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제22조의5: 온라인 음란물 유통과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 책임
1. 들어가며
지난 6월 1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마련하여 공고하였다. 이 개정안은 이용자 피해구제를 위한 ‘동의의결제’ 도입 및 과징금 감경사유 추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특히 이 개정안에서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주목할 만한 조항은 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정보 유통방지의무에 대해 신설이 제안된 제22조의5이다.
제22조의5(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정보 유통방지) 제22조제1항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을 신고한 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제1항 제1호에 따른 불법정보가 유통되는 사정을 명백히 인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를 삭제 또는 그 유통을 차단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제22조의5가 유통을 방지하려는 불법정보란 무엇일까. 본 조항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불법정보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1호에 따른 불법정보”로서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의미한다. 즉 제22조의5는 음란한 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해 마련된 법조항이다. 따라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제9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른 불법정보, 즉 명예훼손적 정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정보 등은 제22조의5의 적용대상이 아니다.이 조항을 위반하여 불법정보를 삭제하지 않거나 유통을 차단하지 않은 자에게는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동법 개정안 제104조 제3항 제1호의2).
이 조항은 온라인에서 음란물이 넘쳐나는 현실을 감안하여 부가통신사업자에게 그 책임을 물어 음란물 유통을 막겠다는 강력한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온라인 음란동영상뿐만 아니라 선정적인 개인 인터넷방송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러한 개정안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과연 개정안이 통과되어 시행될 경우 문제점은 없는지 이하 본문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2. 개정안의 내용과 문제점
1) 불법정보의 개념 및 문제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제22조의5의 입법 목적은 음란한 정보의 유통에 대해 부가통신사업자가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란한 정보란 도대체 무엇일까. 온라인 성인동영상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지만 실은 음란물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다음 판례를 살펴보면 온라인 음란물 판단의 어려움을 이해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2004년 모 동영상콘텐츠제공업체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및 야후와 동영상 제공계약을 맺고 각 포털업체의 VOD관에 성인물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해당 성인물은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심의를 거쳐 18세 관람가로 등급분류를 받은 것이었으므로 콘텐츠제공업체와 포털업체 측은 온라인 상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각 업체의 대표들은 정보통신망법상의 음란물 유포죄로 기소되었다.
동영상콘텐츠제공업체 대표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등위의 음란성 판단은 최종적, 궁극적 판단은 아니며 음란성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법부의 몫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영등위가 18세 관람가로 등급분류를 했더라도 법원은 해당 동영상에 대해 음란물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그 결과 벌금 700만원의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1 항소심 법원도 마찬가지로 유죄판결을 내렸다.2 그러나 2008년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 하였다.3 음란성의 판단기준에 대해 대법원은 기존의 음란 개념인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볼 때 단순히 저속, 문란한 정도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할 정도로 노골적인 표현이나 묘사를 한 것이어야만 음란물이라고 판단기준을 더 구체화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음란물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판단기준에 비추어볼 때 해당 동영상은 ‘저속’하고 ‘문란’하기는 하나 형사법상 규제 대상으로 삼을 만큼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노골적인 음란 표현물은 아니라고 대법원은 판결하였다. 또한 비디오물을 그대로 옮겨 제작한 온라인 동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제공한 경우 오프라인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온라인상의 음란 여부를 판단해서는 아니 된다고 대법원은 판시하였다.
