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제청결정의 내용 및 의의
1.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배경
2011년 2월 1일 소위 ‘최병성 목사’사건의 제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는 사건심리 중 최병성 목사측이 제기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제도의 법적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이하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이라고 함) 제21조 제4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동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하는 결정을 내렸다(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 2011.2. 1. 2010아189,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담당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내리면서 명확성의 원칙 위반,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법률유보원칙 위반을 그 이유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법원의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내용 및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계기가 된 당해사건(본안에 해당하는 사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해사건은 바로 최병성 목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소위 ‘쓰레기 시멘트’ 관련 게시글이 한국양회공업협회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정보에 해당되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및 삭제의 시정요구를 한 것이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실제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처분이 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었다. 제1심 법원은 불법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였고, 실제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시정요구처분은 관련 게시글이 ‘비방목적의 명예훼손정보’ 즉, 불법정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서울행정법원 제12부 2010. 2. 11. 2009구합35924, 시정요구처분취소).1)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측이 항소를 하여 제2심에 계류 중이었는바, 소송 계속 중 최병성 목사측이 이 사건 시정요구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에 대해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고, 담당 재판부가 이를 인용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담당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으로 인하여 분쟁의 양상은 ‘불법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및 개별 명예훼손 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적법한지 여부’ 문제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제도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의 위헌 여부’ 문제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후자와 관련된 분쟁의 해결은 헌법재판소로 넘어 가게 된 것이다.
2.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결정의 내용
1) 최병성 목사 측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상의 주장 내용 요지
최병성 목사측은 두 가지 조항을 대상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하나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2)이고, 나머지 하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이라 함) 제44조의7 제1항 제2호3)이다.
(1)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에 대한 주장
최병성 목사측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첫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운영자가 당해 게시글을 삭제하거나 해당 이용자의 이용을 제한하는 경우 그에 따른 표현의 자유의 제한 또는 침해의 정도가 심각하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권한은 법률의 명확한 규정에 근거하여야 한다. 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는 규제의 법적 구조나 ‘삭제’ 라는 시정요구수단의 성격상 행정권력에 의한 직접적인 내용규제이자 상시적인 검열체제로 기능하며, 따라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축을 유발하여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둘째, 심의대상정보나 시정요구의 종류 및 방법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채 그 일체를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포괄위임입법금지 및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다.
셋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로 인하여 게시글이 삭제될 경우 이의신청 외에는 아무런 법적 구제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이용자가 시정요구의 주체가 아닌 정보통신사업자 등을 상대로 하여 가처분, 손해배상청구 등의 방법으로 권리구제를 받도록 하는 것은 직접적이고 실효성있는 권리구제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러한 권리구제방법을 통하여 게시글의 복원 등 이용자의 권리가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므로,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넷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정한 「정보통신심의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시행령 제8조 소정의 이의신청절차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심의하여 결정하게 되어 있고 이용자가 심의에 참여하여 주장을 하거나 증거를 제출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동법 시행령 제8조 소정의 이의신청절차는 대심적 심리구조,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보장 등에 있어서 사법절차의 본질적 요소를 현저히 결여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07조 제3항에 위배된다.
(2)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에 대한 주장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는 ‘비방목적의 명예훼손정보’ 를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있는바, 행정기관으로 하여금 ‘비방목적’ 유무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잉규제로 귀결될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의 자의적 판단을 통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악용될 우려가 있다. 설령 온라인에서 타인의 명예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 대상정보를 ‘명백한’ 비방목적의 명예훼손정보로 제한하는 방법을 통해 충분히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조항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2) 담당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내용 요지
(1)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에 대한 판단
담당 재판부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위헌성을 인정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첫째, 명확성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판단하였다.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는 명확성의 원칙은 표현의 자유의 성격상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되고, 특히 이 사건 조항과 같이 표현의 내용에 의한 규제인 경우에는 더욱 더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요구된다. 그런데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가운데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의 정보’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의 하나이자 시정요구의 대상이 되는 정보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며, 특히 ‘건전한 통신윤리’라는 개념은 헌법 제21조 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 조항은 규제되는 표현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의 정보’라는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 규제 수단에 이어서도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시행령 제8조 제2항 소정의 ‘해당 정보의 삭제 또는 접속차단’ , ‘이용자에 대한 이용정지 또는 이용해지’와 같은 그 회복이 현저히 곤란한 수단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둘째, 포괄위임입법금지 및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조항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의 하나이자 시정요구의 대상을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 사건에서와 같이 표현의 자유를 내용에 의하여 규제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일정한 조치가 가해지는 경우에는 법률의 하위규범인 대통령령 등 법규명령에 위임을 하더라도 그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의 요구 정도가 더욱 강화되는데, ‘건전한 통신윤리’의 개념은 대단히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수범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내용들이 대통령령에 정하여질지 그 기준과 대상을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이 개념은 행정입법자에게 적절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그로 인한 행정입법을 제대로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더 나아가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법률’로써 구체화하여야 할 것을 법률에 의하여는 전혀 구체화하지 않은 채 전적으로 행정입법에 맡겨놓은 결과를 초래하였는바, 이는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작용의 경우 적어도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근거를 두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회가 직접 결정함으로써 실질에 있어서도 법률에 의한 규율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요구에도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셋째, 최병성 목사측이 주장한 재판청구권의 침해및헌법제107조제3항의위반여부에 대해서는, 이 주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대한 권리구제와 관련된 것으로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시행령 제8조에 대한 주장으로 이해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가 헌법에 위반되는 이상 이를 근거로 한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 시행령 제8조 또한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없이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2)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에 대한 판단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에 대한 최병성 목사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 조항을 인용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 및 그 위임에 따른 동법 시행령 제8조의 위헌성에 대한 주장일 뿐,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 자체만으로 위헌성이 있다는 점에 대한 주장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 및 그 위임에 따른 동법 시행령 제8조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진 이상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에 대한 최병성 목사측의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였다.
