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혐오발언의 규율에 관한 유럽의 행동기준 및 KISO 정책규정에 대하여
1. 인터넷을 매개로 한 혐오발언1
인터넷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이 각자가 지니는 의사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표현된 의사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상당부분 사회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혐오발언(Hate Speech)은 일반적 의사표현과 구별되는 특이한 속성을 지니는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혐오발언’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특정 개인 또는 특정 집단에 반한 – 특히 이들을 대상으로 과소평가나 비방으로 이어지는 – 혐오의 언어적 인상을 담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의 발달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의사를 언어의 수단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키웠고 앞으로 이는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러한 상황은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온라인에 게시되는 글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고 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댓글의 형태로 익명 또는 필명으로 게재하고, 이에 대해 또 다른 댓글들이 게재되는 등의 일련의 과정들은 이미 혐오발언의 문제점을 상당부분 드러내고 있다. 온라인 혐오발언이 과거에는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는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많이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혐오발언 또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질적으로 혐오발언의 속성을 근간으로 하여 발생피해를 구제하고자 하는 법적 논의들이 체계화되지 못한 까닭에, 현실적으로 발생된 피해는 결국 피해를 입은 개인이나 집단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개인이나 집단이 지니는 의사표현의 권리는 생각 내지 사고, 양심, 종교의 자유 또는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등과 같은 다른 권리들과 함께 재인식될 필요성이 있는 또는 재인식되어야 하는 상황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2. 유럽연합과 IT 회사들 간 온라인 혐오발언의 규율을 위한 행동기준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다양한 매체들과 함께 온라인에서 혐오발언을 차단하기 위한 활동을 수행해 왔다. 2015년 10월 유럽연합(European Union)의 ‘관용과 존중: 유럽에서 반유대주의 혐오와 반이슬람 혐오의 예방 및 해결(Tolerance and respect: preventing and combating Antisemitic and anti-Muslim hatred in Europe)’을 위한 콜로키움에서, 유럽위원회는 폭력과 혐오를 유포하는 불법적인 온라인 혐오발언을 차단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을 찾기 위해 유럽연합 회원국과 시민사회(Civil Society)의 협력 하에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2, 트위터 및 유튜브(이하 IT 회사들)와 의견을 나누었다. 최근 발생되고 있는 테러공격과 테러 가해집단이 젊은 계층을 선동하기 위해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사용하고 있는 점은 유럽에서 긴급한 현안이다. 유럽위원회는 2015년 12월 유럽연합 인터넷 포럼(EU Internet Forum)을 창설하여 테러집단들이 온라인상에서 테러를 지시하고 선동하는 행위들로부터 공공을 보호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과 IT 회사들은 온라인상에서 형성되는 불법적 혐오발언들이 피해대상인 개인 또는 집단에게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자유, 관용 그리고 비차별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정의, 소비자, 성평등을 위한 유럽연합 집행위원(EU Commissioner for Justice, Consumers and Gender Equality)’ 베라 조로바(Vĕra Jourová)는 최근 테러공격들은 불법적인 온라인 혐오발언에 관한 대응책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소셜미디어는 테러 가해집단들이 폭력과 혐오를 퍼뜨리기 위하여 젊은 세대와 인종주의자들을 과격하게 만드는데 사용되는 도구 중의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베라 조로바(Vĕra Jourová)는 세계의 IT 회사들이 불법적 혐오발언을 근절하기 위해 적어도 24시간 내에 해당 발언이 삭제될 수 있도록 하는 또는 필요하다면 특정 내용이 실행되지 못하도록 하는 적절한 통지장치를 마련하여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이에 ‘트위터의 유럽을 위한 공공정책 책임자(Twitter’s Head of Public Policy for Europe)’인 카렌 화이트(Karen White)는 혐오적인 행위는 트위터 상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면서, 표현의 자유는 폭력과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들과 명확하게 구별된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페이스북의 글로벌 정책관리 책임자(Head of Global Policy Management at Facebook)인 모니카 빅커트(Monika Bickert)도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에는 혐오발언을 위한 어떠한 공간도 존재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소비자 서비스(Microsoft-hosted consumer services)는 폭력과 혐오발언의 조장행위를 금지하고, 지속적으로 사용자에게 관련 정책들을 표할 것이라고 하였다.3
이러한 노력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2016년 5월 31일 유럽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유럽연합과 IT 회사들은 불법적인 혐오발언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의무들을 포함하는 ‘온라인상 불법적 혐오발언에 대항하기 위한 행동기준(Code of Conduct on Countering Illegal Hate Speech Online, 이하 행동기준)’을 마련하였다.4 행동기준에 따라 IT 회사들은 유럽연합과 유럽회원국을 원조하며 온라인상에서 불법적인 혐오발언이 유포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더불어 다른 소셜미디어들과 공동책임을 가지고 인터넷 세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뒷받침하고자 한다.
