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명 연관검색어 삭제요청 관련 심의결정 리뷰

180823

1. 심의결정의 주요내용

 

가. 사건 개요

 

금연보조제품 제조사업자(이하, “기업A”로 지칭)는 자사 제품명 검색 시 연관검색어로 노출되는 궐련형 전자담배명 및 이를 포함한 검색어를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연관검색어 또는 그 검색결과로 인해 권리를 침해받은 자는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로 지칭) 회원사에게 침해 구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데, 기업A는 이 사건 연관검색어로 인해 금연보조제인 자사 제품이 담배의 일종으로 오인되어 자사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며 해당 연관검색어 삭제를 요청해 온 것이다.

 

나. 근거 규정 및 최종 결정

 

이 사건 심의결정(2018심7-1~9)의 근거가 된 KISO 정책규정은 제3장(검색어에 관한 정책)에 포함되어 있는 규정들인데, 구체적으로는 제13조의2 제2항 제1호의 마목 및 사목 그리고 제13조의2 제2항 제4호이다. 이들 규정은 크게 (1) 명예훼손 관련 규정과 (2) 상표권 침해 혹은 부정경쟁행위 관련 규정으로 나뉜다.

정책규정13조의2

[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정책규정 제13조의2 ]

 

우선, ‘연관검색어 등 자체만으로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오인시키는 경우’(제13조의2 제2항 제1호의 마목)에 해당하거나, ‘기타 연관검색어 등 또는 해당 검색결과가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제13조의2 제2항 제1호의 사목)에 해당하여 ‘요청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가 일반 이용자의 알 권리보다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제13조의2 제2항 제1호)에는 해당 검색어는 삭제 또는 제외될 수 있다. KISO 정책위원회는 금연보조제품명 검색시 전자담배명이 연관검색어로 제시되는 것이 기업A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가 일반 이용자의 알 권리보다 크다고 판단되는지 검토하였다. KISO 정책위원회는 표결절차를 거쳐 심의대상 검색어 전부에 대해 ‘해당없음’, 즉 연관검색어 삭제불가로 결정하였다. 그러한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살펴본다.

 

상표권 침해 혹은 부정경쟁행위(이하 ‘상표권 침해’로 통칭) 관련 KISO 정책규정은 ‘기업 등이 요청한 경우로서, 법원의 판결 또는 결정 등을 제출하거나, 행정기관의 행정처분, 결정 등을 제출하여 해당 기업 등에 관한 검색에서 경쟁사 등의 상호나 상표가 연관검색어로 노출되는 것이 명백한 상표권 침해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소명된 경우’(제13조의 2 제2항 제4호)에 해당 연관검색어를 삭제 또는 제외토록 하고 있다. 동 조항은 ’어떤 기업 등의 상호나 상표에 대한 연관검색어로 경쟁사 등의 상호나 상표가 현출된다는 것만으로는‘ 삭제 또는 제외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즉, KISO 정책위원회는 상표권 침해 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나 행정기관과 같은 제3의 권위체의 공식 판단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해당 검색어를 삭제 또는 제외토록 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기업A는 법원 혹은 행정기관의 판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객관적인 소명자료의 부재로 인해 상표권 침해 여부는 이 사건에서 주요 쟁점이 아니었고, KISO 정책위원회는 상표권 침해 여부 자체를 독립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므로, 다음 장에서 진행할 심의결정 검토에서 상표권 침해 관련 논의는 제외한다.

 

2. 상품명 연관검색어로 인한 명예훼손 여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특정 회사의 상품명에 다른 회사의 상품명이 연관검색어로 함께 노출되는 것이 요청 기업의 명예를 훼손하는지, 그렇다면 해당 연관검색어를 삭제 또는 제한하는 것이 필요한지 여부이다. 해당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가. 기업 명예훼손 판단기준의 엄격성 정도

 

먼저, 기업 관련 명예훼손 사건을 다룰 때 개인 관련 명예훼손 사건과 동일한 잣대로 판단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가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기업 역시 개인과 마찬가지로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법학계의 통설이지만, 개인 명예훼손과 달리 기업 명예훼손 사건은 신용의 훼손으로 명예훼손의 결과가 나타나며 보호되어야 할 기업의 명예권 혹은 이익이 순수한 인격권이라기보다는 재산권적 성격이 상당히 가미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황창근, 2015).

