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헌결정에 대한 분석과 헌법적 의미

1. 들어가는 말

표현의 자유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형성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처벌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MB정권이 들어선 후 인터넷상에서 논란되었던 외환보유고의 문제를 제기한 소위 미네르바 사건, 경찰의 과도한 집회단속을 비난하는 인터넷상의 각종 표현1) 등이 그 대표이다. 이들 표현은 구체적으로 현행 법체계에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대한 위반여부의 문제를 일으켰고 더 궁극적으로는 동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위헌적인 조항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초래하였으며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위헌결정을 하게 되었다. 위헌결정이 나오자 합헌을 주장한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보수진영은 우려의 의견을 표명하였고 진보진영측은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에 대해 환영을 하였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호범위와 그 한계에 대한 논란을 단지 찬·반 세력의 가치관에 따른 논쟁으로 파악한다면 귀결점이 없는 평행한 대립만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논란을 지양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학문적인 분석을 통해 파악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향후 입법부의 합헌적인 법률의 입법형성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논점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상의 논점은 동 조항이 다소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헌법상의 죄형법정 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을 침해하고 동시에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가의 여부이다. 헌법재판소의 소수의견이 합헌의견을 피력한 것과는 달리 다수의견은 허위의 통신을 처벌하는 동 조항을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파악하여 결정하였다.

다수의견은 표현의 자유를 현대 민주사회에서 국민주권주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것으로 파악하며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효과를 발생시켜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을 어렵게 하여 표현의 자유의 본래의 기능을 상실케 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되도록 명확한 용어로 규정하여야 한다고 보면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의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규정은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고 형벌조항의 구성요건으로서 구체적인 표지를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헌법상 기본권제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 또는 헌법상 언론·출판자유의 한계를 그대로 법률에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할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그 판단이 대단히 주관적인 것일 수밖에 없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한다고 파악하여 위헌을 결정하였다.

또한 이 결정에서 일부의 재판관은 ‘허위의 통신’ 행위, 즉 ‘허위사실’이라는 것은 언제나 명백한 관념은 아니며 어떠한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객관적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 역시 어려우며, 현재는 거짓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그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허위사실의 표현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함된다고 파악하였다.2)

3.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한 분석과 헌법적 의미

1) 위헌결정에 대한 분석

(1) 표현의 자유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의 미흡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에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구성요건적인 분석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다. 헌법상 기본권, 특히 자유권에 대한 법률의 유보적인 제한에서는 일반적으로 3단계의 과정, 즉 기본권의 보호영역파악, 기본권 제한의 정당화 사유 그리고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충족하는가의 여부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동 조항에 대한 판단에서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다.

특히 위헌의견과 합헌의견의 쟁점사항인 ‘허위의 통신’ 행위, 즉‘ 허위사실의 표현’이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섭이 될 것인지에 대한 기본권 구성요건적인 판단에 미흡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오히려 기본권의 보호영역에 대한 결정과 기본권제한의 한계의 문제인 과잉금지원칙을 동시에 판단하고 있어 기본권 심사에서의 체계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기능이 공적·사적 의사표현을 통한 사회의 통합적인 의사형성에 기여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파악했다면 일반적으로 사상과 사실의 표현 그리고 상대적인 진실의 상황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인간의 능력상 절대적인 진위의 사실과 허위의 사실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파한다면 동 조항상의 허위의 통신이 극단적인 허위의 통신이 아니라면 포괄적으로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섭이 된다는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허위의 사실을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서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3)

(2) 헌법상 기본권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법률의 해석

한 국가의 법체계는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단계질서를 가진다. 따라서 하위의 법규범은 상위의 법규범의 범위 내에서 해석되어야 하고 상위 법규범의 근본적인 가치질서에 부합되는 법해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본 건 결정에서 소수의견은 표현의 자유의 헌법상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않고 법률해석의 입장에 치중하고 있다.

우선 허위사실의 보호영역에의 포섭의 문제에 있어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단순결과만을 인용하고 있는데 실제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허위사실이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예를 들어 객관적으로 명백히 잘못된 인용, 명백히 잘못된 역사적인 사실 그리고 고의적인 거짓주장에 제한적으로 인정되며 그 외의 다른 표현들은 폭넓게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섭시킬수 있다.4)

특히 표현행위의 진실여부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 표현행위의 부분에 어느 정도의 거짓이 있다고 인정되더라도 전체적으로 사회의 여론형성과 공적 사상의 형성에 직접 및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섭시키고 있다. 본 결정은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3)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구조적인 접근이 미흡한 법해석

헌법재판소는 본건 결정에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기초를 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접근이 아니라 획일적인 표현의 자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권 주체간의 대립 구조적인 상황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엄격한 비례의 원칙에 입각한 법해석으로 접근해야하지만 사회공동체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공적의사의 표현영역에서는 보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보호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위헌의견의 결론이 종국적으로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기는 하지만 보다 도그마틱한 접근과 과학적인 접근이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본 건 결정의 위헌의견은 국가의 본질적인 기능을 파악하지 않고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어 과거 국가유기체 또는 국가법인설의 입장에서 국가중심주의 또 전체국가주의로의 회귀를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인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 기본권의 해석과정에서 국가의 본질을 기본권 보호의 주체 또는 잠재적 기본권침해자로서의 지위를 가진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 아쉽다.

