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AI와 공부한다: AI 활용법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라는 이름으로 구글 딥마인드사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한민국 프로 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이 있었다. 1999년 IBM 컴퓨터 ‘딥 블루’가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이긴 사례가 있지만 그보다 훨씬 경우의 수가 복잡한 바둑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결과는 이세돌 9단이 패배했다. 이 사건 이후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그리고 2025년 우리 사회는 AI(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단어를 빈번하게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대학의 학문 영역에서도 컴퓨터공학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공학이 아닌 전공에서는 AI와 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람이 만들어낸 지능이나 지능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시스템인 AI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주류의 개념이 된 것이다. 단순히 도움을 주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인간이 할 수 있는 사고의 영역까지 확장하는 혁신적 기술이 되었다. 기계 문명의 도입으로 우리 삶이 변화한 것처럼 AI는 근본적인 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이런 AI가 교육과 접목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기대와 우려를 담은 책이 <나는 AI와 공부한다>이다. 이 책은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 학습의 동반자다”라고 전한다. AI가 교육 현장에 본격 도입되면서 학습의 방식과 의미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AI를 활용해 공부하는 법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AI 시대 교육의 기회와 도전을 조명하고 있다. 물론 저자가 AI 교육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맹목적으로 AI 교육의 장점만을 전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정적 인식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AI는 앞으로 우리 생활에 필수적 요소가 될 것이고, 교육에 있어서도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AI와 학습의 결합을 통해 어떻게 ‘모두를 위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와 맞춤형 학습 : 새로운 지식 패러다임 등장
이 책은 AI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이해도를 정확히 파악해 맞춤형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고 하고 있다. 기존 교육은 교실에서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진도를 따라야 하는데 AI는 각자 필요에 따라 최적화된 학습 경로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예를 보면,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학생이 자주 틀리는 문제 유형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보충 설명과 추가 문제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실제로 이 시스템 덕분에 수많은 학생들이 공부에 자신감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AI의 등장은 교육자로서 기대와 우려를 함께 하게 한다. 기대는 책의 예시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일률적인 학생 관리가 아니라 개별화된 관리를 가능하게 해주고, 개인화된 알고리즘에 도움을 받아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우려는 AI를 통해 답을 과정 없이 쉽게 찾으려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문제해결력, 사고력의 결여가 오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AI는 단순히 답을 알려주는 기계가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도록 돕는 동료다”라고 제시하고 있다. AI는 잘못이 없고 이를 이용하는 교육자, 학생들의 방법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제시하는 듯하다. 이 부분에 대해 동의한다. AI를 못쓰게 할 수 없다면, 아니 못쓰게 하면 안 되기 때문에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교수법, 학생들은 학습법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대학 리포트를 AI를 통해 작성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되 AI에게 했던 질문, 그리고 그 답, 그것을 어떻게 수정하여 구성하였는지를 모두 제출하게 하거나, 수업 시간에 제대로 질문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교육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많은 지식은 인터넷에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을 외우는 것보다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터넷에 검색어를 명확히 넣는 것이 새로운 지식 패러다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AI의 등장은 또다시 새로운 지식 패러다임의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기술의 혁신을 인간 중심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우려스러운 부분은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찾아야 할 것이다.
