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유료 서비스 시대가 온다

1. 서문

친숙하게 사용하던 소셜미디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이 슬금슬금 돈을 요구하고 있다. 2022년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가 일부 국가에서 유료 서비스 ‘트위터 블루’를 내놓은데 2023년 3월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로 대상을 확대했다. 트위터가 전 세계로 유료 서비스를 확대하는 시기, 메타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매우 흡사한 유료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도입되지 않았고 메타도 시기를 확정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큰 마음 먹고 돈을 내고 있던 플랫폼에는 더 낼 상황도 생긴다. 2023년 1분기에 넷플릭스가 거주지가 같지 않은 사용자와의 계정 공유를 금지하고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는 시도를 여러 국가로 확대하면서 해당 ‘계정 단속’이 한국에서 언제 시작될 것인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친구끼리 돈을 모아 계정을 이용하던 이들은 넷플릭스의 정책 변화 앞에 괜스리 범죄자가 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기존에는 무료로 이용했던 플랫폼인데 ‘유료’의 시험대에 놓이면 비로소 그 영향력이 보인다. 제로가격 정책, 즉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플랫폼이 유료화의 길로 접어드는 시점은, 이용자들이 해당 플랫폼 의존을 벗어나기 어려운 시점과 맞물린다. 때문에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영향력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2. 트위터 블루와 메타 베리파이드

 트위터는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가짜 계정 방지를 위해 인증이 완료된 공인에게 붙이던 ‘파란색 체크마크’를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유료 서비스로 전환될 경우 아예 파란색 체크마크를 거부하겠다는 이들이 많아 실효성 논란이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트위터는 지난 3월부터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유료 서비스 ‘트위터 블루’를 도입했다. 트위터는 ‘트위터 블루’가 ‘엄선된 기능을 먼저 사용해 볼 수 있는 선택형 유료 구독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내 계정이 맞다는 인증을 의미하는 ‘파란색 체크마크’를 붙이고 싶다면 이제 ‘트위터 블루’에 가입해야 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피씨(PC)버전인 웹 버전은 매달 8달러(한화 10,400원), 연간으로는 84달러(109,000원)을 내면 된다. 모바일은 구글과 애플에 내는 수수료를 포함해 조금 더 비싼 월 11달러(14,300원), 연간 15만원이다. 트위터는 기업용 인증인 ‘골드 체크마크’도 시범 운영 중이다. 이제 트위터 세계에서 개인이나 기업이 ‘가짜’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돈을 주고 ‘인증’을 받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트위터는 유료 회원인 ‘트위터 블루’ 사용자에게 무료 사용자가 경험할 수 없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미 게시된 트위터도 30분 동안 5번까지 변경할 수 있도록 해주고 타임라인의 광고 노출은 50%정도 줄여준다. 최대 4000자까지 긴 트윗도 쓸 수 있고 최대 60분 길이의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다. 트위터는 고객센터를 통해 “트위터의 무료 버전 서비스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트위터 블루 사용자에게 새로운 수준의 선택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유료 서비스를 전 세계로 확대하기 직전인 지난 2월에는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이 트위터 내부 자료를 입수해 1월 기준 ‘트위터 블루’의 미국 회원은 18만 명이며 전 세계 가입자는 29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를 했다. 하지만 트위터는 굴하지 않고 유료 서비스를 키우고 무료 서비스를 줄이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위터는 ‘트위터 블루’ 가입자들의 트윗 편집 가능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또 무료 사용자들에게는 다이렉트 메시지(DM) 발송 횟수를 제한하는 기술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트위터와 매우 흡사한 구조의 유료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9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주 우리는 메타 베리파이드(Meta Verified) 도입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본인을 사칭하는 가짜계정으로부터 자신의 진짜 계정을 보호할 수 있는 서비스인 ‘메타 베리파이드’는 우선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도입을 시작됐고 3월에는 미국, 5월에는 영국과 캐나다, 이번 달에는 인도와 브라질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메타 관계자는 “한국 도입 시기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메타 베리파이드’에 가입하고 정부 발행 신분증을 제출하면 메타가 본인임을 확인하고 인증 표시인 ‘블루 배지’를 부여한다. 이후에는 사칭 계정으로부터 보호를 강화해주고 계정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메타가 직접 지원에 나선다. 또 검색, 댓글, 추천과 같은 영역에서 더 눈에 띄게 배치되고 도달 범위가 증가한다. 메타는 그밖에도 유료 사용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독점 기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용은 미국 기준으로 모바일 사용자의 경우 매달 14.99달러(2만원) 페이스북만 제공되는 웹 버전은 11.99달러(1만5천원)다. 지금까지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국가에서의 성과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메타는 지난 7일 인도에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며 “우리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테스트를 한 뒤 좋은 결과를 확인한 후 유료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빅테크 유료 서비스 정책 변동 현황>

