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급부상 중인 슈퍼앱 현황 및 사례와 전망
최근 기술을 선도하는 IT, 핀테크 기업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 다양한 분야로까지 ‘슈퍼앱(Super app)’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슈퍼앱이란, 하나의 앱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혼합 구동 방식의 앱을 말한다. 단어 뜻 그대로 ‘뛰어나고 강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슈퍼앱이라는 용어는 블랙베리(BlackBerry) 창업자인 마이크 라자리디스((Mike Lazaridis)가 2010년에 처음 주창했으며, 그는 슈퍼앱을 “사람들이 매일 이용하고 있는 다양한 앱의 폐쇄된 생태계로써, 상황에 맞는 효율적이고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표현했다. 슈퍼앱은 일종의 앱 분야의 포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상 슈퍼앱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미니앱(Mini app)’이 바로 사용자들에게 별도의 앱 다운로드 및 설치 없이도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요인이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오히려 지금의 슈퍼앱 서비스 환경과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다. 하나의 모기업에 속한 여러 자회사 앱을 각각 출시하며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던 것이다. 같은 기업의 앱 안에서도 특정 카테고리까지 별도로 분리해 새로운 앱을 출시하는 경우까지 적잖이 존재하게 되었다. 앱 내에서 서비스를 찾는 수고 없이 설치된 여러 앱을 실행함으로써 원하는 서비스에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멀티 앱’이라 하는데, 이러한 방식이 주를 이루었던 것이다.
분류 | 슈퍼앱 | 멀티앱 |
특징 | 하나의 앱 내에서 메신저, 모바일 결제, TV, 영화 예매, 모빌리티, 게임, 쇼핑 등 서비스가 가능 | 한 기업에서 메신저, 모바일 결제, TV, 영화 예매, 모빌리티, 게임, 쇼핑 등 다수의 모바일 앱을 출시함 |
모바일 앱 개수 | 1개 | 모바일 서비스 개수와 같음 |
서비스 접근 방식 | 해당 앱 실행 후 원하는 서비스 아이콘을 클릭 | 원하는 서비스에 대한 앱을 앱스토어에서 설치, 휴대폰 바탕화면에 있는 앱을 클릭 |
특히 금융권에서는 고객들의 주거래 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등이 동일한 경우가 많다. 대출, 예금 등 우대금리나 자동이체 시 편의성, 익숙한 금융 환경 등 다양한 혜택과 장점이 있기도 하고, 다수의 금융사를 이용하게 되면 많은 것들을 스스로 기억하고 관리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기업이 계속해서 앱의 종류를 좀 더 세분화하여 쪼개어 만들었고, 결국 이 앱들이 기능 및 서비스를 중복적으로 제공하면서 고객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주요 기능을 통합한 핵심 앱 하나를 고도화하는 것이었으며, 하나의 앱에 여러 서비스가 집중되면서 금융권에서도 본격적으로 슈퍼앱이 등장하게 되었다.
사실상 통합 환경을 디지털로 구현해 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 성격이 다른 자회사들의 독립된 서비스를 하나로 합쳐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기획력과 기술력, 자본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는 좀 더 쉽고 직관적인 멀티 앱 방식을 선호했으리라 본다. 과거에는 오프라인에 중점을 두고 온라인은 부가적인 역할로써 단지 디지털 서비스 제공을 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을 테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환경이 더욱 익숙해진 요즘은 통합 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업 자체에 종속된 환경을 만들어 하나의 앱 공간 안에서 집중하게 하고, 오랫동안 충성스러운 고객을 확보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 결과, 지난 십수 년 동안 굳건하게 국내 금융 분야 순위 1위를 지켜온 KB 금융의 국민카드는 결국 2022년 12월 중순에 자사 국민카드 앱 서비스를 종료하고 KB페이에 통합할 것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KB 스타알림’, ‘KB 스마트대출서비스지원’, ‘리브똑똑’, ‘KB 마이머니’ 등 7개 앱을 ‘스타 뱅킹’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우리은행의 ‘WON뱅킹’,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등 대부분의 5대 금융그룹들도 슈퍼앱 전략으로 방향성을 바꾸어 잡았다. 이를 통해 자사 서비스뿐만 아니라 타사 간 서비스 접근도 용이해져, 영역의 경계나 한계를 허물고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며, 이러한 락인(Lock-in) 효과를 통해 확보한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친숙한 앱 하나로 다운로드 없이도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슈퍼앱의 해외 사례는 무엇이 있을지 알아보자. 중국의 메신저 앱 위챗(Wechat), 싱가포르의 택시 호출 앱 그랩(Grab)이 대표적이다.
먼저 슈퍼앱의 원조 격인 중국의 ‘위챗’은 2011년 출시 당시에는 단순히 한국의 ‘카카오톡(Kakaotalk)’과 같은 메시지 플랫폼으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전 세계 10억 명이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위챗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기차·항공 등 교통수단의 예매와 모빌리티, 영화, 로컬 비즈니스, 호텔, 공동구매, 중고품, 부동산, 게임 등등 수많은 서비스들을 다채롭게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기능까지 담아냈기에 현재 중국인들의 ‘디지털 일상 공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위챗이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슈퍼앱을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한 서비스 앱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 이유는 2017년에 출시한 미니앱, 즉 ‘미니 프로그램’ 때문이다. 이 미니 프로그램은 다양한 앱들이 모바일 화면에 전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위챗을 켜는 것만으로도 앱을 다운로드하고 설치하는 과정 없이 언제 어디서나 찾아보고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많은 앱을 설치한다는 것은 귀찮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용량과 관리 측면에서도 불편함이 생긴다. 위챗의 미니 프로그램은 범람하는 앱 시장에서 사용자들의 피로도를 낮추고 접근성을 높여 충성스러운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위챗의 또 다른 성공 요소로 자주 언급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통합된 UX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결제 프로세스는 여러 가지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위챗은 카드, 서명, 현금이나 거스름돈처럼 많은 채널을 거쳐야 하는 과정을 전부 생략하고, 2013년에 간편한 QR코드 하나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 ‘위챗 페이’를 출시했다. 위챗의 QR코드 결제 활용은 중국의 결제 시스템을 모두 바꿀 정도로 큰 영향력을 끼쳤고, 이제는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하나의 결제 수단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카카오톡 기능 중의 하나인 ‘플러스 친구’와 같은 공식 계정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별도로 해당 기업 사이트를 일일이 찾아가지 않고도 가입 또는 구독한 기업의 다양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하기도 했다.
