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바라보며: 규제와 시사점
1. 들어가며1
애플페이(Apple Pay)가 드디어 우리나라에 선보일 전망이다. 애플페이는 2014년에 출시되어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서 사용 중인 간편결제서비스다. 우리나라의 경우 애플페이가 지원하는 결제방식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의 낮은 보급률2 과 실무상 규제 이슈 등의 이유로 그간 출시되지 못하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애플페이가 국내 카드사와 제휴해 우리나라에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여러 추측이 무성하게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은 종합적인 검토 끝에 올해 2월 초 카드사들이 필요한 절차를 준수해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카드사에게 애플페이 관련 수수료 등의 비용을 고객 또는 가맹점에 부담시키지 말 것과 적정한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3 애플 및 국내 카드사도 언론사에 보낸 이메일 등을 통해 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공식화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30%를 넘지 않는데, 이는 통화녹음기능과 삼성페이의 편리함 때문에 갤럭시(폰)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애플페이가 우리나라에 출시되면 삼성페이가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 일정 부분 균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4 MZ세대에 비해 갤럭시(폰)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중ㆍ장년층 소비자들이 아이폰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신용카드 거래(즉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국내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거래)를 해외 결제망을 통해 결제하는 것이 허용되는 서비스는 애플페이가 처음이라는 점에서,5 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계기로 그간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던 다른 해외 간편결제서비스 업체들도 한국시장 진출을 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애플페이 국내 출시가 업계와 시장의 관심을 두루 끌고 있는 이유다.
2. 관련 규제
가. NFC 단말기 지원 문제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와 관련하여 법적 규제 관점에서는 우선 단말기 지원 이슈가 문제됐던 것으로 보인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업자 및 부가통신업자는 대형신용카드가맹점이 자기와 거래하도록 대형신용카드가맹점에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지급할 수 없다.6 또한 대형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 부가통신서비스 이용을 이유로 부가통신업자에게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요구하거나 받을 수 없고,7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신용카드와 관련한 거래를 이유로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요구하거나 받을 수 없다.8 무분별한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한 수수료 증가 및 시장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부당한 보상금”의 범위에는 신용카드 거래와 관련한 단말기, 포스(POS), 서명패드 등 모든 형태의 대가가 포함되므로, NFC 단말기 무상 제공도 원칙적으로는 부당한 보상금 제공에 해당한다.910 다만 금융당국은 금융ㆍ기술적 환경 변화에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QR, NFC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간편결제 방식과 관련한 단말기를 대형신용카드가맹점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 이와 같은 단말기 제공이 ① 특정 신용카드업자가 대형신용카드가맹점과 신용카드 거래를 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ㆍ갱신하는 것과 관련이 없고, ② 간편결제 등 새로운 결제방식의 확산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부당한 보상금 제공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11 다만 이와 같은 단말기 무상 제공에 참여하지 않은 카드사의 신용카드로 해당 단말기를 통해 결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단말기를 제공한 카드사가 자신과의 배타적인 거래를 위해 이를 대형신용카드가맹점에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부당한 보상금 제공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 입장이다.12
이번 애플페이 국내 출시와 관련하여서도 애플과 제휴하는 카드사가 (국내 보급률이 낮은) NFC 단말기를 가맹점에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그 설치비용을 일부 지원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애플페이를 출시하는 국내 카드사와 금융당국 간에 실무적으로 어떤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앞서 살펴본 금융당국의 기존 입장을 고려하면, (설령 해당 카드사가 가맹점에 NFC 단말기를 지원하더라도) 향후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과 제휴하여 애플페이를 출시했을 때 그 단말기를 통해 결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도록 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금융당국이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공익적인 목적”을 인정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나. 해외결제망 이용에 따른 결제정보의 국외 처리위탁 문제 등
