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유통혁신 ‘라이브커머스’…설익은 규제보다 시장의 자율·자정 노력 존중할 시기

1. 라이브커머스 성장과 기회

최근 ‘라이브커머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Live commerce)는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커머스(Commerce)의 합성어로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쇼호스트가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판매자나 쇼호스트에게 실시간으로 질문하고 바로 답변을 받을 수 있으며 소비자들끼리 대화하기도 한다. 기존 이커머스(E-commerce)보다 ‘소통’과 ‘재미’를 더한 진화된 커머스 형태다.

올해 상반기 국내 라이브커머스 방송(이하 “라방”이라 한다)은 13만 8천 여 회 실시됐으며 누적 거래액은 3,500억 원을 넘겼다. 누적 조회수 역시 32억 회를 넘었으며 이는 하루에 약 1,800만 명이 라이브 방송을 시청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1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2016년 전자상거래 기업인 타오바오(淘宝网)와 징동닷컴(京东) 등의 선제적 도입을 시작으로 소위 ‘왕훙’이라고 불리는 인플루언서들이 라방에 진출하며 수년 동안 엄청난 시장 규모의 성장을 보여왔다. 지난 2020년 ‘알리바바’는 중국의 최대 쇼핑 대목인 ‘싱글즈 데이’(11월 11일)를 앞두고 타오바오가 진행한 라방에서 시작한지 30분 만에 75억 달러(약 9조 2625억 원) 매출을 기록한 바 있으며, 2021년 7월 맥킨지는 중국 라방 시장이 2017년에서 2020년간 연평균 280%씩 성장해 2020년 1,710억 달러(약 211조 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오는 2026년 모든 전자상거래의 10~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2 미국 역시 2021년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110억 달러였고 2023년에는 26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3민간뿐만 아니라 공공에서도 라이브커머스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개척 지원사업’을 통해 라이브커머스 제작 및 운영을 지원하고 있으며, 강원도는 자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인 ‘원더라이브’를 통해 김치, 달걀, 참기름 등 강원도 상품을 라이브방송으로 판매할 예정이다.4

이러한 라이브커머스는 특히 중소상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별도의 스튜디오나 전문 장비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편리하게 라이브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홈쇼핑의 경우 한정된 방송 시간 등으로 입점이 제한돼 있어 단기간 내 대규모로 판매할 수 있는 대기업 제품 중심으로 운영된다. 특히 판매에 유리한 편성을 얻기 위해 입점 업체 간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진출하기에는 문턱이 높다.5 반면 라이브커머스는 언택트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사업자들에게 중요한 고객 확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6 과거 대형유통업체, 재래시장 등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구조는 생산자의 입점기회를 제한하고 소비자의 다양한 상품 및 가격 접근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은 이러한 한계를 무너뜨리고 있으며 특히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유통혁신은 중소상인들의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고 그 결과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 기회를 증진시키고 있다.

그러나 TV홈쇼핑업계는 라이브커머스와 관련해 ‘방송과 통신의 경계에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TV홈쇼핑과의 규제 형평성, 라이브커머스 사업자와 판매자 간 불공정 거래 행위, 허위ㆍ과장 광고로 인한 이용자 피해 및 권리 보호를 이유로 규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2021년 2월 통신판매중개업자의 통신 판매 영상 보존 및 제공 의무를 포함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양정숙 의원)이 발의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TV홈쇼핑에 부과하는 공적 규제를 라이브커머스에 부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2. 공적 규제 부적절

. 규제 형평 위반

규제의 집행 시 집행대상자에 대한 차별 금지의 원칙, 수범자가 예측할 수 있는 집행 예측성 원칙 등이 담보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 규제 형평의 문제다. 사실 규제 자체가 특정 집단에 비용을 발생시키면서 다른 집단에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측면에서 형평의 문제가 태생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규제 형평 달성을 위한 대표적 원칙이 ‘동일범주 동일대우의 원칙’이다. 규제의 집행시 동일한 범주의 대상을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과 함께 동일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차등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방송, 금융 등 전통 산업의 기업이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혁신 기업에 대해 동일한 전통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동일범주 동일대우의 원칙’을 차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규제 형평에 기반한 ‘동일범주 동일대우의 원칙’에 대한 깊은 오해다.

