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없는 시대에는 대화할 수 있는 능력도 사라진다

 

책 소개

 

셰리 터클(Sherry Turkle)의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한 수많은 소통이 오히려 인간의 진정한 연결 능력을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결할 능력의 파괴란 인간이 오랫동안 개발하고 전수해 온 대화능력의 파괴를 뜻한다. 인간의 대화능력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와의 친밀한 대화를 통해 교육하여야 하는 과제라는 점에서 이 책의 반성적 성찰은 시작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항상 온라인’ 상태이기를 욕망하며 과잉된 접속을 이어가는 것이 왜 위험한지를 구체적이고 풍부한 예시로 보여준다. 그동안 보아 온 어떤 글들보다 많은 사례를 담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저자의 예리한 관찰력과 해석능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인간형성과 사람됨의 위기가 현실적인 근거로 확연히 드러나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은 우리가 흔히 보아 온, 그러나 별것 아닌 일로 넘겨 온 이야기들이다. 친구들과 밥을 먹을 때 다들 휴대폰 화면을 연신 확인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온전한 관심을 기대할 수 없었던 일, 전화보다는 문자로 소통하는 것을 더 안전하게 생각하게 된 일, 실시간으로 응답하기 위해 식탁에서나 세미나 중에도 메시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강박감 등이다. 우리가 얼굴을 맞대지 않고 하는 대화에 익숙해질수록 천천히 상대의 말투와 표정에 주목하면서 감정적으로 교류하는 능력은 감소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특히 현대인의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습관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잦은 멀티태스킹은 자기 자신을 분리시키면서 집중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멀티태스킹은 또한 주변 사람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수업 중에 페이스 북이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사람을 보면 이 수업이 지루하다는 생각, 나도 온라인 볼일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많은 교육자들이 최근의 초단기 집중의 문화를 수용하는 입장에서 교육활동을 학생의 집중력 수준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저자는 멀티태스킹과 깊은 집중이 동시에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멀티태스킹은 인지능력의 감소와 대화능력의 손실로 이어져 결국에는 복잡한 논쟁을 따라가는 능력을 잃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다운 생활의 핵심에 속하는 공감능력과 대화능력을 더 잃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디서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고독을 수용하는 능력의 회복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의 『월든』에 등장하는 세 개의 의자에 빗대어 고독의 필요성이 서술되면서 그 사색의 무게는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개인의 내면적 성찰의 자리인 첫 번째 의자가 잘 마련된다면, 친구나 가족과의 친밀한 대화의 자리인 두 번째 의자,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교제와 교류의 자리인 세 번째 의자에까지 다다를 수 있으며, 이것은 다시 개인의 내면으로 이어져 질 높은 소통의 선순환이 가능하게 된다.

 

소로우는 숲에서 사는 고독한 시간 동안 인생의 본질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었고 자연과 사물의 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더 깊은 교류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Thoreau, 2011). 우리가 접속하기 위해 온라인에 머무는 것은 고독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며 이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성찰할 기회를 잃는 것이다. 저자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현대인의 습성이 심심한 시간을 회피해야만 할 시간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이로 인해 어린 시절에 길러야 할 고독을 수용하는 능력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자신을 성찰하고 표현할 수 있지만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못하는 공간에서의 자아성찰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고독의 시간을 갖지 못하면 가족 간의 대화나 친구 간의 대화에서도 친밀감을 경험하기 어렵게 된다. 이 책의 예시 중에는 부모의 멀티태스킹으로 대화시간을 빼앗긴 자녀의 이야기가 여러 번 등장한다. ‘엄마는 식탁에서도 휴대폰으로 볼일을 봐요. 그동안 아빠도 나도 언니도 거기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와 같은 사례는 지금 여러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일 것이다. 저자는 가족 간의 대화 속에서 전수되어 온 타인의 감정에 대한 존중과 자기감정의 가치 인정, 감정표현 등을 배우지 못하게 됨을 염려한다.

