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정보사회와 정보불평등

1. 지능정보사회의 도래와 기술의 명암

우리는 지금 정보사회를 지나 지능정보사회의 초입에 들어섰다. AI, IoT, Big data, Cloud 등 이른바 지능정보기술로 일컫는 ICT의 발달이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는 사회를 지능정보사회라고 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스피커에 대화하듯 궁금한 날씨를 물어보고 뉴스를 파악할 수도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집과 연결된 IoT 홈서비스를 제어하여 문단속을 하고 보일러를 켜고 끌 수도 있다.

얼마 전인 2018년 5월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의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열린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는 시각장애인 워킹맘의 AI스피커 사용후기가 소개되었다. 이 시각장애인 여성은 인공지능 스피커로 아이의 우유 먹일 시간을 예약하고, 날씨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동화책을 읽어주기 위해 점자 스티커를 만들지 않아도 스피커가 다양한 동화를 들려준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말미에 “앞으로도 저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따뜻한 기술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라는 가슴 뭉클한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지능정보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장애인,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기술로 작용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 혜택을 줄 수 있다. 그런데 기술이 주는 이런 밝은 측면 이면에는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최근에 그 명암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기술의 발달로 무인시스템(키오스크)이 민원처리, 주문, 티켓 발권 등 다양한 부분에 도입되면서 고객이 주문을 하기 위해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빠르고 편리하게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었다. 고령층은 무인시스템을 앞에 두고도 사용할 줄 몰라서 줄을 서는 불편함을 여전히 감수해야만 했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무인시스템의 화면이 손에 닿지 않아 접근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현상을 ‘정보격차’라고 했다. 정보격차란 간단히 말하자면 연령, 지역, 신체적 여건 등으로 인하여 기술의 이용에 제약을 받아 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받게 되는 혜택의 질과 양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정보격차의 개념은 보다 상위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보격차가 기술을 활용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이었다면 모든 것이 기술로 연결되는 현 시점에서 정보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경제·사회·문화적 격차로 확산되어 여러 가지 ‘불평등’을 겪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보의 활용역량이 부족하여 경제·사회·문화적 혜택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것을 정보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국민보다 기술 활용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인,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경우 정보불평등을 겪을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취약계층의 정보 활용역량을 강화하면 기술의 혜택으로부터 취약계층의 소외와 배제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음에서는 취약계층의 정보불평등 해소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정보화교육의 현황과 성과를 살펴보겠다.

2. 취약계층 정보불평등 해소 노력과 성과

정부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지난 2000년대 초부터 1,000만명 정보화교육계획 수립·추진(2000년 6월), 정보격차해소에관한법률 제정(2001년 1월), 1∼2차 정보격차해소 종합계획(2001년, 2006년)을 수립·추진해 왔다. 그 결과 2017년 기준 취약계층의 인터넷 이용률(70.1%) 증가 및 스마트폰 보유율(68.7%) 확대 등 보편적 정보접근 환경 구축과 격차해소에 기여하였다. 이처럼 정부가 선도적으로 추진해온 정책과 사업의 결과로 양적인 측면의 성과는 가시적으로 달성하였지만, 여전히 질적인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재되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장노년층 등 4대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5.1%(일반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할 때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로 여전히 낮은 편이다. 또한 부문별로 보면 정보접근 수준은 91.0%로 일반국민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으나, 정보역량(51.9%)과 활용(65.3%)수준은 여전히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정보접근성 제고, 정보화교육 지원, 정보통신보조기기 보급 등의 정책과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 향상에 기여해 왔다. 이제는 기술과 디지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졌기 때문에 접근수준에 비해 취약한 역량과 활용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보화교육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20여 년 전 부터 현재까지 추진 중인 장애인, 고령층, 결혼이민자, 농어업인 등 취약계층별 정보화교육의 추진현황과 성과를 살펴보겠다.

1) 장애인 정보화교육

장애인복지관 등 민간 교육기관 약 147개소를 선정하여 모바일 활용교육 등 장애인 대상 수준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중증장애인 대상 1:1 맞춤형 재가 방문교육을 실시하여 자격증 취득 등 장애인 특화형 정보화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본적인 PC·인터넷 활용에서 나아가 자격증 취득, 전문능력 함양 교육을 추진한 결과 장애인들이 엑셀, 파워포인트, 포토샵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취업에 성공한 사례를 다수 발굴하고 있다.