(4) 매체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헌법해석

본 결정에서 허위의 표현행위가 이루어진 것은 인터넷공간이다. 위헌의견은 인터넷에서의 표현행위를 특별히 언급하지 않고 일반적인 공간에서의 표현행위와 동일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합헌의견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강한 파급력을 가진 점, 명백한 허위의 사실이라도 통신이용자들에 의하여 자율적으로 신속하게 교정되기가 매우 어려운 점, 허위사실을 둘러싼 장시간의 논쟁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모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동 조항의 합헌을 주장했다. 그러나 소수의견은 인터넷이란 공간의 매체적인 특성을 정확하게 분석한 것은 아니다.5)

오히려 인터넷은 소수의견과는 정 반대 성격의 매체적 특성을 가진다. 인터넷은 하나의정보제공자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접속자 스스로가 정보의 제공자이자 수용자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가지기 때문에 인터넷공간에서의 자율적인 조정 및 판단이 가능하게 된다. 물론 인터넷의 전파력을 강조한 소수의견도 이해는 할 수 있으나 핵심적인 문제는 전파력이 아니라 그 전파된 정보를 어느 정도 수용자가 자율적인 결정에 의해 판단할 수 있는가 이다. 따라서 인터넷이란 공간의 매체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본 결정은 향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건의 접근에 있어서 다소 포괄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2) 위헌결정의 헌법적인 의미

(1)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의 확대

위헌 결정은 비록 도그마틱적으로는 체계성과 이론의 정치성(精緻性)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지만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본 결정의 전제가 된 미네르바 사건과 진보신당의 홈페이지 사건 이후 인터넷에서 이루어졌던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해 정부의 강압적인 규제가 이루어져 우리 사회에서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 극도로 수축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우리 사회에서의 국가정책에 대한 비판과 이를 통한 국정의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건전한 민주사회를 형성하는 것은 국민들의 건전한 비판과 그 비판을 수용하는 국가정책 수행자의 태도이며 이 결정을 통해 향후 인터넷상에서 활발한 토론과 의견의 표현 그리고 사실의 적시를 통한 표현의 자유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2) 인터넷 공간의 규제주체에 대한 화두의 제공

비록 본 결정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본 결정은 향후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주체에 관한 문제를 제기시킬 수 있다. 종래 인터넷 공간상의 허위의 사실표현을 국가가 직접 통제를 했으나 이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은 향후 이에 대한 논란을 제기시킨다. 물론 일각에서는 현행 전기통신기본법의 내용을 일부수정해서 대체입법을 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규제패러다임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규제의 주체는 국가라는 공권력의 주체에 의해 이루어졌으나 사회의 다양성이 요구되고 미셜 푸코가 주장하듯이6)?단순히 국가만이 사회통제의 주체가 아니라 민간단체, 사회단체 역시 또 다른 규제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영역에서의 민간자율적인 규제 또는 사상의 완전경쟁시장에서 자율적인 정화를 유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하고 이를 기초로 국가의 공적인 의 사형성을 도모하여 집권자의 민주적 정당성을 더욱 확고하게 하는 것이고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이바지 하는 것이다.


1)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집회 진압과정에서 시위여성을 강간하였다는 등의 내용이 진보신당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다음의 이명박 탄핵투쟁연대카페 등에 게재되었었다. [본문으로]

2) 그러나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은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허위의 사실을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허위의 사실을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서 배제하고 있다. [본문으로]

3) 오히려 소수의견은 허위의 사실이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을 위축시키고있다. [본문으로]

4) BVerfGE 54, 208(219); BVerfGE 90, 241(249); 99, 185(197). [본문으로]

5) 송기춘교수는 인터넷 공간의 특수성을 언급하면서 허위사실의 유포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기춘, 이른바 ‘허위사실유포죄’는 없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해석 및 위헌론-, 민주법학 제39호, 2009. 3, 69쪽 이하. [본문으로]

6) 미셜 푸코/박홍규(역), 감시와 처벌 : 감옥의 탄생, 1994. [본문으로]

저자 : 최우정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