애플페이 이용 시 해외결제망을 통해 EMV Contactless 방식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내 결제정보의 국외 이전이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의 정보처리 업무 위탁에 관한 규정(금융위원회 고시)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업무를 영위할 때 정보처리가 요구되는 경우 해당 업무를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는데,13 이 경우 데이터에 대한 접근 통제, 전산사고 등에 따른 이용자 피해에 대한 위ㆍ수탁회사 간의 책임관계, 수탁회사에 대한 감독당국의 감독ㆍ검사 수용의무 등을 계약에 반드시 포함하여 위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책임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14 그리고 금융회사가 이와 같이 정보처리를 위탁하는 경우 관련 법령상의 안정성 확보 조치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하는데,15 이 때 개인고객의 고유식별정보는 암호화 등의 보호 조치를 해야 하고 특히 국외로 이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16
그간 국내 카드사가 국내 가맹점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를 해외결제망을 통해 결제하는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17 애플페이가 출시될 경우 국내 카드사가 국내 가맹점 거래 관련 결제정보를 해외에 있는 제3자에게 이전(처리위탁)되는 것이 규제실무상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금융거래의 안정성 확보 및 개인 고유식별정보 보호 관점에서 문제없는 것인지 우려가 제기되었던 것이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애플페이와 관련하여 실무적으로 어떠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는지 필자가 알기는 어렵다. 다만 금융당국이 이번에 애플페이 서비스와 관련하여 배포한 보도참고자료18 에서 언급한 기존 법령해석 회신문19 의 취지를 고려하면, 금융당국이 금융거래 안전성이나 개인 고유식별정보 보호 관점에서 애플페이의 해외 결제방식을 살펴본 결과 규제 실무상 구현 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 애플의 경우 국내 카드사의 전자금융보조업자(즉 국내 카드사의 전자금융거래와 관련한 정보처리시스템을 운영하는 자)로서 추후 필요시 전자금융거래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당국의 자료 제출 요구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추측된다.
3. 향후 과제와 시사점
전자금융거래법은 외국인 또는 외국 법인에 대하여도 적용되므로,20 해외 간편결제서비스 업체들이 국내에서 내국인에게 간편결제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려면 구체적인 업태에 따라 전자금융업 등록을 해야 한다(선불업, PG업 등). 해외 간편결제서비스 업체 중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업체도 있고, 아직까지 한국시장 진출을 관망하는 업체도 있다. 그런데 애플페이가 출시되고 국내 거래를 해외결제망을 통해 결제하는 것이 실무상 가능하게 되면 향후 다른 해외 간편결제서비스 업체들도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고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애플페이는 신용카드 결제를 수반하는 간편결제서비스이기 때문에 (전자금융거래법뿐만 아니라)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엄격한 규제가 카드사, 부가통신업자, 대형신용카드가맹점 등에 부과되고 있다. 그런데 해외 간편결제서비스 업체가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고 선불업 또는 PG업에 따른 서비스를 국내에서 (해외결제망을 활용하여)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해외 업체가 국내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신용카드 사용을 수반하지 않는다면 해당 서비스 관련 당사자 중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수범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그렇다면 해당 서비스 제공자가 대형 가맹점에 결제단말기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규제 실무상 고민이 필요한 지점인데, 이번 애플페이 국내 출시가 한국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다른 해외 간편결제서비스 입장에서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으므로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명확한 실무해석이나 가이드라인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장기적으로는 애플의 시장독점 이슈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면 관계상 자세히 다루기는 어렵지만, 해외의 경우 애플이 자사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제외한 다른 간편결제서비스가 아이폰 기기의 NFC 기반 결제기능을 이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21 과 관련하여 수년 전부터 반(反)독점 법령 위반 논란이 제기되어 왔고, 유럽, 미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행정조사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애플페이가 이제 출시되는 단계이고 반독점 이슈는 아이폰(또는 애플페이)의 시장점유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문제이므로 시급한 현안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해당 이슈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 논의 추이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모쪼록 애플페이 출시를 계기로 국내ㆍ외 혁신적인 간편결제서비스의 보급이 더욱 촉진되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이 확대되고 소비자 후생이 증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2023년 3월 초 현재 애플페이 서비스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태이고, 애플(또는 애플과 제휴하고 있는 국내 카드사)이 국내에서 제공할 예정인 애플페이 서비스의 세부 구조에 대해서는 필자가 알고 있는 바가 없다. 따라서 이 글의 목적은 보도자료 등 외부에 공개되어 검색ㆍ확인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애플페이 국내 출시 과정에서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법적 규제 관련 논의를 개괄적인 수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그리고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고 필자가 일하고 있는 법무법인(유) 지평의 입장과는 관련이 없다. [본문으로]
