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테크핀(Tech+Fin)업계 동향과 전망

‘No 핀테크’ 금융가 판도 바꾸는 테크핀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서비스를 가리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금융 업계가 수익성 회복을 위해 IT기업과 손잡고 상품 개발에 나서면서 나오게 된 용어다.

핀테크의 발전으로 금융사들은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거래 과정을 전자화하기 시작해 비용을 줄이고, 업무 속도는 빨라졌다. 소비자도 복잡했던 금융 서비스를 한층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간편해진 결제 덕에 전자상거래 시장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에 기술 제공 역할을 하던 IT기업들도 직접 전자결제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는 IT기업들의 금융 산업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테크핀(Techfin)은 이렇게 성장한 IT기업들이 주도하는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핀테크를 앞뒤만 바꾼 용어로, 2016년 12월 알리바바의 마윈(Jack Ma) 회장이 가장 먼저 사용했다.

그는 “중국은 5년 안에 ‘현금이 필요 없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기술로 기존 금융 시스템을 재건 한다”라는 현상을 설명하며 테크핀의 개념을 언급했다.

2018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 세미나 ‘Money2020’에서는 테크핀을 주제로 하는 여러 발표 및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당시 크리스 스키너 FSC(Financial Services Club) 의장은 “핀테크 기업들이 기존의 거래구조를 기반으로 어떻게 하면 더 저렴하고 빠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에 반해, 테크핀 기업들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이것이 어떻게 상업과 거래에서 사용될 수 있는지 고민한다”며 테크핀 업계의 저력을 예고했다.

종합해보면 테크핀은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 업 또는 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테크핀 업계는 4차산업 시대에 발 맞춰 전통 금융사들이 갖는 금융업 노하우가 아닌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서비스 제공으로 핀테크와 차별점을 벌려가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글로벌 테크핀 기업으로는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꼽히고 있다.

국내 업계 동향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이 테크핀 영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테크핀 기업들은 전자결제 서비스를 시작으로 송금, 대출, 보험, 증권 등 전통적인 금융 영역까지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플랫폼, 라인 등을 기반으로 테크핀 영역에서 고속 성장을 이루고 있다. 네이버는 2019년 11월 네이버페이 사업 부문을 분할해 별도의 독립법인인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종합자산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상반기 네이버 통장 출시를 시작으로 신용카드 추천, 증권, 보험 등 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미 국내 간편결제 대표 서비스로 자리 잡은 네이버페이의 위상도 견고히 다져나간다는 방침이다. 회원가입, 로그인, 배송조회 등 과정을 간편화함으로써 지난해 3분기 네이버페이 결제액 4조원을 돌파했다. 네이버페이 결제자 수도 월 1,000만 명을 넘어섰다.1올해도 네이버 쇼핑 부문의 유통사 확대 전략에 맞춰 더욱 다양한 네이버페이 이용 고객층을 넓혀갈 예정이다.

이 밖에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이 글로벌 금융 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여지도 있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메신저, 플랫폼 서비스와 유기적 연결된 다양한 금융상품 출시가 기대된다.

카카오의 금융사업은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을 통해 전 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4분기 거래액은 13조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보유 고객수 1,128만 명, 수신액은 20조7119억 원, 여신액은 14조8803억 원(잔액기준)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월 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바로투자증권의 대주주 적격성을 승인받아, 사명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바꾸고 테크핀 기업 최초로 증권업에 진출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먼저 카카오페이머니를 증권 계좌로 업그레이드하고 ‘카카오페이 투자’ 서비스에 펀드 상품을 오픈하는 등 투자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카카오페이의 편의성, 연결성, 기술력을 기반으로 소수의 자산가, 금융 전문가 등에 편중됐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도록 대중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은행, 증권뿐 아니라 디지털 보험사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보험 판매 플랫폼 제공 역할에서 더 나아가 인슈어테크(보험+기술) 기반의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상품개발, 마케팅, 운영, 보상 등 전 영역에서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손해보험 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토스(TOSS)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업계 행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비바리퍼브리리카는 플랫폼에 IT 기술을 접목시켜 테크핀 영역으로 진출을 나서는 네이버, 카카오와는 다르게 시작부터 테크핀을 지향하는 스타트 업으로 출발했다.

2015년 출시된 토스 앱은 스마트폰 인증 등 간편한 절차를 거쳐 계좌 개설과 송금이 가능하다. 해당 계좌로 투자, 대출, 신용, 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출시 이후 누적 송금액은 64조 원에 달한다.2

토스는 스마트폰 상에서 계좌를 복사하는 것만으로도 송금 메뉴가 노출되는 서비스, 터치페이용 분할 송금, 원터치로 켜고 끄는 자동이체, QR코드 촬영으로 계좌번호를 입력하는 참신한 서비스 등으로 고정 사용자 층을 두텁게 가져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료서비스인 ‘토스 프라임’도 출시했다. 토스 프라임은 편의점, 지하철 ATM을 통한 무료 출금, 달러·유로·엔화 환전 100% 우대, 신용 전문가의 1:1 코칭을 통한 신용등급 상승 솔루션 제공 등이 특징이다.

발전 방향 및 전망

해외에서는 이미 간편결제나 생체인식 등의 기술을 앞세운 구글, 아마존 등이 금융 혁신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 모건체이스앤컴퍼니 회장은 이미 2014년 연례 투자자 모임에서 IT기업이 금융업계를 전방위 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 테크핀 영역도 ‘친밀성’과 ‘기술력’을 강점으로 금융업계에서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테크핀 기업은 이미 플랫폼, 메신저 상 결제시장을 통해 비대면 금융서비스 환경에서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고 볼 수 있다.

그간에는 이 관계로부터 수집한 소비패턴, 자산규모 등의 고객 데이터를 금융사에게 판매하거나 고객이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이러한 방법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직접 제공해 더욱 빠르고 편리한 금융서비스 환경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친밀도 높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창출되는 신뢰 때문에 서비스 제공 범위를 보다 쉽게 확장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전통적 금융시장에서도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의 추세를 보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와 행동을 분석하는 테크핀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문제들도 있다. 우선 ‘은산분리’ 등의 법적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 은산분리 정책은 비금융사가 은행 지분을 4%(인터넷전문은행은 34%)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다. 지난 2018년 완화돼 IT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의 진출 물꼬를 텄지만, 여전히 테크핀 영역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으며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

기존 금융회사와 테크핀 기업 간 공정경쟁을 위한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이들이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하고, 동시에 기업 간 협업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규제 체계를 마련 할 필요가 있다. 이에 올해 금융위가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정 시 핀테크 회사들이 자율도를 가지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도록 선진적인 제도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으로의 진출 장벽을 낮추는 한편, 테크핀을 통해 금융시장에 인입되는 금융 안정성이나, 소비자 보호를 저해할 수 있는 데이터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등의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1.조선일보 (2020.02.20.) [Tech & BIZ] 핀테크에 도전장 내민 테크핀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0/2020022003383.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2. 자본시장연구원 (2019-22호) <국내외 테크핀(TechFin) 기업의 현황 및 이슈>

3. 금융감독원 (2019.04.18.) <금융소비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 현황, 보도자료>

4. 헤럴드경제 (2020.03.03.) 대주주 족쇄 때문에…‘테크핀’ 좌초위기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00303000198

 

  1. 디지털타임스 (2019.10.31.) ‘금융大戰’ 네이버도 뛰어든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110102100151032001&ref=naver [본문으로]
  2. IT동아 (2019.12.13.)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간편한 금융생활, 카카오페이와 토스(TOSS)http://it.donga.com/29864/ [본문으로]

저자 : 남동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기획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