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와 팩트 – 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 지는가(The Irrational Ape)

1. 들어가며
출근길 수많은 정보로부터의 유혹이 시작된다. 정치, 사회, 연예, 문화, 셀 수 없는 분야의 정보들이 자기를 이해해야만 한다고, 때로는 친밀하게 때로는 집요하게 나의 뇌를 두드린다. 업무와 관련된 스크랩핑 뉴스와 SNS, 광고들이 나의 생각들을 거쳐갈 때, 두려움도 함께 엄습한다. 진짜인가? 빠르게 저장할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분류해야만 한다.
우리 모두는 얼마 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라는 팬데믹(pandemic)을 겪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재택근무, 그리고 변종을 예방하기 위한 수차례의 백신 접종까지.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게 우리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이 접종을 두렵게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과연 백신 접종과 백신 접종 거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페이크이고, 팩트인가?
저자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David Robert Grimes)는 물리학자이자 생물통계학자, 암 연구자로 ‘역경에 맞서 과학을 옹호한 공로’로 존매덕스상을 수상했으며,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백신 거부 운동을 반대하고, 유사 과학을 이용해 자폐 환자와 암 환자들을 편취하는 이들을 경계하는 등, 우리 안의 편향과 논리적 결함을 이겨내고, 분석적 사고와 토의를 통해 우리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마음도 변화시키고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총 6부에 걸쳐 완전무결한 존재로서가 아니라, 모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으로서 우리의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우리의 문제와 실수를 인정하는 접근이 바로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2. 인간과 논리, 그 우수성과 결함
오늘날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는 인간에 대해, 저자는 인간의 분석적 사고와 정보 수집, 논리와 상상으로 결론에 이르는 인간의 능력을 지지하면서도, 이미 경험한 위험과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위협을 인지하는 휴리스틱(heuristics), 즉, 제한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직관으로 판단하는 의사 결정으로 인한 결함도 지적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삼단논법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여겨지지만, ‘네가 옳거나 내가 옳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시작된 삼단논법은 오늘날 정치 세계에서 ‘네가 틀렸으니, 내가 옳다’는 흑백논리의 결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휴대전화 사용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없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주장과 휴대전화가 뇌종양이나 다른 암 위험도를 높일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영국 암연구소의 발표보다, 일부 전자기복사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모호성이 우리의 관심을 더 끄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우리가 경험했듯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시기, 인터넷을 통한 빠른 정보 공유는, 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하고 질병 확산을 예방하는데 기여한 반면, 코로나19 존재를 신뢰하지 않는 등 다양한 허위조작정보 양산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페이크와 팩트를 구분하는 것이 단지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넘어서 우리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우리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을 잘못된 결정으로 이끌게 하는가?
저자는 실체 없는 위험으로 인한 불안들이 우리 인간의 위협감지 신호를 자극하고, 결정해야 할 상황에 부딪혔을 때 우리의 직관 센서를 자극하여 종종 어긋난 결정에 이르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짜 치료를 받은 환자의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와 그 반대의 효과인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처럼 인간은 정신신체질환의 위험을 안고 있는 취약한 존재임을 인지시킨다.
3. 통계와 조작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통계 오류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한다. 가공육을 최대로 먹은 집단의 대장암 발병 위험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18% 높다는 국제암연구기관의 발표는 상대위험도(relative risk) 대신 절대위험도(absolute risk) 1%를 적용했어야 하는 통계 오류의 결과이다. 사실은 1,000명 중 가공육을 최소로 먹은 집단의 대장암 발병이 56명, 그렇지 않은 집단이 66명이므로, 1,000명 중 10명 즉 1%의 위험도가 높을 뿐이라는 것이다.
조사 대상의 나이가 어리다는 잠복변수(lurking variable)를 반영하지 않고, 흡연자의 사망률이 비흡연자의 사망률보다 낮다는 통계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범죄에 가깝다.
많은 숫자가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다. 통계는 언제나 우리의 생각을 교란시킬 수 있고 잘못된 결정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분석적 사고와 선의의 의심을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4. 희망
인공지능이 세상의 변화를 이끌고 있고, 알파고가 그랬듯이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으며 그 속도가 매우 가파르게 빨라질 것이라는데 이견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공지능은 사람을 통해 발전되고 있다. 무엇이 인간을 인공지능보다 우월한 존재로 여전히 서 있을 수 있게 하는가?
호기심 가득한 마음과 분석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회의주의를 마지막 희망으로 제시한 저자의 생각에 덧붙여, 세상의 모든 일은 수학 문제를 풀듯이 반드시 완벽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허상을 내려놓는 것, 즉,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인간은 부분적으로 취약한 존재일지라도, 계속 잘못된 결론에만 이르지 않는다. 토론과 고찰을 통해 계속 발전해 왔으며, 때로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도 더 큰 성장을 이루고 올바른 길을 찾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