TV홈쇼핑도 마찬가지다. TV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는 그 속성이 다르다. TV홈쇼핑은 공적 자원이자 희소한 자원인 주파수를 이용하므로 소수의 허가된 사업자만 진입할 수 있는 방송사업이다. 이러한 방송의 속성에 기반한 높은 침투성으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라이브커머스는 주파수와 같은 희소 자원이 아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 방송의 특수한 속성인 침투성과 소비자의 수동성 등의 속성도 없다. 따라서 라이브커머스에 TV홈쇼핑과 유사한 편성규제, 방송심의규제, 기금지원 등과 같은 의무까지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는 오히려 규제 형평의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 ‘방송’과 ‘인터넷’의 다름을 경시해서는 안된다. 라이브커머스에 만약 TV홈쇼핑과 동일한 규제가 적용된다면 결국 라이브커머스 사업자의 관리 비용이 증가되고 이는 입점 수수료에 반영돼 리스크가 높은 영세사업자의 이용이 제한될 것이다.

. 경쟁 법적 규제 성급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서비스의 보장이야말로 소비자 혹은 이용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서비스의 보장은 시장의 유효한 경쟁을 통해 달성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쿠팡·G마켓·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 뿐만아니라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틱톡, 아마존, 구글(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도 적극 참여 중이다. 또한 현대홈쇼핑의 ‘H몰’과 CJ그룹의 ‘CJ온스타일’ 등 대형 유통업체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인스타그램에 ‘라이브 쇼핑’ 기능을 출시했으며, 틱톡 역시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명 인플루언서들과 ‘홀리몰리 라이브 마켓’을 진행하면서 라이브커머스 기능을 선보였다. 다양한 업체 간 유효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제 막 지펴지기 시작한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대하여 경쟁 법적 규제보다는 더 나은 서비스로 원활히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는 것이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데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 이용자 후생

TV홈쇼핑은 정부의 허가에 의해 소수의 사업자만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강력한 진입규제가 적용되는 방송사업이다. 그러나 라이브커머스는 누구나 자유로이 시장에 진입해 경쟁하는 사업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라이브커머스가 이용자(소비자) 보호와 무관한 무규제 사업인 것은 아니다. 라이브커머스 역시 허위과장·부당비교·기만적 또는 비방적인 표시 광고를 할 경우「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규제를 받는다. 2021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주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업체 12곳의 117개 방송을 점검한 결과 업체 6곳에서 부당광고 21건을 적발해 게시물 삭제와 행정처분 등을 관계 기관에 요청한 바 있다.

