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 3.0의 시대

 

 

 

1. 머리글

집집마다 전화기를 한두 대씩 보유하고 있었고, 길거리마다 공중전화기가 설치되어 있던 유선통신의 시대를 기억할 것이다. 만일 한국의 지식층이나 기업이 변화에 무지하여 무선통신으로 기술 트렌드가 변할 것임을 미리 인식하지 못 했다면, 만일 한국에서 투자 결정을 지연해 기회를 놓쳤다면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 만일 한국의 빈틈을 먼저 발견하고 한국 기업이 아닌 일본의 NTT Docomo나 미국의 AT&T 같은 통신사가 무선통신 인프라를 건설하고, 무선통신 요금을 징수했다면, 이를 이용하는 한국 사람들의 박탈감은 얼마나 컸을까? 과연 그런 상황에서 스마트폰과 연관산업이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개발될 수 있었을까? 필자는 현재의 우버(Uber), 디디추싱(Didi Chuxing) 같은 거대 모빌리티 플랫폼이 통신사에 준한다고 보며, 최신 스마트폰의 기술에 해당되는 것이 친환경차(xEV), 자율 주행(AV) 등이라 본다. 스마트폰 디바이스는 점차 가격이 하락하고 보급률이 확대되면서 치열한 경쟁 가운데 있지만, 각국의 통신사들은 지속적인 현금유입을 만끽하고 있다. 이 강력한 수익성은 또 다른 비즈니스의 투자 재원으로 훌륭히 사용되어왔다. 이런 통신사에 준하는 거대 모빌리티 플랫폼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미 전략적/자본적 제휴를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 지역에 수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홈타운과 오피스타운을 매우 빠르게, 자주 오가는 Mobility (이동)에 관한 한 ‘황금 어장’을 가진 시장이다. 밀도가 낮은 해외와는 환경이 많이 다르므로, 한국은 해외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시장인 것이다. 지금의 카카오-택시 대립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유선-무선통신의 갈등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유선통신 인프라에 투자한 천문학적 금액들,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기술 트렌드인 무선전화 시대의 도래를 막는다면 기술, 통신의 주권도 잃을 뿐만 아니라 연관산업의 주도적 성장까지 막게 된다. 미래 모빌리티까지 염두에 둔 치열하고 치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2. 본문

1) 공유경제 – 극단적 자본주의가 가져온 시대적 변화

제러미 리프킨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1년 5월 ‘소유의 종말’이라는 저서를 통해 산업시대는 저물고 ‘접속’의 시대가 올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여기서 접속(Access)은 인터넷 용어로서가 아닌,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근대 경제의 중요한 특성이었던 판매자와 구매자의 재산(소유권) 교환이 네트워크 관계로 이뤄지는 서버(공급자)와 클라이언트(사용자) 간 단기 접속으로 변화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공유경제’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견한다. 이런 견해는 제러미 리프킨에서 그치지 않는다. NYU Stern 경영 대학원의 교수인 Arun Sundararajan은 그의 저서 ‘The Sharing Economy’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중간적 단계에 공유경제를 위치시키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빠른 기술발전은 일률적인 소비행태를 변화시켜 자본주의의 근간인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이로 인해 대기업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유’와 ‘고용’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이 무너지고, 그 대안적 성격으로 ‘공유경제’가 부상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되면서 공산품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활용되지 않는 유휴 자원을 타인과 공유하여 불필요한 소비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사회 공동의 이익 증가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이자 대안적 사회운동의 성격을 띠며 발전하고 있다. 더 많은 나눔이 더 많은 효용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공유경제의 특성이다. 자본주의 시대의 자산 목록 1, 2호에 해당하는 주택과 자동차가 에어비엔비(Airbnb), 우버(Uber)를 대표주자로 공유경제의 선봉에 서고 있음은 주목할 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5%만 운행하고 95%를 주차장에 정차시켜놓는 차량도 대표적 잉여 경제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2)차량공유의 선두주자 우버 –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의 이정표

