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되는 국내 공유킥보드 시장, 과도한 규제 때문일까?

짐싸는 해외 공유킥보드 업체

전세계 31개국 200여개 도시에서 공유킥보드 서비스를 운영해온 세계 최대 공유킥보드 업체 라임(Lime)이 2022년 6월 30일자로 국내시장에서 철수했다. 앞서 2021년 9월엔 독일 윈드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윈드(WIND)가 국내 서비스를 접었고, 12월에는 싱가포르의 공유킥보드 업체 뉴런모빌리티도 영업을 중단했다.1

이들 업체는 국내에서 철수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로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꼽았다. 개인형 이동장치(PM)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021년 5월 시행되면서 이용자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공유킥보드 이용대상을 만16세 이상,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 소지자로 한정하고,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다. 무면허 운전 시 10만원, 헬멧 미착용 시 2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서울시도 도심 곳곳에 방치된 공유킥보드로 사고가 잇따르자 2021년 7월부터 강제 견인조치를 시행하고, 대당 견인비용 4만원과 30분당 700원의 보관료를 업체에게 부담시켰다. 서울시의 견인조치가 시행된 이후 올해 2월까지 8개월간 누적 견인료는 13억 원, 보관료는 3억6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유킥보드 업체들은 이처럼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이용자가 크게 줄고, 서울시의 강제 견인조치로 견인료 부담마저 가중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시는 업체 의견을 받아들여 2022년 3월 23일부터 업체가 자체적으로 불법 주·정차된 전동킥보드를 수거할 수 있도록 신고 후 60분간 견인을 유예해주고 있다.2

PM관련 규제 완화 목소리 커져

국내 공유킥보드 업체 10여 곳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퍼스널모빌리티협회는 2022년 8월 4일 전동킥보드 전용 면허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일명 ‘퍼스널모빌리티(PM) 면허법’의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청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3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만 16세 이상이 돼야 취득할 수 있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대체할 수 있는 PM 전용 면허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4

김 의원은 “현행법상 개인형 이동장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만 16세 이상으로서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취득해야 함에도 개인형 이동장치 대여사업자들은 이용자의 면허 인증 의무 또는 연령제한 확인 의무가 없어 만 16세 미만 이용자의 무면허 이용을 방관하고 있다”며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한국퍼스널모빌리티협회도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취득을 위한 시험 내용 대다수가 소형 오토바이 등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PM 운전 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전용 면허 신설을 촉구했다. 16세 이상부터 취득 가능한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대신 PM 전용 면허 신설을 통해 16세 미만도 공유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협회는 PM 전용 면허 신설과 함께 공유킥보드 견인 기준 마련, 헬멧 의무화 재검토 등의 요구사항도 2022년 7월 규제개혁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전동킥보드(e스쿠터) 규제 현황

전동킥보드에 대한 국내 규제가 과도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선 다른 나라의 규제 현황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표1 참고)

[1] 전세계 주요국 전동킥보드 관련 정책

국가나이면허여부헬멧제한속도비고
한국16~O의무25km/h헬멧 미착용시 벌금 2만원
독일14세~X권장20km/h인도주행 금지
영국15세~O권장25km/hQ등급 면허 필요
프랑스12세~X권장20km/h도심 8km/h 제한
이탈리아18세~X의무(~18)20km/h인도 6km/h, 차도 30km/h
스페인16세~X의무25km/h22년 3월부터 헬멧의무
네덜란드16세~X권장25km/h보험 의무가입
벨기에16세~X권장25km/h인도에선 5km/h
덴마크15세~X의무20km/h보험 의무가입
핀란드18세~X권장20km/h야간 15km/h로 제한
스웨덴제한 없음X의무(~15)20km/h 
미국16세주별로 상이의무(~16)32km/h캘리포니아는 25km/h

위 표에서 보듯이 면허를 의무화한 나라는 한국과 영국뿐이다.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곳도 유럽에서 스페인과 덴마크5 뿐이며 나머지 국가는 대부분 권장사항이다. 면허와 헬멧 관련 규정만 보면 우리나라의 규제가 EU국가들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유럽도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가 급증하면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핀란드 연구진이 인구수 22만6천명인 탐페레 시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 사고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만 명당 약 18명꼴로 부상을 입고 응급실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6 2007년 미국의 한 연구7에서 인구 10만 명당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부상자가 10.3명, 자전거 부상자가 1.4명으로 추정된 것과 비교하면, 전동킥보드 사고위험은 오토바이보다 1.7배, 자전거에 비해서는 무려 12배 이상 큰 셈이다.

