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 방송 통신 규제의 올바른 방향

뉴노멀법2필자가 어렸을 때 인터넷이라는 것은 그저 신기한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컴퓨터를 키고, 터미널 창을 띄워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괴상한 접속 소리와 함께 터미널 창에 글씨들이 새겨졌다. 그 당시 인터넷이라는 것은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과 통신할 수 있는 전화기 이외의 추가적인 수단일 뿐이었고,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의 장을 마련해주었다는 것 이외에는 저화질의 사진 한 장을 다운로드 받는데 1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등 꽤나 불편한 장난감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의 시간 동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참으로 많이 변화했으며, 최근에 발생한 대부분의 변화의 중심에 인터넷이 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지난 2015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인터넷이 사라질 것이라고 발언하였는데1, 이는 현대인들이 삶 속에서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해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인터넷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인터넷이라는 것은 당연하고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렇게 인터넷이 확산되고 또 중요한 존재가 되다 보니,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상에서는 한번 작성한 글, 한번 업로드한 사진 등 모든 자료들이 손쉽게 저장되고 공유되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글이나 사진이 유통되고 또 그 기록은 영원히 지속된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가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다 보니 개인의 특정 기록을 삭제하거나 정정을 요구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Right to forgetten)’라는 신종어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디지털 유산 상속의 이슈도 있다. 친족 관계가 있는 사람 중 한 쪽이 사망할 경우 사망한 사람의 재산은 다른 한 쪽으로 상속이 된다. 그렇다면 사망한 사람의 인터넷 계정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실제로 2014년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사망 학생들의 부모들은 페이스북에 자식의 계정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에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만 있을 뿐, 사망에 따른 디지털 유산의 상속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터넷 세상에서 새로운 이슈들이 발생함에 따라 인터넷 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단연 ‘뉴노멀법’이 아닐까 싶다. ‘뉴노멀법’이란 자유한국당 김성태의원이 지난 2017년 10월에 발의한 사전적 규제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포괄하여 일컫는 개념이다. ‘뉴노멀법’은 인터넷 사업자,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대형 인터넷 포털 사업자들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다른 인터넷주소‧정보 등의 검색 및 전자우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 서비스, 콘텐츠 등을 이용자에게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부가통신 역무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하고 이들 부가통신사업자들을 경쟁상황평가 및 회계 정리 의무의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매출액 및 이용자 수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인 자”의 경우 정보제공을 매개할 때 불법 정보의 유통 차단 및 상시 모니터링 체재를 의무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요 인터넷 포털사업자들로 하여금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이다. 정리하면 ‘뉴노멀법’에서는 인터넷 포털 사업자를 “다른 인터넷주소‧정보 등의 검색 및 전자우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 서비스, 콘텐츠 등을 이용자에게 종합적으로 부가통신 역무를 제공하는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하고, 주요 인터넷 포털 사업자들의 경우 통신사업자들 (KT, SKT, LGU+ 등)과 마찬가지로 경쟁상황평가를 받게 하고 있으며, 모니터링 의무 부과와 함께 방송통신사업자들처럼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고민 없이 만들어진 인터넷 규제는 오히려 역기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첫째, ‘뉴노멀법’에서는 인터넷 포털 사업자를 “다른 인터넷주소‧정보 등의 검색 및 전자우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 서비스, 콘텐츠 등을 이용자에게 종합적으로 부가통신 역무를 제공하는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시 NHN (지금의 네이버)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며 인터넷 포털 사업자를 ‘1S4C2’로 획정했던 사례는 이미 2009년에서 서울고등법원에서, 2014년 대법원에서 위법으로 판결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는 지속적인 연구의 결과에 기반하여 “포털 내부의 다양한 서비스의 존재, 혁신이 빠르고 동태적인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으로 인하여 포털 서비스의 범주를 검색서비스에 한정 짓는 시장획정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은 다양한 포털의 서비스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3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둘째, ‘뉴노멀법’에서는 인터넷 포털 사업자들에게 기존의 방송통신사업자들에게 경쟁상황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 사업자는 방송사업자나 통신사업자와는 그 출생부터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KT, SKT, LGU+와 같은 통신사업자를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기간통신사업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기간통신사업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 하에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즉,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업의 허가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기간통신사업자들은 그들의 독점적 사업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으며, 이는 방송사업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 사업자의 경우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되며,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만 함으로써 사업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는 경쟁과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의 환경에 노출되어있다.

셋째, ‘뉴노멀법’의 규제 조항들을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국내에서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 이슈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원클릭 간편 결제의 이슈,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들의 과세 이슈 등 많은 경우에 정부의 규제는 오히려 국내 사업자들의 발전을 저해해왔다. 고유 명칭의 규제 조항들 역시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적용되기 힘들 것이며 결국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만을 규제하는 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국내의 SNS 시장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빼앗긴지 오래이며, 와이즈앱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9월을 기준으로 스마트폰 사용시간 점유율에서 이미 카카오와 네이버는 유튜브에게 뒤쳐지고 있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역차별 규제는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할 뿐이다.

지금의 인터넷은 융합의 활성화와 함께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역기능이 발생하면서 올바른 인터넷 문화를 정립하고 향후 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규칙과 규제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 산업의 규제는 현재 인터넷 산업의 현황과 사업자들의 특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 그리고 국내외 사업자에게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인터넷 환경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사람에서 사물로, 국내에서 글로벌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 변화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검색 중립성, 플랫폼 중립성 등 현재 인터넷을 둘러싸고 있는 철학과 원칙을 잘 만들어뒀을 때 앞으로도 인터넷 강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 해당 저널의 정식 표기명은 KISO 저널로 위 게시물을 참고문헌으로 표기하실 때에는 간행물명을 KISO 저널로 명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정식 표기명 :  KISO 저널

 

 

 

  1. 매일경제, [최은수 기자의 미래이야기]구글 CEO의 예언 “인터넷이 사라진다”…그 다음 미래는? 2015.01.26.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1980 [본문으로]
  2. 1S-4C: 검색(Search)서비스, 이메일(email), 메신저(messenger) 등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서비스, 홈페이지, 온라인카페 등 커뮤니티(Community) 서비스, 스포츠/금융/뉴스/게임 등 각종 콘텐츠(Contents)서비스, 온라인 쇼핑 등 전자상거래(Commerce)서비스를 통틀어 ‘1S-4C 서비스’라고 칭함.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0807231755225&code=920100 참고 [본문으로]
  3. 출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6,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본문으로]
저자 : 이대호

성균관대학교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