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의 미국 선거 관련 자율규제 동향

들어가며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 바이든의 승리로 끝났다. 11월 24일 기준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승복 선언을 하지 않고 있긴 하지만 대세를 뒤집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선거는 각종 허위 정보와 선전선동이 난무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 플랫폼을 통해 유통시키자 해당 업체들이 블라인드 처리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혼탁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미국 정가에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우파 쪽에선 ‘보수의견 검열’을 이유로 소셜 플랫폼을 공격했다. 반면 민주당 쪽에선 허위정보 유포 방지를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런 공방은 미국 정가의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오른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230조 개정 문제와 맞물리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 230조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당 플랫폼 내에 올라온 콘텐츠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면제해 준 조항이다. 포털이나 소셜 플랫폼 같은 인터넷 사업자들은 이 조항 덕분에 소송당할 걱정 없이 가파른 성장을 해 올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미국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소셜 플랫폼 사업자들이 수행한 자율규제 조치들을 살펴본다. 또 이를 계기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통신품위법 섹션 230’ 논란도 함께 짚어본다.

주요 소셜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규제

소셜 플랫폼 중에선 트위터가 허위정보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편이다. 이용자가 허위정보를 올릴 경우엔 바로 블라인드 처리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공유하지 못 하도록 조치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경고 표시를 붙이긴 하지만 공유 제한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1) 강력한 규제 적용한 트위터

허위정보 차단 문제와 관련해선 가장 강경한 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트위터는 봇이 생성하는 자동 계정을 꾸준히 삭제해 왔다. 또 올 초부터는 허위정보에 대해선 경고성 ‘라벨’을 붙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우편투표는 선거 부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글을 올리자 ‘우편투표에 대한 사실 확인’이란 라벨을 붙였다. 이 라벨을 누르면 관련 정보를 바로 볼 수 있도록 해 근거가 미약한 트럼프 주장에 현혹되지 않도록 했다.

트위터는 대통령 선거 관련 글에는 이런 정책을 더 엄격하게 적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크게 이겼는데, 그들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글이다. 트위터는 곧바로 “이 트윗에 포함된 내용의 일부, 혹은 전부는 논쟁적인 사안일 뿐 아니라 선거 참여에 대해 오도할 우려가 있다”는 경고 라벨을 붙였다.1

특히 관심을 끌었던 건 트위터의 공유 제한 정책이었다. 트위터는 허위정보로 의심되는 콘텐츠는 리트윗을 하지 못 하도록 했다. 단순 리트윗을 제한하는 대신 공유자가 의견을 덧붙인 경우에는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개표 과정에선 어느 쪽 후보든 섣불리 ‘승리 선언’을 하는 콘텐츠를 올릴 수 없도록 했다. 트위터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성급하게 승리 선언을 하는 라벨 표시를 하며, 미국 선거 공식 페이지로 연결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2

2) 상대적으로 온건했던 페이스북

강력한 경고 라벨을 붙이고, 공유를 제한한 트위터에 비해 페이스북의 자율규제 기준은 다소 느슨한 편이다. 트위터가 “선거를 훔치려 한다”는 트럼프의 글에 대해 강력한 경고 라벨과 함께 리트윗까지 막았던 것과 달리 페이스북은 “최종 결과는 초기 투표와 다를 수 있다. 개표하는 데 수일에서 수주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는 중립적인 설명을 붙였다.

경고 라벨 처리 방식도 조금 달랐다. 경고 라벨을 눌러야 볼 수 있도록 한 트위터와 달리 페이스북은 노출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또 허위정보에 대해서도 공유 제한 조치 등을 적용하지도 않았다. 이 같은 정책 때문에 ‘선거를 훔치려 한다’는 트럼프의 글은 한때 페이스북에서 공유 건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허위정보에 대해 다르게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위터가 ‘우편 투표가 선거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의 글에 경고 라벨을 붙이면서 공유를 제한할 때도 페이스북은 그냥 볼 수 있도록 놔뒀다. 대표적인 두 소셜 플랫폼의 이런 차이는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화제가 됐다.