독일교통안전위원회가 2022년 1월 발표한 보고서8를 보면, 2020년 한 해 동안 독일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 관련 사상자는 총 2,297명으로, 이중 80%인 1,844명이 전동킥보드 운전자 본인이었다. 사고를 유형별로 보면, 약 43%에 해당하는 918건은 운전미숙으로 인한 낙차 등 혼자 발생한 사고이고, 나머지는 차량(32.1%), 자전거(10%), 보행자(7.5%)와의 충돌 사고였다. 이처럼 전동킥보드의 사고위험이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훨씬 높다는 조사결과가 잇따르자 유럽 각국은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는 최근 1~2년 사이 전동킥보드의 최고속도를 25km/h에서 20km/h로 낮췄다. 특히 벨기에, 프랑스9, 이탈리아는 GPS의 위치기반 기술을 활용해 보행자가 많은 도심 혼잡구간에선 공유킥보드의 속도를 10km/h 이하로 제한했다. 핀란드 역시 야간 주행속도를 15km/h로 낮췄으며, 노르웨이는 아예 야간 공유킥보드 대여서비스를 금지시켰다.10 이탈리아, 스웨덴, 노르웨이, 미국 등은 특정 연령대에 한해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면허와 헬멧 착용 의무조항 외에는 이렇다 할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무면허 운전이나 헬멧 미착용에 대한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급감한 이유는?

업체들은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급감한 이유를 면허와 헬멧 의무화와 같은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이용자들의 생각은 정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 수 9만5천명에 달하는 네이버 카페 ‘전기자전거로 달리는 사람들(이하 전달사)’이 지난 8월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전기자전거로 기변을 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11, 아래 [표2]와 같이 ‘전동킥보드 자체가 위험해서’라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4.5%를 차지했다.

또 도로 인프라가 열악해서 포기했다는 대답도 31.1%나 되는 반면 업계 주장처럼 ‘규제가 까다로워서(면허, 헬멧착용 등)’라고 응답한 비율은 10.2%에 불과했다.

[2] 네이버 카페 전달사전동킥보드 관련 인식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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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시간바퀴>는 “보호 장비 없이 젊은 남녀가 부둥켜안고 인도/차도/자도 구분 없이 달리는 거 숱하게 본다”며 “킥라니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전동킥보드를 4,000km 이상 탔다는 <문돌이>는 “10인치 타이어의 작은 바퀴로 인한 위험성이 존재한다”며 “운동신경이 평균 이상이어야 운행이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도로인프라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넘추버요>는 “도로노면이 킥보드를 타기엔 좋지 못해 위험한 순간이 많아서 결국 처분했다”고 털어놨고, <레몬즙>도 “제대로 정비 안 된 보도블록이나 도로, 젖은 노면 다닐 때 이래서 그렇게 사고가 많구나 실감해서 자전거로 구매 결정했다”고 전동킥보드 운행을 포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법 테두리 밖에 놓인 기함급 전동킥보드

그나마 공유킥보드나 PM 인증을 받은 개인용 전동킥보드는 속도제한(25km/h)으로 인해 사고시 부상위험이 상대적으로 작고, 전용 보험 상품도 출시돼 있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문제는 PM 인증 기준을 벗어난 이른바 ‘기함급’ 전동킥보드들이다. 시속 50km 이상, 심지어 100km/h에 육박하는 전동킥보드가 차도는 물론 자전거도로까지 침범해 질주하는데도 제대로 된 단속은 이뤄지지 않아 전동킥보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키우고 있다.

