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누누티비 근절할 수 있을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지난 4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서비스 종료 이후 유사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6월엔 ‘누누티비 시즌2’라는 이름을 한 서비스도 등장했다가 정부가 강력 대응을 시사하자 돌연 서비스를 종료했다. 근절이 어려운 상황에서 치고 빠지기식 대응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양지’의 불법서비스 누누티비

2000년대 초만 해도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인식이 지금과 같지 않았다. ‘소리바다’로 대표되는 음악 서비스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하던 때다. 이때 드라마나 영화를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아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후 방송사 등 저작권자들의 노력과 국민의 인식 변화, 스트리밍 중심의 소비 방식 변화 및 구독 서비스의 보편화가 맞물리면서 불법 영상으로 인한 피해는 점차 감소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온라인 공간에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동영상이 근절된 적은 없었다. 누누티비 등장 이전에도 P2P나 웹하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온라인 공간의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P2P나 웹하드는 서비스 이용에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었고, 불법 콘텐츠는 암암리에 유통돼 찾는 데 노력이 필요했다. 몇몇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등장했지만 콘텐츠가 부실하고 악성코드를 심거나, 광고가 지나치게 많이 붙어 있는 등 이용자 편의성이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2021년 등장한 누누티비는 다른 불법 사이트들과는 달랐다. 공식적으로 서비스되는 OTT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뛰어난 이용자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점이 기존의 다른 불법 서비스와 결정적 차이였다. 누누티비에 접속하기만 하면 국내외 유명 OTT와 방송사 콘텐츠를 클릭 한 번으로 접속해 볼 수 있었다. 배너 광고 몇 개를 제외하면 광고의 양이 많지 않아 이용에 불편함도 크지 않았다. 다른 서비스가 불법 도박 등 광고를 다량 배치하고 악성코드를 심는 등 영상을 ‘미끼’로 운영한 반면 누누티비는 콘텐츠를 중심에 놓고 운영했다.

심지어 ‘운영 주체’가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운영자가 주기적으로 서비스 관련 공지를 올렸고 건의사항을 수렴했다. 지난 4월 누누티비 서비스 종료 사실을 공지사항을 통해 알린 대목도 상징적이다. 누누티비는 “서비스 종료 소식으로 많은 사용자분들께서 입으셨을 상실감을 저희가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이 소식을 전하는 저희 또한 마음이 정말 많이 무겁고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명백한 불법 사이트의 행보치곤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누누티비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친구에게 소개가 가능한 불법 서비스’가 됐다. 특히 OTT 서비스가 늘어나고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용자들은 인기 콘텐츠를 보려면 많게는 4∼5개 OTT를 구독해야 했다. 이런 상황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누누티비는 입소문을 타며 이용자를 늘려나갔다.

무엇이 누누티비를 무너뜨렸나

누누티비가 큰 인기를 끌면서 ‘대응’이 시작됐다. 지난 3월 국내 방송사와 영화제작사, 배급사 등이 누누티비 문제 대응을 위해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구성해 저작권 공동대응에 나섰다. 지난 3월 정부는 불법콘텐츠근절 범정부 협의체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협의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기관과 공조해 적극 심의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수사 당국도 누누티비 대상 수사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누누티비가 지난 4월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저작권자의 대응과 정부와 수사기관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면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비용’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누누티비는 고소가 이뤄지고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앱 출시, 넷플릭스 콘텐츠 업로드 등을 해오는 등 배짱 영업을 해왔기에 정부와 저작권자의 대응만으로는 급작스러운 서비스 종료를 설명하기 힘들다.

