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앱 선탑재’ 소송의 의미와 여파

1. 미 법무부, “검색 선탑재 조건 거액 제공” 구글 제소

구글이 미국에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구글 검색 앱을 선탑재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불공정행위를 해왔다는 혐의로 소송에 처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지난 10월 20일 검색엔진 시장의 독점적 사업자인 구글이 경쟁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에 구글 검색 앱을 선탑재하는 조건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등에 거액을 제공하는 불공정행위를 해왔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무부가 워싱턴D.C. 연방법원에 구글을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일은 1998년 미 법무부가 컴퓨터 운영체제에 웹브라우저를 끼워 팔아온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펼친 사례에 비교되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배타적 계약을 통해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폰 등 기기에서 구글 검색을 ‘선탑재(preload)’하도록 해 경쟁업체의 진입을 막은 점을 문제 삼았다. 미국 법무부는 특히 구글과 애플 간의 검색 디폴트 옵션에 주목하고 있다. 거래는 구글과 애플 모두에게 이익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구글이 아이폰의 브라우저 사파리에 구글 검색을 선탑재하는 대가로 2018년 90억 달러, 2019년 120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연수익 3분의 1에 이르는 거액이다. 그 대가로 구글은 아이폰에서의 검색 트래픽을 받는다. 법무부는 공소장에서 구글은 2019년 검색 트래픽의 거의 절반이 애플 기기를 통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2018년 구글의 최고경영자 순다 피차이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만나 수익증대를 위한 두 회사의 협력을 논의했다는 점도 주시하고 있다.

2. 미 법무부 “독점금지법 위반”, 구글 “소비자 스스로 이용한 것”

미 법무부가 구글의 검색엔진 선탑재 거래를 독점금지법 위반의 불공정 거래로 지목한 소송은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법원의 명령이 없으면 구글은 반경쟁 전략을 통해 경쟁을 무력화하고 소비자 선택을 줄이며 혁신을 막을 것”이라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제프리 로젠 미 법무부 차관은 “이런 행위(구글의 선탑재 조건 거래)를 막지 못하면 미국은 앞으로 시장에서 제2의 구글을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글은 소비자를 앞세운 방어 논리를 들고 나왔다. 구글은 “소비자들은 강요당해서나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구글을 이용하고 있다. 구글은 미국인들에게 무료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반박하며 “소비자 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구글은 오히려 이런 거래가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켰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언론 <씨넷(CNnet)>은 “애플과의 거래를 통해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낮추도록 도움을 주었다”는 구글 인터뷰를 보도했다. 또한 구글은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를 스마트폰 제조사에 무상으로 제공해 스마트폰 기기의 가격을 낮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3. ‘선탑재(Preload)’의 종류

스마트폰 ‘선탑재(preload)’는 여러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 문제 된 아이폰에서의 구글 검색 선탑재는 일종의 ‘초기 설정(default setting)’이다. 아이폰의 웹브라우저 사파리는 이용자에게 구글, 야후(Yahoo), 빙(Bing), 덕덕고(DuckDuckGo) 등 4종류의 검색엔진을 설정할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메뉴의 ‘디폴트 세팅’은 구글이다. 검색엔진 변경 메뉴를 찾아가 바꾸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아이폰 이용자들은 검색엔진 변경 기능 자체를 알지 못한 채 애플이 초기 설정값으로 제공하는 구글을 검색 엔진으로 사용한다.

스마트폰 제조사나 통신사가 자사의 서비스를 ‘선탑재’ 형태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국내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이런 관행이 두드러진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최신 기종 스마트폰에는 평균 58.3개의 앱이 선탑재돼 있다. 이동통신 3사는 평균적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에 56개, 갤럭시 S10노트에 54.3개, LG전자의 V50씽큐에 64.7개의 앱을 선탑재로 제공하고 있다. 이 중에는 삭제할 수 없는 필수기능 앱이 평균 13개였다. 12개가 제조사의 앱이고 통신사별로 1~2개의 앱이 탑재됐다. 운영체제(OS)를 제공하는 구글의 경우 10개의 앱을 선탑재하고 있었지만 모두 비활성화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는 아예 운영체제에 결합돼 경쟁 제품 이용이 불가능한 필수 서비스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웹 브라우저와 검색엔진이다. 아이폰 운영체제에서는 사파리가 디폴트 웹브라우저이고, 안드로이드폰에서는 크롬 브라우저와 함께 구글 검색창을 디폴트로 제공되는데 삭제할 수 없다.

