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태계 현주소: 스타트업의 목소리
1. AI 시장 현황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은 2030년까지 약 1,098조 원(약 8,26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Statista, 2024). 데이터 폭증, 인프라 고도화, 복합 모델의 등장 등으로 인해 세 번째 황금기를 맞이한 AI는 단언컨대 최근 우리 사회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AI는 인간처럼 사고하고 감지하고 행동하도록 설계된 일련의 알고리즘 체계를 말하는데, 인간의 학습 능력과 추론 능력, 지각 능력, 자연어 처리 능력 등을 모방한 컴퓨터 프로그램 기반의 기술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글로벌 AI 기업들이 하루가 멀다고 AI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하거나 고도화시키며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경쟁은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함께 뛰는 생태계 경쟁으로 확장됐다. 이는 글로벌 AI 경쟁력 지수를 발표하는 여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시장 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추격과 유럽의 선전이 눈에 띈다.
토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AI 지표(Global AI Index)를 살펴보더라도, AI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 기술력뿐만 아니라 인프라, 운영환경, 인재, 연구, 상업화, 정부 정책 등의 지표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한다. 수요와 공급, 정책이 원활하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두루 평가하는 것이다. 결국, 생태계가 건강하게 활성화되려면 주요 요소 간 연결과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AI 생태계의 핵심 구성원인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통해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들, 비즈니스 현실과 갈증 등을 확인해 보고자 하였다. AI 스타트업 육성이 AI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생태계 내 주요 참여자인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본 글에서 요약, 정리한 내용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함께 진행한 <AI 생태계, 스타트업이 말하다>에 기초를 두고 있다.
2. AI 스타트업 인터뷰
1) 연구방법 및 개요
인터뷰는 2021년 AI 스타트업 창업자 또는 관리자 1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인터뷰에 참여한 응답자가 소속된 스타트업은 기술 기업부터 서비스 기업까지, 초기 스타트업부터 몇 차례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반 구조화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응답 내용을 모두 텍스트화하여 분석에 활용했다. 질문은 AI 생태계, AI 기술, AI 비즈니스, AI 관련 사회적 인식 등을 묻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인터뷰 내용 정리를 위해 사회표상이론(Social Representation Theory)에 기반해 분석을 진행하였다. 사회표상은 일반적인 주제들에 대한 집단구성원들의 공통된 인식이자 상식을 의미한다. 개인의 인식이나 행위를 사회적 담론에 연결하여 공통된 관점을 이해하게 하는 틀(frame)로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정보기술에 대한 사용자 인식, 금융 산업 이해관계자 간 핀테크 산업에 대한 이해 차이,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주민의 이해 차이, 구글 애플리케이션 마켓 정책 변화에 대한 콘텐츠 사업자 인식 등 주로 다양한 사회적 객체(social objects)에 대한 집단의 이해를 살펴보는 데 활용되어 왔다.
인터뷰 결과는 텍스트화하여 의미 단위에 따라 구분하고 연결하는 작업을 거친다. UCINET을 활용해 각 코드의 중심도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핵심 요소(core element)와 주변부 요소(periphery element)를 분류하게 된다. 이때 핵심 요소는 사회 표상에서 안정적인 부분에 해당되는데, 환경이 변하더라도 쉽게 변하지 않는 인식을 말한다. 주변부 요소는 핵심 요소 주위에서 사회 표상을 구성하며, 일종의 충격 흡수(shock absorber) 역할을 한다. 즉 외부 변화에 유연하게 수정되는 영역이자 인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주요 연구 결과
AI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 진행된 AI 스타트업 인터뷰에서는 1) 인적자원 확보 및 관리의 중요성(C16) 2) 데이터 확보와 공유 필요(C12) 3) 인공지능 기술 응용 분야의 확대(C11) 등 3개의 핵심 요소가 도출되었다. AI 스타트업 생태계를 나타내는 여러 사회표상 가운데 이 세 가지 코드가 다른 코드와 연결되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그림 1]에서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효과적인 정부지원 필요(C18), 기술적 승자독식 구조(C15), 미성숙한 비즈니스 환경(C10), 공격적 투자 유치 어려움(C14), AI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지도(C7) 등의 주변부 요소가 도출됐다. 보다 구체적인 코드들은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사회, 비즈니스, 산업환경, 정부, 기술 등 생태계 요소 측면에서 구분해 지도로 나타낸 것이 [그림 1]이다.