 

소셜미디어의 대화를 통해서 타인의 마음을 읽고 경청하는 법을 배우기 어려운 이유는 감정과 표정은 생생한 진짜 얼굴을 통해야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이모티콘들로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인간과 세계와의 사이에서 우리의 몸이 양자를 매개하고 있다고 보았는데(Merleau-Ponty, 2002), 이는 몸을 매개로 하지 않는 대화에서 감각과 지각의 작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고독의 부재와 친밀한 사람과의 대화 부재는 학교나 직장과 같은 공적인 장소에서의 대화도 가로막게 된다. 대학 수업에서 많은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채 온라인에 접속하고 문자를 주고받는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현재도 수업매체로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그 활용이 더 늘어날 것이지만, 저자는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와 같은 온라인 공개수업에서도 대면접촉을 늘이는 방향으로 가야 교육의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 책은 학생들이 손들고 질문하며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자의 일이라는 주장을 명확히 한다. 따라서 교육의 목적 면에서 팀워크, 타인 존중, 감정조절능력 등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능력을 획득할 수 있는 실제적 접촉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온라인 소통과 실제 세계의 대화 중에서 한쪽을 선택하라는 이분법적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 사용을 일방적으로 금지하고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논의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대화하는 공간을 지키는 선에서 기술발전의 혜택도 누릴 수 있는 최선의 균형점을 고안해 낼 희망이 있다. 저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의 교류를 조화시켜 좋은 성과를 이루어낸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그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항상 온라인 대기 상태를 요구하는 기업문화에서 생겨난 고독의 부재와 주의산만이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생산성 약화로 이어지자 몇몇 기업들은 이를 문제로 인식하였다. 이들 기업은 회의시간에는 휴대폰을 금지한다든지, 근무시간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간으로 구분함으로써 실제 대화에 몰입하는 시간을 확보하여 소통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전자기기 없이 짧은 스탠딩 회의를 하는 것만으로도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했음을 보여준다.

 

가정과 학교에서도 이러한 현명한 구분을 통해 프라이버시 존중과 대화능력 향상, 양질의 교류를 지속할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저자는 집안에 전자기기가 없는 장소를 마련하거나 매일 가족 대화시간을 정해두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대화에 대한 책임을 갖게 될 것으로 본다. 학교나 기업에서도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구조를 만들거나 와이파이가 없는 학습공간과 휴식공간을 만드는 등의 모색을 통해 프라이버시와 대화를 모두 지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이러한 현명한 조화의 방법이 각 공간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역설하면서, 그 구체적인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제까지 우리가 변화되는 기술에 적응하고 따라가는 데 급급했다면 지금은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능력을 잃지 않으면서 변화를 수용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 모색은 부모와 교사, 관리자들이 대화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할 때 가능하다.

 

대화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경청과 개방성, 인내심이 필요하다. 즉각적으로 문제를 ‘처리’하려고 하는 곳에서 대화는 수용되기 어렵다. 부모는 아이와 대화할 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과 몸짓을 읽으며 대화해야 하고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수용함을 느끼면서 안정감을 얻게 된다. 교사도 학생들이 수업에서라도 대화를 훈련할 수 있도록 그 교육방법을 모색하고 수업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가 눈으로는 스마트 폰 화면을 보면서 한쪽 귀로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조류로 받아들인다면 대화의 힘을 회복할 길은 영영 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고독의 세계로 향하는 것, 고독의 기회를 잃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것을 온라인 시대의 대화하는 힘을 기르는 시작점으로 삼았다. 아이들이 조용히 고독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학교와 대학과 직장에서도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유니태스킹(unitasking)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성과를 향상시키는 것,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이 그 출발점들이다. 현대인의 불안한 삶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도 ‘인간이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면서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놓친 고독은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의 제안은 우리 사회에서 전자기기의 사용에 대한 도덕적 논의가 필요함을 촉구하며, 그 적절한 사용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 참고문헌

Bauman, Zygmunt(2013).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조은평·강지은 옮김, 파주: 동녘.

Merleau-Ponty, M.(2002). 『지각의 현상학』. 류의근 옮김, 서울: 문학과지성사.

Thoreau, Henry David(2004). 『월든』, 강승영 옮김, 서울: 은행나무.

저자 : 전숙경

교육학 박사/이화여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