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저작권 분쟁 동향
유튜브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저작권 침해로 분쟁에 휘말리고 있는데 관련 소송은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는 1심에서 유튜브에 대한 사전 필터링 의무가 인정되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이탈리아에서 침해 게시물 삭제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고전해 온 유튜브에 지난 5월 29일 프랑스 파리 민사법원의 결정은 고무적인 결과였다. 파리 민사법원은 프랑스 민영 TF1 TV가 유튜브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소 기각 결정을 내린바 있다. TF1은 2008년 해당 사이트에서 자신이 권리를 보유한 방송 프로그램이 불법 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유튜브 및 유사 동영상 사이트인 데일리모션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었다. TF1은 이들 사이트에 저작권 직접침해를 주장했을 뿐 아니라 또한 불법 컨텐츠가 유통되지 않도록 사전 필터링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1천8백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주장했다. 파리 민사법원은 유튜브가 유럽법상 컨텐츠 유통 플랫폼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용자들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직접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방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게시중단시스템 도입 등 최소한의 의무이행 사실을 보아야 하는데 유튜브의 경우 이러한 최소한의 의무이행이 인정되어 방조책임이 없다고 확인했다. 법원은 특히 유튜브가 적용하고 있는 Content ID 등 권리보호 조치를 검토한 뒤 이러한 의무를 합당한 수준으로 이행하고 있는 점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법원은 사건을 기각하고 이례적으로 원고 측에 대해 1억 원 가까이 되는 유튜브의 변호사 비용을 배상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데일리모션에 대한 소송 역시 유사한 결론이 예상되며 판결은 9월에 예정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4월 5일, 제2순회 연방항소법원이 비아콤 등 방송사와, 미국 프로야구(MLB)가 각각 구글과 유튜브에 제기한 저작권침해 소송에서 1심 법원의 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재심의를 위해 사건 환송결정을 한 바 있다. 비아콤, 파라마운트 등 4개사는 저작권 침해를 사유로 2007년 3월, 구글과 유튜브에 대해 1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 제기했으며, MLB 등 역시 구글과 유튜브에 대해 해당 년도 5월, 동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었다. 두 건의 소송 모두 권리자 측은 유튜브가 이용자에 의한 저작권 침해를 방조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고 소송에서의 관건은 유튜브가 미국 저작권법 (DMCA)의 서비스 제공자 면책조항(Safe Harbor)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였다. 두 건의 관련 소송에서 2010년 6월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병합 판결로 구글과 유튜브 측의 “저작권 비침해 확인” 약식판결 (summary judgment) 요청을 모두 승인하며 유튜브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유튜브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DMCA상 서비스제공자의 면책요건인 소위 Notice and Takedown으로 불리는 게시중단 절차를 잘 이행하고 있어 서비스 제공자 면책 요건이 만족되므로 일체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특히, P2P와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제공의 서비스는 명백히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며 침해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비아콤 등과 MLB측 원고 모두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였으며 항소법원은 이번에 1심의 판결을 일부 파기 결정하게 된 것이었다.
DMCA의 Safe Harbor 면책 요건 상, 서비스 제공자가 “침해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있었던 경우는 면책이 부여되지 않는데, 항소법원은 해당 요건을 해석함에 있어 침해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던 정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특정침해 건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을 요구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단, 항소법원은 1심에서 드러난 사실관계에서 유튜브나 구글이 특정침해 건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약식판결이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소송을 진행하여 구체적인 인식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도록 사건을 1심으로 환송 결정을 내렸다. 1심 소송 진행 과정에서 이미 구글과 유튜브 측의 내부 이메일, 보고서 등이 공개된 바 있었으며 내부 담당자간 오간 이메일에서 유튜브 사이트 상에 침해 컨텐츠가 75∼80%를 차지하고 있는 점, 크레딧스위스의 감사 보고서 상 적법 컨텐츠는 10%에 불과한 점 등 언급된 내용이 확인되었으며 특히, MLB측에서 특정 침해 게시물에 대해 조치 요청을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었다. 항소법원은 위 사실만으로 ‘특정침해 건에 대한 구체적 인식’ 여부가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특히 게시중단 요청이 이미 된 바 있는 컨텐츠에 대해서 유튜브가 조치하지 않고 방치한 것인지, 해당 컨텐츠가 침해물로 특정된 본건 소송 대상 저작물 중 하나인지 여부 등이 확인되어야 할 것이라 판시했다.
