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의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근거 규정에 대한 검토

 

 

1. 들어가며

2018. 12. 24.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의 경쟁촉진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제4장에 제34조의2를 신설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부가통신사업의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조사를 위하여 부가통신사업자에게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청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근거가 되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이 조항에 의하여 새로 생긴 부가통신사업의 현황 파악 실태조사제도는 기간통신사업에 대한 경쟁상황평가제도(같은 법 제34조 제2항)와 구별되지만, 전기통신사업의 경쟁 촉진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의 하나인 것처럼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부가통신사업이라는 분류를 두어 모든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 사업과 대부분의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사업을 포함한 인터넷 기반 서비스 사업도 전기통신사업으로 취급하지만, 이러한 입법례를 갖고 있는 국가는 일본 외에 찾기가 어렵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및 그 회원국들의 통신법에서는 우리나라의 기간통신사업에 대응하는 사업 분류를 갖고 있지만, 부가통신사업에 해당하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는 정보서비스 또는 정보사회서비스와 같이 전기통신서비스와 다른 항목으로 구분한다. 물리적인 네트워크를 보유 또는 통제하는 전송계층에 속하는 본래의 의미의 통신서비스와 네트워크를 이용하지만 전송되는 신호의 내용이 그 핵심인 인터넷 기반 서비스는 그 성격이 다른 것이다.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의 정신에 부합한다.

이 글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법률의 부가통신사업 실태 조사 근거 규정이 도입된 배경과 그 내용, 그리고 그 한계와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2.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근거 규정 도입의 배경과 그 내용

가.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근거 규정 도입의 배경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쟁상황평가제도의 일반적 목적은 정부개입(사전규제)이 필요한 시장과 규제대상 사업자를 식별하고 규제의 종류 및 강도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1 해외에도 이런 제도를 두고 있는 입법례가 있으나, 우리 제도는 사전규제 수단 도입의 필요성 여부 판단을 위해 통신사업에 속하는 세부 관련시장 별로 종합적인 경쟁상황평가를 행하는 유럽연합의 제도와 유사하다. 따라서 경쟁상황 평가를 위해서는 사전규제가 필요한 세부 관련시장을 사전에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에 근거 규정은 없지만, 부가통신사업에 속하는 시장에 대하여도 경쟁상황평가를 확대 실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2011년에 실시된 2010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에서는 포털 서비스 관련 온라인 광고시장을 검색광고시장과 노출광고시장으로 구분 획정한 후, 경쟁상황 검토를 시도하였다.2 그 후 부가통신사업에 속하는 시장에 대한 경쟁상황평가 시도는 2015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때까지 매년 이루어졌고, 특히 2013년도 평가에는 구 미래창조과학부의 ‘인터넷 검색서비스 발전을 위한 권고안’에 기초하여 인터넷정보검색서비스시장에 대한 경제분석도 시도되었다. 그러나 2016년도 평가에서는 기존의 시장획정 방법론에 대한 비판으로 시장획정 시도를 하지 않고, 개념적인 차원에서 서비스 영역을 정의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포털의 기반을 검색서비스로 보고 검색서비스와 광고, 콘텐츠 서비스 등 수익원이 되는 주요 서비스 간의 상관관계 및 이용행태를 조사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부가통신사업에 속하는 시장에 대한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의 시도는 특히 포털 사업자에 대한 일련의 규제 움직임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준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2007년에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검색서비스사업자법률안은 시장에서의 경쟁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오로지 사회적 책임이라는 당위성에 근거하여 검색서비스사업자라는 유형을 신설하여 이에 대하여 진입부터 사업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전규제를 부과하려고 하였다.3 이에 대하여 검색서비스를 포함한 부가통신사업에 대하여 경쟁상황평가를 시도한다는 것은 적어도 규제의 필요성 검토를 위해서는 실증적인 근거가 미약한 사회적 책임론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시장에서의 경쟁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보다 더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인터넷 기반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규제 논의는 2016년 말부터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종전에는 검색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포털 서비스에 집중되었던 논의가 이때부터는 배달, 숙박, 부동산중개 서비스나 전자상거래서비스를 포함하여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전반으로 무차별적으로 확장되는 특징이 있다. 국회에서도 2017년 6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오세정 의원이, 2017년 8월에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각각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부가통신사업을 겨냥한 사전규제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가 잇따랐다. 특히 기간통신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쟁상황평가를 부가통신사업에도 확대하는 내용은 두 법안에 모두 포함되었다.4 이에 대하여 국경 없이 해외사업자도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의 특징, 규제의 실효성 등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대립되었으나, 경쟁상황평가를 현황파악 실태조사로 바꾸어 현재의 형태로 입법이 이루어졌다.

 

나.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근거 규정의 내용

법 규정에 의하면, 부가통신사업의 실태조사는 과기정통부의 업무이고, 부가통신사업의 현황 파악을 목적으로 한다. 현황 파악에서 말하는 ‘현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 조항이 전기통신사업의 경쟁촉진 등에 관한 제4장에 신설되었고, 과기정통부장관은 전기통신사업의 효율적인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는 책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같은 법 제34조 제1항)을 고려하면, 그 범위는 경쟁상황 평가와 관련된 기초적인 시장 현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태조사의 시기나 주기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고, 조사의 성격상 평가를 포함하지 않는 사실적인 조사로도 충분하며, 조사 자체도 임의적인 조사이다. 이는 매년 실시하여야 하는 의무적인 조사 및 평가인 경쟁상황평가와는 크게 다른 점이다.

