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관련 저작권법 개정(안) 개관 및 평가

1. 매체기술의 도전과 저작권법의 응전

저작권법은 14세기 인쇄혁명의 산물로 등장하였다. 이후로도 끊임없이 매체기술의 도전을 받아 왔으며 지속적인 개정을 통해 응전해 왔다. 그 중에서도 ‘인터넷’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인류문명의 역사를 바꿔놓고 있다. 자연스럽게 저작권법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많은 부분에 수정을 가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저작권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2006년 전부 개정으로 디지털 저작권의 초석을 마련하였다. 이후 2009년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과 저작권법의 통합과 국립중앙도서관의 온라인 자료 수집을 위해 두 차례 개정이 있었다. 저작권의 산업적 가치가 조명되고 지식재산이 국제통상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저작권법은 FTA의 주요의제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도 2011년·2012년 한-EU FTA·KORUS FTA 반영을 위해 잇달아 개정된 바 있다.

2012년 개원한 19대 국회에서도 이미 10건의 개정안이 발의되어 계류 중이다. 경제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개정안도 일부 눈에 띄지만, 대부분은 ICT라는 매체 환경 변화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표> 계류 중인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 (2013. 3. 2. 현재)
10-3-1

2. 국회 계류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

가. 교육관련 개정안

1) 방송 + 전송 → 공중송신

우리나라는 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교육 분야의 혁신을 추구해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 국가 교육정보화사업으로 교사에게 PC를 보급하고 교실마다 인터넷을 연결하는 등 교육정보화 인프라를 갖추어 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ICT 활용 교육을 강화하였고1) 2002년 4월에는 디지털교과서 개발 및 보급 중장기 계획이 수립되어 2007년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추진방안이 발표되었다.2) ‘백년대계(百年大計)’에 대해 남다른 의지를 보여온 우리나라는 이러닝을 위하여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3)

저작권법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일찍이 공교육에서의 이러닝 활성화를 위한 준비가 있어 왔다. 2007년에 이미 권리자의 사전 허락 없이도 교육기관이 수업목적으로 공표된 저작물을 ‘방송 또는 전송’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피교육자인 학생을 위한 이러닝 저작권 제한 조항을 마련한 바 있다. 이번 윤관석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의안번호 1901915)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디지털음성송신 등을 포괄할 수 있도록 ‘방송+전송’보다 넓은 의미의 ‘공중송신’으로 확대하고 있다.4)5)

2) 보상금 제도 관련 개정안

저작권법 제25조 등은 효율적인 교육을 위하여 저작권자의 양보를 요청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과서에 수록된 저작물에 대한 소위 ‘교과서 보상금’과 대학교 등에서 수업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수업목적보상금’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국회에는 이 두 가지 보상금제도에 대해 각각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먼저 2013년 1월에 발의된 김을동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의안번호 1903247)에서는 저작인접권자에게도 교과용도서 및 수업목적 저작물이용에 대하여 저작권자와 동등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보상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과거 서책형 교과서나 학교 수업에서는 가수나 연주자, 배우의 음성이나 연기를 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고 학교현장에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디지털 음원이나 영상 등의 저작인접권자 보호 방법을 재고하게 된 것이다.6)

두 번째는 대학도 초·중·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수업목적보상금을 면제하자는 주장이다. 수업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할 때는 별도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지만 보상금은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및 이에 준하는 학교 이하의 학교’에서는 보상금마저도 면제해주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학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문화부는 포괄 계약 시 학생 1인당 연간 1,879∼3,132원 수준의 보상금을 고시한 바 있다. 아직 보상금을 납부하지 않은 대학이 많은 상태에서 산출근거나 적절성에 대해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법정 분쟁으로 치닫고 말았다.7) 이에 서상기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의안번호 1902615)에서는 대학도 초·중·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보상금 지급을 면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나. 음악 산업의 발전과 징수규정 승인 제도

우리나라 저작권신탁관리단체들은 저작권 사용료를 정함에 있어 문화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집중관리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가가 독과점 구조를 인정해주고 있는 대신에, 관리 감독의 일환으로 수수료와 사용료 결정에 국가기관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승인 제도는 이제까지 음악 산업의 안정적 성장에 기여한 바가 크다. 하지만 ‘iTunes in the Cloud’, ‘Amazon Cloud Player’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Spotify, Vevo와 같이 SNS와 연계되거나 광고기반 수익 창출 방식 등 과거 예상치 못했던 융합형 서비스가 등장하여 혁신을 이끌고 시장을 주도하는 현실에서 일일이 가격을 사전에 설정해주는 것이 적절한지 재검토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8)

2012년 음악관련 3개 신탁관리단체들은 곡당 단가기준을 설정한 소위 종량제를 도입하여 사실상 저작권료를 인상하려고 시도하였다. 아이튠즈 등 해외의 서비스와 비교하여 지나치게 낮은 저작권료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였다. 하지만 갑작스런 가격 인상과 묶음판매에 익숙한 이용자를 고려하여 문화부는 절충안을 제시하였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는 승인신청을 ‘조건부 철회’하는 기형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음악생산자연대 등 권리자 중 일부는 자신의 재산권 행사가 설정이 문화부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부당하다며 반발하였고, 이에 최재천 의원 대표발의(의안번호 1902232)에서는 저작권위탁관리업자가 받는 수수료 및 사용료의 요율 또는 금액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과 관련된 사항(저작권법 제105조 제5항부터 제8항까지)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 OSP 면책 조항

한-EU FTA와 KORUS FTA에서는 EU와 미국의 규정을 고려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저작물 활용을 위한 면책조항 마련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한-EU FTA와 KORUS FTA를 반영하여 저작권법을 개정하면서, OSP 면책 관련 조항이 정비되었다. 최재천 의원 대표발의(의안번호 1903349)에서는 현행법이 한-EU FTA와 KORUS FTA의 OSP 면책사항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였다고 평가하면서, FTA 합의문상의 모니터링 금지 조항을 신설하고(안 제102조제4항),9) 권리주장자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저작물 등의 복제·전송을 중단시킬 것을 요구하는 경우 침해를 주장하는 합리적인 정보를 구체적으로 첨부하도록 하였다(안 제103조제1항).