다른 피고인이었던 포털사이트 대표 및 실무자에 대한 1심 판결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도 해당 동영상을 음란물이라고 판단하였으며, 포털업체가 ‘이 사건 영상물의 배포로 인해 정보통신망의 건전성과 안전성이 침해되는 것을 인식하기 어렵지 않아 보인다’면서 벌금 800만원의 유죄판결을 내렸다.4 그러나 콘텐츠제공업체 대표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판결이 내려진 후, 포털 관련자를 상대로 한 항소심판결에서는 포털 대표와 실무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다.5 그 논지는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해당 동영상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정도는 아니므로 음란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즉 문제가 된 동영상이 음란물이 아니므로 이를 유통한 포털사업자도 무죄라는 결론이었으며, 항소심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 사안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우선 ‘음란물’을 판단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수위의 성인 동영상이 음란물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해 영등위와 법원의 판단이 달랐으며, 법원 내에서조차도 심급별 판단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부가통신사업자가 어떤 동영상을 음란물이라고 판단하여 이를 삭제하거나 유통을 차단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부가통신사업자는 제22조의5 위반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음란물이라고 판단될 여지가 있는 성인물을 과다하게 삭제하거나 차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저속’하거나 ‘문란’한 정도일 뿐이지 음란물에는 해당하지 않는 동영상까지 인터넷에서 삭제되어 성인들의 알권리가 침해될 수도 있으며 영상물 제작자의 표현의 자유도 과다하게 제한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2) 다른 구성요건상의 문제점
제22조의5는 ‘부가통신사업자’를 처벌하기 위한 구성요건으로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불법정보가 유통되는 사정을 명백히 인식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부가통신사업자 목록을 살펴보면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대형 포털사이트 외에도 제약회사, 마트, 영농법인 등 다양한 종류와 규모의 사업자가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법률조항 상으로는 이러한 사업자들도 자신의 홈페이지나 웹사이트에 음란물이 게재되었을 경우 이를 삭제 및 차단할 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유명한 외국 인터넷사업자들은 국내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제22조의5는 국외 인터넷사업자는 규율대상으로 삼지 않는 반면, 국내 부가통신사업자에게는 음란물 차단에 대한 부담이 과도하게 지워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정보의 유통을 “명백히 인식한 경우”라는 것은 어떠한 경우를 뜻하는 것인가.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 자신의 웹사이트나 홈페이지의 내용을 일일이 점검하고 음란물을 삭제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 경우 하루 수십만, 수백만 건씩 올라오는 게시물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음란물을 삭제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를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 부가통신사업자가 음란물의 존재를 ‘명백히 인식’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는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앞서 소개한 네이버, 야후 성인동영상 판례에서는 포털 사업자가 콘텐츠제공업체와 성인물 제공계약을 맺었고 VOD관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이러한 성인물을 제공했으므로 위법가능성이 있는 정보의 유통을 ‘명백히 인식’한 경우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이용자들이 자신의 블로그나 게시판 또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음란물을 공유하거나 유포한 경우 부가통신사업자가 이러한 음란물의 유통을 ‘명백히 인식’했는지 여부는 어떻게 판단되어야 할 것인가. 아마도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를 통해 음란물이 유포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명백히 인식’한 경우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 음란물 유통과 관련된 법적 책임은 최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아청법 제17조 제1항은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발견된 음란물을 삭제하고 전송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1항 단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이러한 음란물 발견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거나 전송을 방지 내지 중단시키려 하였으나 ‘기술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아청법 시행령 제3조 제2항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판단이 어려운 온라인 자료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조항에 근거하여 지난해 11월 검찰은 카카오 서비스를 통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 배포되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카카오 대표를 기소하였다. 담당재판부는 지난 8월 직권으로 아청법 제17조 제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기타 관련 법령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3. 맺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42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정기회의록6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온라인 음란물 특히 ‘실시간 음란 인터넷방송’을 대상으로 한 심의가 있었고, 음란 인터넷방송을 내보냈다가 적발된 인터넷업체대표와 속칭 ‘벗방’을 보여준 BJ(Broadcasting Jockey의 약어)가 출석하였다. 출석한 인터넷업체대표는 자신이 매개하는 온라인 콘텐츠의 60~70%가 음란물이라는 사실은 자인하였으나, 자신은 음란 콘텐츠에 대해 경고 및 정지, 종료 등을 시도했으나 그 효과가 없는 것뿐이라고 항변하였다. 그러나 성인 콘텐츠를 수익모델로 삼은 이러한 인터넷업체의 자발적 규제나 모니터링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불법적인 콘텐츠를 내보내는 인터넷사업자에 대해 실효성 있는 규제는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가 신설되더라도 그에 따른 규제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음란물 여부의 판단 및 음란물 유통에 대한 인식 여부에 대한 법해석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또한 온라인 음란물은 정보통신망법, 아청법, 성매매처벌법 등에 의해서도 규제될 수 있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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