우버는 2009년 샌프란시스코의 악명 높은 택시 서비스로 인해 분노한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 가렛 캠프(Garrett Camp) 두 젊은이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승차거부 등 불친절함에도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샌프란시스코 택시를 보면서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과 요금 지불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사업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고급 리무진에 국한된 서비스로 시작했다. 젊은이들에겐 꿈과 같던 링컨 타운카, 캐딜락 에스 칼라 데스, BMW 7시리즈, S550등 최고급 리무진을 App으로 호출해서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과금하는 형태의 획기적 서비스였다. 당시 전화를 통한 콜 서비스 중심의 B2C 사업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젊은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로 모바일 App을 통한 차량 호출이 가능해지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다. 우버는 소비자들에게 ‘깜짝 놀랄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과 더불어 승승장구했으며, 각국, 각주 규제의 태클에도 편리한 우버 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늘 방패의 역할을 해줬다. 비슷한 시기 후발주자인 Lyft가 고급차가 아닌 일반인이 가진 차량으로 공유하는 서비스(P2P Car hailing) 도입 가능성을 알고 한발 앞서 UberX를 런칭한 것이 오늘날의 해 P2P 사업으로 발전했으며, 운전자, 탑승자 모두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계기가 됐다. Uber가 소개되는 국가마다 기존 운송수단과의 갈등이 유발되었으나, 소비자들의 편의가 방패막이 되며 현재 90개국에서 각국 규제에 상응한 다양한 서비스 형태로 변모하며 진출해 있다. Uber X, Black 같은 모빌리티 중심의 성공으로 Uber Eats, Uber Boat, Uber Bike, Uber MOTO(신흥시장에서 오토바이로 이동), Uber Pets(애완동물 수송) 등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었으며, 최근에는 Uber Elevate의 Uber Air에서 2023년 승객 수송용 드론을 이용한 서비스도 상용화하겠다고 밝혀 플랫폼의 영역이 3차원 공간까지 확대되고 있다. 세계 1위 Uber의 행보는 중국의 Didi Chuxing과 동남아의 Grab, 유럽의 Taxify, 중동의 Careem, 브라질의 99 등에도 영향을 끼치며 글로벌 모빌리티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3)RethinkX 보고서에서 언급한 TaaS

2017년 발표되어 차량 공유가 자율 주행과 힘을 합치게 되면 모빌리티 체계에 큰 변화가 유발될 것이란 RethinkX 보고서가 발표되어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생각할 것이 많은 보고서인데 이를 요약해보면, 첫째, 모든 사람들은 오직 ‘경제적 원칙’에 입각해 지출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는 비용과 가동률 면에서 소유 형태의 차에 비해 월등한 경제적 이점을 지닌다. 계산해보면, TaaS에 소요되는 비용은 차량 소유에 들어가는 총비용에 비해 37%에 지나지 않고, 합승이 가능한 TaaS Pool의 경우는 19%에 불과하다. 소유와 공유 간 가격 격차가 심해 소비자는 TaaS로 몰리고, 소유 기반인 전통 자동차 제조업은 결국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TaaS는 차량의 활용도 면에서 개인 소유의 차량 대비 10배 이상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소유 형태의 자동차는 총 보유기간 중 겨우 5%만 운행하고 나머지 95%는 주차장에 정차되어 있다. 반면 TaaS 차량은 하루 24시간 내내 온디맨드 방식으로 운행할 수 있으며, 승객들의 집 앞까지 편의를 제공한다. 따라서 활용도 면에서 소유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셋째, 경제적으로 행동하는 이용자들이 많아지면서, TaaS가 승객 운송시장의 10-20% 를 점유하게 되면 성장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기술 채택의 수명주기인 S-곡선에 따라, Tipping point인 10-20%에 다가가면, 이후 수요 가속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몰리면, TaaS 차량의 가용성이 더욱 향상되고, 비용은 승객의 수만큼 1/n으로 더 절감되며, 서비스 품질이 향상될 뿐 아니라 시스템 고도화로 더 빠른 픽업 및 더 빠른 운송이 가능해질 것이다. 넷째, TaaS는 효율과 접근성을 높이려는 필요에 의해 EV(전기차)와 AV(자율 주행) 기술을 받아들일 것이며, 궁극적으로 AV TaaS(=TaaS3.0 : 자율주행 차량 공유) 형태로 진화될 것이다. 소비자 수용의 초기 국면엔 분명 장애가 있겠지만, 10년 이내에 AV TaaS는 승객 마일리지의 95%를 장악하게 될 것이며 2030년까지 시장은 AV TaaS로 재편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섯째, 당분간 기존 자동차 업체와 Uber, Lyft 같은 업체 간 탑승객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적자를 감수한 대규모 초기 투자를 통해 회원 수 확보 경쟁이 전개될 것이며, 글로벌 각 지역에서 교통의 수요-공급을 면밀히 관찰해 투자와 진출을 결정할 것이다. 여섯째, 정차 없는 24시간 서비스로 차량의 수명은 단축되겠지만, 이동거리는 더 증가할 수 있다. 또한 핵심 비용의 하락으로 차량은 기존 내연기관(ICE)에서 자율주행-전기차 베이스(A-EV Base)로 진화할 것이다. AV TaaS로 발전하되 2030년까지는 내구성 강화로 100만 마일 주행이 가능해 훨씬 경제적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2030년에는 모든 여객 마일리지의 95%가 TaaS로 커버될 것이란 다소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4)모빌리티의 변화

