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의 위헌성
Ⅰ.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시행령(안)의 개정 이유와 주요 내용
1. 개정 이유
지난 2022년 10월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및 서비스 장애 사고를 계기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이 개정1 되면서, 통신재난 관리체계 수립·운영 대상 사업자에 일정 규모 이상의 주요 부가통신사업자 및 주요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데이터센터 사업자) 등이 새롭게 포함됨에 따라, 주요 부가통신사업자 및 주요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 등의 지정기준 설정 등 법률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시행령(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2. 주요 내용
(1) 주요 부가통신사업자, 주요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의 지정기준 설정
하루 평균 이용자 수 및 트래픽 양 비중을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와 전년도 매출액, 집적된 정보통신시설의 전산실 바닥면적 및 수전설비의 용량을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등을 “주요방송통신사업자”로 지정하는 기준을 마련하였다.
(2) 주요 부가통신사업자 및 주요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등에 대한 과징금 산정기준
Ⅱ. 관련 업계의 의견
1. 과징금 선정기준의 모호성
이번 개정안의 과징금 산정기준만으로는 피해가 예상되는 범위의 예측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행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은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을 이행하는 데 있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주요방송통신사업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과징금과 관련하여 개정안의 별표는 해당 시정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위반행위의 중대성 정도를 행위자인 기간통신사업자, 부가통신사업자, 집적정보통신시설사업자등에 따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부가통신사업자와 집적정보통신시설사업자등의 위반행위의 중대성 정도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이를 실제 적용할 때 해석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해당 사업자 소관 주요 방송통신서비스의 3분의 2 이상이 장애가 예상되는 경우”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취급하고 있는데,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방송재난관리와는 거리가 먼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영위하고 있음에도 일률적으로 서비스의 3분의 2 이상 장애가 있으면 가장 최상위의 과징금 부과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주요 방송통신서비스의 3분의 2 이상”의 의미가 부가통신사업자 소관 방송통신서비스 전체 개수의 3분의 2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한 개의 서비스 중 3분의 2 이상인지 불분명하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와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등의 위반행위의 중대성 정도를 고려할 때 공통적으로 ‘장애가 예상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어느 정도의 장애가 어느 정도 예상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자의적 해석과 적용이 우려된다.
2. 주요방송통신사업 지정 기준의 모호성
부가통신사업의 내용과 성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이용자 수와 트래픽 기준”만으로 주요방송통신사업을 지정하여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의 적용 대상으로 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방송통신의 공익성·공공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동법 제35조 제1항에 따르면 서비스 성격상 공익성·공공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자들만 ‘주요방송통신사업자’들로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정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라 ‘주요방송통신사업자’에 해당하게 될 부가통신사업자 역시 그 성격상 공익성·공공성과 관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의 공익성·공공성에 대한 판단 없이 오로지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만을 기준으로 법 적용 대상이 결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컨대 온라인 게임 서비스, 데이팅 앱 서비스, OTT 서비스 등은 이용자 수나 트래픽 양이 아무리 높아도 공익성·공공성을 갖는 서비스로 보기 어려울 수 있는데 개정안에 의하면 주요방송통신사업자에 해당할 수 있다.
공익성·공공성과는 무관한 부가통신사업자까지 ‘주요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는 것은 방송통신재난의 예방, 수습, 복구를 위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무리한 입법으로 보여 진다.
3. 해외 사업자와의 불균형 우려
본 개정안은 수범자를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매출액 등의 기준에 의해 제한하고 있으나, 이러한 방식으로 수범자를 제한하는 것은 해외 사업자와의 규제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야기 할 수 있다. 해외 사업자의 이용자 수, 트래픽 발생량에 대한 정보를 우리 정부가 제공받는 것이 곤란하여 실질적인 집행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기존 사례에 비추어보면 해외 사업자가 우리 정부의 요청에 매번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준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해외 사업자는 본 법안의 집행을 회피할 수 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며, 이에 따라 국내 사업자만이 의무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4. 글로벌 사업자의 의무이행 곤란성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른 ‘주요방송통신사업자’에는 ① 기간통신사업자, ② 지상파방송사업자, ③ 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포함되는바, 이들에 대해서는 각 「전기통신사업법」 및 「방송법」에 따라 외국인의 영업 내지 지분 소유가 제한되어 있지만2 , 개정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라 새롭게 ‘주요방송통신사업자’로 분류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이러한 외국인 지분 제한 등이 없으며, 실제로 여러 글로벌 사업자들이 직접 또는 국내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에서 부가통신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글로벌 사업자들이 국내외 계열사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전 세계적으로 일관된 서비스 제공과 관리를 위하여 글로벌 단위로 업무수행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우리나라 법에 따라 주요방송통신사업자로 지정된 글로벌 사업자가 법적 의무를 어떻게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Ⅲ. 법안에 대한 검토와 비판
1. 부가통신사업자를 주요방송통신사업자에 편입하는 것의 적정성 여부
개정 전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수립 대상 “주요방송통신사업자”에 ① 「전기통신사업법」 제6조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 ② 「방송법」 제2조 제3호 가목에 따른 지상파방송사업자, ③ 「방송법」 제2조 제3호 라목에 따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중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만을 포함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에서 트래픽 또는 이용자를 기준으로 일부 부가통신사업자를 주요방송통신사업자에 포함시켰다.
