관들이야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기능을 법적, 제도적으로 구분하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다 같은 규제기관이고 결국은 인터넷 표현물을 차단하는 거다.

둘째 내용규제이므로 접속차단의 기술적 방식보다 어떤 내용물을 차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 정보는 다음과 같다. ①음란 ②명예훼손 ③공포심·불안감 유발 정보 ④해킹·바이러스 ⑤청소년유해매체물 ⑥도박 등 사행행위 금지 ⑦개인정보 보호 ⑧국가기밀 누설 ⑨국가보안법 위반 ⑩범죄 교사·방조이다. ‘공포심·불안감 유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까지 상당히 광범위한 영역이다.

광범위한 내용에 대해 규제기관이 불법사이트라고 결정하면 접속차단이 된다는 의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촬영물 등 디지털 성범죄와 피해자의 권리침해를 이번 인터넷 접속차단 규제의 필요성으로 중요하게 내세웠다. 일부 여성단체가 접속차단을 지지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번 SNI 방식으로 차단된 디지털 성범죄는 3개월 동안 단 한 건에 불과하다. 방송통신위원회 발표를 기준으로 한다면 새로운 접속차단 정책이 주로 어떤 표현물을 규제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해진다.

셋째 불법 정보에 대한 판단기준도 문제이다.

불법음란물이 대표적이다. 학설과 판례에 따른 형법상 음란물이란 “그 내용이 사회 통념상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음란의 개념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적, 사회적 가치관에 따라 바뀐다. 형법적 기준도 판단하기 어려운데 행정적 규제라고 쉽게 적용해서는 아니 된다. 자칫 자의적 기준으로 표현의 자유가 무원칙적으로 침해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위의 자료에 따르면 SNI 필드 방식으로 차단된 불법음란물 사이트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3,418건으로 나타났다. 3,418건을 일일이 심의했는지, 사이트의 전체를 판단했는지 일부를 판단했는지, 음란물의 기준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규제기관이 먼저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넷째 규제 주체의 문제이다.

우리가 방송통신융합 환경에 맞춰 규제기구와 제도를 개편하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분리하여 설치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민주주의에서 표현의 자유가 왜 중요한지는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니라 별도의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조직해 심의를 담당하게 한 것은 내용규제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내용규제는 행정규제 다시 말해 인허가(합병심사)나 재원정책(부담금 부과), 광고규제 등과 독립될 필요가 있다. 규제기관이 사업자들의 재원이나 허가 등을 이유로 방송이든 통신이든 내용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인터넷 정책의 공론화 등을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인터넷 내용규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이다.

아동 음란물, 리벤지 포르노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 등 인터넷 내용규제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영역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훨씬 더 다양하고 진지한 논의와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인터넷 접속차단과 같은 기술적 조치도 하나의 규제수단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기술적 조치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사업자들의 자발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업자들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왜 국내 사업자는 정부보다 먼저 나서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정책을 강력하게 마련하거나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 정책에 있어 법률보다 더 강화된 내부 정책을 공표하지 않는가. 이제 사업자들이 응답할 차례이다. 사업자들이 이용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거다.

(2019.02. 11.~2019. 05. 24. 기준, 단위: 건)

불법도박 불법음란 디지털

성범죄

권리침해 저작권

위반

불법

식·의약품

기타불법 합계
11,933 3,418 1 2 672 305 214 16,445

<표> 해외 불법정보 SNI 필드 차단방식 통계 (출처: 국회 ‘인터넷 접속 차단 정책 현황 및 과제 세미나’ (2019.06.17.) 발표집. 43쪽.

*기타불법: 마약 102건, 개인정보 침해 48건, 불법금융 59건, 상표권 위반 3건, 의료기기 2건

저자 :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