현재의 모빌리티(Mobility)는 C.A.S.E라는 4대 변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이는 초연결 (Connectivity), 자율 주행 (Autonomous), 차량 공유 (Shared & Service), 친환경 (Electrification)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이 4가지 중 C,A,E는 하드웨어의 변화다. 이 세 가지가 다 갖춰진 하드웨어는 기존 엔진, 트랜스미션 대신 모터, 배터리, 인버터 등으로 엔진룸이 사라진 전기차 베이스로 구동되며, 인지-판단-제어의 3단 프로세스를 통한 자율 주행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운전자의 조작 공간이 필요 없어지며, 지연성이 전혀 없는 5G 통신을 바탕으로 모든 사물과 연결되는 V2X(Vehicle to Everything)이 가능해져 훨씬 똑똑해지고, 사고가 불가해지며, 차 안에서 모든 것과의 연결이 가능해진다. 이 세 가지의 조합은 필연적으로 엔진룸을 없애 차량의 전면부를 공간으로 활용하게 해주며, 자율 주행으로 인간의 명령 공간인 운전 조작부(콕핏: Cockpit)까지 없애면서 차량의 공간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킨다. 이번 CES2019에 수많은 차량의 형태가 호출형 셔틀(On-demand Shuttle) 이란 이름으로 직육면체의 재미없는 형태를 띤 것이 바로 이런 하드웨어의 변화를 잘 설명한다고 본다. 결국 C,A,E 의 변화는 S의 마지막 퍼즐로 완전해진다. 바로 공유 형태의 모빌리티 플랫폼이 그것이다. 수많은 업체들이 동일한 형태의 하드웨어를 출시했지만, 호출의 주체는 Uber, Lyft, Didi Chuxing, Car2go, Drive Now 등 모빌리티 플랫폼이 될 수밖에 없다.

 

5)플랫폼 비즈니스 – 네트워크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석될 수밖에

Ridesharing은 전형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다. 플랫폼 경제는 이 글에서 다 다루기 힘들 정도의 방대한 사례와 이론으로 무장되어 있다. 먼저 성공한 플랫폼은 선점 효과가 매우 크다. 긍정적 소비자 경험이 축적되고, 네트워크 효과가 이미 발현되어 시너지를 내고 있다면 후발주자가 이 판을 엎기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간이 중요한 이유다. 대부분 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동시다발적인 투자를 집중하는 것도 이러한 선점 효과 때문이다. 또한 플랫폼 기업들은 한 보완재의 가격 하락이 플랫폼 내 다른 상품의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보완재의 경제학을 명심하고 있기에 서비스 항목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무인 자율 주행 시스템을 이미 완성한 구글 Waymo의 물류(Logistic) 가능성에 유통공룡 Amazon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Uber가 신선식품에 뛰어들자 Amazon의 시장점유율이 10%p 하락한 것, Uber Eats가 생겨나자 마자 성장 속도가 빠른 것이 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선점은 지역적 영역에도 해당되지만, 서비스 항목에도 해당된다. 이를 가장 먼저 이뤄낸 게 동남아의 Grab이다. 모든 보완재가 모두 플랫폼에 들어와 가장 편리한 생태계를 동남아에 실현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플랫폼은 살아있는 생태계다. 다양한 기여자와 기여물에 이 생태계를 기꺼이 개방한다. O2O는 이를 가장 잘 활용한 비즈니스다. 자본주의의 극단적 진행에 따른 잉여 경제의 출현은 이 생태계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와 결부된다. 이를 위해 ICT 산업은 5G라는 ‘0 Latency’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만의 고유한 변화가 더 복잡하게 얽힌다. Ridesharing의 날개를 달아줄 xEV(친환경차)와 Autonomous(자율 주행), V2X(차량용 사물인터넷) 기술이 동시에 진화하고 있다. 이 빠른 진화는 Ridesharing 플랫폼을 MaaS를 넘어선 TaaS3.0(Transportation as a Service3.0)로 격상시키며 더 넓은 생태계의 중심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Uber와 Waymo, Didi를 상장도 하기 전에 10조 이상의 시가총액을 인정받는 데카콘(Decacorn)기업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6)자본시장의 움직임

