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남긴 것들
1. 사안의 개요
2021년 3월 5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의 운영사는 해당 게임에서 제공되는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의 확률을 공개하였다. 당시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에 대한 법률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고 게임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규칙을 정하여 확률 공개를 하여 오던 시점이었다. 당시 게임사들이 협의한 자율규제의 방식은 유료 캡슐형 아이템에 대해서만 자발적으로 확률을 공개하였었는데, 메이플스토리의 운영사는 유료 강화형 확률 아이템인 큐브에 대해서도 확률을 공개하였다1. 확률을 공개한 이후 확인한 결과 특정 유형의 잠재 옵션이 중복하여 출현하지 않는 사실이 확인돼 문제가 됐다.
게임사는 큐브 확률이 공개된 이후 이용자 대표단을 구성하여 협의를 했고 이를 통해서 보상안을 마련했다. 당시 구체적인 보상 내역은 2019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레드, 블랙, 에디셔널 큐브를 사용한 이용자에 대하여 큐브 종류별 사용 횟수 * 큐브 종류별 정상 판매가 * 큐브 종류별 비율(레드 큐브 1.1%, 블랙 큐브 0.8%, 에디셔널 큐브 0.2%)2로 산정하여 2021년 5월 최근 2년간 큐브 아이템을 구매한 이용자들에에게 구매 금액 대비 소위 ‘보보’, ‘방방’, ‘드드’ 잠재 옵션이 등장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 합계 약 53억 원치의 보상을 진행하였다. 또한, 게임사는 2024년 1월 10일부터 23일까지 이 사건 게임 내에서 이용자들 중 협의한 보상 방법에 따라 보상 지급을 신청한 이용자에게 메이플스토리 게임 내에서 사용 가능한 아이템(극한 성자의 비약, 솔 에르다 등)을 지급하였다.
2. 공정위의 조사 및 처분
그 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메이플스토리를 포함한 전체 게임에 대하여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였다. 3년에 걸친 조사를 거쳐 공정위는 과거 큐브 확률을 조정하고 공지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전자상거래법 위반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115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의 지적 사항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 2010년 9월 큐브 아이템 이용시 모든 잠재 옵션의 등장 확률을 균등한 것으로 유지하다가 일부 잠재 옵션에 대하여는 차등적인 것으로 가중치를 부여하고 변경하였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 2011년 8월 4일경 신규 최상위 등급인 레전더리 등급을 도입하면서 특정 옵션이 중복으로 출현할 수 있는 조합, 일명 ‘보보보’와 ‘방방방’ 등을 제한하고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2013년 7월 블랙 큐브 출시 이후 유니크 등급에서 레전더리 등급으로 등급 상승 확률을 2013년 7월과 2016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조정하였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 한국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
가. 분쟁 조정 절차 진행의 개요
한국소비자원과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024년 2월 공정위가 2024년 1월 5일 자 결정에 내린 결정에 따라 메이플스토리의 큐브 아이템 확률 구조 변경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집단분쟁조정절차를 개시하겠다고 통지하였다(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2024집단2).
한국소비자원은 6개월간의 심리를 거쳐 2024년 8월 13일 조정 결정을 내렸다. 조정 결정의 내용에 따르면 게임사는 신청인에게 레드 큐브 사용액의 3.1%, 블랙 큐브 사용액의 6.6%에 상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교환 가능한 캐시로 지급하도록 하였다.
나. 한국소비자원 결정의 구체적인 내용
위원회는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에서 선호 잠재 옵션의 출현 및 등급 관련 확률을 하향 또는 제한하면서도 이를 이용자들에게 적절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용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신청인들이 겪었을 정신적 실망감과 경제적 손실에 대하여는 일정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나아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위법성 판단에 대하여는 별도로 공정위와 게임사 사이에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점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확률 변경 및 미고지 과정에서의 위법성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위원회가 제안한 보상 방식은 아이템 구매액이 아닌 사용액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아이템의 확률의 적용 효과는 취득 시점이 아닌 사용 시점에 확정되므로 취득한 이후 이를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보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보상의 대상과 관련하여서는 첫 번째 처분 사유인 2010년 9월 이후 아이템 출현 확률을 차등적으로 부여하면서 이를 고지하지 않은 점에 대하여는 균등한 확률로 아이템이 제공되었던 2010년 5월 13일부터 2010년 9월 15일까지의 경험을 근거로 이용자들이 2014년 3월 이후에도 옵션별 출현 확률이 균등하다고 믿고 아이템을 취득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아 2014년 3월 이후에 아이템을 취득한 이용자들이 그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위원회는 두 번째, 세 번째 사유에 대해서 제안 보상액을 레드 큐브 사용액의 3.1%, 블랙 큐브 사용액의 6.6%로 산정하여 보상 제안액을 정하였다.
그리고 게임사는 이미 2차례에 걸쳐 이용자에 대한 보상을 수행하였던 바 2021년 5월에 수행한 약 53억 원 상당의 보상에 대하여는 기존의 보상을 어느 정도 인정하여 보상액을 결정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아 그 지급 금액의 70%를 지급될 금액에서 공제하는 것으로 산정하였다.
4. 분쟁 조정 결정의 의의
게임사는 위원회의 조정안에 따라 조정 신청인 약 5,800명에게 보상을 하기로 결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조정안에 따라서 대상 전체 이용자인 약 80만 명을 대상으로 보상 계획을 실시하였다. 본건은 집단분쟁 조정 신청인이 다수였음에도 매우 짧은 기간인 5개월여 만에 당사자들이 수용 가능한 조정안을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전체 이용자에게 자율적인 보상이 이루어진 첫 번째 사례로서 매우 전향적인 의미를 지닌다.
한편, 공정위의 처분에 대하여 게임사는 해당 처분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행정소송으로 처분의 취소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사는 2010년의 상황을 2024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당시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던 행위가 게임 이용자들을 기망했다는 공정위의 판단은 전형적인 ‘뒤늦은 깨달음(hindsight)의 오류’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공정위가 주장하는 “이용자의 기대와 다르게 ‘최상위 등급’의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 역시 해당 아이템이 모든 이용자들이 보편적으로 희망하는 것이거나 또한 그 아이템이 출현하지 않았더라도 큐브를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입증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가정과 추측으로 “이용자가 기만당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공정위의 처분의 부당함에 대해 다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처분의 정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게임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높은 수준의 보상액을 그것도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국내 이용자들의 게임 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