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수수료 논란, 법제화와 자율규제 사이

국내 배달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 배달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들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배달 시장을 과점한 플랫폼들이 지배적인 위치를 이용해 소상공인과 배달 노동자(라이더)에게 수수료 등으로 비용을 전가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수수료 상한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업계는 시장 원리를 해치는 과도한 규제라며 ‘풍선효과’로 인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배달 시장…경쟁 구도 변화

우리나라 배달 시장은 경제 규모보다도 큰 시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활발한 경제활동과 1인 가구 증가, 모바일 서비스 익숙한 구조로 인해 음식 배달 서비스가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2020년 이후 국내 배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020년 17조3371억원에서 2021년 28조6605억원, 2022년 31조6369억원, 2023년 32조3722억원, 2024년 36조9891억원까지 증가했다. 5년 새 시장 규모가 2.1배 성장했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이후 성장이 정체되는 흐름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년에서 2022년까지 82.4% 성장했지만, 2022년에서 2024년까지는 16.9% 성장하는데 그쳤다. 현재 배달 시장은 포화됐다는 것이 배달 업계 진단이다.

포화된 배달 시장을 두고 플랫폼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부동의 1위 사업자로 평가받고 있지만 최근에는 쿠팡이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쿠팡이츠는 2024년 3월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사용자 수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2024년 초까지만 해도 배달 시장 3위였던 쿠팡이츠는 2위인 요기요를 제쳤다. 올해는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배달의민족을 추격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2024년 1월 553만 명에서 지난 6월 1125만 명으로 약 2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요기요의 MAU는 636만 명에서 470만 명으로 줄었고, 배달의민족의 MAU는 2244만 명에서 2228만 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쿠팡이츠가 성장하는 사이 요기요는 사용자 수가 줄었고, 배달의민족은 정체된 흐름이다.

자료: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업계에서 추정하는 배달 시장 점유율은 2025년 7월 현재 배달의민족이 50~60%, 쿠팡이츠는 30~40%, 요기요는 10%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안에 쿠팡이츠가 배달 시장에서 배달의민족을 역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쿠팡이츠의 무제한 무료 배달은 쿠팡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주문 횟수·주문 금액·배달 거리와 상관없이 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전에는 3000~7000원 수준으로 책정된 배달비를 소비자가 지불해야 했는데 이를 무료배달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다.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도입 이후 배달의민족도 무료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재 배달 시장에서 무료배달은 보편적인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플랫폼 간의 경쟁은 음식 배달을 넘어 상품을 즉시 배송하는 ‘퀵커머스(Quick Commerce)’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배달 플랫폼이 단순한 음식 중개자를 넘어 종합 생활 물류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퀵커머스란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1시간 이내, 보통 10~30분 또는 15분~1시간 내에 매우 빠르게 배송해주는 즉시배송 서비스다. 기존의 이커머스가 하루 또는 수일이 걸리는 배송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퀵커머스는 소비자의 주문에 반응할 수 있다. 도심 지역에 거주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주문이 활성화되고 있다. 네이버와 올리브영, 다이소, GS25 등 다른 기업들 또한 퀵커머스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배달 수수료 상한제, 사회적 대화로 풀릴까…입법 규제 vs 자율규제, 팽팽한 대립

배달 플랫폼 기업은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유통 시장을 흔드는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포화된 배달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중개 수수료 인상, 라이더 배달비 인하 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영향력이 커진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점주, 배달 노동자와 거래관계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배달의민족은 2024년 7월 기존 6.8%였던 배달 중개 수수료를 최대 9.8%까지 인상했다. 올해 4월에는 무료였던 포장 주문에도 6.8%의 중개 수수료를 부담하기 시작했다. 쿠팡이츠가 2024년 도입한 무료 배달 또한 배달비를 점주에게 일부분 부담시켰다.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가 줄어든 원인이라는 진단도 있다. 양사는 2024년 점주들에게 최혜대우를 요구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에 정부도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7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출범했다. 자율규제 차원에서 점주 단체와 배달 플랫폼이 만나 해법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협의체에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땡겨요 등 주요 배달 플랫폼과 소상공인연합회·한국외식산업협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국상인연합회 등 입점업체 대표 단체, 그리고 공익위원 및 정부 부처가 참여했다. 2024년 11월 협의체 마지막 회의에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중개 수수료 2.0~7.8%의 차등 수수료 요금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요기요 또한 4.7%~9.7% 차등 수수료 요금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매출이 낮은 점주의 중개 수수료를 적게 내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는 오히려 증가했고, 매출 상위업체는 중개 수수료 7.8%를 부담해야 해 수수료 인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2025년 6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의 「배달앱(배달의 민족) 사회적 대화기구 중간합의문 발표 브리핑」에서 참석자들이 중간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 김준형 공정거래위원회 디지털플랫폼정책관, 그리고 참석 인사들. 이번 합의에서는 1만 원 이하 주문에 대한 중개 수수료 전액 면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배달 플랫폼 규제 문제가 다시 공론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현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법제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를 지난 2월 출범했다. 점주 단체와 배달 플랫폼이 모여 상생안을 논의하도록 중재한다. 현재 배달의민족과 점주 단체들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수수료 상한제를 담은 온라인플랫폼 거래공정화법도 추진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7월 22일 온라인플랫폼법을 법안 소위에 상정하는 등 입법을 통한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달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수수료 상한제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다뤄지면서 해외 사례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덴버, 시카고 등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으나 샌프란시스코와 덴버시에서는 수수료 상한제를 폐지하는 등 그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 때문에 배달 업계에서는 수수료 상한제를 법제화하는 것보다는 플랫폼, 점주, 라이더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자율적인 상생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 배달 시장은 미국 등 다른 나라와는 다르며 소상공인과 라이더, 배달 플랫폼 3자 간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복합 방정식에 가깝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 들어서는 국회를 주도로 배달 수수료 규제가 논의되는 흐름이지만 규제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와도 협의가 필요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에 더해 라이더유니온이나 배달플랫폼노조 등 라이더 단체와 협상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배달 앱 사회적 대화기구는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도 라이더 단체는 제외한 채 논의했다.

현재 배달 플랫폼 규제 논의는 입법을 통한 강제와 자율적 합의라는 두 가지 길이 첨예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향후 국회에서의 입법 논의 과정과 이해관계자 간의 대화 결과가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저자 : 변상근

전자신문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