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자동차법 시행의 의미와 향후 과제

1. 들어가며

현대 사회에서 자동차는 교통수단의 지위를 넘어 개인의 삶의 방식과 취향까지 함축하는 일종의 생활 필수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19세기 말 내연기관이 탑재된 근대적 의미의 ‘탈 것’(vehicle)이 출현한 이래 1 시장에 상용화된 자동차는 사람의 운행 조작을 당연한 전제로 삼아왔으나 사실 사람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자동차 2 ’의 역사는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7년 일본 쓰쿠바 기계공학 연구소는 비록 최고 속도는 시속 30㎞에 불과했지만 사람의 조작이 없는 진정한 의미의 최초의 자율주행자동차를 제작했고, 1986년 독일의 뮌헨연방대학 연구진은 기존 자동차에 카메라와 센서를 부착해 최고시속 100㎞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 3를 제작했다. 그러나 자율주행자동차가 이론적, 실험적 단계를 넘어 오늘날과 같이 현대 사회의 핵심 기술이자 산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과 전통적인 자동차 기술이 본격적으로 융합되기 시작한 2010년대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41% 성장해 2035년에는 1조 120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며, 이 중 레벨 4 이상의 4 완전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이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5 세계 각국은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등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사정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전통적인 자동차 및 도로 교통 관련 법제는 인간의 적극적인 운행 통제를 대전제로 삼고 있어 ‘자율주행’의 개념과는 근본적으로 상충한다. 따라서 자율주행자동차 정책의 추진 및 관련 시장의 활성화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제도의 정비가 다른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자율주행자동차와 관련된 현행 법 제도는 「자동차관리법」,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하 ‘자동차손배법’) 및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자율주행자동차법’)의 3법에 분산돼 있다. 본고에서는 이 중 2019년 4월 30일 제정돼 2020년 5월 1일자로 시행 중인 자율주행자동차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향후 법제도 개선 과제를 간략히 제시함으로써 향후 자율주행자동차 법제에 관한 논의의 단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2. 자율주행자동차법의 주요 내용

가. 제정 배경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자동차관리법이나 자동차손배법과 달리 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한 사항만을 독립적으로 규정한 특별법이다. 위 법이 제정되기 전인 2019년 당시 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한 실정법상 규정은 자동차관리법상의 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한 정의(제2조 제1호의3) 및 자율주행자동차 임시운행허가(제27조 제1항 단서), 단 2개 조문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 제도로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및 시장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자율주행자동차 연구ㆍ시범 운행 및 상용화를 뒷받침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발을 촉진하고 운행 기반을 조성하려는 취지에서 자율주행자동차법이 제정됐다.

나. 법의 기본 성격: ‘규제 특례법’

자율주행자동차법을 이해하면서 무엇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위 법률은 제명이나 목적 규정(제1조)과 달리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시장 및 기술 등을 전반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이 아니라 ‘자율주행자동차 시범 운행지구’(제2조 제1항 제5호. 이하 ‘시범 운행지구’)라는 특정 지역(area)에서의 자율주행자동차의 연구 및 시범 운행에 필요한 ‘규제 특례’를 규정한 법률이라는 점이다. 이는 자율주행자동차법 제3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이 법은 시범 운행지구에서의 규제 특례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그리고 후술하듯이 자율주행자동차법의 상당 부분이 시범 운행지구에서의 규제 특례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규정한 조문이라는 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다. 자율주행자동차 정책의 수립 및 추진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율주행자동차의 도입ㆍ확산과 자율주행 기반 교통물류체계의 발전을 위하여 5년 단위로 ‘자율주행 교통물류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며(제4조 제1항), 기본계획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ㆍ시행할 재량이 있다(제4조 제3항). 다른 법률에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기본계획에 관한 규정이 없음으로, 위 기본계획은 사실상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자동차 기본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계획의 수립ㆍ시행 외에도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율주행자동차 정책의 수립 및 추진과 관련해 정밀도로 지도의 구축 및 갱신(제22조), 기관 및 사업자 등에 대한 행정적ㆍ기술적 지원(제23조), 기술개발 지원(제24조), 전문 인력 양성(제25조) 등을 할 수 있다.