물류와 배송, 배달 등 운송 관련 서비스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시작된 우버(Uber)의 등장은, 기업화된 대중 운송 분야에 일반인이 참여하여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과 앱 하나로 배차에서 결제까지 이루어지는 디지털 통합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으로 우버와 같은 방식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그중 현재 동남아 최고의 슈퍼앱으로 자리 잡은 업체가 바로 그랩(Grab)이다.
2018년 그랩과 우버가 합병하면서 우버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철수했고, 이로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8개국에서 사용하는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게 됐다. 단순히 운송·이동의 모빌리티 영역을 넘어서 음식 및 식료품 배달을 하는 ‘그랩 푸드’, 동남아의 주류 운송장비인 오토바이를 이용한 택시 서비스 ‘그랩 바이크’, 소포 배달 퀵서비스인 ‘그랩 익스프레스’, 카풀 서비스인 ‘그랩 셰어’에 이어 금융 서비스 부분까지 확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는 대출, 보험 판매 등의 핀테크 분야로도 진출하기 위해 ‘그랩 페이’를 출시하기도 했다. 더욱이 시장의 타깃을 교통, 금융 등의 인프라가 낙후된 동남아 지역을 목표로 삼다보니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전망도 매우 밝은 편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계좌 보급률과 신용카드 발급 및 사용 비율이 낮은 지역이기에 이를 감안, 현금을 충전해 사용하는 선불 충전 방식을 도입한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제 슈퍼앱은 ICT 업계의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대표 기업들인 야놀자, 토스,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쿠팡 등과 앞서 언급한 우버와 그랩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고잭(Go Jek), 스웨덴 클라르나(Klarna), 케냐 엠페사(M-Pesa) 등 해외 기업들도 크게 성장 중이다. 슈퍼앱은 고객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파악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경쟁력이다. 국내 최고의 슈퍼앱 기업이라 불리는 카카오를 보면 초창기 메시지 플랫폼으로 시작해 어느새 국민 메신저라 불릴 만큼 사용자 확장에 힘을 썼고, 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서비스들을 하나씩 출시하면서 택시, 미용, 금융 및 결제, 게임, 패션, 콘텐츠(웹툰, 브런치)까지 제공하며 이른바 카카오 유니버스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2022년 1분기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MAU) 약 12억 8,830만 명, 슈퍼앱 내에서 서비스 중인 미니앱 수 350만 개 이상, 미니앱을 사용한 연간 거래액 약 4,000억 달러 이상, 미니앱을 활용한 외국 기업의 연간 거래액 증가율 600% 이상. 미국의 IT 분야 리서치 기업 가트너(Gartner)는 ‘2023년 상위 10가지 전략 기술 동향(Top 10 Strategic Technology Trends for 2023) 중 하나로 슈퍼앱을 선정했으며, 2027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수많은 슈퍼앱의 일일 활성 사용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슈퍼앱이 데스크톱 앱으로까지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번 자리 잡은 슈퍼앱은 모든 것을 흡수할 힘을 가진다. 통계적으로 이미 세계 인구의 3명 중 1명은 슈퍼앱을 사용 중인 데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 일부 지역에서도 슈퍼앱 서비스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반대로 하나의 기업이 모든 분야를 전부 잠식할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해 자칫 사용자들의 반감을 사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슈퍼앱 간의 협력이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확장까지 이루어진다면 그 시너지는 더욱 증가하리라 생각된다. 다만, 슈퍼앱의 핵심인 미니앱은 슈퍼앱에 종속되기 때문에 메인 서비스, 즉 슈퍼앱에 문제가 생기면 고스란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슈퍼앱이 사용자 인증이나 결제 정보, 개인 정보 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슈퍼앱 제공자들은 안정성이나 보안 문제에 더욱 신경 써 사용자들이 안전하게 믿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투이컨설팅, [하나로 다 되는 슈퍼앱 2편] 금융권은 어디까지 왔을까?ㅣ국민은행ㅣ신한은행ㅣ농협은행ㅣ쏠ㅣ리브ㅣ올원뱅크 https://www.2e.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474
-굿모닝경제,국민카드, KB국민카드 앱 서비스 종료…KB페이로 통합
http://www.good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030
-매거진 한경, 동남아 슈퍼 앱 ‘그랩’, 디지털 가속화로 성장 ‘UP’
https://magazine.hankyung.com/money/article/202112198009c
-ZDNet Korea, 가트너가 2023년 주목하라는 10대 전략 기술
https://zdnet.co.kr/view/?no=20221020110310
-LYU ZHENGHUA, 「중국식 플랫폼의 특성 연구: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중심으로」, 2022
-제영민, 「은행 수퍼앱 이용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한 연구 : 은행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통합 단계의 선호도에 따른 조절효과를 중심으로」, 2022
-CIO Korea, 「2023 IT 전망보고서- Deep Dive」,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