부가통신사업자를 주요방송통신사업자에 편입하는 것에 대한 적정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1조는 “이 법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대응하여 방송통신의 공익성ㆍ공공성을 보장하고, 방송통신의 진흥 및 방송통신의 기술기준ㆍ재난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과 방송통신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 법은 방송통신의 공익성ㆍ공공성 보장을 그 목적과 이념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사업자는 “방송통신의 공익성ㆍ공공성 보장” 의무를 지는 사업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간통신사업자, 지상파방송사업자, 종합편성PP, 보도PP만을 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 사업자의 공통점은 ① 특허사업자이며, ② 공공성이 강조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법 등에서 기간통신사업자는 ‘허가’를, 지상파방송사업자 역시 ‘허가’를, 종합편성PP와 보도PP는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록 ‘허가’와 ‘승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강학상 성질은 모두 ‘특허’로 해석된다. 왜냐하면 이들 사업에는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없고, 사실상의 배타적·독점적 사업권이 인정되고 있어서 ‘특허 사업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반면 부가통신사업자는 누구나 시장진입이 자유로운 ‘등록 사업자’인데, 이러한 등록 사업자에게 특허 사업자와 동일한 수준의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법리상 타당한 것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허기업은 국가가 소수의 사업자에게만 진입을 허용하여 독점을 보장해주되, 보편적 역무 등 특별한 의무를 부과하는 기업형태로서, 국가는 특허 기업에게 공익적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에 상응하여 상당한 특권과 지원 등을 부여할 수 있다.
네트워크의 안정적 유지와 지속적 고도화는 기간통신사업자만의 의무가 아니라 국가의 책무이다. 따라서 국가는 네트워크의 안정성 유지와 지속적 고도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적극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보편적 방송권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익성·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상파방송사업자에 대해서도 국가는 행정상 또는 예산상의 지원을 하고 있다. 종편PP, 보도PP는 국가가 직접 지원을 하지는 않아도 시장진입을 엄격히 통제해서 이들 사업자의 생존을 위한 채산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고 있다.
국가가 이들 사업자에게 이처럼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하는 목적은 이들 사업자에게 공적 의무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어떠한 국가의 지원도 받은 바 없고, 시장진입마저도 자유로운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단지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공적 의무를 지우는 것은 이들 사업자에게 “특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및 영업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2. 부가통신서비스가 공공서비스인지 여부
카카오의 서비스 중단으로 불편함이 발생한 것이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난”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석해 보아야 한다. 서비스의 갑작스러운 중단은 서비스 이용자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재난”으로 볼 수는 없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ㆍ신체ㆍ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재난을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나누고 있다.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호우(豪雨), 강풍, 풍랑, 해일(海溢), 대설, 한파, 낙뢰, 가뭄, 폭염, 지진, 황사(黃砂), 조류(藻類) 대발생, 조수(潮水), 화산활동, 소행성ㆍ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ㆍ충돌, 그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를 말하고, 사회재난은 ‘화재ㆍ붕괴ㆍ폭발ㆍ교통사고·화생방사고ㆍ환경오염사고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와 국가핵심기반의 마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가축전염병의 확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피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부가통신서비스의 마비를 “재난”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국가핵심기반의 마비” 정도에 해당해야 할 것이다. 카카오 서비스의 중단으로 불편을 느낀 국민도 이러한 불편이 “국가핵심기반의 마비”에 해당하는 만큼의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카카오에 의존하던 입영통지, 국민연금 안내 등 국가 주요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했으므로 “공공서비스의 마비”로 볼 수도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이러한 서비스를 부가통신사업자가 제공한 적은 없다. 다시 말해서 카카오가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카카오를 이용하여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했을 뿐이다.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사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사기업의 서비스 중단으로 공공서비스의 제공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해서 사기업의 서비스를 국가재난관리서비스에 편입하고 재난관리계획의 수립·시행 등 각종 공적 의무를 지우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과는 부합하지 않는 위헌적 발상이다.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이러한 의무를 부과해야 할 것인데, 이는 국제법적 질서와도 거리가 멀다.
Ⅳ. 제언
헌법 이념이나 법리적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사고 직후 성숙되지 못한 여론에 편승해서 포퓰리즘적으로 법률이 개정된 점 매우 유감스럽다. 이미 법률이 개정되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가 든다. 하지만 시행령을 통하여 법률의 시행을 사실상 연기할 수도 있고, 대부분의 부가통신사업자가 법 적용의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할 수도 있으므로 이글을 통해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및 시행령(안)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정부는 시행령을 통한 운영의 묘를 잘 살려서 입법적 과오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