또한 이용약관이나 운영정책에 따라 라이브 콘텐츠에 허위과장 광고 등이 포함될 경우 방송 중지, 다시보기 노출 제한, 영상 삭제 등 조치도 취할 수 있다. 문제가 된 상품에 대해 수정 또는 판매 금지도 취할 수 있으며, 판매자에 대해 이용 정지 및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후규제도 받는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소비자가 아닌 방송 시청자에 준하는 규제, 즉 TV홈쇼핑에 준하는 시청자 보호를 위한 내용 규제, 편성규제, 송출 수수료 규제 등을 부과하는 것은 라이브 커머스를 ‘TV홈쇼핑化’ 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3. 나가며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는 혁신 기술에 기반해 빠른 변화·이동성을 특징으로 하므로 시장진입장벽이 낮다. 최근 규제 형평 원칙이 거론되는 대부분의 산업군은 금융, 방송 등 ‘관치’·‘친규제’산업이다. 이러한 관치·친규제산업은 대부분 정부의 인허가 등으로 시장진입장벽이 높고 소수의 기업만이 시장에서 독점적으로 작동해왔다. 그러한 독점을 폐해를 막기 위해 강력한 혹은 과도한 규제가 정당화 돼 왔다. 또한 거래의 안전성·신뢰성을 담보한다는 이유로 불편하고 과도한 규제도 비교적 이견 없이 수용해 왔다. 그러나 라이브 커머스는 TV홈쇼핑과 동일서비스가 아니라, 다른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레거시 규제를 지키기 위해 기계적으로 ‘동일범주 동일대우의 원칙’을 차용하는 것은 오히려 규제 형평에 위배된다. ‘규칙들의 기계적인 적용과는 다른 공평성에 따른 정의(justice)’를 의미하는 것이 규제 형평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디지털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공적 규제를 담고 있는 법안의 한계와 문제점이 쟁점화되면서, 현 정부는 그 대안으로 자율규제를 정책 추진 방향으로 택하였다. 자율규제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구속력을 가지고 행하는 자정 노력의 모든 활동을 총칭한다. 짧은 기술생애주기, 쏠림 현상, 글로벌 유행성 등 ‘변화’와 ‘속도’에 민감한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속성에 비추어 볼 때 정부 규제의 경직성보다는 자율규제가 타당하다. 디지털플랫폼 서비스의 일 유형인 라이브커머스 역시 이러한 자율규제가 잘 작동하도록 정부의 역할은 ‘지원’과 ‘독려’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즉 자율규제의 기조하에 사업자들이 소비자의 외면 및 경쟁의 도태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스스로 기준을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게 우선돼야 한다.

[참고문헌]

-김민호, 행정법, 박영사, 2022.

-김현경, 인터넷서비스의 규제역차별 개선에 관한 연구, 토지공법연구 제68집 2015년 2월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에 대한 비판적 고찰-「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중심으로, 선진상사법률연구vol., no.94, 2021, pp. 137-185,

-새로운 유통혁신, ‘라이브 커머스’ 규제 신중해야, 아시아경제 W칼럼(2021.4.12.). (https://www.asiae.co.kr/article/2021040911141493983, 2022.8.15.최종확인)

-이원우, 「경제규제법론」, 홍문사, 2010.

  1. 라방바 데이터랩, ‘2022 상반기 라이브 커머스 시장 분석’https://datalab.labangba.com/comm/list?post_no=202 2022.8.13.최종 확인 [본문으로]
  2. https://www.epn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169 2022.8.15. 최종 확인 [본문으로]
  3. 한국무역협회, 미국, 라이브커머스가 뜬다(미국통상정보),https://www.kita.net/cmmrcInfo/cmercInfo/areaAcctoCmercInfo/cmercNews/cmercNewsDetail.do?pageIndex=1&no=68833&classification=2 2022.8.15. 최종 확인 [본문으로]
  4. 매일경제(2022.8.10.), “강원도 대표 쇼핑몰 ‘강원더몰’ 구독경제 서비스 시동”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2/08/705965/ 2022.8.13. 최종확인 [본문으로]
  5. 2021년 1월 기준, 네이버의 대표적 라이브 커머스인 ‘쇼핑라이브’의 전체 판매자 중 80%가 중소기업이다. [본문으로]
  6. 한돈 및 한우를 판매하는 ‘미트스튜디오’는 월 30회, 동대문 패션상품을 판매하는 ‘제니에디션’은 월 20회씩 꾸준히 쇼핑라이브를 진행하여 2~4개월 만에 매출을 10배 가까이 올리고 단골도 늘렸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바람직하다. 충남 금산에서 패션 매장을 운영하는 ‘모노타임’은 한달간 7회 라이브를 진행하며 4천2백 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가평 고암사과농원 생산자는 쇼핑라이브를 통해 총 3천5백 박스, 약 8천만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수해당시에는 서울시 상생상회와 손잡고 수해 농가의 농산물을 소개하는 특별 라이브를 진행하는 등 지역과 적극 상생협력도 추진중이다. [본문으로]
저자 :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 KISO저널 편집위원장 /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