한국의 자본시장에서는 지금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의 압축적 성장과 거대한 투자의 움직임을 매일같이 변하는 뉴스를 통해 접하면서 심각한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다. 이는 일개 기업이 아니라 거대한 플랫폼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쉽게 말해 ‘생태계’다. 생태계는 만들기도 쉽지 않지만, 시기를 놓치면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보완재의 경제학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 안에서 많은 Player 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해줘야 성장하고 커진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단지 개인 차량의 호출(P2P Car Hailing)을 지칭하는 협소한 개념이 아니다. 해외 벤처캐피탈들은 이를 너무나 잘 안다. Softbank는 이 거대한 생태계를 글로벌 네트워킹화하고 있다. 압축적 성장을 위해 단기간에 천문학적 자금을 지원한다. 네트워크 효과가 발현될 때까지 적자를 인내할 줄 아는 투자자다. 이미 우버, 디디, 그랩, 올라 등 Softbank Alliance의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전 세계 90%의 시장을 장악했다. 각국의 초기 국면 Ridesharing은 결국 통신사끼리의 로밍처럼 그 생태계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 Uber의 경우에서도 확인했듯이 B2C와 P2P는 그 규모와 파급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2012년 UberX 출시 이후 총매출(Gross Booking)은 어마어마한 성장을 보인 바 있다. 벤처캐피탈들의 시장가치 평가도 이후 크게 상향되었다. PSR(Price Sales Ratio) 기준의 Valuation 덕분에 초기 선점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대규모 펀딩이 줄을 이었다. 이로 인해 단기간에 압축적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수익까지 생각하는 후발주자는 이미 네트워크 효과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이미 너무 오랜 기간 인위적 시장규제로 인해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기 힘들어지고 있다. 심지어 택시 본위의 모빌리티 생태계 전개로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를 희석시키고 다시 해외 플랫폼의 국내 유입 여지를 열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7)한국의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 모빌리티가 2,020만 명의 회원 수 확보로 압도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고 있던 차에 카풀 도입에 대한 택시의 강력한 반대와 정부의 판단 유보로 표류하고 있다. 전 세계 회원수 1위인 디디추싱의 경우 인구 13억 중국에서 5.5억의 회원 수면 42.3% 수준, 한국은 5,147만 명 중 39.2%에 달해 1위 기업으로 규모가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개인 간 카헤일링이 여전히 허용되지 않고, 이번 대타협에서도 아주 제한된 범위로 축소시킨 바 있다. 서비스당 과금율(Take rate)도 우버 23%, 디디 18%와 비교 시 카카오는 0%의 무료라 연구개발이나 플랫폼 확장 등 재원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카카오-택시간 갈등 상황에서 SK가 투자한 쏘카(타다), 풀러스, 티맵택시 등이 격차를 좁히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오래전부터 그린카와 롯데 렌트카를 보유한 롯데도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서비스를 런칭시켰지만 정부의 규제와 사회적 분위기에 늘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들 스타트업에 투자한 VC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타협도 택시업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제한된 숫자의 택시를 기본으로 할 뿐 아니라 면허 대여료가 스타트업에는 큰 진입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 카풀 업체가 제한된 시간에 갇혀야 한다는 점 정부의 택시 위주 카풀 정책으로 선두업체의 네트워크 효과는 희석될 개연성이 커졌다. 우버 같은 해외 업체의 국내 사세 확장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원래 네트워크효과는 소비자들의 참여가 많으면 많을수록 혜택이 많아지면서 더 많은 소비자들을 이끄는 원인이 된다. 2위 업체가 1위 업체를 따라잡기가 점점 불가능해지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른 경쟁사로의 이전에는 엄청난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인위적 개입, 혹은 대타협의 일방성이 국내의 서비스 주체 간 형평성을 이유로 정당화될 순 없다. 결국 이 방향이 글로벌 추세라면 오히려 국내 플랫폼에 대한 억압이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3. 결론

한국이 4차 산업혁명으로 시끄러웠던 게 이젠 훌쩍 몇 년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규제와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투자와 연구개발, 플랫폼 영역의 확대, 사회적 합의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제는 공부할 때가 아니라, 결단을 해야 할 시기다. 이미 플랫폼이 어느 정도 통합되어 가는 Grab의 동남아보다 한국은 플랫폼 후진국이 되어버렸다. 한국은 세계에 내놓을 만한 변변한 플랫폼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이 작은 나라에서조차 규제 환경하에 여러 업체가 기회만을 엿볼 뿐, 네트워크 효과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의 변화에는 정작 관심이 없거나 막아서고 있다. 앞선 ICT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기업들 역시 융합에는 인색하다. 서로 손잡지 않는다. 초기 해외 기업의 유입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토종 한국 기업의 성장도 동시에 막아버렸다. 정책의 방향도 여전히 하드웨어 위주다. 아무리 5G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는다 해도, 가장 중요한 서비스 플랫폼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제2의 Android, Apple i-OS가 생겨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한국에서 생겨나는 작은 생태계의 싹들을 밟고 있는 형국이다. 이젠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도, 기업도, 투자자들도 이제 선택해야 할 때다.

저자 :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