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평] 유튜브 컬처
유튜브 전성시대이다. 앱 분석 기업 ‘와이즈앱’이 올해 5월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앱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다. 모바일 동영상 앱 사용시간 점유율로 따져도 유튜브가 85.6%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용자도 20대 청년층은 물론이고 5,60대 장년층으로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동영상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린 세대는 정보 검색을 위해서 더 이상 네이버를 찾지 않는다. 대신 유튜브를 사용한다. 유튜브에는 세상 모든 정보가 영상 포맷으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검색 시장조차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다.ᅠ
엔터테인먼트 시장도 지각변동했다. 미국 대중문화에서 ‘스타’의 지형이 인기 유튜버들에 의해서 이미 오래전에 바뀐 것처럼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튜브의 성장과 함께 인기 연예인을 능가하는 스타 유튜버들이 등장했다. 게이머에서부터 가수, 평론가, 강연가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은 1인 미디어로 유튜브 플랫폼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한 대학문화 조사업체에 따르면 조사 대상 대학생의 92%가 유튜브에서 1인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ᅠ
케빈 알로카는 유튜브가 만들어낸 이 거대한 문화적 격변의 목격자이다. 유튜브 세상이 도래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그는 ‘유튜브 트렌드 매니저’란 직업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목격담을 자신의 저서 <유튜브 컬처>에 충실하게 담았다.ᅠ
저자는 책의 첫 이야기를 폴 ‘베어’ 베스퀘즈란 한 평범한 인물로부터 풀어낸다. 폴 ‘베어’ 베스퀘즈는 지난 2010년 요세미티 산의 쌍무지개를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렸다. 몇 개월 뒤 이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바이럴’됐다. ‘바이럴’은 아름다운 쌍무지개 때문이 아니었다. 폴 ‘베어’가 그 풍경을 보며 인간적 감동과 기쁨을 격하게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그 순수한 감정에 사람들은 덩달아 환호했다. 케빈 알로카는 이것이 유튜브가 만들어낸 문화의 본질이라고 짚어낸다.ᅠ
“우리는 지금 완전히 새로운 창의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무언가를 공유하고 싶어 하는 베어 같은 사람들, 그런 경험에 동참하고 자신의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창의성 말이다. 그야말로 우리 모두가 만들어내는 문화인 것이다.”
유튜브의 성장은 기존 미디어를 당황하게 했다. 레거시 미디어가 작동하는 원리는 저자가 언급한 창의성과 거리가 멀다. 유튜브의 콘텐츠들은 오히려 기존 미디어 콘텐츠의 제작론에서 폐기되거나 제외된 것들이었다. 텔레비전 방송의 직업적 영상 제작자들이 동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동기는 시청률이다. 물론 그들을 고용한 회사(방송사)는 광고 수익 때문이다.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가가 그들의 성과 지표이자 목적이 된다.ᅠ
하지만 그들이 아마추어라고 깔보았던 유튜브 제작자들이 동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다르다. 그들의 동기는 동영상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그 동기는 자기만의 관심,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 함께 공유하려는 욕구에 있다. 케빈 알로카는 책의 말미에서 다시 이렇게 적는다.ᅠ
“유튜브를 ‘문화적 부화장’, 즉 세상과 사람들의 관계를 바꾸고, 지식 획득 방법을 바꾸고, 음악과 유명인의 정의를 바꾸는 미디어로 만든 것은 매일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온라인에서의 행동들을 통해 일상적인 표현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유튜브 플랫폼에만 한정되리라 생각했던 그 ‘영향력’은 전 지구적인 것으로 확산됐다. 텔레비전 방송사들은 유튜브의 성장을 넋 놓고 바라만 봤다. 방송사의 프로 영상 제작자들은 그들이 보기에 ‘근본 없는’ 아마추어 영상 제작자인 유튜버들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급기야 몇몇 방송은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을 타깃으로 새로운 콘텐츠 제작 조직을 만들었지만, 성과는 모두 시원치 않다. 심지어 지상파 방송의 PD들은 스타 유튜버를 자신들의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조차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담당 PD가 출연 유튜버들에게 ‘노잼’ 편집을 한다며 핀잔과 불평을 듣는다는 후문이 돌기도 한다.ᅠ
케빈 알로카의 <유튜브 컬처>는 유튜브 시대에 완벽한 콘텐츠 제작과 확산의 지침서이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 콘텐츠들의 시작과 확산을 분석한다. 콘텐츠의 주인공들을 직접 인터뷰한다. 그리고 유튜브가 그들을 연결하고 추천하는 방식에 관한 수많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기존 프로 영상 제작자들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건 유튜브 콘텐츠 포맷을 따라 하거나, 유명 유튜버를 자신의 프로그램에 끌어들이는 일이 아니다. 그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책을 정독하는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 케빈 알로카가 전한 마지막 문장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ᅠ
“결국 지금은 인류 표현의 역사상 가장 예측하기 어렵고 당혹스러운 시대이다. 아마추어와 프로들이 만들어내는 미디어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필자도 20년을 프로 영상 제작자로 살았다. 다만 남들보다 조금 일찍 방송사 플랫폼에서 유튜브 플랫폼으로 건너왔다. 2011년 5월, 짧은 강연 콘텐츠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을 시작하면서 유튜브 채널을 팠다. 세바시를 TV 프로그램보다 유튜브 콘텐츠로 만들고 확산하려는 것이 의도였다. 세바시가 지금 조금이라도 성공했다면 그 이유는 미디어로서 유튜브의 성장 때문이다. 유튜브가 만들어낸 사람과 사람, 관심과 관심, 그리고 생각과 생각의 연결과 공유 덕분이다. 이제 콘텐츠의 생산자이자 동시에 소비자로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유튜브라는 이름의 플랫폼이 아니라, 그 플랫폼 위에서 미디어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