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으로 나온 ‘버튜버’, 급부상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은?
1. 버튜버의 개념과 유래
버튜버란 버추얼 유튜버의 약자로서,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 캐릭터(아바타)’를 통해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동안 이러한 ‘버튜버’는 서브컬처 가운데서도 철저한 비주류로 취급당했다. 하지만 버튜버 시장은 급성장을 이루면서 그동안 비주류로 있던 설움을 떨쳐내고 있다.
버튜버라는 개념은 2016년 12월부터 일본에서 활동한 ‘키즈나 아이’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버튜버 숫자는 우후죽순 증가하다가 코로나19 기간에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통계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누적 기준 유튜브 슈퍼챗(실시간 방송 후원기능)의 수익 상위 10명 중 7명이 버튜버였다.1
2.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버튜버 문화
국내에서는 음원 시장에서도 버튜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세계아이돌’이라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지난 6월, 7월 잇달아 2차례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명예의 전당이란 앨범 발매 직후 24시간동안 앨범의 스트리밍 횟수가 100만회를 돌파할 경우 주어지는 것이다. 이세계아이돌의 멜론 명예의 전당 입성은 국내 아티스트로는 28번째라고 한다.
또한 ‘플레이브’라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은 앨범 출시 첫 주 판매량이 20만장을 돌파하는 등 버튜버들은 점점 대중문화에서의 존재감과 입지가 커지고 있다.
버튜버들의 활동이 디지털 세상을 넘어 실제 오프라인 영역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개최된 ‘이세계 페스티벌’은 국내 최초의 오프라인 메타버스 페스티벌이라는 역사를 썼다. 1차 티켓 10,000장은 8분만에 매진되고 이어 진행된 2, 3차 티켓도 모두 매진되어 약 2만명의 유료티켓이 완판되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버튜버들의 결합도 이뤄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그룹 플레이브는 지상파 방송국 MBC 쇼 음악중심에도 수차례 출연했다.
극장가에서도 버튜버들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롯데시네마는 올해들어 일본, 한국의 버튜버 업체들과 연달아 협업해 극장에서 이들의 공연을 상영하고, CGV 역시 ‘이세계 페스티벌’ 중 이세계아이돌 등 버튜버들이 출연한 파트를 극장에서 라이브로 선보였다.
이러한 버튜버 열풍에 영감을 받아 지자체에서도 홍보를 위해 버튜버를 활용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시 정책과 시내 관광지, 맛집 등을 홍보하기 위해 올해 3월 ‘서동’ 버튜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서동이 등장하는 영상들의 조회수는 1만회 내외로, 다른 지자체들의 공식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1천회를 넘기 힘든 모습과 비교하면 매우 큰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버튜버 광풍 현상 때문에 콘텐츠 업계에서는 지난 몇해 동안 버튜버 문화는 더 이상 서브컬쳐가 아닌 주류에 근접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3. 버튜버의 급부상 원인
버튜버가 급부상하게 된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기술적 향상으로 인해 버튜버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버튜버는 2020년대 들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AI 기술의 수혜를 받고 있다. 향상된 AI 기술을 통해 더욱 자연스럽게 사람과 아바타를 결합하고 다양한 동작을 구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만약 버튜버의 동작이나 표현같은 것이 부자연스럽다면 시청하기를 꺼려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 뒷받침으로 이를 극복하게 해 준 것이다.
또한 버튜버 아이돌은 실제 무대와 비슷한 느낌으로 공연이 구현돼야 하는데,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을 통해 버튜버가 실시간으로 3D 콘서트를 하는 기술도 이미 상용화됐다.
둘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비대면 활동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버튜버의 급부상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친 1020세대들이 가상세계에서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버튜버를 위한 인프라가 구축이 차근차근 진행되다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활동 증가가 버튜버 문화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연구진은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 등의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실제 인간보다 귀여운 인터넷 방송인’(More Kawaii than a Real-Person Live Streamer)이라는 보고서2 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는 “시청자들이 버튜버 방송을 보게 되는 동기는 ‘재미있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다른 친구와 함께 보기 위해’ 등 일반 방송 콘텐츠를 보는 이유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정리해보자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대면 여가활동을 즐기게 됐는데, 실제 사람과 같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어떻게 보면 실제 사람보다 귀엽게 보일 수 있는 버튜버들에 열광하게 됐다고 풀이할 수 있다.
셋째, 익명성에 기인해 버튜버 공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대는 SNS 등 뉴미디어가 발달하여 사생활 노출이 쉽고 일파만파 번지기 쉬운 세상이다. 이러한 시대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방송을 한다면 신상이 알려지는 것은 당연하고 사생활 또한 퍼지기 쉽다. 반면, 아바타를 내세우는 ‘버튜버’를 선택한다면 자신을 숨기고 인터넷 방송활동을 할 수 있다. 즉, 버튜버를 택하면 개인의 신상이 노출되는 리스크를 지울 수 있는 것이다.
4. 버튜버 문화의 전망
마켓워치에 따르면 글로벌 버튜버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2조9028억원에서 2028년 17조5964억원까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업체들도 버튜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는 지난 7월 2D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아바타를 선보였다. 22년 1월 출시한 실시간 방송 플랫폼 ‘제페토 라이브’ 서비스와 합쳐 버튜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는 버튜버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여 이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웹툰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하여 ‘메이브’라는 버튜버 그룹을 내세웠고, 11월 30일 발매한 신곡은 10개 국가에서 음원 차트에 입성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에서도 버튜버 시장과 결합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가상세계에서 이뤄지는 게임과 버튜버 문화는 공통점이 있어 지적재산(IP)과 연동해 마케팅을 펼치기 쉽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규모 게임박람회 ‘지스타’에서는 많은 게임업체가 버튜버들을 초청하여 협업하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자체 버튜버 ‘세아’를 선보이기도 했다.
민간에 비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미 버튜버를 홍보 채널에 사용하고 있는 세상이다. 앞으로 갈수록 많은 업계에서 버튜버들에게 러브콜을 보낼 것이고 버튜버 문화는 더욱 더 주류에 근접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