라. 시범 운행지구의 지정ㆍ운영 및 관리

시범 운행지구는 자율주행자동차법에서 규정한 각종 규제 특례가 적용되는 지역이다. 시범 운행지구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시ㆍ도지사의 신청을 받아 ‘자율주행자동차 시범 운행지구 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지정한다(제7조). 위원회는 시범 운행지구에 관한 정책 및 중요 사항의 심의ㆍ의결하기 위한 민ㆍ관 합동 기구로서 국토교통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된다(제16조). 시범운행지구의 관리는 해당 지구 관할 시ㆍ도지사가 담당한다(제8조, 제18조). 지난해 11월 20일 6개 시ㆍ도가 [표 1]과 같이 시범 운행지구로 지정됐다.

[표 1] 시범 운행지구 지정현황(2021. 2. 기준) 6

마. 규제 특례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시범 운행지구 내에서 자율주행자동차를 활용한 여객ㆍ화물의 유상운송, 자동차 안전기준 등에 관하여 기존 법률상의 규제를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8조 내지 제13조). 이는 ‘규제샌드박스 5법’7에서 규정한 임시허가 또는 실증 특례와 달리 특례 적용 대상 규제를 법률에 한정적으로 열거한 방식으로 소위 ‘메뉴판식 규제 특례’에 해당한다. 8 구체적으로는 [표 2]와 같다.

[표 2] 자율주행자동차법상 규제특례 제도 현황

한편, 위 규제 특례 규정과 별도로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자율주행자동차를 운행하는 과정에서 수립한 개인정보를 익명 처리해 활용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 보호법」 및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위치정보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20조). 그러나 2020년 8월 5일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의 시행으로 익명정보는 더 이상 개인정보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음으로(제58조의2), 현재 위 규정은 위치정보법에 한해서만 유의미하다고 하겠다.

바. 안전구간의 지정

시범 운행지구와 별도로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동차전용도로 중 안전하게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자율주행 안전구간’(이하 ‘안전구간’)을 지정할 수 있다(제6조). 최초 법률안 입안 당시에는 현재와 달리 안전구간에서 자율주행시스템을 통해 운행하는 경우 운전자에게 도로교통법상의 휴대용 전화 및 영상표시장치 조작 금지 의무를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즉 안전구간으로 지정된 도로의 영역에서는 운전자가 자율주행에 따른 편의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안전구간에 관한 본래 입법 취지였다. 9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도로교통법상의 특례에 관한 부분이 삭제됐으며, 현행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안전구간의 ‘지정’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지정에 따른 ‘효과’에 관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하위 법령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안전구간은 시범운행지구와 달리 현행 자율주행자동차법 체계에서 실천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10

3. 자율주행자동차법의 향후 과제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한 사항만을 독립적으로 규정한 국내 최초의 단일 법률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2.항에서 살펴보았듯이 자율주행자동차법은 그 제명(‘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달리 사실상 ‘시범 운행지구’라는 특정 지역에서의 자율주행자동차 운행에 관한 ‘규제특례법’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물론 자율주행자동차법안 논의 당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시범 운행지구라는 한정된 지역이 아닌 국토 전 영역에서의 자율주행자동차 운행을 규율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으로 생각되며, 일단 법률을 제정하고 난 후 차후 개정을 통하여 자율주행자동차법의 규율 대상 및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것도 충분히 채택할 수 있는 입법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률의 제명은 사회 평균적인 일반인의 기준에서 그 내용이 무엇인지 대강을 짐작할 수 있도록 그 규율 대상 및 범위와 부합되는 방향으로 정해져야 할 것인바, 이런 측면에서 자율주행자동차법이라는 제명이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률의 제명과 같은 형식적 측면을 떠나 내용적 측면에서 볼 때 자율주행자동차법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11

