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접속차단 사태와 국내 음란물 규제의 법적 쟁점
1. 레진코믹스 접속차단 사태의 배경 및 경과 과정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5년 3월 24일 웹툰 플랫폼 사이트인 ‘레진코믹스’를 차단하는 내용의 시정요구를 의결하였다(2015년 3월 24일 제22차 통신심의소위원회). 그 시정요구의 이유는 레진코믹스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4조의7 제1항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음란정보를 유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정요구의 내용은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이었다.1 즉 레진코믹스라는 사이트 전체가 음란정보로 구성되어 있어서, 당해 사이트가 포함하고 있는 ‘개별 정보에 대한 삭제’가 아니라 ‘사이트 전체에 대한 접속차단’의 시정요구를 한 것이다. 그런데 2015년 3월 26일 레진코믹스를 매개로 유통되는 대부분의 국내 웹툰작가들의 작품은 문제가 없고 다만 일부 일본 만화의 경우에만 음란물인지 또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인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이트 전체에 대한 접속차단은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스스로 ‘시정요구 철회’ 의결을 하였다(2015년 3월 26일 제23차 통신심의소위원회). 따라서 사이트 전체에 대한 접속차단의 시정요구는 철회되었지만, 레진코믹스가 매개하는 일부 일본 만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심의가 진행 중인데, 예컨대 2015년 4월 9일 제27차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는 레진코믹스 측의 의견진술을 들은 뒤에 음란물로 판정할지 아니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할지에 대해서 최종 의결하기로 하였다.
2. 레진코믹스 접속차단 사태의 법적 쟁점
이상과 같이 레진코믹스 접속차단 사태의 배경 및 경과 과정을 전제로 할 때, 레진코믹스 접속차단 사태의 법적 쟁점은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1) 전체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 시정요구의 문제점
일반적으로 웹사이트는 개별 정보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웹사이트를 구성하는 개별 정보들은 불법정보일 수도 있고, 불법정보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법정보와 불법이 아닌 정보가 섞여 있는 웹사이트에 대해서 국가가 불법성을 이유로 규제를 하고자 하는 경우 특정 불법정보만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전체 웹사이트에 대해서 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헌법재판소는 예전에 불온통신 사건2 에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에 ‘사이트 폐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용자가 당해 사이트를 통하여 다른 적법한 정보를 유통하는 것까지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많음을 지적한 적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불온통신 사건에서 인터넷콘텐츠 규제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특정 불법정보만을 대상으로 해야 하지, 만약 전체 웹사이트에 대해서 한다면 그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대법원도 최근의 한총련 웹사이트 폐쇄 사건3 에서 개별 정보의 집합체인 웹사이트 자체를 대상으로 삼아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3항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그 취급거부‧정지‧제한을 명하기 위하여는, 원칙적으로 웹사이트 내에 존재하는 개별 정보 전체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에서 유통이 금지되는 것으로 열거하고 있는 정보에 해당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왜냐하면 해당 웹사이트를 인터넷상에서 폐쇄시키는 것은 개별 정보의 삭제나 그 게시자에 대한 이용 정지 등을 명하는 것과 달리 해당 웹사이트에 존재하는 적법한 다른 정보의 유통까지 제한하고 위법한 정보를 게시한 이용자뿐 아니라 해당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다른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도 위축시킴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법정보에 대한 현재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취급거부‧정지‧제한명령이라든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는 원칙적으로 전체 사이트 자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즉 당해 웹사이트가 포함하는 개별 정보에 대한 제한으로 충분히 규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 당해 웹사이트 전체에 대한 접속차단과 같은 규제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오류, 즉 “돼지를 굽기 위하여 집을 태운다(Burning the house to roast the pig).”는 것과 같은 잘못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은 음란물 규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음란물을 포함한 모든 불법정보에 대한 규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2) 음란물 판정기준의 문제점
음란물 판정기준의 문제점과 관련하여서는, 특히 2015년 4월 9일에 개최된 제27차 통신심의소위원회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들 문제점은 바로 국내 음란물 규제의 문제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첫째,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의 음란기준의 차별화 문제이다. 제27차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일부 위원은 온라인에서는 청소년의 접근가능성이 오프라인의 경우보다 높으므로 온라인에서의 음란물 판정기준은 오프라인보다는 좀 강화시켜야 한다는 뉘앙스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 수 있는 판결로는 소위 ‘VOD 사건’4 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5 이다. VOD 사건에서 대법원은 “비디오물의 내용을 편집·변경함이 없이 그대로 옮겨 제작한 동영상의 경우, 동영상을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제공하는 행위가 아동이나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에 빠뜨릴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는 엄격한 성인인증절차를 마련하도록 요구·강제하는 등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이지, 그러한 위험성만을 내세워 비디오물과 그 비디오물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제작한 동영상의 음란 여부에 대하여 달리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시에 따른다면, 온라인에서는 청소년의 접근가능성이 오프라인의 경우보다 높으므로 온라인에서의 음란물 판정기준은 오프라인보다는 좀 강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적절치 못한 것이다. 