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상 자살 유발, 막을 수 있는 근거는

1. 들어가며

최근 온라인상에서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알려 주거나 동반 자살자를 모집하는 내용의 자살유발정보가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살유해정보 심의 현황’에 따르면 자살유해정보 심의 요청 건수는 2014년 383건에서 2018년 5001건으로 13배 증가하였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 건에 제한된 것으로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2018년 한 해 동안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한 자살유발정보는 총 3만2392건이었다. 3만여 건이 넘는 자살유발정보 중 절반 이상은 자살 관련 사진 및 동영상(52.0%)이었으나 동반 자살자를 모집하거나(11.5%) 독극물을 판매하는 정보(4.6%)도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러한 자살유발정보를 유통한 사람을 처벌하거나 자살위험자 구조를 위해 경찰ㆍ소방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온라인상 자살유발정보를 발견하는 경우에도 이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신고하여 삭제를 요청하는 수준이었다. 자살유발정보로 인한 자살 사건을 차단하고, 자살위험자 구조를 위한 정보 제공 요청 근거 마련을 위해 2019년 1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하 자살예방법)’이 개정되어 오는 7월 16일부터 시행된다. 이 글에서는 7월 16일 시행되는 자살예방법 주요 개정 내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자살예방법 주요 개정 내용

온라인상 자살유발정보는 급증하고 있으나 음란물, 청소년유해매체물과 달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에 모니터링을 통해 자살유발정보를 확인하여도 서비스 제공자에게 신고ㆍ삭제 요청만 할 뿐, 자살유발정보를 유포한 당사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은 불가능하였다. 또한 동반자살자 모집과 같이 자살 위험이 높은 긴급한 상태로 파악되는 경우에도 구조에 필요한 개인정보 및 위치정보를 사업자에게 요청하는 것이 제한적이었다. 올해 시행되는 자살예방법 개정안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내용으로 주요 개정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보통신망을 통한 자살유발정보의 유통이 금지되고(제19조 제1항), 이를 위반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제25조 제3항). 자살예방법상 ‘자살유발정보’란 자살을 적극적으로 부추기거나 자살 행위를 돕는 데 활용되는 정보를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① 자살동반자 모집정보 ②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정보 ③ 자살을 실행하거나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 사진 또는 동영상 등의 정보 ④ 자살위해물건(자살 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자살 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될 위험이 상당한 것)의 판매 또는 활용에 관한 정보 ⑤ 그 밖에 위 각 목에 준하는 정보로서 명백히 자살 유발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를 말한다.

자살유발정보 유통 금지ㆍ처벌 조항을 통해 자살위해물건 판매 정보를 유포한 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이전에는 자살위해물건 판매 정보 게시자가 신고되더라도 차단만 될 뿐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아 다른 아이디를 사용하거나 다른 웹사이트를 통해서 비슷한 내용의 자살위해물건 판매 정보를 지속적으로 유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자살위해물건 판매 정보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해져 신종 자살 수단 확산 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자살위해물건 판매 정보 사례>

둘째, 자살위험자 구조를 위하여 긴급구조기관(경찰관서ㆍ해양경찰관서 및 소방관서)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자살위험자의 개인정보 및 위치정보의 열람ㆍ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그 요청에 지체 없이 협조하도록 하였다(제19조의3). 지금까지는 동반자살 모집 정보가 확인된 경우에도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개입이 가능하였다. 특히, 휴대전화 번호와 개인 신상을 노출하지 않고, 제한된 정보를 통해서만 동반자살자를 모집하고 별도의 SNS 채팅을 통해서 소통하는 특성상, 경찰에서도 신고된 대상자에 대한 신원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또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는 경찰ㆍ소방이 개인정보를 요청해도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요청에 대해 협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동반자살 모집정보 사례>

무분별한 개인정보 요청 방지를 위해 긴급구조대상자의 생명ㆍ신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긴급한 경우로서 다른 방법으로는 긴급구조대상자의 위치 등을 파악하여 구조할 수 없는 경우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하였다. 자료 제공 요청의 대상이 되는 자료는 긴급구조대상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전자우편 주소 및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개인 위치정보가 해당된다. 이러한 자료 제공 요청은 요청 사유, 긴급구조대상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재한 자료제공요청서를 서면으로 요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긴급한 상황의 경우 서면이 아닌 방법으로 요청할 수 있으나 긴급한 사유가 해소되면 지체 없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자료제공요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셋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일일평균 이용자의 수, 매출액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긴급구조대상자 구조를 위한 자료제공 업무책임자를 지정하여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제19조의4). 이는 긴급구조기관이 자살위험자를 구조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 연락해야 할 담당자를 찾지 못하여 구조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규정으로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타 입법례를 참조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사업자로 기준을 정할 예정이다.

3. 나가며

우리나라의 2017년 자살사망률은 10만 명당 24.3명(연간 자살사망자 1만2463명)으로 OECD 평균(11.6명)의 2.1배 수준에 달한다. 정부는 2022년까지 자살률을 10만 명당 20명 이하로 감소시키기 위하여 범정부 추진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실효성 있는 자살예방정책 시행을 위해 자살예방법을 개정하여 오는 7월 16일부터 자살유발정보 유통이 금지되고, 자살위험자 구조를 위한 정보 제공 요청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자살유발정보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자살을 생각하던 사람들이 구체적인 자살 방법 등을 담은 자살유발정보에 노출된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자살유발정보의 무분별한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보건복지부는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및 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자살유발정보예방협의회를 구성하여 자살유발정보 차단을 위하여 협력할 것이다. 이번 자살예방법 개정ㆍ시행을 통해 온라인상 자살유발 정보로 인한 모방 자살을 방지하고, 자살위험자를 보다 신속하게 구조함으로써 자살률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 : 장영진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