누누티비는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공지사항에 이를 솔직하게 언급했다. 누누티비는 “걷잡을 수 없는 트래픽 요금 문제와 사이트 전방위 압박에 의거 심사숙고 끝에 서비스 종료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동영상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선 트래픽 비용 부담이 크다. 누누티비는 도박 등 불법 광고를 게재해 돈을 벌었지만 다른 불법 사이트에 비해선 광고 수가 최대 4개로 많지 않다보니 비교적 수익성이 떨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이후 저작권자와 언론, 정부와 정치권이 누누티비 관련 언급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오히려 서비스 홍보가 됐다. 특정 정보를 숨기거나 삭제하려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으면서 정보가 확산하는 스트라이트샌드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누누티비 대체사이트 접속량 자료를 분석해보면 접속차단일 기준 2022년 대체사이트 3곳의 접속량은 138만여회에 불과한데 본격적으로 보도가 나온 2023년 2월 이후 대체사이트 접속량은 7800만회가 넘는다. 공개 비판이 나온 이후 접속량이 급증한 것이다. 실제 구글 검색량 추이를 보여주는 구글트렌드에서 ‘누누TV’의 검색 추이를 보면 지난 2월 이후 검색량이 급증한다.

즉, 비판이 오히려 홍보가 돼 서비스 접속량이 크게 늘어났고, 급증한 접속량 탓에 운영비용이 급증해 운영에 부담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치고 빠지는 유사 누누티비, ‘근절’은 가능한가

지난 4월 누누티비 서비스 폐지 이후 유사한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6월엔 ‘누누티비 시즌2’라는 이름의 사이트도 등장했다. 누누티비 시즌2는 기존 누누티비와 마찬가지로 방송사와 OTT의 저작물을 올렸고, 실제 OTT와 유사한 이용 환경을 보였다. 누누티비 시즌2는 홈페이지를 통해 “누누티비 레이아웃을 참고해 제작했을뿐 기존 누누티비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누누티비 폐지 이후 시즌2를 비롯해 유사한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이들을 ‘발본색원’하지는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수사는 어렵다. 누누티비는 도미니카공화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 공조가 어려웠다. 도미니카공화국에는 관련한 국제공조수사가 이뤄진 전례가 없다. 최근 서비스를 종료한 누누티비 시즌2 역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직접적 수사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시정요구 조치다. 시정요구는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통신사에 해당 사이트의 차단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누누티비처럼 캐시서버를 통해 접속하는 경우엔 직접 차단이 어렵다. 해외에 서버를 둔 서비스는 국내 접속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 복제된 서버(캐시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는 접속시 원 서버가 아닌 캐시서버에 접속하게 된다. 캐시서버를 관리하는 CDN사업자에 대해선 접속차단을 요구할 수 없어 심의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다만 심의의 속도를 높여나가는 시도는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주 2회 통신심의 회의를 통해 시정요구를 결정한다. 누누티비와 같은 시급성을 요하는 사안은 보다 빠른 신속 심의를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실제 디지털성범죄물의 경우 신속 심의 체계가 도입된 전례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접속차단 시정요구가 있으면 하루 한차례만 접속차단을 했는데 앞으로는 하루에도 수 차례 차단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효율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신고가 없어 심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작권자의 적극적 심의 요청과 공조 체계과 강화될 필요도 있다.

보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캐시서버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DN사업자 등이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할 경우, 접속차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통신심의 자체가 해외에선 찾아보기 힘든 규제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 심의를 거쳐 차단하는 민주주의 국가는 흔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심의 대상을 확대하는 건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이 법안을 가리켜 “행정편의주의에 가깝고, 국내 벤처기업들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과잉 규제’를 우려했다.

최근에는 수익원 역할을 한 불법도박 사이트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과 불법 수익 환수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누누티비는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통해 333억 원에 달하는 누적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산된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누누티비가 불법사이트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막대한 수익원, 불법도박 광고에 대해서도 부당이익 환수 등의 강력한 제재가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누누티비 대응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우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광고주와 광고 플랫폼사가 불법 사이트에 광고비를 지급하는 것이 ‘미필적 고의’가 될 수 있다며 광고주와 광고 플랫폼사를 향한 제재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저자 :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