한편 제27차 통신심의소위원회의 회의록를 살펴 보면, 문제가 된 일본 만화의 경우 레진코믹스 측은 자체적인 ‘19금’ 표시6 , 본인인증장치인 아이핀이라든가 휴대폰인증장치를 통해서 성인인증을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음란물 판정기준 그 자체의 문제이다. 물론 레진코믹스 측이 자체적인 ‘19금’ 표시, 본인인증장치인 아이핀이라든가 휴대폰인증장치를 통해서 성인인증을 적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된 일본 만화 자체의 내용적 수준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아닌 음란물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음란물로서 규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아니라 음란물이 된다고 한다면, 이는 법적으로는 성인도 볼 수 없는 콘텐츠가 된다는 의미이다. 바로 여기서 음란물 판정기준의 문제가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음란물 판정기준과 관련하여, 위에서 소개한 VOD 사건에서 대법원은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5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음란’이라 함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관찰·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것을 뜻한다고 볼 것이고, 표현물의 음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표현물 제작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그 사회의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기존에 대법원이 유지해 왔던 음란성 판단기준의 기본골격은 유지하면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의 심각한 훼손·왜곡’이라는 요소를 추가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레진코믹스를 통해서 유통되는 일부 일본 만화가 음란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VOD 사건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음란물 판정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인데, 특히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의 심각한 훼손·왜곡’이라는 요소가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심의대상인 일본 만화에서 등장하는 ‘성적 부위나 행위에 대한 표현 또는 묘사’7 그 자체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것’인지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3. 레진코믹스 접속차단 사태의 함의
레진코믹스 접속차단 사태의 법적 쟁점은 위와 같이 전체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 시정요구의 문제점과 음란물 판정기준의 문제점 등 두 가지이다. 마지막으로 레진코믹스 접속차단 사태의 함의를 도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최소규제의 원칙’을 좀 더 철저하게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 설령 우리나라의 법문화적‧법리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법원과 같은 사법기관이 아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같은 행정기관에 의한 인터넷 콘텐츠 심의 및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의사표현매체로서 인터넷이 갖는 의미 및 특성,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 갖는 의미 등을 고려하여, 인터넷 콘텐츠 심의 및 규제에는 ‘최소규제의 원칙’이 철저하게 관철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최소규제의 원칙’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4조 제1항 제1호에도 엄연히 명문화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레진코믹스 접속차단 사태는 바로 이러한 ‘최소규제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었다.
둘째, ‘탈맥락적‧성기중심적’ 음란물 심의 및 규제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음란물 심의는 ‘탈맥락적‧성기중심적’ 심의로 운영되는 경향이 매우 짙었다. 하지만 이러한 ‘탈맥락적‧성기중심적’ 심의는 매우 기계적일 뿐만 아니라 문제가 되는 성적 표현 및 묘사의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음란물 판정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성기 도그마(dogma)’를 깨고 ‘탈맥락적‧성기중심적’ 음란물 심의 및 규제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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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 제2항 제1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시정요구의 종류 중의 하나로 ‘해당 정보의 삭제 또는 접속차단’을 규정하고 있다. [본문으로]
- 헌재 2002. 6. 27. 99헌마480,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 위헌확인. [본문으로]
- 대법원 2015. 3. 26. 2012두26432, 취급거부명령처분취소. [본문으로]
- 2005년 상반기에 검찰이 네이버(Naver), 다음(Daum), 네이트(Nate), 야후(Yahoo) 등의 포털사이트에서 그동안 성인들을 대상으로 제공해 온 18세 관람가의 성인용 VOD(Video on Demand)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VOD를 제작한 자에 대해서 당시 정보통신망법 제65조 제1항 제2호가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이용음란죄를 적용하여 기소한 사건이다. 법원은 VOD 제작자에 대해서 제1심 및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즉 음란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상고심재판에서 대법원은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판결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내리게 된다. [본문으로]
- 대법원 2008. 3. 13. 2006도3558,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등). [본문으로]
- 청소년보호법 제11조 제6항에서는 매체물의 제작자·발행자, 유통행위자 또는 매체물과 관련된 단체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매체물에 스스로 청소년유해표시 또는 포장을 한 매체물은 청소년보호위원회나 각 심의기관의 최종 결정이 있을 때까지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 문제되고 있는 일본 만화의 경우에는 이미 법적으로는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의 법적 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 제27차 통신심의소위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문제가 되는 표현 또는 묘사는 ‘의붓아들과 나이 어린 계모와의 성교이야기’, ‘남편이 아내와 다른 남성과의 정사를 관음하는 내용’, ‘모자이크 처리된 성기 윤곽의 노출’ 등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