해당 행동지침을 바탕으로 IT 회사들이 불법적 혐오발언을 근절하기 위해 적어도 24시간 내에 해당 발언이 삭제될 수 있도록 하는 또는 필요하다면 특정 내용이 실행되지 못하도록 하는 적절한 통지장치를 갖추기 위해 내부 절차는 물론 직원교육과 관련된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가게 된다. IT 회사들과 유럽위원회는 독자적인 대응계획, 새로운 아이디어, 전략 등을 수립하고 (혐오에 관한) 비판적 사고를 높이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그들의 과업을 수행한다. IT 회사들은 행동지침을 기준으로 삼아 다른 인터넷 회사들과 매체들 그리고 소셜미디어 회사들(Social Media Companies)과 협력을 강화하여 최선의 경험들을 공유하고자 하는 한편, 자신들의 활동을 안내하고자 하는 점을 목표를 정하고 있다.
특히 행동지침을 통해 IT 회사들은 불법적 혐오발언과 관련한 통지들(Notifications)을 확보하기 위한 명확하고 효과적인 절차들을 마련함으로써, 혐오발언이 삭제되고 필요하다면 실행되지 않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IT 회사들은 폭력과 혐오의 실행을 조장하는 행위들을 금지하기 위한 규정 또는 공동체 가이드라인(Community Guideline)을 마련하여야 한다. IT 회사들은 해당 규정과 공동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허가되지 않는 유형들에 대해 이용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IT 회사들은 회원국 담당자와 IT 회사들 사이에 빠르고 효과적인 의사전달을 위해 통지의 획득절차에 관한 – 특히 불법적인 혐오발언의 실행차단 또는 제거에 관한 통지에 관한 –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해당 정보는 IT 회사들과 회원국 사이에서 구축한 내부연락망을 통해 전달되고, 이는 회원국들 특히 그들의 사법기관이 온라인상 불법적 혐오발언을 용인하는 매체들을 인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된다. IT 회사들은 질 높은 통지를 위해 시민사회기구 협력자들(Civil Society Organization Partners)의 대표 네트워크 및 모든 회원국 내에 ‘신뢰된 보고자들(Trusted Reporters)’과의 협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회원국들과 유럽위원회의 원조를 받게 된다. IT 회사들은 최근의 사회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들을 정기적으로 훈련하여야 한다.
유럽위원회와 IT 회사들은 행동지침의 수행에 관한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2016년 말까지 이에 관한 예비적 평가를 진행한다.
3. 온라인 혐오발언과 관련된 피해방지 노력: KISO 정책규정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마련한 정책규정(이하 KISO 정책규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인터넷을 자유로이 이용하도록 함과 동시에 바람직한 인터넷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5 KISO 정책규정은 ‘KISO의 회원사가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정보통신서비스)의 게시물 또는 검색어로 인한 이용자 피해예방 및 구제를 위해 각 회원사가 지켜야 할 게시물 또는 검색어에 대한 처리기준 등을 정함으로써 사상과 표현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소통 공간으로서 인터넷의 자유로운 이용과 바람직한 인터넷문화의 조성에 기여’하고자 한다(제1조).
