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문제 해결의 해법, 디지털 에이징(Digital Ageing)

 

1. 디지털 에이징의 대두

2019년 10월, 서울시 산하 복지와 평생교육, 디지털 관련 단체들이 공동으로 사회서비스와 디지털 기술 융합을 통한 고령사회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디지털 에이징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서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노인 돌봄과 노인들을 위한 평생교육으로서의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외에도 디지털 에이징 워크숍(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디지털 에이징 페스티벌(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 에이징 기초조사 연구(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안 혹은 전략 중의 하나로 ‘디지털 에이징(digital aging)’이라는 이름의 행사와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에이징의 의미와 등장 배경 및 주요 정책영역에 관해 살펴보고,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2013년 6월, 서울에서 제20차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The 20th IAGG World Congress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가 열렸다. 전 세계 86개국 4천3백 명이 참석하여 3천5백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인류사회의 다양한 노인 문제에 관해 논의한 이 대회의 주제가 “디지털 에이징: 건강 노화와 활동적 노년을 위한 새로운 지평”(Digital Ageing: A New Horizon for Healthy and Active Ageing)이었다. 이 대회를 전후로 디지털 에이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디지털 에이징이라는 용어에 관해 학술적으로 엄밀히 개념이 정의되거나, 학자들 사이에 합의된 개념은 없는 편이다. 현재 노인의 상황, 노화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분야를 고려하여 필자는 다음과 같이 디지털 에이징을 정의하고자 한다. 즉 디지털 에이징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고령자가 건강하고, 안전하며, 독립적이고 활동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을 지원함으로써, 고령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고령화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신노인복지 전략”이다.

그럼, 왜 디지털 에이징이 부상하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노인이 처한 어려움을 4고(苦)라고 하여, 경제적 빈곤, 육체적 질병 혹은 허약, 정신적 외로움, 그리고 역할 상실을 들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이 고령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국내외 연구에 의하면, 육체적 근력이 요구되지 않는 디지털 기반 일자리는 고령자들의 경제적 조건을 향상시키고, 디지털 기술은 고령자들의 신체 활력의 향상과 기능 활성화 및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며, SNS 등을 통한 소통의 증대로 고립감과 우울을 감소시키고, 온/오프라인에서의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참여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하도록 해주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4고로 대표되는 노인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소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에이징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2.디지털 에이징의 정책 영역

디지털 에이징의 정책 영역은 어떤 것이 있나? 공공부문에서 추진할 수 있는 디지털 에이징 정책은 그 목표와 수단, 대상 및 정책영역에 따라서 크게 다음의 세 가지 분야로 구분할 수 있을 듯하다.

디지털 에이징의 정책 영역 (그림 출처=한국정보화진흥원)

첫 번째 분야는 전통적 노인복지에 ICT를 접목한 분야로 ICT 기반의 스마트 노인복지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경제적으로 어렵고 건강하지 못하며, 홀로 사는 취약층 노인들에게 AI, IoT, 웨어러블 기기, 로봇, 빅데이터, 스마트 홈 등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활용하여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지원하는 분야다. 이 분야는 디지털 에이징의 다른 영역에 비해 기술개발과 연구 그리고 상업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건강하고 주머니 사정이 비교적 양호한 노인 계층 시장을 목표로 거대 민간기업과 벤처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한편 그와는 별도로 이런 기기와 서비스를 이용하기 곤란한 취약계층 노인들을 위해서는 노인 복지정책이란 측면에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 분야는 젊은이들에 비해 디지털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고령층에게 균등한 정보 접근과 이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정보격차 해소의 영역이다. 일반 국민의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할 때, 2018년 현재 55세 이상 장노년층의 정보화 수준은 63.1에 불과할 정도로 정보격차가 심한 편이다(한국정보화진흥원, 2018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갈수록 공공과 민간의 서비스가 온라인을 통해 제공되는 세상에서 정보기기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실생활에서의 엄청난 기회의 상실과 사회적 배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에 접근하거나 이용하기 곤란한 고령층에게 스마트폰과 정보통신 보조기기 등 기기를 나눠주거나, 기기와 서비스의 이용법을 가르쳐줌으로써 디지털 사회에서의 포용을 지원하는 분야가 바로 두 번째 디지털 에이징 정책영역이다.

세 번째 분야는 ICT를 활용한 봉사활동 등의 사회참여와 ICT를 기반으로 한 취업, 창업 등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여 고령층을 생산 자원화 하는 영역이다. 즉 젊은이 못지않게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이용할 줄 아는 ICT 숙달 고령층을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 강사와 같은 ICT 관련 자원봉사 기회를 제공하거나 ICT를 활용한 취업과 창업 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고령층을 수혜자가 아니라 사회의 기여자, 참여자, 생산자로 전환하는 분야이다. 과거 고령층에 비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며, 상대적으로 ICT에 친화적인 베이비부머 등 신중년 혹은 신노인들에게 특히 적합한 영역이다. 향후 이 분야에 대한 신중년의 욕구와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 디지털 에이징의 다른 정책 영역에 비해 연구와 사례가 많지 않아 다양한 모델의 개발과 지원에 더욱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3. 디지털 에이징의 활성화 방안

이러한 디지털 에이징을 활성화하여 고령사회의 파고를 지혜롭게 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지향하거나 유의하여야 할 점, 세 가지를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 보편성의 원칙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민과 지역주민이 일상생활의 전 영역에서 ICT를 공기처럼 접하며 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노인의 건강과 안전, 일자리 창출, 사회참여 등 노인 복지 관련한 각 영역의 정책을 수립할 때, 최대한 디지털 에이징의 관점이 녹아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일본의 “스마트 플래티나 계획(smart platina plan) 사회 추진계획”, 싱가포르의 “실버 인포콤 이니셔티브(silver infocomm initiative)”처럼 범정부적 차원에서 디지털 에이징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이다.

둘째, 사용자 편의성의 원칙이다. 복잡하고 익히기 어려운 ICT 기술은 고령층에게 적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장기간의 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쉬운 기술, 인공지능 스피커 보급, 독거노인 응급안전돌보미 사업처럼 기술이나 서비스가 알아서 고령자나 보호자의 욕구에 반응하는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의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하다.

봉사와 사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모델의 개발과 지원에 힘써야 할 것이며, ICT 기반의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고령층 정보화 교육에 있어서도 기존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활용 교육 외에 취업과 창업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연령 통합의 원칙이다. ICT는 젊은층과 고령층 사이의 정보격차를 낳아 세대 간 소통에 장애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터넷이나 SNS, 영상 전화 등을 통해 멀리 떨어진 가족 간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세대 간의 이해를 증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교육기관, 노인복지단체 등이 손을 맞잡고,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청소년들이 고령층에게 이용법을 알려드리는 가칭 디지털 세대공감 운동을 펼칠 것을 제안한다. 이는 고령층의 정보격차 해소와 세대 간 소통 증진 및 자원봉사 문화 확산 등 여러모로 의미 있는 운동일 것으로 여겨진다.

 

<참고 문헌>

  •  한국정보화진흥원(2019). 2018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저자 : 고정현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