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시기 부정확한 정보의 유통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법제적 논쟁점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상흔을 곳곳에 남겼다. 우리의 아이들이 구조의 손길도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비참함과 무기력함은 집단적 우울증을 가져올 정도였다. 거듭된 오보와 분별 없는 취재는 언론에 대한 신뢰를 땅에 떨어지게 만들었고, 사고 순간부터 드러난 정부의 무능함과 생각 없는 관료들의 행동 역시 정부, 더 나아가 국가에 대한 강한 불신을 야기하였다. 게다가 사고 선박의 운행을 둘러싼 온갖 의문과 의혹이 불거지면서 우리 사회는 총체적 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 와중에 정부가 ‘세월호 유언비어’에 대한 강력한 대처방침을 정하고 그 차단에 나서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유언비어를 퍼트렸다는 이유로 체포되거나 입건 되자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었다. 정부는 온라인에 올라오는 부정확한 정보들이 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피해자 가족 등에게 상처를 주고 수색, 구조 작업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하였고, 시민단체 등은 정부가 구조 활동에서는 허둥대면서 유언비어라는 이유로 정부에 대한 비판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엔 매우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반발하였던 것이다.1
급기야 한선교 의원 등이 지난 5월 1일 국가적 차원의 비상상태, 대규모 재난 등의 국가사회적 위난이 발생하였거나 그 발생 가능성이 긴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국가의 위난관리를 방해하거나 공중의 정확한 정보의 형성․유통에 지장을 초래할 목적으로 그 위난의 발생여부 및 발생원인, 정부의 위난관리정책 또는 위난과 관련된 사망․실종․상해 등의 피해에 관하여 허위사실이 포함된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시키는 것을 금지하기 위하여 이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제44조의 7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정보에 포함시키고, 위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2
세월호 사건이 계기가 되어 위 개정안이 제출된 것이긴 하지만 사실 이는 2010년 12월 28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취지를 이어가기 위한 시도이고, 제안 취지에서도 이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2. 12. 28.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으로 불린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헌소원 사건{2010. 12. 28. 2008헌바157, 2009헌바88(병합)}에서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형사 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하여 위헌이라는 결정을 한 바 있다. 위 위헌 결정의 주된 이유는 ‘공익을 해할 목적’에서의 ‘공익’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수범자인 국민이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위 결정문의 이유와 재판관 이강국, 이공현, 조대현, 김종대, 송두환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보충의견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위 판단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입장에 기초하고 있다. 즉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민주권주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것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 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효과를 수반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을 가능케 하여 이러한 표현들이 상호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의 기능을 상실케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 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는 취지이다.
표현의 자유의 규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신중한 입장이 재차 확인되었지만 위헌이 된 위 전기통신기본법의 규정을 대체할 수 있는 법안에 대한 입법론적 논의는 그 이후에도 계속되어 왔다. 주로 공익의 의미를 좀 더 구체화하거나 그로 인한 피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을 새롭게 개정하거나, 위 개정안과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 유포되는 허위 내용의 정보에 한정하여 이를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을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에 포함시킴으로써 위헌 시비를 피해가고자 하였다. 그 중 전기통신기본법의 위 개정안들은 비록 ‘공익’의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하고 있지만 그것 만으로 ‘공익’의 근본적인 모호성을 극복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표현에 대한 규제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 즉 표현에 대한 위축효과와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과 상호 검증의 상실에 대한 우려는 공익의 내용이 다소 구체화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있다.
