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바라보는 인터넷 공론장 제노포비아 확산에 대한 소고
전체 인구수의 3%인 140만의 외국인이 체류하는 한국은 단일민족에서 급속도로 다문화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그 중 단순기능 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이 가장 많은 수로 전체 이주자의 61%를 차지했지만, 유학, 생산숙련직, 단기취업 등 다양한 유형의 외국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로 외국인의 지속적인 유입이 불가피하게 되어 2020년에는 이주자가 인구의 5%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한국은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변화할 것이다. 초기부터 다문화사회였던 미국마저 150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심각한 문화 간 갈등을 겪고 있다. 십여 년이라는 짧은 세월 속에 한국은 과연 급속히 변화하는 다문화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가?
체계적인 재한 외국인 정책의 시도, 여러 단체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형식의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에서 시작하여 TV 교양·시사 프로그램, 심지어 예능프로그램까지 다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점에서 다문화에 대한 한국인의 진정성과 노력을 볼 수 있고, 그간 폐쇄적이었던 국민성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에 따른 편견과 인종 차별주의가 다문화사회통합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이주자를 높이 평가하고 선진국 문화에 치우쳐 있으며(황정미·이명진·최현·이동주. 2007),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등 이른바 후진국의 이주자를 낮게 평가하는 편향적 시선이 보편적 현상이다. 김희자(2008)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 청소년들의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은 미국백인이 가장 가깝고 친밀했으며, 미국흑인-중남미인-동남아시아인-중국인-중동인-아프리카 흑인-일본인의 순서로 나타났다. 일본과의 역사적 문제를 감안하면 선진국에 대한 뚜렷한 지향성과 후진국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텔레비전 뉴스에서 묘사된 외국인의 이미지와도 일치된다(김경희, 2009).
뿐만 아니라 최근 인터넷 공론장에서 격화되는 인종차별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 최초 이주민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이자스민은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공격을 받았고 네티즌은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 비난을 퍼부으며 한동안 여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또한 4월 초 수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범인이 중국 조선족으로 밝혀지면서 인터넷에서는 사건 자체에 대한 논의를 떠나 중국인과 조선족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확장되었으며 일부 네티즌은 전문 사이트와 게시판을 개설하여 갖은 욕설과 모욕으로 도배를 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사건보도가 구체화되면서 결국 동남, 서남 아시아의 불법체류자, 외국인 노동자 전체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논란으로 번져졌다.
그 동안 중국, 동남아 등 일부 후진국 국가 이주민에 대한 제노포비아 현상은 최근에 들어서 국적을 불문하고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한 미군의 여고생 성폭행 사건, 살인죄를 저지르고 한국에 도망 온 외국인 학원 강사, 러시아 등 각국 유학생의 마약흡인사건 등 개별적인 외국인 범죄사건이 조명되면서 인터넷에서의 서양인 혐오 현상이 증폭했고 심지어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어느 인터넷 카페의 회원들은 전국 학원의 강사 정보를 수집하고 여러 명의 불법 원어민 강사를 경찰에 신고하여 결국 강사가 추방당한 사례도 있었다. 물론 대부분 외국인의 범죄행위에서 비롯된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인터넷 공론장에서 범죄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사건부터 시작하여 결국은 국가, 민족 비난으로 이어지면서 외국인 혐오가 무분별하게 증폭될 우려가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한국 속담이 있듯이 외국인 혐오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쉽게 예측할 만하다. 이자스민 사태가 불거지면서 필리핀 민영방송 ABS-CBN은 극단적인 네티즌의 의견만 삽입하여 한국 최초 이주민 출신 국회의원으로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이 당선되었지만 한국 인종차별주의 네티즌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며 부정적인 면만 부각 보도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소수의 극단적인 네티즌이 표출하는 외국인 혐오가 국가 간의 적대감정으로도 부각될 수 있다.
대조적으로 한국 언론들은 2012년 프랑스 대선에 주목했다. 그 원인으로 두 명의 한국계 입양인이 대통령 당선자 올랑드 대선 캠프에서 맹활약하면서 장관 후보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그 중 플뢰르 펠르랭이 중소기업·디지털경제 장관으로 임명되었고 한국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한국의 여왕”, “한국인의 성공 스토리” 라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한국의 혈통을 가진 사람이 외국에서 성공하면 한국인의 자랑으로 여기는 반면, 한국의 국민이 된 외국인인 이자스민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이중성으로 극명하게 나타난다.