기함급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도로교통법 제2조 제21호)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하고,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자동차(이륜자동차)에 해당해 의무보험 가입대상12이지만, 실제 번호판을 달았거나 의무보험에 가입한 전동킥보드는 전무하다. 자동차관리법(제50조(이륜자동차의 구조 및 장치))에서 명시한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번호판을 달 수 없을뿐더러, 적용 가능한 보험 상품도 없기 때문이다. 법의 보호도, 관리․감독도 받지 않는 무법상태에 방치되어 있는 셈이다.

반면 유럽에선 각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고속 전동킥보드를 이륜자동차(오토바이)와 동일하게 취급한다. 독일은 25km/h보다 빠른 전동킥보드에 대해 번호판 부착 및 의무보험 가입을 강제하고 있으며, 자전거도로 진입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아예 사유지를 제외한 공공도로에서 개인용 전동킥보드 운행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개인용 전동킥보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최근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의회 내 교통안전을 위한 자문위원회(PACTs)는 9개월간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 끝에 올해 3월 아래와 같은 전동킥보드 관련 권장사항13을 발표했다.

PACTs 권장사항

• 최대 속도 16~20km/h(10mph~12.5mph)

• 모터 정격출력 250W 이하

• 무게 20kg 이하

• 앞바퀴 크기는 최소 30.5cm(12인치) 이상

• 전륜.후륜 독립적으로 제어되는 제동장치

• 조명/경음기/헬멧착용 의무화

• 탑승자 연령 16세 이상으로 제한

• 주행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 공공 책임 보험 권장

영국 의회 교통안전자문위가 내놓은 권장사항은 면허의무 조항만 없을 뿐 오히려 우리나라의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보다 훨씬 강력하다. 2017년 미국 내에서 가장 먼저 공유킥보드 서비스가 시작된 캘리포니아州는 전동킥보드를 타려면 운전면허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18세 미만은 헬멧을 의무 착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규제 완화보다는 안전이 먼저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가 전동킥보드의 사고 위험성을 인지하고 △제한속도를 낮추거나 △이용자격을 높이거나 △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전동킥보드를 타던 이용자들도 사고위험을 전동킥보드 이용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나친 규제’로 인해 이용자들이 떠난다는 업계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기에 앞서 정부 및 자치단체는 이용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도심에서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도로인프라를 확충하고, 불법․탈법․난폭 운행을 근절하기 위한 자율규제 노력과 함께 법 테두리 밖에 있는 기함급 전동킥보드에 대한 법 정비 및 엄격한 관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1. [조선일보] “굿바이, 코리아”…한국서 잇따라 철수하는 해외 공유 킥보드 업체, 왜? 2022.7.2. [본문으로]
  2. [서울시 보도자료] ‘상생 더해 더 안전하게’…공유 전동킥보드 견인 제도 개선 나선다 2022.3.22 [본문으로]
  3. [뉴스1] 한국PM산업협회 “PM 면허 신설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 통과 촉구” 2022.8.4 [본문으로]
  4.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도로교통법일부개정법률안(김용판의원 등 15인) 2022.7.6 [본문으로]
  5. [유럽교통안전위원회] Several countries tighten e-scooter rules as German study finds huge underreporting of injuries 2022.2.4 [본문으로]
  6. [JAMA Network] Incidence of Electric Scooter–Associated Injuries in Finland From 2019 to 2021 2022.4.14 [본문으로]
  7. [Oxford Journals] Motor Vehicle Crash Injury Rates by Mode of Travel, United States: Using Exposure-Based Methods to Quantify Differences 2007.4.21 [본문으로]
  8. [독일교통위원회] E-scooters in Germany: How to overcome the safety challenges? 2022.1.25 [본문으로]
  9. [유럽교통안전위원회] E-scooter speed and age requirements in focus 2021.10.15 [본문으로]
  10. 유럽교통안전위원회] Finnish researchers say e-scooter riders more likely to be injured than pedestrians, cyclists and motorcycle riders 2022.4.18 [본문으로]
  11. [네이버 전달사 카페] 전동킥보드 이용을 포기한 이유는? 2022.8.3 [본문으로]
  12. [서울남부지방법원 판례] 선고 2019고단6197 2020.5.28 [본문으로]
  13. [영국교통안전자문위]The safety of private e-scooters in the UK – PACTS research 2022.3.19 [본문으로]
저자 : 신익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