왜곡된 정보와 개인정보 문제: AI 활용의 그늘
AI의 활용에 매우 긍정적으로 접근하던 저자도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왜곡될 위험성에 대해서는 경고하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답변을 생성하지만 그 데이터가 편향되었거나 부정확 활 경우,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AI의 답변이 곧 진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경고하고 있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최근 AI 챗봇들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시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되었다. 학습자가 AI의 답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경우, 오히려 잘못된 지식을 습득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AI 학습 도구를 사용할 때 반드시 여러 출처를 교차 검증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는 비단 최근에 발생한 문제는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유튜브라고 하는 미디어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 유튜브도 AI 기술을 활용한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이것이 부정확한 가짜 뉴스 일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확증편향을 갖게 하고, 잘못된 정보를 반복해서 습득하여 사실로 믿게 한다. 결국 이런 과정은 사회적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의 진화에 따라 편리한 정보 습득은 항상 다양한 사고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AI 학습 도구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책에서 다루고 있다. AI가 학습자의 성향, 학습 패턴, 심지어 감정 상태까지 분석하려면 상당한 개인 정보가 필요하다. AI 기술 자체가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이를 기반으로 인간과 유사한 사고 과정을 거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터 수집에 집중하면서도 이에 대한 방법이 투명해야 하고, 수집한 데이터가 적법하게 쓰일 수 있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AI 시스템이 학습자의 데이터를 어떻게 저장하고 사용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하며, 사용자의 동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최근 AI 서비스들이 개인정보 유출이나 데이터 악용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지적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AI가 교육 분야에서 신뢰받기 위해서는 윤리적 데이터 관리가 필수적이다. 교육 분야뿐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여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하려면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기술 친화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의 정보를 제공하여 학습 시켜줘야 한다. 이런 학습이 알고리즘의 기반이 되어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개인정보 보호의 개념은 무조건 나의 정보 유출을 막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내 정보를 활용하게 할 것인지 개인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으로 변화하여야 한다. 이는 인터넷 시대부터 화두였지만 AI 시대에 더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학습에서도 나의 개인 학습 데이터를 어떤 범위에게 어떤 양으로 제공할지에 대해서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차별적인 개인화된 데이터 제공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 특히 교육 분야는 초중고 학생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AI와 일자리 위협: 새로운 도전과 기회
책은 AI의 노동시장 영향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자동화와 AI의 발전으로 인해 단순 반복 노동뿐 아니라 전문직 영역까지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노동시장의 변화는 사회적 통념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노동을 신성시하고 있다. 따라서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노동을 해야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앞으로 AI가 노동을 대신한다면 우리의 소비 패러다임도 변화해야 할 것이다. AI가 모든 노동을 하고, 인간은 노동하지 않아서 소비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 체계인 자본주의가 피폐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I가 노동시장을 대체할 때 사회적인 소비 체계 재구성에 대한 합의를 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고, 이것이 사회적인 통념이 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여 새로운 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서 AI 시대의 노동 능력에 대한 재구성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앞으로는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창의력, 문제 해결력, 공감 능력 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AI 시대의 노동 변화에 대비하려면 교육 역시 단순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AI와 협력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미래 노동자들이 AI를 두려워하지 않고, AI를 활용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철학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 전 영역에 AI가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이에 대응하는 복합적인 사회체계 형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산업혁명과 예술가들의 변화: 역사를 통해 AI의 미래를 보다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를 농업 중심에서 산업 중심으로 바꿔놓았고, 노동시장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여러 예술가들은 레코드, 라디오, 영화 같은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직접 공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예측하여 기술 문명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이 분야를 생각해 보면 라이브 공연은 희소성과 현장 감동 덕분에 가치가 더 높아졌고, 예술가들은 다양하고 활발한 분야로 확장하여 활동하게 되었다. 이는 기술의 발전은 기존 방식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범위를 넓히고 새로운 기회를 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AI가 창작의 일부를 자동화하고, AI가 만든 음악, 그림, 글 등이 넘쳐나면서 창작자들이 설자리를 잃는다는 우려가 있지만 산업혁명의 사례처럼 AI가 창작자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창작 협업이 촉진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저작권은 현재 인간이 창작한 콘텐츠에만 부여되고 있기 때문에 권리에 대한 부분도 인간 중심의 협의를 이뤄나간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결국 AI는 도구이자 협력자의 역할을 할 것이고, 기본적인 아이디어, 시안, 작곡 등을 생성해 주면 창작자가 그 위에 자신의 감성과 철학, 독창적인 가치로 발전시킬 것이다.
결국 AI와 인간이 함께 만드는 ‘혼성 창작물’은 새로운 예술 영역을 탄생시킬 것이고 나아가 모든 분야에 새로운 결과물을 도출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소통하는 업무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며, 기술적 혁신뿐 아니라 사람만의 감정과 경험도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AI 시대에 적응하려면 AI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진정성, 깊이 있는 메시지, 감성적 교감 등)을 개발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AI를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유연성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교육의 측면에서 AI를 다뤘지만 앞으로 우리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AI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AI를 단편적으로 사용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퇴보시키지 말고, 중요한 파트너, 가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AI를 기반으로 한 인간의 미래가 어떻게 구성될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이미 AI를 우리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AI를 지배적으로 활용해서 더 확장적인 미래를 꿈꾸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