다문화사회의 안착과정에서 정치적 통합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며 이주민들은 정치적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정책결정에 참여하여 더 나은 다문화사회를 공통으로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가에서는 다문화사회의 빠른 안착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주민의 정치참여 기회를 부여한다. 캐나다는 2001년과 2005년 연이어 피난민으로 캐나다에 입국한 두 명의 이주민을 연방총독에 선임하면서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였다. 다문화의 용광로로 불리는 미국은 다문화사회 일차원적인 정치통합 단계를 넘어서 이주민 정치인의 역동적인 정치역할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정치인 성김은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 받으며 앞으로 이주민 정치인들의 새로운 정치사명을 암시하고 있다. 물론 정치적 기회를 이주민 정치인에게도 동일하게 부여하는 측면에서는 한국도 역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국민들의 시각도 변화하고 있는지는 역시 미지수이다.
여기서 조심스레 이민 1.5세 한국계 조승희의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언급해보고 싶다. 사건 발생 후 범인이 재미동포로 밝혀지자 한인 사회는 범인의 한국국적에 주목하여 한국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깊은 우려와 두려움에 빠졌다.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은 총기사건은 국적과 무관하며 조승희 개인적 문제에 초점을 두면서 성숙한 반응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수원 살인사건의 범인이 중국인이라는 점이 밝혀지고 언론에 부각되는 것을 보고 중국유학생으로서 몹시 당혹스러웠다. 이 사건으로 인해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되고 편견이 더욱 심해지는 것은 아닐까? 더 나아가 재한 중국인의 한국적응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현실로 이어가는 과정에 인터넷 공론장이 큰 역할을 했다. 인터넷에서는 오원춘 사건보다는 국가와 민족이 이슈화 되면서 중국, 중국계 조선족에 대한 공격과 모욕의 글로 격렬한 비방이 이어졌다. 심지어 전문 디스사이트1)나 게시판이 설치되어 전체 중국인, 조선족에 대한 무분별한 욕설이 난무했다. 이처럼 사회약자와 후진국 이주민의 사건에서 사건 자체가 아닌 민족성을 거론하며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4월 18일 다문화가족정책추진위원회 5차 회의에서 “다문화와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은 글로벌·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서는 안되는 일종의 사회병리 현상”이라고 규정하고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이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개선책을 마련해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자스민의 인종차별적 공격과 수원살해 사건을 계기로 전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무차별 인신공격으로 확대되는 현상에 주목하고 인터넷 상에서 특정 인종·지역의 차별과 비하발언에 대한 재제에 나섰다.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인종차별의 내용을 담은 게시물, 카페, 사이트 등을 중점 모니터링해서 해당 게시글, 블로그, 카페에 대해서 법규에 따라 ‘삭제’ 또는 ‘이용해지’ 등을 결정했다.
정부 정책이 빠르게 이동하는 다문화 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주민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 인식과 편견이 지속된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미래에 이주민에 대한 관용적인 방향으로의 인식 개선이 어려울 것이다. 물론 순혈주의를 고수해 온 한국에서 편견 없는 다문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민족 이민자로 구성된 미국은 “용광로 사회”라고 불리며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뒤섞여 뜨겁게 공존하지만 하나의 “아메리칸 드림”에 도전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로 약진하는 대한민국에서 다문화, 다민족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민족의 다양성을 내포하며 시대에 맞는 한국성, “한국의 새로운 꿈”을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이다.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이라는 중국 성어가 있다.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는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인종차별에 시달렸던 아픈 역사를 가진 한민족이 제노포비아 공격을 한다는 것은 반역사적인 행위이며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의 모습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불과 십여년전만 해도 한국은 이민 송출국이었다. 1962년부터 근 100만에 달하는 한국인이 외국으로 이민을 갔고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동포도 현재 750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이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다민족, 다문화 사회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사회 발전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관용의 태도로 다문화 집단이 한국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포용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경희(2009). 텔레비전 뉴스 내러티브에 나타난 재한 이주민의 특성. <한국방송학보>, 23(3), 7~46.
김희자(2008). 외국인에 대한 청소년의 사회적 거리감. <한국사회>, 제9집 1호, 255~282.
황정미·이명진·최현·이동주(2007). 한국사회의 다민족·다문화 지향성에 대한 조사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합동연구총서 07-19-02>.
>>인터넷 자료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795851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18/2012041801578.htm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18/2012041801749.html
http://news.donga.com/3/all/20120404/45268967/1
http://news.donga.com/3/all/20120520/46380159/1
http://news.donga.com/3/all/20120602/46702438/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ec&sid1=104&sid2=232&oid=038&aid=0000375719
http://www.mooyenews.kr/sub_read.html?uid=816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242466
1) 디스사이트(diss site): diss는 ‘경멸하다’라는 뜻으로, 특정인물이나 대상에 대해 경멸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뜻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