영역별로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사회> 영역의 사회 표상 구조는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인식(C1)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이해도(C7), 프라이버시에 대한 규제 필요(C2), 윤리 이슈의 일상성(C3) 등의 코드가 연결되어 있었다. AI 서비스를 위해 수집된 개인정보가 결합되고 활용되면서 다양한 윤리 이슈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AI 스타트업들 역시 프라이버시와 같은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한 규제 필요성에 동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동시에 AI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도가 낮아 이를 제고하기 위한 사업자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이 요구된다. 나아가 이용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보다 투명하고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즈니스> 영역의 사회 표상은 인적자원 확보 및 관리의 중요성(C16)을 중심으로 AI 기술 응용 분야의 확대(C11), 데이터 확보와 공유 필요(C12),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C9) 등이 연결되어 있었다. AI 스타트업들이 AI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분야로의 기술 확대를 위해서는 결국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과 서비스 개발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도 인적자원이 중요하며, 어떻게 이들에게 계속해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지 관리 측면에서의 고민도 이어지고 있었다.
<산업환경> 측면에서는 핵심 요소인 데이터 확보와 공유 필요(C12)가 스타트업 규제 최소화(C17), AI 기술의 우월성(C8), 미성숙한 비즈니스 환경(C10)과 연결되어 있었으며, 공격적 투자유치 어려움 역시 C12와 연결돼 산업환경 사회 표상을 구성하고 있었다. AI 스타트업들은 기술 고도화를 위한 학습용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 공격적 투자유치 한계로 연결된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규제 최소화를 통해 데이터 거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규제 최소화는 기술 개발과 비즈니스 환경 성숙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어 규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 영역의 핵심 요소 역시 데이터 확보와 공유 필요(C12)로 나타났는데, 이는 효과적 정부지원 필요(C18), 소유권/저작권 정책 필요(C5)와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지만 특히 핵심 자원인 양질의 데이터를 거래하고 유통하기 위해 소유권과 저작권 해소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술> 영역은 데이터 확보와 공유 필요(C12)를 중심으로 기술적 승자독식(C15), 기술 수준 평가지표 필요(C13), AI 활용 가이드라인 필요성(C4), 사회적 합의(C6)가 함께 등장하고 있다. 인터뷰에 참여한 다수의 응답자들이 “AI는 장치 산업이다”라고 공통으로 이야기했다. 기술 고도화를 위해 인프라와 하드웨어 영역의 투자가 필수적인데 결국 AI 시장이 자본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기술적으로 승자독식의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C15)과도 연결되어 있다. 방대한 규모의 비즈니스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자본을 바탕으로 기술과 인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틈새(niche)시장과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서라도 AI 활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한데 사업자들은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 AI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제언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 AI 시장의 경쟁 양상은 지금과는 달랐다. 생성형 AI의 등장과 오픈AI(OpenAI)가 내놓은 서비스가 경쟁에 불을 지폈고, 불과 몇 년 새 시장의 경쟁 지형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 연구 결과와 그 시사점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사업자들의 기술, 서비스 고도화 방향을 정책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승자독식 구조로 인해 AI의 핵심 자산인 인력과 데이터 확보에 많은 사업자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 장에서는 AI 스타트업 생태계 참여자 인터뷰를 통해 도출한 시사점을 바탕으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거래하기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반복적으로 언급하였듯 AI 기술의 핵심은 양질의 데이터에 있다. 좋은 데이터가 있어야 좋은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게 양질의 데이터 확보는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이다.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품질이 보장되는 데이터가 유통되고 거래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데이터 거래에 대한 문화나 인식 안착도 필요한 상황이다.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에게 어떤 보상 체계를 만들어 데이터 제공을 유인할 것인지, 데이터 가치에 대해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보다 활발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AI 시대, 저작권 보호와 활용에 대해 새로운 셈법의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창작자들의 저작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국내 AI 기업의 기술 고도화를 위한 학습 데이터 확보 역시 생태계 관점에서 중요한 가치이자 방향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균형 잡힌 가치 계산공식(value matrix)을 만들 수 있을지 다학제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에게 규제는 늘 큰 장벽으로 존재한다.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진화해 가는 기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규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응답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AI 영역에서는 효과적인 정부 지원과 규제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핀셋 지원 정책들을 통해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시장 활성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가 함께 뛰고 있는 여타 사례들에서도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 경쟁하는 자국 플랫폼을 가진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단순히 미국식 규제, 유럽식 규제 접근이 아니라 우리 상황에 최적화된 정책 개발이 필요하며, 최적화 정책 전략이 생태계 차원에서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 스타트업얼라이언스(2022). 『AI 생태계, 스타트업이 말하다』.
- Statista (2024). 『Artificial Intelligence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