특히 KISO 정책규정 제5장은 ‘차별적 표현 완화 등을 위한 특별 정책’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인터넷은 사상과 표현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자유로운 소통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 각 회원사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의 비판적 표현을 자유롭게 허용하여야 하고 그 표현이 사회갈등을 야기하는 측면이 존재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제한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제20조). KISO 정책규정은 예외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을 제한 없이 허용한다면 사회적 의사소통의 합리성이 저해되고 다양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는 측면에서, 회원사에게 온라인 공간에서의 차별적 표현 완화를 위한 기준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즉, 정책규정 제21조는 “회원사는 지역·장애·인종·출신국가·성별·나이·직업 등으로 구별되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방식을 사용하여 해당 집단이나 그 구성원들에게 굴욕감이나 불이익을 현저하게 초래하는 게시물이 유통되고 있음을 신고 등을 통해 알게 된 경우 이를 해당 집단이나 그 구성원들에 대한 차별적 표현으로 보아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때 공인의 공적업무와 관련된 게시물에 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KISO 정책규정이 차별적 표현 완화 등을 위한 특별 정책을 명시하면서 원칙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개인의 사상과 표현의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하고 개인이나 집단 사이의 비판적 표현을 자유롭게 허용하면서 이것이 사회갈등을 초래하더라도 무조건적 제한이 가해지지 않도록 하는 점은, 인터넷을 매개로 하는 의사소통에 있어 이용자 간의 표현의 자유를 우선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전제로 하여, 인터넷을 통해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모욕적 내지 혐오적 표현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발생 가능한 혐오발언의 피해에 대처하고자 하는 예방적 측면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혐오발언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하기는 하지만 피해 대상이나 대상군을 사전에 명확히 확정하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 정책규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방식’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점, ‘구성원들에게 굴욕감이나 불이익을 현저하게 초래하는 게시물’을 판단하는데 있어 당사자의 주관적 감정을 어떠한 기준으로 다룰 것인지, 차별적 표현을 누가 판단하고 어떻게 한정할 수 있을지 그리고 차별적 표현이라고 인정되는 내용들의 삭제를 위해 누가 해당 권한을 가지고 누구에게 삭제의무를 부과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서는 보다 확장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4. 맺음말
유럽에서의 논의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불법적 혐오발언의 확산을 방지하고 예방하기 위해 인터넷 환경에서 요구되는 적절한 법적 근거와 절차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 발생되는 혐오발언의 규율은 유효한 법규정을 근거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법적 수단뿐만 아니라 혐오발언들이 온라인상에서 공개되어 유포되고 있음을 신속하게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절차적 수단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소셜미디어와 같이 의사소통의 장이 되는 매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시의 적절하게 온라인에서 공개되어 유포되고 있는 혐오발언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는 통지시스템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럽연합과 IT 회사들 사이에 마련된 행동기준은 서로의 협력을 통해 통지시스템을 기반으로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혐오발언을 저지하고 관련 피해를 방지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다만 온라인 혐오발언의 규율을 위한 통지시스템은 특정 의사표현이 혐오발언에 해당된다는 점을 밝히기 위한 입증과정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고려하여 유럽연합과 IT 회사들이 행동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것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한국형 ‘통지-입증 시스템’ 구축 논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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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정념 (2016), 온라인 혐오표현과 의사표현의 자유 – 유럽인권재판소의 최근 판결을 중심으로,『저스티스』제153권, 37-56면.
이정념 (2015), 혐오범죄의 개념과 그 속성, 입법적 고려사항 : 독일의 최근 입법논의를 중심으로, 『경찰법연구』제13권 제1호, 165-187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정책규정 (2014). Available. http://www.kiso.or.kr/정책위원회/정책규정
European Commission (2016), European Commission and IT Companies announce Code of Conduct on illegal online hate speech, 31 May 2016. Available. http://europa.eu/rapid/press-release_IP-16-1937_en.htm
Jörg Meibauer (2013), Hassrede – Von der Sprache zur Politik, in: Hassrede/Hate Speech – Interdisziplinäre Beiträge zu einer aktuellen Diskussion, Jörg Meibauer (Hg.), Gießener Elektronische Bibliothek.
<각주>
- 해당 내용은 이정념, 온라인 혐오표현과 의사표현의 자유 – 유럽인권재판소의 최근 판결을 중심으로, 저스티스 통권 제153권, 2016, 37-56면의 내용 중 일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본문으로]
-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소비자 서비스들을 총칭함. [본문으로]
- European Commission, European Commission and IT Companies announce Code of Conduct on illegal online hate speech, 31 May 2016 (http://europa.eu/rapid/press-release_IP-16-1937_en.htm 최종확인: 2016년 9월 10일). [본문으로]
- 이하에서 설명하는 행동기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European Commission, European Commission and IT Companies announce Code of Conduct on illegal online hate speech, 31 May 2016 참조 (http://europa.eu/rapid/press-release_IP-16-1937_en.htm 최종확인: 2016년 9월 10일). [본문으로]
-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정책규정(2014)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조하기 바란다. http://www.kiso.or.kr/정책위원회/정책규정 (최종확인: 2016년 9월 10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