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에서 나타난 인터넷과 선거문화
1. 인터넷이 만드는 새로운 문화
인터넷 등장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 인터넷이 등장함으로 인해 변화상은 과거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하고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더욱 다이내믹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이 집계한 정보통신기술(ICT)의 이용도, 역량, 접근성 등을 평가하는 ICT 발전지수에서 152개국 중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활용을 하고 있다(디지털타임즈 2011년 9월 15일).1)
여기에 최근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위시로 한, 스마트 디바이스(smart- devices)는 기존 인터넷 사용에 새로운 가속 클러치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은 초창기 유선 네트워크에서 2012년 현재 정보와 통신, 미디어가 융합되는 새로운 사회변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흔히 ‘스마트 쇼크(smart shock)’라고 불리는 변화는 컴퓨터 속의 통신이 아닌 통신 기기속의 컴퓨터를 지향하면서 인간 삶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산하기로 2012년 9월말에 스마트폰 사용자가 3,00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전 국민의 약 6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세계은행(World Bank) 2012년 모바일 극대화 보고서>는 2010년 말 59억대이고 향후 3년 내에 세계인구 70억 명 보다 많아질 것이며 이중 약 50%가 스마트폰 사용자로 예측한 바 있다. 이러한 급격한 ICT의 발전으로 일부 언론과 학자들은 소셜 네트워킹의 시대(era of social networking) 또는 스마트 소셜화라고 지칭하고 있다.2) 한편, 인터넷 환경의 변화는 정치영역에서도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무엇보다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인터넷이 저렴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으로 인해 개별적인 사람들이 참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와 채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에 예측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두 가지 논쟁이 있었다. 한 부류는 인터넷 낙관주의 이다.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나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와 같은 인터넷 낙관론자들은 인터넷이 사회의 진보를 만들 것이며 민주주의에서 새로운 참여, 직접민주주의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관적인 학자들도 있었다. 문학과 영화에서도 이런 우울한 전망은 나온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빅브라더(big brother)의 등장을 이야기 하거나 위쇼스키 형제(Andy Wachowski and Larry Wachowski)의 영화 <매트릭스(Matrix)>는 과학기술이 인간을 지배하거나 감시하는 우울한 예측을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인터넷 초기와 달리 양극단의 사회가 아니라 인터넷을 매개로 하는 새로운 스마트사회로의 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넷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참여,개방,공유의 웹 2.0 정신이 등장한 이후에 인터넷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2. 인터넷과 정치의 결합
전환기의 인터넷환경에서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정치와 선거분야이다. 그것은 아마 2012년이 20년 만에 1번 찾아오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가 동시에 있는 정치의 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다른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인터넷을 매개로 하는 전자정부나 전자 대법원, 전자 조달청, 국민신문고 등 다양한 시민편의와 참여를 쉽게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언론은 인터넷 미디어의 급성장,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를 위시한 1인 미디어의 발전, 표현의 자유를 위한 노력 등 인간을 예속하기 보다는 변화를 만드는 움직임이 강하다. 정치영역에서도 시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참여채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인터넷이 정치에서 주목받았던 것은 선거 때문이었다. 인터넷이 초창기에 등장했던 미국에서는 1998년 미국 미네소타 주지사 선거에서 제시 벤추라(Jesse Ventura)가 최초로 인터넷 홈페이지 선거운동을 한 바가 있다. 그는 정치적 지지 기반은 약했지만 프로레슬러라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인터넷 기반 선거운동을 시작해, 결국 당선되었다. 이 후 한국에서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하는 선거운동이 도입되었으며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는 홈페이지를 이용한 새로운 선거운동의 장을 열었다.
이렇게 시작된 인터넷 정치운동은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한다. 2000년 이후의 다양한 인터넷 기반 정치참여의 사례는 많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15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낙천낙선운동에서 시작된 인터넷 시민운동은 2002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인터넷 팬클럽 활동으로 발전했다. 특히, <노사모>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을 매개로 새로운 정치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이러한 자발적인 <노사모> 선거 운동과 지지자 모집, 자원봉사 등의 활동은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 형식의 홈페이지에서 이루어 졌다.