4. ‘선탑재 앱’ 유사 소송의 사례

국내에 이번 소송과 유사한 사례가 있다. 2011년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 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구글이 국내 안드로이드 폰 제조사들에게 구글 검색 위젯을 선탑재하도록 하는 행위가 국내 검색엔진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불공정 행위라고 신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2013년 제조사들이 필요에 의해 구글 앱을 탑재했으며, 경쟁 제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글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 문제는 2016년 국정감사에서 다시 불거졌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구글 간의 계약서에 구글이 지정하는 앱 탑재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사용의 전제조건으로 명시됐다는 점이 밝혀진 탓이다. 구글 검색을 비롯해 지메일, 구글지도 앱 사용이 안드로이드 사용의 조건이라는 게 드러났지만 별다른 후속 조치가 진행되지 않았다.

한편 2018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자사 검색 앱과 웹브라우저 크롬 선탑재를 스마트폰 제조사에 요구했다며 43억4000만 유로(약 5조7000억 원)의 과징금을 물려, 한국 공정위의 결정과 대비됐다.

미 법무부가 구글의 검색엔진 선탑재를 문제 삼은 이번 사안은 20여 년 전의 미 ‘법무부 대 MS’ 소송의 결과를 검토하게 한다. 1998년 MS 소송은 2000년 법원에 의해 독점금지법 위반이 인정돼 기업 분할 명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01년 클린턴 정부가 물러나고 조지 W. 부시 정부가 들어선 2002년 MS는 법무부와 ‘공정조처 행위를 취하겠다’는 타협안을 통해 회사 분할을 피했다. 이후 끼워팔기가 사라지고 브라우저 선택제(브라우저 밸럿) 등이 시행됐고 크롬 등 경쟁 브라우저가 등장해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했다. 한때 브라우저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했던 MS의 점유율은 현재 미미한 수준이다.

이번 구글 소송은 구글의 기업 분할 대신 구글과 미 법무부 간의 타협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 정책 전문가인 팀 우 컬럼비아 법대 교수는 AP통신 인터뷰에서 “1998년 MS 소송의 복사판인 이번 소송에서 미 법무부가 이길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 스마트폰 업체들이 구글 검색을 더이상 ‘디폴트 세팅’으로 하지 않는다는 방식이 해결방안으로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지형은 ‘미 법무부 대 MS’ 소송 상황과 사뭇 다르다. 20여 년 전 인터넷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추진하던 민주당 정부가 공화당에 의해서 교체되며 MS는 기업 분할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반대로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다. 미국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0월 보고서를 펴내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4개 기업이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을 상대로 구조조정과 독점금지법을 개혁할 것을 권고했다.

5. 소송 본격화 따라 ‘디폴트 세팅의 힘’ 논쟁 본격화 예고

구글은 스마트폰 선탑재가 앱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페이스북의 경쟁 서비스였던 구글플러스를 지목했다. 구글플러스는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추진한 핵심 서비스였고 안드로이드폰에 선탑재됐지만 결국 구글은 지난해 구글플러스를 퇴출시켰다.

하지만 선탑재된 앱과 초기설정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정보기술 분석가 밥 오도넬은 <씨넷> 인터뷰에서 “디폴트 세팅은 강력한 효과를 지닌다”며 이용자들은 초기 설정을 바꾸기를 꺼리거나 조작 방법을 모르는 게 그 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검색 앱 선탑재 과정에서의 거래를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제소한 이번 소송은 필연적으로 디지털 서비스에서의 ‘디폴트 세팅’을 둘러싼 공방으로 옮아갈 전망이다. 디지털 기기와 소프트웨어 사용계약은 이용자의 약관 동의를 거치지만, 현실에서는 ‘습관적 동의’가 이뤄지고 결과는 업체가 제공한 ‘초기 설정값’대로 이용이 이뤄진다. 이번 구글 소송은 디지털 서비스에서의 ‘디폴트 세팅’의 결과와 공정성에 대한 논의를 광범위한 차원으로 확대할 잠재력을 안고 있다.

저자 : 구본권

KISO저널 편집위원, 한겨레신문사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