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의 법적 함의와 전망

1. 들어가며

최근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핀테크, 미디어로 대표되는 지능정보사회의 핵심 플랫폼의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생태계 구축을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포털은 주로 검색, 이메일, 뉴스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최근에는 방송, 통신, 전자상거래는 물론 부동산, 교통, 음식, 숙박 등 전 산업영역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CP들은 통신사업자인 ISP의 네트워크를 이용하게 되어 있는데, CP들 특히, 글로벌 CP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망 이용대가 부담 주체, 적정규모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페이스북의 라우팅 임의 변경 등으로 인해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에 대한 규제요구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 보호에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2018년 구성된 방송통신위원회 제1기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는 인터넷 생태계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부당한 망 이용료 차별 및 망 이용료 협상 과정에서의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망 이용료 협상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협상 과정에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상의 원칙 및 절차를 규정한 소위 ‘망 이용료 협상 가이드라인’(가칭)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망 이용 관계에서 통신사의 불공정행위 뿐 아니라 CP의 불공정행위도 금지행위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법령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2019년 말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국회는 글로벌 CP의 국내 ISP 망이용 관계에 대해 전기통신사업 상 적절한 사전, 사후규제를 도입하는 법개정안을 발의했다.

2. 가이드라인의 법적 성격

행정부가 입법적인 기능을 행사하는 행정입법에는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이 있다. 법규명령이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는 위임명령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관해 발하는 집행명령으로 나누어지는데, 이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인 법규를 내용으로 한다. 행정규칙은 훈령·지시·고시, 지침 등의 형태를 가지며 법규의 성질을 지니지 않고 행정내부에 대해서만 효력을 가진다. 만약 가이드라인이 법규명령이나 행정규칙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법적 구속력을 지닐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가이드라인이란 행정기관이 일정한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준과 절차를 정한 규범으로 대부분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라고 할 수 있다. 행정지도란 행정기관이 행정객체에 대하여 권력적·법적 행위에 의하지 않고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규제·유도의 수단으로서 협력을 구하는 행정작용으로 이에 따르지 않더라도 의무불이행이 아니어서 제재가 따르지 않고 사실행위에 불과해 쟁송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다만, 행정지도로서 가이드라인의 경우에도 일정한 법적 행위에 대한 사실상의 세부적인 평가기준으로 역할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위법성 평가기준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 상호 간에 발생한 전기통신사업과 관련한 분쟁 중 당사자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거나 협의를 할 수 없는 경우 전기통신사업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裁定)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 때 방송통신위원회가 위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재정의 심사기준으로 원용할 수 있는 것이다.

3.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과 이슈

가이드라인은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원칙과 절차 등을 제공하여 인터넷망 이용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여 인터넷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안 제1조). 이 가이드라인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와 콘텐츠제공사업자 간,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와 콘텐츠전송네트워크사업자 간에 체결하는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적용된다(안 제3조)1.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 콘텐츠제공사업자, 콘텐츠전송네트워크 사업자(이하 “이용계약 당사자”라 한다)는 인터넷망 이용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1)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신의성실의 정신에 입각하여 협상한다. 2) 이용계약의 당사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상대 사업자의 거래상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다. 3) 계약의 규모, 내용 등이 유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을 비차별적으로 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안 제4조).

인터넷망 이용계약의 요청은 상호 신뢰를 도모하고 분쟁 발생시 효율적인 해결을 위하여 서면으로 함을 원칙으로 하며(안 제5조), 동 계약서는 1) 인터넷망 이용계약서는 계약 당사자 및 제3자가 쉽고,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하고, 2)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민원을 처리하기 위한 절차를 포함하고, 3) 전송용량, 이용기간 등 계약에 필요한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안 제6조). 만약 인터넷망 이용대가의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 그 사유를 함께 제시하여야 하며, 사유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 이용계약 당사자는 계약 상대방에게 이를 요청할 수 있고, 요청받은 상대방은 이에 응한다(안 제7조)

안 제8조는 3가지의 불공정행위 유형을 정하고 있다. 첫째, 이용계약 당사자는 상대방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계약을 요구하지 않는다2.