한편 특수 상황에서의 허위 사실의 유포를 금지시키는 정보통신망법의 법률 개정안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꽤 있다. 상황이 급박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 허위사실이 자정적으로 바로 잡히기 힘든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표현에 대한 자유가 규제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근거하는데, 특히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상하고도 고의로 그러한 목적을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엄격히 다루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허위사실의 유포가 종종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견해에 대한 반박은 결코 쉽지 않다. 이와 같은 맥락은 다른 입법례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선거와 같이 허위사실의 유포에 대한 동기가 크고 그로 인한 피해가 현저함에도 이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도 제250조에서 허위사실공표죄를 규정하고 있다. 대규모 재난 등의 국가사회적 위난도 그러한 특수한 상황 중 하나로 거론되어 왔고 한선교 의원 등의 위 개정안 역시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사회적 위난이라는 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의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허위 여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허위성’이 법률적으로 충분히 파악될 수 있는 개념이고 다른 법률 규정에서도 문제 없이 사용되어 왔다 하더라도 표현에 있어 허위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기대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비록 위 개정안과 같이 일정한 목적을 구성요건으로 추가하고 있더라도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그 행위 자체의 내용으로 사실상 추정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하면 허위성에 대한 판단의 곤란은 자칫하면 과도한 표현 규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관여되어 있는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정보와 의견들에 세간의 관심들이 더해지면서 잘못된 정보가 생성되거나 정보가 과장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종국적으로도 그 진실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정보마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진실에 대한 확실한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또한 허위의 사실 역시 그에 대한 반론과 검증 과정에서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번 세월호 사건 과정에서 논란이 된 바와 같이 허위 사실의 유포에 대한 법적 규제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하면 재난 상황에 있어서도 허위 사실의 유포에 대한 처벌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허위 사실의 유포로 인한 위험성은 1차적으로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함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즉 대립되는 사상의 상호검증과 경쟁을 통한 자정의 과정은 재난 상황에서의 급박함과 허위 사실로 인한 피해의 가중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의 개입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게다가 국가사회적 재난에 있어서 국민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재난의 규모가 크고 그 심각성이 더 할수록 정부에 의한 사태 수습은 제한적이고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국민들의 협조는 재난 극복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참여와 정보 공유를 용이하게 해주는 SNS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한 시민들의 참여가 재난 수습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례들은 아이티의 지진 등 여러 사건에서 찾아 볼 수 있고, 다수의 국가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재난 관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3 지난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 발생한 대규모 구제역 사태 때 정부는 도살된 가축의 매립지 소재를 알려달라는 민간의 요구를 거절하고 오히려 잘못된 정보의 차단에만 힘을 쏟은 바 있다. 매립지 소재의 전파로 인한 여러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래가 없는 구제역 사태의 확산과 제2차적 피해에 대처하기 위한 국민의 참여 노력을 무산시킨 결과가 되어버렸다. 정보가 제공되지 않자 민간에서 스스로 구글맵을 이용해 어렵게 매립지 지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보며 내내 아쉬웠던 점도 국가사회적 재난 극복을 위한 국민의 적극적 참여와 민관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 있었다.
2002년 신종플루가 확산되었을 때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서 국민과 효율적인 소통을 한 미국의 질병관리본부(CDC)의 경험은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신종플루 사태가 지나간 후 CDC는 당시의 경험을 정리하면서 재난 시기에 국민과 적절하게 소통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4
첫째, 신속성(Be first).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빨리 제공할 것. 만약 그럴 수 없으면 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는지 설명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절차를 공유해 줄 것.
둘째, 즉시성(Be right). 바로 바로 정보를 알려 줄 것. 현재 모르고 있는 것과 나중에 알게 될 사항에 대해서도 설명해 줄 것.
셋째, 신뢰성(Be credible). 사실을 말할 것. 대중의 당혹감이나 혹시 있을지 모를 패닉을 피하기 위해 정보를 숨기지 말 것. 루머는 고통스러운 사실보다 더 위험.
넷째, 공감표명(Express empathy). 대중이 느끼고 있는 것에 공감을 표명할 것. 대중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표현이 신뢰를 만들어 낼 수 있음.
다섯째, 역할부여(Promote action). 대중에게 기여의 기회를 줄 것. 그들의 관심과 도움을 끌어 낼 수 있음.
여섯째, 존중(Show respect). 대중들의 의견을 들을 것.
이 여섯 가지 원칙은 국민과 효율적인 소통을 위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재난 상황에서 허위 사실의 유포를 바로잡고 자정적인 프로세스를 끌어내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일 뿐만 아니라, 사전에 허위 사실의 생성과 유포를 원천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유효 적절한 수단이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돌이켜보면 위 여섯 가지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진 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허위 사실의 유포는 어찌 보면 당연히 예정되었던 것일 수도 있다. 정보의 은닉과 비공개 원칙, 신뢰성의 상실과 공감 결여, 국민들의 참여와 역할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는 소통의 실패와 허위 사실의 생성과 유포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현재 잘못된 정보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는 인터넷은 전통적인 질서위주의 사고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국민들과의 소통 및 국민들의 참여 수단이라는 인식 하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허위사실의 유포에 대한 법적 규제는 규제 자체의 위험성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기회의 상실이라는 또 하나의 위험성의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