또한 정부의 자료제출요청권한과 이에 상응하는 사업자의 이행준수의무를 규정하였으나, 사업자가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여 제재할 근거는 없다. 이 제도 시행에 필요한 사항인 조사 대상, 조사 내용 등은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으므로, 향후 구체화될 것이다. 이 규정은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므로, 현재 시점에서 약 2년간의 유예기간이 있다.

 

3.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근거 규정의 한계와 문제점

가.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근거 규정의 한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는 기간통신사업 경쟁상황평가에 대응하는 제도를 만들면서 경쟁상황평가를 그대로 도입할 경우의 난점을 해소하기 위해 급조한 대안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는다. 그러다 보니 이 제도가 시장구조를 중심으로 하는 사전규제와 시장행위를 중심으로 하는 사후규제의 어느 쪽과 관련성을 갖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실태조사의 실시 주체가 과기정통부장관이고 과기정통부는 통신사업의 사전규제를 담당하는 부처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태조사 역시 사전규제와 관련성을 갖는다고 추론해볼 수 있지만, 이러한 접근은 네트워크 효과의 발생과 시장에서의 경합가능성의 증대라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의 경제적 특성에 맞지 않는다.

 

나.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근거 규정의 문제점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는 현황 파악을 목적으로 하지만, 왜 현황 파악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사전규제와 관련성을 갖는 제도로 도입하는 것이라면, 법에 규정된 사전규제 수단은 물론 사전규제 자체가 그 성격상 인터넷 기반 서비스의 경제적 특성에 잘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절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반대로 사후규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조사 실시의 주체(과기정통부정관)나 내용(행위를 전제로 하지 않은 현황 조사)이 그에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이는 정책적 참고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뿐인데, 그런 용도로 사용하기 위하여 입법적 근거를 갖고 상시적인 조사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 제도의 숨은 도입 목적은 실태조사를 위하여 정부에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자료제출요청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재가 수반되지 않는 정부의 자료제출 요청에 대하여 어느 범위의 부가통신사업자가 응하게 될지도 의문이다. 자칫하면 이 제도는 국내 사업자에게만 불리한 방향으로 운용될 위험이 있다. 국내 사업자는 각종 규제에 노출되어 정부의 요청에 대하여 거부할 유인이 낮은 반면에, 해외 사업자는 상대적으로 국내 사업자와 같은 정책적 고려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4. 나오며

이 제도 도입의 모태가 되었던 경쟁상황평가제도는 시장의 구조적 요인으로 중대한 시장력(significant market power, SMP)을 가진 사업자가 존재할 수 있는 기간통신사업의 특성으로 인해 사전규제 도입 검토가 필요한 시장을 식별하기 위한 수단으로 설계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시장의 역동성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완전히 다른 부가통신사업에 실태조사라는 이름으로 경쟁상황평가제도를 변형적으로 도입한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이다. 물론 인터넷 기반 서비스 분야에서도 경쟁이나 이용자 침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므로, 특정 시장에서 문제되는 상황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그에 대응하여 필요한 조사를 행하면 된다. 그에 비하여 단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부가통신사업 일반에 대하여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조사 근거를 규정하여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전기통신사업법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금지행위 규정을 두고 그 조사를 위한 근거 규정도 두고 있다(법 제51조). 부가통신사업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하여는 이 규정에 의한 조사로써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이 규정은 금지행위 혐의가 있을 경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 시행되는 조사이므로, 공정경쟁 또는 이용자보호 정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조사의 근거는 되기 어렵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 부득이하게 실태조사가 행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도 그 조사의 요건과 범위는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 예컨대, 공정거래법상 시장구조 조사는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상품이나 용역의 공급 또는 수요시장에 대하여’,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그 결과는 공표된다(공정거래법 제3조). 전기통신사업법상 실태조사 규정은 이런 구체적인 요건과 범위에 관해 정해져 있지 않지만, 대통령령에서 이를 보다 구체화하여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 제도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이병준(2008), 인터넷포털의 사회적 책임강화를 위한 입법(안)과 그 문제점, 『인터넷법률』, 25-49.

정보통신정책연구원(2011),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2010년도)』, 정책연구 11-07.

정보통신정책연구원(2017),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2016년도)』, 정책연구 16-17.

 

  1. 정보통신정책연구원(2017),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2016년도)』, 정책연구 16-17, 493. [본문으로]

  2. 정보통신정책연구원(2011),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2010년도)』, 정책연구 11-07, 519-537. [본문으로]

  3. 이 법안의 취지와 그에 대한 반론으로 이병준(2008), 인터넷포털의 사회적 책임강화를 위한 입법(안)과 그 문제점, 『인터넷법률』, 44호, 34-42. [본문으로]

  4. 오세정 의원 대표발의안에서는 그 대상을 ‘시장점유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으로, 김성태 의원 대표발의안에서는 그 대상을 ‘다른 인터넷주소․정보 등의 검색 및 전자우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 서비스, 콘텐츠 등을 이용자에게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부가통신역무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전기통신사업’으로 정하였다. [본문으로]

저자 :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서강대학교 ICT 법경제연구소장/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