-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들 중 NFC 기반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10%를 넘지 않고, 대부분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마그네틱 보안 전송)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 [본문으로]
- 금융위원회 2023. 2. 3. 보도참고자료「신용카드사의 애플페이 서비스 제공 관련 필요 절차 등의 확인 결과」참조 [본문으로]
-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간편결제서비스 업체들이 그간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토대로 QR코드, 바코드 결제방식 등을 활용하여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도 공략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삼성페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다. 앞서 각주 2에서 설명한 것처럼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들 대부분은 MST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삼성페이는 NFC, MST 결제방식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본문으로]
-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애플페이는 NFC 결제방식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 표준규격으로 EMV Contactless(EMV 비접촉결제)를 채택하고 있다. 참고로 EMV는 국제 결제시장 표준규격 중 하나로 1993년에 해당 규격을 처음으로 만드는데 합의한 유로페이, 마스터카드, 비자카드가 각 브랜드(Europay, Mastercard, Visa)의 첫번째 글자를 따서 지은 명칭이다. 이후 위 세 회사가 주도하여 1999년 EMVCo가 설립된 이래 다른 글로벌 카드 브랜드사도 EMVCo에 지분 참여를 하게 되었다. 현재 EMVCo는 6개 회원사(마스터카드, 비자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디스커버, 유니온페이, JCB)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이들 회원사의 결제시스템을 EMV 표준으로 삼고 있는데, EMV Contactless는 EMVCo의 NFC 비접촉 결제 규격을 말한다. [본문으로]
-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4조의2 제3항 참조 [본문으로]
-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제6항 참조 [본문으로]
-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의3 제4항 제1호 참조 [본문으로]
- 금융위원회 법령해석 회신문(일련번호: 150129) 참조 [본문으로]
- 금융위원회 법령해석 회신문(일련번호: 150182) 참조 [본문으로]
- 금융위원회 법령해석 회신문(일련번호: 190188) 참조 [본문으로]
- 금융위원회 법령해석 회신문(일련번호: 190188) 참조 [본문으로]
- 금융회사의 정보처리 업무 위탁에 관한 규정 제4조 제1항 참조 [본문으로]
- 금융회사의 정보처리 업무 위탁에 관한 규정 제4조 제3항 참조 [본문으로]
- 신용카드업자와 부가통신업자 등은 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자적 전송이나 처리를 위한 인력, 시설, 전자적 장치, 소요경비 등의 정보기술부문 및 전자금융업무에 관하여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여신전문금융업법 제54조의4 제2항 참조). 또한 금융회사, 전자금융업자 및 전자금융보조업자는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자적 전송이나 처리를 위한 인력, 시설, 전자적 장치, 소요경비 등의 정보기술부문, 전자금융업무 및 전자서명법에 의한 인증서의 사용 등 인증방법에 관하여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전자금융거래법 제21조 제2항 참조) [본문으로]
- 금융회사의 정보처리 업무 위탁에 관한 규정 제5조 제1항 참조 [본문으로]
- 즉 현재 국내에서 출시되는 카드나 간편결제서비스로 국내 가맹점 거래 결제를 하는 경우 해외결제망을 이용하지 않고 있고, 실무상 그러할 실익도 크지 않다. [본문으로]
- 금융위원회 2023. 2. 3. 보도참고자료「신용카드사의 애플페이 서비스 제공 관련 필요 절차 등의 확인 결과」참조 [본문으로]
- 금융위원회 법령해석 회신문(일련번호: 160573) 참조. 금융당국은 위 사안에서 해외브랜드사가 제공하는 가상번호(토큰, 즉 실제 카드번호 대신 사용하는 대체카드번호로서 해외 브랜드사는 해당 가상번호를 생성하여 거래시 가상번호를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함)를 국내 신용카드 오프라인 결제 과정에서 활용하는 경우, (i) 해당 해외브랜드사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보조업자에 해당되고, (ii)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전자금융보조업자(해외 브랜드사)와 제휴ㆍ위탁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변경하는 것과 관련하여 금융회사(또는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검사를 하는 경우, 전자금융거래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전자금융보조업자(해외 브랜드사)에 대해 자료제출 요구와 조사를 할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본문으로]
- 전자금융거래법 제4조 참조 [본문으로]
- 이는 (신용카드가맹점 NFC 단말기의 기술적 제한 문제가 아니라) 아이폰 기기 자체의 제한 문제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