첫째, 자율주행자동차와 관련해 지금까지 논의됐던 핵심적인 법적 쟁점들 –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의 손해배상책임, 자율주행자동차의 보안(security) 등 – 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전자에 관하여는 자동차손배법에서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 부착의 의무화(제39조의17) 및 자율주행자동차사고조사위원회의 설치(제39조의14)와 같은 규정을 일부 두고 있으나, 위 규정들을 자동차손배법에 두는 것이 수범자 입장에서 적절한지,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에 관하여 기존 자동차손배법상의 배상책임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관한 논의 및 이를 반영한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행히 후자에 관해서는 자율주행자동차의 보안과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한 인증(certification)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자율주행자동차법 개정안이 올해 1월 발의되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바, 12 위 개정안의 입법을 통해 보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둘째, 현행 규제샌드박스법률과의 정합성 문제이다. 현행 자율주행자동차법은 법률에 명시된 사항에 한정해 규제특례가 적용될 수 있는 ‘메뉴판식 규제 특례’ 체계이므로, 이를 반대해석하면 현행 자율주행자동차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사항에 관해 자율주행자동차 사업자 등이 규제특례를 받기 위해서는 다른 법률의 임시허가나 실증특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절차적으로 매우 번잡할 뿐 아니라 다른 법률에 따른 임시허가나 실증특례를 받을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음으로 수범자의 법적 안정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한편 수범자 입장에서는 굳이 자율주행자동차법상의 규제특례를 적용받지 않더라도 다른 규제샌드박스 법률 – 특히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특구법 – 의 절차를 거쳐 자율주행자동차에 필요한 규제 특례를 적용받으면 충분할 수 있고, 이 점에서 자율주행자동차법의 입법 취지가 몰각될 위험 또한 존재한다. 향후 자율주행자동차법의 개정 시 규제샌드박스법률과의 관계를 충분히 고려해 적절한 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4. 마치며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은 단지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운전자 중심의 기존 교통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넘어 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상당한 수준의 변화를 초래하는 문제이다. 20세기 교통선진국은 자동차의 도입을 선도한 국가들이었지만, 21세기 교통선진국은 자율주행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첨단 교통 시스템을 구축한 국가가 될 것이다. 13 자율주행 시대를 견인함과 동시에 자율주행자동차의 도입에 따른 혼란이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탄탄한 법제도가 조속히 갖춰져야 할 것이다.

  1.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최초의 자동차는 1985년 독일의 칼 벤츠(Karl Benz. Mercedes Benz社의 창립자인 바로 그 벤츠이다)가 발명한 모토바겐(Motorwagen)이다. [본문으로]
  2.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념에 관하여 일의적인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우나,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율주행자동차를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로 규범적으로 정의하고 있음으로(제2조 제1의3호), 이하 본고에서는 위 정의를 사용한다. [본문으로]
  3. 로봇신문(2015. 3. 29.), “자율주행자동차의 역사”, http://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621 (최종접근일: 2021. 2. 16.) [본문으로]
  4. 본고에서 사용하는 자율주행자동차의 레벨 구분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미국 자동차기술협회(SAE) 기준을 따른다. [본문으로]
  5. 손가녕(2020), 「미래차 국ㆍ내외 시장 동향」, 정보통신방송정책 제32권 제3호, 27쪽. [본문으로]
  6.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자율주행 교통ㆍ물류 서비스, 우리 일상으로 ‘성큼’”, 2020. 11. 20, 3쪽. [본문으로]
  7. 「행정규제기본법」,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 특례법」(이하 ‘지역특구법’),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산업융합 촉진법」,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을 말한다. [본문으로]
  8. ‘메뉴판식 규제특례’란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된 규제특례에 한정하여 신청자의 선택에 따라 해당 규제특례만이 적용됨을 비유한 용어이다. 최호성/김정대(2019), “규제자유특구와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비교 연구”, 「디지털융복합연구」 제17권 제2호, 33쪽. [본문으로]
  9.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촉진 및 상용화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안 검토보고(의안번호 제16080호)”, 2018. 11, 18쪽. 당초 원안에는 제6조와 함께 제7조(휴대용 전화 및 영상표시 조작 등)이 규정돼 있었으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제7조가 삭제됐다. [본문으로]
  10. 자율주행자동차법 시행규칙은 안전구간의 지정 사실을 관보에 고시하고 국토교통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제5조 제4항), 2021. 2. 기준으로 안전구간으로 지정된 구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11. 본고의 지면 제약으로 이에 관한 상세한 논의나 검토는 하지 않으며, 후속 연구 과제로 남겨둔다. [본문으로]
  12.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105299호). [본문으로]
  13. 국회입법조사처(2017),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국내외 입법ㆍ정책 동향과 과제”, NARS 현안보고서 제314호, 61쪽. [본문으로]
저자 : 이해원

국립목포대학교 법학과 교수 / 법학박사, 변호사(Korean Bar) / KISO저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