3.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의 의의 및 향후 전망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의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계기가 된 당해사건의 의의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계기가 된 당해사건은 불법정보를 비롯한 인터넷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기관의 심의 및 시정요구에 대한 ‘행정소송법적통제’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어떻게 보면 이 문제는 현행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전신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및 동 위원회의 작용의 법적 성격과 관련한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볼수있다.
우선 과거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 결정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4) 하지만 불법정보에 대한 행정기관의 심의 및 시정요구는 직접적인 법적 강제력이 없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의 판례의 입장이었다.5) 그런데 기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기능과 기존 방송위원회의 기능 중 심의기능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최병성 목사 사건의 제1심 법원은 불법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대해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인정하게 된다. 그동안 정보통신윤리위원회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측은 자신이 행하는 시정요구는 단순히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인 행정지도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조직, 권한, 법적 성격, 시정요구제도의 기본구조 등을 고려하여, 이용자(게시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성을 인정하였다. 비록 대법원의 판결은 아니지만, 최병성 목사 사건의 제1심 법원이 기존의 판례와는 정반대로 행정처분성을 인정하였다는 것은 결국 불법정보를 비롯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에 대해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최병성 목사사건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위와 같이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계기가 된 당해사건의 의의를 전제로 할 때,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의의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인정된다. 그것은 바로 법원이 아닌 행정기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내용규제 내지 내용심의제도의 헌법적 정당성 여부에 대한 고민의 계기를 마련하였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내용규제 내지 내용심의제도의 새로운 설계 내지 디자인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수행하는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내용심의 및 시정요구제도를 비롯하여, 그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항 및 동법 시행령상의 관련조항 등에 대해서는 ‘인터넷 검열의 허용 여부’ 라는 담론하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이루어져 왔었다.6)
이러한 문제제기의 관점에서 보면,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은 법원 자체가 이미 그 위헌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법원이 아닌 행정기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내용규제 내지 내용심의의 새로운 설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법원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통해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의 위헌성을 인정하였다고 해서, 헌법재판소가 반드시 위헌결정을 하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구체적인 분쟁을 다루는 일선 법원에서 위헌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은 헌법재판소의 향후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된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향후 헌법재판소에서 어떠한 논점을 갖고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제21조 제4호의 위헌 여부를 다룰 것이냐라는 점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제청법원이 지적한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법률유보의 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 이전의 불온통신사건7)에서처럼 위헌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정책당국과 국회가 대체입법을 통해서 불법정보로 그 범위를 국한시킨 채 정보통신부장관(현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제도를 존치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헌법재판소에서의 판단과정에서는 법원이 아닌 행정기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인터넷콘텐츠에 대한 내용규제 내지 내용심의의 헌법적 정당성 여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고, 정책당국도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좀 더 깊이있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이 향후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내용규제 내지 내용심의에 대한 제도를 새롭게 설계 내지 디자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1) 이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원고(최병성 목사)는 포털사이트인 주식회사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블로그(http://blog.daum.net/cbs5012, 이하 ‘이 사건 블로그’라고 한다)에 국내산 시멘트에 관한 게시글(이하 ‘이 사건 게시글’이라고 한다)을 게재하였다. 피고(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한국양회공업협회 등으로부터 이 사건 게시글에 대한 심의신청이 제기됨에 따라 이를 심의한 결과, 이 사건 게시글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제1항 제2호 소정의 ‘불법정보’(비방 목적의 명예훼손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9. 4. 24. 위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해당정보의 삭제를 요구(이하 ‘이 사건 시정요구’라고 함)하였다. 이에 원고는 이의신청을 제기하였는데, 피고는 2009. 6. 23. 이 사건 게시글에 대한 원고의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시정요구의 처분성 여부와 관련하여, 피고는 “피고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독립기구의 성격을 지니고 있을 뿐 행정청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설령 행정청이라고 본다고 하더라도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상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이 피고의 시정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으므로, 이 사건 시정요구는 단순히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인 행정지도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본문으로]
2)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 제21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직무범위에 관한 조항으로서, 동조 제4호는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라고 규정하고 있다. [본문으로]
3)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은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이라는 제목하에, 제1항에서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하여서는 아니 되는 정보를 열거하고 있는데, 동항 제2호에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를 규정하고 있다. [본문으로]
4) 대법원 2007. 6. 14. 2005두4397, 청소년유해매체결정취소. [본문으로]
5) 서울행정법원 2001. 5. 4. 2001구3555, 이용정지처분취소. [본문으로]
6) 대표적인 것으로는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내용심의의 위헌성” , 「법학논총」제27집 제2호,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2010. 6, 65-100면 참조. [본문으로]
7) 헌재 2002. 6. 27. 99헌마480,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 위헌확인(이 사건에서 심판대상조항이었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불온통신을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으로 정의하고 있었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