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들의 역사적 의미와 필요 지원책
최근 들어 1인 기업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1인 기업의 특징인 창의력(Creativity)이 시장에서 먹혀들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1인 기업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든 어플리케이션들은 짭짤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적은 자본, 창의성, 순발력으로 무장한 1인 기업들은 IT분야뿐만 아니라 출판, 디자인, 의류, 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본 기고에서는 1인 기업들의 증가 이유를 살펴보고 1인 기업들에 대한 필요지원책 그리고 개선정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인 기업의 증가현상은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21세기의 중요 트렌드라고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필자는 중세시대로부터 산업혁명, JIT시스템를 살펴볼 것이다. 다음은 경제적으로 변화된 근래의 상황이다.
– OECD에 따르면, 미국 수출업계에 있어서 1달러의 교환가치가 1990~1996년 사이에 반으로 줄었다.
-영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기업의 건물은 앞으로 25퍼센트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기업들이 전자상거래로 옮겨갈 것이며 회사 내부를 네트워크 구조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 20년 전만 해도 독일직장인들 가운데 43퍼센트가 직원이 5백명 이상인 회사에서 일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겨우 27%만이 그러하다.
– 미국에서는 1천4백만 명이 자영업을 하며, 830만 명이 독립된 계약자로 일한다.
14세기에서 16세기동안에 유럽 전체를 돌아다니며 전쟁을 치르던 전사들이 있었다. 특정인을 위해 일하고 돈을 받거나 명예와 부를 얻기 위해 전투에 나가던 이들을 일컬어 ‘콘도티에리’라고 불렀다. 영국인들은 이들을 ‘프리랜서’라 일컬었는데, 자유 의사에 따라 창을 든 사람이라는 뜻이다. 프리랜서는 특정 권력자에게 속하지 않고 한 전투가 끝나면 다른 전투를 하기 위해 전쟁터를 떠났다. 용감하고 전투적인 이들은 ‘문제 해결사’로서 사회적인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이들이 ‘이랜서(E-lancer)’ 로 전자 경제(Electronic Economy)의 프리에이전트로 오늘날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군돌라 엥리슈, 잡노마드 사회).
이러한 전자시대의 프리랜서인 이랜서의 등장은 MIT 미디어랩의 석좌교수인 토마스 말론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이랜스 경제의 태동(The dawn of the E-lance Economy)’ 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21세기의 경제체제는 탈중심화가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이며, 앞으로의 경제의 한 축은 네트워크로 움직이는 이랜서(E-lancer)들이 차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2004년 한국을 방문한 토마스말론 교수는 국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이랜서 시대다.” 라고 선언하였다.
이렇듯 이랜서(우리말로는 1인 기업)들의 등장은 중세로부터 이어져 현재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1인 기업들이 경제활동의 중요한 축으로서 사회, 경제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석학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1인 기업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질문을 이렇게 살짝 바꿔보았다. “우리는 왜 더 이상 공장이나 사무실빌딩에 모여서 일하려하지 않는 것일까?” 그 해답을 인류의 역사에서엿볼수있다.
인류가 현재와 같이 모여서 일한 역사는 불과 200여년에 불과하다. 그 이전의 인류는 유목민으로 가축과 이동하며 살거나 마을을 이루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필요한 물자는 대부분 직접 만들어 사용했고 나머지는 비축, 교환하거나, 장에 내다 팔았다.
18세기 들어서 제임스와트에 의해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연이어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후에 비로소 공장이 생겨났다. 공장에서는 제품을 대량생산 할 수 있었다. 공장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었으며 따라서 인류는 공장에 모여 일하게 되었고, 조립, 포장, 용접, 운반 등으로 분업화된 일을 하는 존재가 되었다. 공장은 또한 업무 매뉴얼을 만들었으며 모든 근로자는 공장 매뉴얼에 따라 일을 하며, “9 to 5”이라는 짜여진 시간에 맞춰 일하게 되었다. 이러한 분업은 더욱 발전하였고 도요타자동차에서는 “Just In Time(JIT)”이란 새로운 용어가 만들어졌으며, 분업을 메인공장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에까지 확대하게 되었다. 물론 분업을 통하여 재고, 노력, 시간 등의 낭비를 없애고 효율을 올리게 되었다. 따라서 인류는 더욱더 규격화된 업무체계를 따라야만 했다.
“하지만 분업화된 일을 하는 것이 우리 인류가 가지고 있는 본성에 정말 맞는 것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적성이 단순하게 볼트 조립만 평생하도록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15만년 동안의 유전되어 온 DNA에 볼트 조립이라는 단어만 있었을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15만년”은 스펜서웰스의 “유전자로본 인류의 기원”을 참조함). 이렇게 규격화된 직업이 인류에게 일종의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자르브뤼켄 시의 한 경제사회연구소는 1인 기업이 된 이유에 관한 연구를 통해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얻어냈다. 직종은 상관이 없었다. 건축, 투자, 보험, 미디어, 광고, 컨설턴트,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범한 직장인’처럼 살아가는 것이 여러모로 너무나 무미건조하기 때문에 모두들 1인 기업이 되었다고 대답했다(Reindl. Josef : Die Scheinsellbstandigen).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하는 일이 무미건조하다는 뜻이다. 우스운 얘기지만 필자는 아마도 업무와 DNA간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취미가(Hobby) 더욱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예전에는 사냥이 본업이었는데 이제는 취미로 사냥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산에서 약초를 캐거나 이동을 위해 산을 탔었지만 이제는 취미로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말을 타고 산천을 누비던 인류가 이제는 승마라는 취미로 작은 원을 빙빙돌며 타고 있다.
