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ISP의 자율적인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
국회에서도 7월 이후 사자의 디지털 유품 문제와 관련한 의원입법안이 3건 발의되었으나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으며, 정부도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이런 상태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해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현재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들과 관련해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법률측면에서 봤을 때도 과거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될 당시 생각했던 환경과 현재는 많이 달라져 있기 때문에 그 법을 어떻게 따라가도록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이미 발의된 3건의 법안에 대해 정부도 검토의견을 제출한 바 있지만 공론화 자체가 많이 안 됐고, 이 문제가 단순히 법률관계로만 풀 게 아니라 국민 정서적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어,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생각한다.
정부가 제시한 검토의견 중 하나는, 박대해 의원안이나 김금래 의원안의 경우 블로그나 개인홈피 등을 지적하고 있으나 이런 문제가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꼭 블로그나 개인홈피 뿐만은 아니고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활동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나 방법들이 나올 때마다 법을 개정할 것이냐는 문제, 즉 법 제정의 기술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유기준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공감할 수 있는 측면이 일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입법의 대상으로 단순하게 관리권의 측면만 고민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사자의 개인정보가 법에 의한 보호대상은 아닐지라도 오남용되어 악용될 소지가 있다. 또 실제 사례도 있었으므로 이런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입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측면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정부도 낸 바 있다. 그러나 블로그나 개인홈페이지의 관리권한을 상속대상으로 보고 넘겨줘야 하느냐는 문제는 많은 토론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방통위 내에서는 단순하게 디지털 유산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새롭게 나오고 있는 수많은 다양한 서비스들을 법을 통해 규정하고규제할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최소한의 사항을 제외하고는 사업자의 자율규제 체계를 우선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법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포털이나 인터넷서비스제공자 입장에서 이 사안에 대해 나름대로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물론 이러한 부분에서도 입법화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또는 어떤 부분까지 입법화할 것인지는 많이 논의해야겠지만, 보다 현실적으로는 여러 단체나 사업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최소한의 표준화된 공통 절차를 자율적으로 마련하고 절차에 따라 운영을 해보다가 실제적인 자율규제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면 그 때에 이것을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 생각하고 있다.
충분히 동의하는 것은 실제로 이용자가 생존해 있을 때 디지털 유품을 관리할 주체를 지정하는 절차를 마련한다든지, 상속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유품이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절차를 약관에 규정한다든지 하는 등으로 논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