이 시기 인터넷 정치운동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 사건이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사이버대책위원회>의 인터넷 게시판에 아이디 ‘앙마’라는 시민이 시청 앞 촛불시위를 제안하자 불과 수일 만에 2~3만 명의 시민이 시위를 시작했다. 이는 한국에서 새로운 시민운동의 양상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가 되었다. 이후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의 운동은 한국에서 2004년 탄핵반대운동으로 다시금 조명을 받았다. 당시 등장한 유희적 정치문화는 시민정치참여 운동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패러디와 함께 당시 일부 정치인들의 정치적 실언에 대해 시민들은 과거와 달리 인터넷 특히 포털 사이트 토론방에서 적극적으로 토론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엄숙한 현실의 정치공간과 달리 시대를 풍자하며 자유롭게 개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공간이 되었던 것이다. 인터넷 패러디(parody)는 과거 민주화 운동 속에서 엄숙하고 권위주의적인 운동의 법칙과는 달리 자발적이고 참신한 새로운 운동의 흐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다양한 시민과 네티즌들의 유희적인 저항운동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민과 네티즌이 스스로 참여하는 시민운동의 좌표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것이 가능 한 것은 인터넷이란 공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3. 4.11 총선과 새로운 정치행태의 등장
가. 유희적인 정치참여 문화
4.11 총선에서도 자발적인 네티즌들의 유희적인 참여는 더욱 발전했다. 이경향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과거 일반인들은 정치라고 하면 어렵고, 진중하고, 나와는 관계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정치라는 단어는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기에는 일면 투쟁적이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네티즌들이 주도하는 정치참여는 유희적이고 즐거운 참여를 지향한다. 4.11 총선에서 네티즌들이 주도한 흥미로운 유희적 정치참여의 대표적인 사례는 선거 당일의 투표 인증샷이었다. 이는 당시 유명 연예인들까지 앞 다투어 투표참여 인증샷 운동에 동참해 젊은 세대의 관심을 고조시켰고, 투표참여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 선거 당일인 4월 11일에는 총 6만여 건의 ’투표 인증샷’이 트위터에 올라오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도 투표 인증샷 운동이 대중적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두 번째 등장한 유희적인 시민과 네티즌 참여는 ‘투표율 70%’ 공약이었다. 이 공약은 조국 서울대 교수, 이외수 작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이 트위터를 통해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착안한 많은 유권자들은 각자 흥미로운 공약을 제시했다. 각자 투표율 70%가 넘으면 무엇을 하겠다는 방식의 참신 한 자신과의 공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벌인 투표참여 캠페인보다 효과적이었다는 평가까지 있었다.
나. 포털사이트의 선거정보 제공
한편, 4.11 총선에서는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소셜화된 서비스가 개시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소셜 미디어 분석 서비스이다.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서비스였지만 최근 소셜 미디어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가함에 따라 총선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에서 정치뉴스를 전달하고, 생산하고, 확산하는 소셜 미디어의 트랜드를 분석했다. 이로 말미암아 앉아서도 전국의 판세를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고 특히 트위터의 게시글 분석을 통해서 매일매일 이슈가 되었던 정치인이나 발언 등이 회자되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치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여러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였다. 예를 들면, 잘 접하기 어려운 비례대표에 대한 정보나 주요 후보들이 경합을 벌이는 격전지와 후보들이 주고받은 말을 새로운 정치 콘텐츠로 서비스했다. 4.11 총선에서는 별도의 뉴스나 신문을 보지 않아도 포털 사이 트만 분석해도 판세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정치 콘텐츠가 서비스되었다. 이러한 포털 사이트들의 새로운 정치정보 제공의 실험은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기존 신문과 방송이 경주마식 보도와 총선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많은 후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국에 산재해 있는 다수의 후보와 공약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그리고 이런 포털사이트의 정치정보 제공은 유권자에게 현명한 선택에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 소셜 미디어에서 꽃핀 새로운 정치참여 양식
소셜 미디어는 SNS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상호작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지칭한다. 기존 전통적인 방식의 정치캠페인은 주로 선거운동원이나 후보자의 직접방문이나 전화, TV 및 신문 광고 등을 통해서 진행되는 단점이 있었지만,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들 모두 선거운동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정치 캠페인이 저비용이라는 이점이 있다.선거운동 자금 확보가 제한적인 한국 정치상황에서 아주 위력한 선거캠페인 도구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가 주로 젊은 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타겟형 캠페인이 가능하다. 실제 선거가 종료된 후 발표된 각종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잘 나타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대 유권자의 투표율은 18대 총선의 28.1%에 비해 13.4%포인트 높은 41.5%로 집계됐다. 30대 유권자도 35.5%에서 45.5%로 10%포인트 상승했다. 이러한 지표는 선거를 앞두고 소셜 미디어 상에서 불기 시작한 투표독려운동이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적극적인 참여운동을 하고 있다.
4. 인터넷이 만드는 정치문화
2012년 4월 총선에서 인터넷은 시민참여의 새로운 공간을 제공했다. 인터넷이 보급되던 초기에는 단지 인터넷 토론방과 게시판을 전전했던 것에 비하면, 웹 2.0과 소셜 미디어는 새로운 정치참여 문화를 형성했다. 4.11 총선에서는 네티즌들의 동향에 관심을 보인 기사가 유독 많았다. 경쟁적으로 인터넷 언론사와 오프라인 신문사를 위시해 방송사에서도 네티즌들의 여론 동향에 주목했다. 이러한 변화의 내막은 언론사들도 네티즌들의 여론동향이 중요한 풍향계로 작용한다는 점을 학습효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등장은 기존과 다른 방식의 참여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것이 바로 유희적이고 스스로 참여하고 바꾸는 참여문화이다. 이러한 참여는 인터넷이 만들어낸 문화이다. 과거에는 정치에 참여하기 힘든 조건의 시민들이 현재에는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쉽고 발 빠른 참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만들어지는 유희적 참여와 새로운 실험들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짧은 숙고와 생각에 의한 참여가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단점도 있지만 인터넷은 4.11 총선에서 새로운 실험을 전개했다. 포털사이트들도 소셜 미디어 분석이나 선거참여 캠페인 등을 자발적으로 진행했다. 그런 맥락에서 인터넷과 포털은 시민참여의 공론장으로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인 토론의 영역으로서 앞으로도 선거에서 시민참여를 독려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다.
1) 디지털타임즈 2011년 9월 15일 [본문으로]
1) 송경재. 2012. IT문명과 새로운 정치문화 패러다임, 『CULTRA』 2012 가을호. pp. 36-43.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