둘째, 이용계약 당사자는 본인이 체결한 다른 이용계약 조건과 비교하여 현저하게 불리한 인터넷망 이용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셋째, 이용계약 당사자는 합의사항 일체를 포함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이면계약을 요구하는 등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조건을 설정하지 않는다. 불공정행위 여부는 1) 인터넷망 구성 및 비용분담 구조, 2) 콘텐츠 경쟁력, 사업 전략 등 시장 상황, 3) 대량구매·장기구매 등에 의한 할인율, 4) 유사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제3의 이용계약이 있는 경우 그 대가 산정에서 고려한 요소와 산정방식 등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안 제9조).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는 다음 의무를 부담한다. 첫째,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터넷서비스 이용자와 인터넷망 이용계약을 체결한 콘텐츠제공사업자, 콘텐츠전송네트워크사업자(이하 ‘콘텐츠제공사업자 등’)에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설비의 설치‧운영과 관련하여 필요한 조치를 한다. 이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전에 콘텐츠제공사업자 등 계약상대방과 협의한다. 둘째,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는 인터넷망 이용계약의 변경 또는 종료에 따른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안 제10조). 콘텐츠제공사업자 등도 의무를 부담한다. 첫째, 콘텐츠제공사업자 등은 자신의 책임 하에 있는 인터넷 트래픽의 경로 변경, 트래픽 급증 등으로 인하여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에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둘째, 콘텐츠제공사업자 등은 인터넷망 이용계약의 변경 또는 종료에 따른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안 제11조).

CP 진영은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CP들이 이를 준수할지 의문이고 오히려 국내 CP들에 대한 또 다른 규제와 실효성 논란만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ISP측은 전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이 망 이용대가를 명시하지 않고 부분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또한 대형 CP에 한하여 품질유지 의무를 반영하고, 트래픽 경로 변경 등에 대한 단순 정보 제공만으로는 이용자 보호에 한계가 있으므로 사업자간 협의 의무 및 계약 변경 등에 대한 사전통보 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CP에 대해서는 ISP가 이용자 보호 및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트래픽 관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4. 나가며

ISP와 CP간에 망 이용관계에 관한 계약체결 시 서면작성 원칙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불공정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가이드를 제공하는 부분은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망 이용계약에 대한 불공정성에 대한 이슈를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ISP와 CP 모두에게 유용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CP에게도 트래픽 관리에 따른 이용자 보호책임을 부과한 점은 논쟁거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에 대해 ISP-CP가 BGP(Border Gateway Protocol)3  연동 중일 때는 라우팅 경로 등을 CP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경로 변경, 트래픽 급증 등에 통제권이 일정 수준 있다고 판단되며, 따라서 CP의 BGP 관련 정책에 따라 ISP의 네트워크 품질, 더 나아가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어서 CP가 ISP에 관련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최근 페이스북 판결에서 법원은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 접속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ISP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지, 원고와 같은 CP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보면서 CP가 ISP로 직접 전송되는 트래픽 양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의 ISP와 다른 ISP 사이, 최종 ISP와 이용자 사이에 연결돼 있는 인터넷망의 트래픽 양이나 응답속도 등을 관리․통제할 수는 없으므로, CP인 원고로서는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하여 서비스 품질이 ‘어느 정도까지‘ 저하될 것인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다만, 법원도 CP의 접속경로 변경 등으로 접속속도가 저하돼 전기통신서비스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명문의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입법 필요성을 강조한 점을 보면, CP의 망 품질 제어가능성은 인정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결국 동 가이드라인과 국회 입법은 그동안 망 이용자의 지위에 불과했던 CP들에게 트래픽 관리를 포함한 이용자 보호책임을 인정한다는 취지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망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콘텐츠 사업자인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 망 품질 유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 만약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서비스 품질 유지의무 부과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대상을 어느 범위(트래픽, 이용자 수 등)로 정할 것인지가 문제다. 한편 대형 CP의 경우 더 이상 단순한 부가통신사업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향후 기간통신사업, 부가통신사업이라는 전기통신사업 분류의 근본적 재검토의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할 것이다.

최근 ISP와 CP 간의 갈등 양상이 만만치 않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아직 성과가 미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소비자의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인터넷 이용, CP의 경쟁력 강화, 국내 사업자의 글로벌 CP와의 협상력 강화, ISP의 네트워크 투자라는 때로는 충돌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인터넷 생태계의 건전한 지속 발전이 가능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 김동희, 『행정법 I』, 박영사, 2017.
  • 방송통신위원회,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을 위한 가이드라인(안), 2019.12.
  • 서울행정법원, 2018구합64528 판결,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소송.
  •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결과 보고서, 2018.12.
  1.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란 콘텐츠 제공사업자 등이 인터넷을 통해 이용자에게 디지털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인터넷전용회선서비스 등 전송역무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 Content Provider)”란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3. “콘텐츠전송네트워크사업자(CDN: Content Delivery Network)”란 콘텐츠제공사업자의 디지털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의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콘텐츠 전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안 제2조) [본문으로]

  2.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 상대방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계약으로 볼 수 있다

    1.정당한 사유 없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특정 계약내용 만을 수용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

    2.상대방이 제시한 안에 대해 불합리한 사유를 들어 계약을 지연·거부하는 경우

    3.상대방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와의 인터넷망 이용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부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

    4.이용계약 당사자가 제3자와 공동으로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경우(안 제8조 제1항) [본문으로]

  3.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대규모 네트워크 간에 주로 사용되는 라우팅 프로토콜. [본문으로]

저자 :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