이번 항소심의 결정이 유튜브가 DMCA의 면책요건을 만족하지 않는다거나 방조침해가 성립한다고 결정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 판단에 있어 중요 요소인 ‘침해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을 해석함에 있어서 단순히 사이트상에 침해 게시물이 빈번하게 올라가고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으며 특정침해 건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을 요한다고 하여 사업자 측면에서 유리한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구글과 유튜브 또한 이러한 점에 근거하여 해당 취지의 항소심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 이번 유튜브에 대한 항소심 결정은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인터넷 비디오 콘텐츠 공유 사이트인 Veoh에 대해 이용자 저작권 침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항소심 결과가 이미 작년 12월 내려진 바 있어 유튜브 역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면책이 인정될 것으로 예측되었던 것이다. Veoh 사건은 DMCA의 Safe Harbor 규정의 개별 면책요건에 대해 최초로 심도 있게 판단한 사례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2006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Veoh는 유튜브처럼 이용자들에게 웹사이트에서 비디오 공유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나, 침해물 업로드 금지에 대한 방침을 공지했고 자체적으로 필터링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6만개 이상의 동영상을 사전 삭제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니버셜 뮤직은 Veoh의 저작물 보호 방침이 지나치게 미약할 뿐 아니라, Veoh 측이 불법 복제물이 사이트를 통해 배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혹은 정황상 알고 있었어야 했다며 2007년 소송을 제기했다. 유니버셜은 Veoh에 대해 저작권 직접침해 및 침해 방조를 주장했다. (Veoh 시스템 상 이용자가 올리는 동영상이 플레쉬 형태의 파일로 재 복제 되는 점에 직접침해 주장).
2009년 9월, 1심 법원은 Veoh의 자체적인 필터링 시스템을 통한 침해물 차단 노력과 게시중단 절차를 통한 조치의 타당성을 인정하며 서비스 제공자 면책요건을 만족한다고 보아 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직접침해 역시 Safe Harbor 규정에 따라 면책이 가능하다 판단했다. (논란은 있으나 Safe Harbor 규정은 직접침해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니버셜은 항소심에서 Safe Harbor 요건 만족여부에 대해 아래와 같이 각각 반론을 제기하였으나 제9순회 연방항소법원은 1심법원의 판단을 인정하며 주장을 배척했다.
(1) 저장행위여부
유니버셜: “Veoh의 서비스 중 저장된 동영상을 스트리밍으로 이용자에 제공하는 행위는 스토리지 행위가 아니므로 게시판 유형 서비스 제공자 (by reason of the storage at the direction of a user) 로 볼 수 없음”
⇒항소법원은 게시판 유형 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가 주도한 저장행위에 대해 사업자에 면책을 부여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스트리밍 등 저장된 컨텐츠 접근·사용까지 확대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함
(2) 침해인식요건
유니버셜: “면책 요건 중 침해에 대한 인식이 없을 것이 요구되는 바, Veoh는 자체 필터링, 게시중단 요청 등을 통해 사이트상 침해 행위에 대해 일반적인 인식이 있었음”
⇒ 항소법원은 일반적인 인식이 아닌 특정 침해 동영상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요구되는 것으로 게시중단 요청을 받았다 하여 권리자의 관련된 모든 저작물을 검색, 필터링 할 의무는 없음을 분명히 함
(3) 금전적 이익과 관리권한
유니버셜: “침해행위를 통제할 권한과 능력이 있을 때 그 침해행위로부터 직접적인 금전적 이익을 얻지 아니할 것이 면책 요건중 하나. Veoh는 침해행위에 대한 통제권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그 행위로부터 직접적인 금전이익을 얻고 있음”
⇒ 침해행위에 대한 구체적 인식이 없는 상황에서 통제권한과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
한미 FTA의 결과로 인해 국내 저작권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제한 규정 역시 DMCA와 동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서비스 유형을 단순도관, 캐싱, 호스팅 (게시판유형), 정보검색의 네 가지로 나누고 각 유형별 면책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게시판유형에서의 ‘침해사실에 대한 구체적 인식’ 요소는 국내법에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침해를 실제로 알게 되거나… 복제, 전송의 중단요구 등을 통하여 침해가 명백하다는 사실 또는 정황을 알게 된 때…’로 보다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다. 단순한 침해 인식의 가능성으로 서비스제공자 면책이 부인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Veoh 및 유튜브 판결로 국내 규정 해석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Veoh 사건은 국내 저작권법 상의 ‘저장행위 여부’, ‘침해인식요건’, ‘금전적 이익과 관리권한’ 등 모호한 면책 요건의 해석에 있어 향후 참고가 될 수 있는 판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