3. 인공지능 시대와 유료 인증

 문제는 이러한 소셜미디어 유료 서비스의 출현이 인공지능 시대로 접어들며 이미지, 영상, 글, 음성까지 생성해내 ‘가짜 콘텐츠’가 유통될 가능성이 큰 시점과 맞물린다는 데 있다. 물론 이전까지도 내 이미지와 이름을 훔쳐 가짜 계정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서 타인 행세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이 이슈는 더욱 위험성이 크고 결정적이다. 때문에 계속해서 해당 커뮤니티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이용자들에게 본인을 인증해주고 가짜를 단속해주는 방식의 유료 서비스가 통할 확률이 크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무료 서비스에서 유료 서비스의 창출 속도도 빠르다. 오픈에이아이(OpenAI)가 지난해 11월말 내놓은 생성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의 경우 출시한 지 2개월 만에 이용자 수가 1억 명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올해 2월 전격적으로 유료 서비스 ‘챗지피티 플러스(Plus)’를 내놨다. 매달 20달러(2만6천원)의 구독료를 내면 접속자가 많은 시간대에도 접속이 끊기지 않고 최신 버전(GPT-4) 적용 등 새로운 기능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로 서비스의 혜택이 많지 않다보니 가입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도 발생했으나 오픈에이아이는 챗지피티 플러스를 포함한 수익이 올해 2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 유료화되면 이용자가 줄어들까?

플랫폼의 과금 정책 변화가 이용자의 수나 이용 패턴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세계적으로 계정 단속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넷플릭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23년 3월, 한국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의 공개에 맞춰 계정 단속이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던 때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넷플릭스의 계정공유 제한 강화 정책에 대한 이용자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50대 넷플릭스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넷플릭스가 주소지가 다른 거주자 간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하면 가입자 수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는 응답이 79%에 달했다. 특히 현재 비동거인의 계정을 공유 받아 사용하고 있거나 구독료를 분담해 계정을 공유하고 있는 이용자 가운데 63%가 “넷플릭스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미국에서 계정 단속을 시작한 결과 신규 가입자 수가 급증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왔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3일 미국에서 기존 계정에 같은 가구 구성원이 아닌 사람을 추가하려면 한 달에 7.99달러(1만원)를 내게 했다. 지난 10일 오티티 분석업체 안테나는 미국에서 계정 단속이 시작된 뒤 4일 동안 일일 신규 가입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계정 공유 단속 효과로 신규 가입자 수가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3월 처음으로 볼리비아, 코스타리카, 페루 등 중남미 3개국에 계정 공유를 금지해본 뒤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 기반을 보장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이미 전 세계 1위 오티티로서 독점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터다. 지난 22일 넷플릭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테스 서랜도스 대표와 만난 <오징어 게임>의 제작사 퍼스트맨스튜디오의 김지연 대표는 “최근 국내 드라마 시장이 어려운 시기와 맞물리면서 모든 작품(대본)이 넷플릭스로 몰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5.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특정 플랫폼의 사용자가 증가하게 되면 사용자들이 해당 플랫폼을 통해 얻는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을 ‘네트워크 효과’라 한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과 같이 사용자가 늘수록 연결가능성이 높아져 네트워크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직접 네트워크 효과, 한 그룹의 성장에 따라 다른 그룹의 효용성이 높아지는 것이 간접 네트워크 효과다. 이 같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시장의 ‘쏠림현상’이 발생해 플랫폼 사업자와 참여자 사이의 불공정 환경이 조성된다. 

 이런 지배력 남용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지난 1월 “현행 공정거래법상 심사기준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다면적 특성, 네트워크 효과, 쏠림 효과, 시장의 혁신 및 동태적 효과 등을 반영하는 데에 일부 한계가 있었다”며 무료 서비스라도 독과점 플랫폼으로 보는 등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특화된 심사지침을 마련했다. 공정위는 최근 이 심사지침을 업그레이드하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추진 중이다. 무료 서비스였던 거대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유료화는 이런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 참고문헌 ]

[1] 김가영 정애린 김도현(2021), 온라인 플랫폼의 규제에 따른 이해관계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 디지털융복합연구, 19:9, 19-31

[2] 한겨레(2023.3.9) <더 글로리> 공개 맞춰 넷플릭스 계정 단속?…“사실무근”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82883.html?_ga=2.92567066.627345714.1687409545-1832811451.1674976897

[3] ZDNET(2023.6.10) 넷플릭스, 계정공유 금지 통했다…美 구독자 급증 https://zdnet.co.kr/view/?no=20230610090919

[4] CNN(2023.4.24) How Elon Musk transformed Twitter’s blue check from status symbol into a badge of shame, https://edition.cnn.com/2023/04/24/tech/musk-twitter-blue-check-mark/index.html

[5] Search Engine Journal(2023.3.24) Should You Invest In Paid Verification From Twitter Blue Or Meta Verified?, https://www.searchenginejournal.com/paid-verification-pros-cons/483131/

저자 : 임지선

한겨레신문사 빅테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