20세기말이 되자 반갑게도 IT기술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류는 언제 어디서나 문서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연결(Connect)되었다. 그러자 인류는 드디어 꼭 모여서 일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1991년 핀란드 헬싱키대학의 학생이던 리누스 토발스(Linus Tovalis)는 이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리눅스라는 멋진 공개OS를 서버위에 올려 놓고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접속하여 수정, 개발할 수 있게 한것이다. 전세계 각지의 이름모를 수많은 개발자들은 자발적으로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리눅스를 발전시켰다.
10년 뒤 2001년에는 지미 웨일스와 래리 생어 두 미국인이 위키피디아를 선보였다. 현재 세계 1위의 백과사전 브리태니커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백과사전이다. 위키피디아의 단어 설명은 수 많은 개인들이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다. 인류는 이제 모여서 일하지 않고 연결만 되어도 엄청난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에는 뭉쳐있어야 효율을 높였지만 이젠 연결만 되어 있으면 된다. 개개인의 창의력이 모여 커다란 경제가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대의 요청에 의해 창의력으로 무장한 1인 기업들의 등장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는 점이 궁금해진다. 필자는 우리 사회가 아직 창의적인 인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데 한 표를 던지고 있다. 일례로 우리는 연공서열로 사람을 평가하는데 익숙하다. 똑똑하다고 어린 사람을 나이 많은 사람보다 높은 자리에 앉히기가 어렵다. 이런 속담도 있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 “짧고 굵게보다 가늘고 길게 살아라.”, “먼저 승진하면 빨리 짤린다.”, “너무 튀지 말아라.” 사회의 연공서열에 익숙한 문화가 1인 기업의 유일한 무기인 “창의력”을 오히려 거추장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현재의 지원체계가 직장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고용제도는 종업원과 고용주로 나뉘고 종업원은 고용보험에 가입하며 실직되었을 때는 고용보험으로부터 보험금을 받는다. 즉 1인 기업의 실업 상태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제도이다.
교육은 더 큰 미흡한 부분이다.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각 시기마다 직업교육을 받는다. 노동부는 재직자 교육지원 사업을 통해 2009년에만 약 5,600억원을 사용하였으며 약 500만명이 교육을 받았다. 1인 기업들은 더욱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만 필자가 모협회장으로 있으면서 제안한 골드카드제도가 유일하다. 1인 기업들은 혼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조직적인 지원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많은 업무를 해야하고 따라서 많이 알고 있어야한다. 즉 성공을 위해서는 1인 기업들은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인 기업들을 위한 정부지원 교육 제도는 너무나 미약하다. 특히 세무, 법, 계약, 비즈니스 관계 등 여러 실질적인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만약 가능하다면 빠르게 발전하는 IT기술에 대한 교육도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당장 뽑혀야 할 대못은 바로 정부에 의해 자행된 것이다. 필자가 지난 10년간 겪은 비합리적인 제도중의 최고봉을 설명하고자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만든 제도는 “SW기술자신고제”이다. SW기술자신고제라는 것은 개발자들이 정부프로젝트를 하려면 민간단체인 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신고/인증을 받아오라는 것이다. 그러면 인증서에 기록된 년차에 따라 돈을 지급해 준다는 것이다. 이 협회는 인증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개발자들에게 인당 몇 십만원을 받는다. 정부프로젝트에 일부라도 참여하기 위해서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해야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제대로 경력을 인정조차 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과거 15년간 수행한 프로젝트의 업체들을 다 찾아서 경력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없어진 업체도 많고 3개월씩 한 업체들을 무슨 수로 다 찾는다는 말인가? 그러면 15년 경력자가 10년 밖에 인정을 못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때 협회 회원사는 또 다른 수익을 챙기게된다. 왜냐하면 15년 경력자를 10년 경력치로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협회는 수익사업을 하고 회원사들도 짭짤한 이익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물론 돈은 모두 약한 1인 기업 개발자들이 다 내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구조가 생기게 된걸까? 정답은 이 협회와 회원사는 사실은 같은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협회회원사는 정부프로젝트 대부분을 수주 받고 있는 중대형 SI사들이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즉 정부프로젝트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SI회사들이 인증을 받아오라고 자신들이 만든 협회에 돈을 내게 하고, 경력이 줄어들면 더 적은 비용만 1인 기업 개발자들에게 지불하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이익챙기기에 우리의 소중한 창의력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더불어 1인 기업의 창업의지가 사라지게 되는 안타까운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창의력은 나이가 들어 연차가 되면 자동으로 생기고 어리다고 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SW기술자신고제는 창의적 능력과는 전혀 무관하게 나이가 몇 살인지에 따라서 급여를 주고 있다. 우습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주커버그도 월 200만원을 받는 초급 2년차 개발자일 뿐이다. 당연히 왜 1인 기업이 되어야하는가에 강한 회의감과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 코드를 뛰어난 창의력으로 10줄로 멋지게 해결하든, 쉬엄 쉬엄하며 1,000줄로 만들든간에 나는 2년차니까 한달에 200만원만 받도록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창의력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겠는가? 누가 왜 마크주커버그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겠는가? SW기술자신고제는 반드시 없어져야할 우리만의 제도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이상으로 1인 기업의 역사적 의미와 필요 지원책 및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합리한 SW기술자신고제에 의해 질식하고 있는 1인 기업의 창의력 사례를 살펴보았다. 1인 기업의 창의력이 우리 사회에 앞으로 더욱 더 필요한 자원이 되리라는 것은 대부분 동의하는 듯하다. 앞으로는 “당신은 어디 출신입니까?(Where are you from?)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Where are you going to?)가 더 중요한 인사말이 될 것이다.” 라는 군돌라 앨리슈의 말을 끝으로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물으며 이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