2) 고령층 정보화교육

고령사회의 본격진입으로 고령층의 정보화교육은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노인복지관 등 약 50개의 민간교육기관을 선정하여 PC, 인터넷, 스마트폰 활용 등을 위한 집합교육을 꾸준히 추진해 왔으며, 고령층간 소통을 바탕으로 교육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동년배들로 구성된 ‘어르신 IT봉사단’을 구성·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ICT 관련 업무 은퇴자 등 ICT 전문성을 갖춘 장·노년층을 선발하여 고령층,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고령층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어르신 ICT 선도자’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보화교육이 취·창업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전문인력 양성교육을 추진하고 있는데, 2017년에는 SW전문인력 양성교육을 추진한 결과 대상자 48명 중 48%에 해당하는 20명이 교육 강사로 취업, 인터넷 매체 및 협동조합 설립 등 취·창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3) 결혼이민자 정보화교육

통계청 ‘2017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다문화 혼인은 21,917건으로 전년(21,709건)보다 208건(1.0%) 증가하였으며, 이중 65.0%가 외국인 아내의 혼인으로 가장 많다. 이처럼 늘어가는 결혼이민 여성이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복지관 등을 통해 집합교육을 추진해 왔으며, 최근에는 결혼이민 여성이 교육을 받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 언어, 접근성(지방 농어촌) 등의 제약을 해소하고자 ICT 활용 능력을 갖춘 결혼이민자를 교육 강사로 양성하여 결혼이민자에게 찾아가는 방문 정보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4) 농어업인 정보화교육

읍·면지역 교육기관에 강사를 파견하여 농어업인 대상으로 정보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농어업인 특화 정보화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특화 교육에서는 농업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IoT, 드론 등 신기술 활용 체험형 교육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특강을 운영함으로써 정보화교육 통한 농어민의 소득증대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취약계층 정보화교육 추진현황>

이렇듯 정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오랜 기간 취약계층의 정보활용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교육 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정보화교육이 정보불평등 해소에 기여한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확산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은 지난 2003년 전국장애인정보검색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개최해온 ‘국민행복IT경진대회’이다. 이 대회는 고령층, 장애인, 결혼이민자 등 정보화교육의 수혜계층이 참여하여 PC와 모바일을 기반으로 인터넷, 정보검색, 문서작성, 엑셀 등의 활용 능력을 발휘하는 대회이다. 또 신기술 체험부스, 취업 성공사례 공유 등 취약계층에게 신기술이 주는 혜택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예선을 거쳐 본선 대회에는 약 300여명의 취약계층이 참여하고 있으며, 우승자에게는 국무총리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상 등을 수여한다.

앞으로도 ‘국민행복IT경진대회’는 취약계층에게 정보화교육에 대한 동기유발과 성취감을 고취시킬 수 있는 너른 장(場)이자, 취약계층 정보화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3. 향후방향

얼마 전 APEC 회담차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을 소개하며, 디지털 시대에 ‘배제하지 않는 포용’이 더욱 중요하고, 디지털 격차가 경제적 격차와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취약계층에 대한 디지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ICT 기술로 연결된 지능정보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이 새로운 사회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특정인이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포용국가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앞으로 지능정보기술의 발전이 거듭되면서 기술에 적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도 생겨날 것이다. 부적응자 중에는 장애인, 고령층, 농어민, 결혼이민자 등 기존 정보취약계층이 있을 수 있고, 정보화에는 익숙한 세대지만 지능정보화의 속도에 뒤처지는 새로운 취약계층이 등장하게 될 수도 있다. 즉, 정보불평등의 범위와 대상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다양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취약계층과 잠재적 취약계층이 디지털 세상에 잘 편입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고, 기술을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지능정보사회에서의 정보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정보화교육의 발전방향을 몇 가지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정보화교육은 모바일 중심으로 대폭 변화해야 한다. 단순한 PC 사용 능력은 모바일 중심 시대에서 취약계층의 편의를 높이지 못한다. 간단한 SNS 활용뿐만 아니라 열차티켓 예매, 금융 거래 이용 등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한정된 자원 내에서 다양한 교육 수요와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민간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역량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통신사, 포털 등이 자발적으로 추진 중인 취약계층 대상 인터넷·스마트폰 교육, AI스피커 보급 및 활용방법 교육 등의 사회공헌 캠페인을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방식이나, 민간기업의 사내 봉사단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등 정보화교육 부문의 민관협력은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화교육의 성과가 단지 ‘교육 이수자 수’가 아닌 ‘가치창출’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을 누가 얼마만큼 받았느냐 보다는, 교육의 결과가 어떤 성과로 연결되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예컨대 정보화 교육을 받은 취약계층이 취업과 창업에 성공하고, 해결되지 않던 문제를 해결하는 등과 같이 양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성공사례가 많이 창출되어야 한다. 정보화교육의 가치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일률적 정보화교육 제공에서 벗어나 정보화교육 과정과 내용을 수요자 수준과 계층별 특성에 맞게 세분화하여 맞춤형으로 제공하여야 하며, 정보화교육체계 개편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연구가 선제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정보화진흥원(2017). 2017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인터넷진흥원(2017). 2017 인터넷이용 실태조사.

– 통계청(2018. 11. 23.). 2017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

– 중앙일보(2018.5.18.). “동화책도 읽어주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엄마”…마곡R&D단지가 울음바다된 사연은. Available : https://news.joins.com/article/22635855

저자 : 주윤경

NIA 한국정보화진흥원 AI윤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