그렇다면 두 회사는 왜 허위정보에 대한 규제 잣대를 다르게 갖다 대는 걸까?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지향하는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출범 당시 ‘새로운 CNN’을 표방했다. 따라서 소셜 네트워크라기보다는 ‘정보 네트워크’에 가깝다. 정보 네트워크인 트위터는 ‘허위 정보’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제 아무리 ‘최대 이용자’ 중 한 명이라도 계속 허위 뉴스 논란에 휘말릴 경우엔 플랫폼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반면 페이스북은 ‘대화’와 소통의 공간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글이 불특정 다수에게 ‘방송’되는 공간이 아니다. 그 글을 토대로 가까운 사람들이 소통하고 대화하는 플랫폼이다. 그러다 보니 정보는 가급적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이용자들이 직접 판단하도록 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3

3) 가장 느슨했던 유튜브

유튜브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허위정보가 담긴 영상을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선거 관련 패널 기능을 추가했다. 정보 패널은 검색 결과 페이지 최상단에 노출시켰다. 검색 결과를 표출할 때는 신뢰할 수 있는 뉴스 매체를 우대하는 등의 조치도 계속 적용했다.

하지만 실제 선거 국면에선 허위정보를 담은 영상을 삭제하거나, 경고 라벨을 붙이는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진 않았다. 이에 따라 유튜브는 허위정보에 대처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는 허위주장을 담은 한 극우단체의 영상이 35만 회나 조회될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4

물론 유튜브 역시 해당 영상에 “최종 선거 결과는 다를 수 있다”라는 경고 라벨을 붙이기는 했다. 하지만 공유 제한이나 삭제 같은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투표하지 못하게 설득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는 등의 가이드라인 침해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세 개 플랫폼 중에선 유튜브의 자율규제 기준이 가장 느슨했던 셈이다.

나가며- ‘통신품위법 230조’와 소셜 플랫폼의 미래

소셜 플랫폼들이 적극적인 자율규제에 나선 데는 ‘통신품위법 230조’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정치권은 그동안 소셜 플랫폼 사업자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통신품위법 230조를 폐지, 또는 개정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개정을 주장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층에선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보수의견에 불이익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에 강경 입장을 보인 건 그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 쪽에선 플랫폼 사업자들이 허위정보를 막기 위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통신품위법 230조가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조 바이든 역시 올해 초 통신품위법 230조는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플랫폼들도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상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11월 17일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투명성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내도록 의무화하자”고 제안한 정도였다.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한 주요 소셜 플랫폼들은 2020년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허위정보 문제에 비교적 적극 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4년 전에 비해 자율규제를 강화하면서 플랫폼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데 전력을 다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경험과 함께 ‘통신품위법 230조’가 보장해줬던 면책특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통신품위법 230조’를 건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공화당 쪽에서 더 적극적이기 때문에 소셜 플랫폼의 책임성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보완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의 IT 규제정책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할 ‘플랫폼 책임성’ 이슈를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마무리할지 지켜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

  1. Yurieff, K(2020. 11. 5). How Twitter, Facebook and YouTube are handling election misinformation; https://edition.cnn.com/2020/11/04/tech/social-media-election-misinformation/index.html [본문으로]
  2. Gadde, V & Beykpour, K (2020. 10. 9). Additional steps we’re taking ahead of the 2020 US election. https://blog.twitter.com/en_us/topics/company/2020/2020-election-changes.html [본문으로]
  3. 김익현(2020. 6. 1). 트위터는 전쟁, 페북은 대화…트럼프와 관계 왜 다를까. https://zdnet.co.kr/view/?no=20200601174328 [본문으로]
  4. Yuridff. 앞의 글. [본문으로]
저자 :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