여기에 위헌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특수한 유형의 OSP 기술적 조치 의무와 소위 ‘3진아웃제도’로 알려지면서 프랑스·뉴질랜드 등 해외 제도와 비교되곤 했던 ‘정보통신망을 통한 불법복제물등의 삭제명령 등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행정처분’ 관련 조문의 삭제도 제안하였다(안 제104조, 제133조의2 및 제133조의3 삭제).

라. 기타

그 외에도 이노근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의안번호 1903675)에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정보통신망에 게시한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삭제권한을 규정함으로써 정보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려고 하였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정보의 보존과 보급의 용이성으로 소위 ‘잊혀질 권리’까지 논의되는 시점이다. 현행법은 저작권이 침해된 경우에 대하여 Notice & Takedown 관련 사항이 조문화되어있다. 개정안은 ‘권리침해 여부와 관계없이 온라인상에 게시한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자유로운 삭제권한을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김윤덕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의안번호 1902329)에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업무상 작성하여 공표한 저작물은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이나 독일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저작권 제한 조항을 찾아 볼 수 있다. 창조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공유저작물의 확보와 관련하여 진일보한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길정우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의안번호 1900506)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추가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시각장애인 위주의 조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혜자를 청각장애인에게까지 확대하였다. 마치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접할 수 있도록 저작권을 제한하듯이,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나 폐쇄자막 등을 활용하여 복제 배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 청각장애인의 수는 26만 명에 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장애로 인한 불편을 상쇄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ICT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는 못한 시점에 이 개정안은 장애인의 권리와 관련하여 논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낙연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의안번호 1903430)은 사적복제와 관련한 저작권법 제30조 단서로 금지되는 복제의 범위에 스캐너, 사진기 등을 이용한 복제를 명문으로 규정하여 논란의 여지를 없애고자 하고 있다. 클라우드 파일 매칭 서비스, 인터넷 VCR 등 ICT 관련 사적복제 해당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18대 국회에서도 사적복제의 범위를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 개정안의 입법 취지와 향후 심의 과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3. 맺으며

저작권법의 목적은 ‘문화의 향상발전’이다. 보다 많은 창작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리하게 다양한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의 지향점이다. ICT 기술은 원본과 동일한 품질의 콘텐츠를 낮은 한계비용으로 복제하여 널리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저작권법이 꿈꿔온 세상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매체기술의 발전이 저작권자들에게 항상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인터넷의 파급효과는 더욱 엄청난 것이어서 냅스터와 같은 P2P는 음악 산업의 규모를 순식간에 절반 이하로 떨어뜨린 바 있고, 최근 북스캔 파일의 공유는 유명 소설가의 절필 선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창작이 없다면 활용도 있을 수 없다. 저작권법이 권리자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작권이 보호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기술중립성을 논하지 않더라도, 저작권법이 ICT 활용을 막는 모습은 자기모순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저작권법에서 산업적 기여를 논하기 시작한지 10여년이 지났다. 인터넷 산업의 부상은 기존의 전통적 콘텐츠 산업을 위태롭게 한다. 기술의 혜택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는 새로운 쟁점이다. 저작권자의 이익을 본질적으로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1) 정의석(2010), “디지털교과서 서비스 환경 At a Glance”, 21세기 유비쿼터스 학습 환경과 디지털교과서 활용 교사 연수 자료집, 교육과학기술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105면 [본문으로]

2) 상세한 내용은 최진원 외(2010), 저작권 실무 TF 보고서 – 이러닝 분과, 한국저작권위원회 참조. [본문으로]

3) 100개가 넘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백만 원을 호가하는 타블렛 PC를 지급하고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를 운영한 바 있다. [본문으로]

4) 더불어 예컨대 미술시간에 건축물 모형을 저작권자 허락 없이도 전시할 수 있도록, ‘전시’를 추가하였다. [본문으로]

5) 본 개정안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주관한 2012년 공교육 활성화 TF에서 검토된 바 있는데, 이 때 저작권자 측으로 참가한 한국복사전송권협회(복전협)이나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문예협)에서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6)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른 저작권법상 쟁점에 대해서는 최진원(2010),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한 법률적 문제 : 저작권법을 중심으로”, 정보법학 제14권 제1호 211면~241면. [본문으로]

7) 대학수업목적보상금에 대해서는 최진원(2012),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과 보상금 제도”, 연세춘추 1693호 칼럼, 2012.10.08. [본문으로]

8) 최진원(2012), “징수율제도, 음악산업에 독인가 약인가?”, 정보법학회, 한국저작권위원회 주최, 정보법학회 추계 정기세미나 자료집 참조. [본문으로]

9) ④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행위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다음 각 호의 의무를 지지 아니한다.
1.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송신하거나 저장하는 저작물 등을 감시할 의무
2.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불법적인 활동을 나타내는 사실이나 정황을 적극적으로 찾도록 하는 의무 [본문으로]

저자 : 최진원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