 

KISO 정책규정 자체는 삭제를 요청하는 자를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는 요청인’과 이에 해당하지 않는 요청인으로만 나누고 있고, 기업을 별도유형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 게시물 임시조치 관련 정책결정 리뷰에서 황창근(2015)이 제안한 바와 같이, 기업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명예훼손의 판단 잣대를 보다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는데, 개인과 비교할 때 기업은 그 설립목적이나 활동상 공익적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하고 소비자이익의 보호라는 공익 역시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산후조리원 후기 사건’에서 소비자 게시글의 공익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정보통신망법 상의 ‘비방목적’ 판단기준이 엄격히 적용되어함을 천명한 대법원 판결과 맥을 같이 한다(대법원 2012.11.29. 선고 2012도10392 판결). 기업의 연관검색어 삭제요청 관련 정책결정 리뷰에서 윤성옥(2017)도 국내법원의 판단 기준에 비춰볼 때 특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공인에 포함될 수 있으며 KISO 정책규정이 다양한 ‘공인’의 범주를 포함하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종합컨대, 기업 관련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공인이 아닌 개인 관련 명예훼손 보다 엄격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여 신청 기업의 삭제 요청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나. 연관검색어로 인한 명예훼손 판단기준의 엄격성 정도 및 추가 고려사항

 

다음으로는,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검색어(이하 ‘연관검색어’로 통칭)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을 다룰 때 게시글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과 동일한 잣대로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연관검색어 삭제는 상대적으로 쉽게 허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연관검색어는 기본적으로 검색엔진 사업자가 이용자의 검색 편의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점, 연관검색어는 검색엔진의 내부 알고리즘에 의한 기계적 추출로 제공되는 것이므로 연관검색어 삭제는 이용자들이 게시한 게시글을 삭제하는 경우처럼 직접적인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는 점, 연관검색어 삭제는 검색결과 삭제처럼 정보접근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지는 않는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연관검색어 삭제가 게시글 삭제 보다 쉽게 허용될 수 있다는 것(황용석, 2014; 손지원, 2018)이다.

 

반면, 연관검색어 서비스는 다수의 시민들이 관심 있게 검색하는 이슈들을 공개하여 공론화를 촉진시킨다는 의미에서 표현의 자유를 촉진하는 서비스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김보라미, 2016), 제시된 검색어들의 조합만으로는 인격권 침해의 정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손지원, 2018), 연관검색어 삭제를 고려할 때는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뿐만 아니라 검색어 사업자의 영업의 자유와 이용자의 정보접근권 역시 이익형량되어야 한다는 점(황성기, 2017)을 고려하면 연관검색어 삭제 역시 게시글 삭제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도 도출 가능하다. 한편 KISO 정책규정 자체는 회원사가 연관검색어를 인위적으로 생성 또는 변경하지 아니한다(제12조)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연관검색어 삭제가 인정되는 경우는 예외적이며 그러한 경우를 최소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본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렇게 양쪽의 견해 모두가 논리적으로 타당한 지점이 있어 현재로서는 연관검색어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을 판단할 때 어느 정도로 엄격한 판단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학계나 실무에서 명확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연관검색어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사항이 있는데, (1) 과연 연관검색어 자체만으로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오인시켜 명예훼손이 성립하는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점과 (2) 검색어에 대한 평가는 검색결과로 노출되는 표현물에 대한 평가에 의해 상당한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황성기, 2017) 연관검색어와 함께 노출되는 검색결과가 명예훼손적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기울임 표시는 필자가 사용). 이를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에 적용해 보도록 한다.

 

다. 해당 사건에의 적용

 

이번 사건에 있어 기업A의 금연보조제품의 명칭은 영어단어 두개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해당 단어들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것이었다. 편의상 첫 영어단어를 ‘스퀘어’, 두 번째 영어단어를 ‘써클’로 지칭하고, 기업A의 금연보조제의 명칭을 ‘스퀘어 써클’이라 임의로 지칭한다. 한편, 전자담배 제품들 중에는 기업A의 금연보조제 명칭에 포함된 영어단어가 포함된 제품명칭이 들어있었고 해당 전자담배 제품명 및 해당 전자담배 제조업체의 명칭 등이 연관검색어로 함께 노출되었다. 편의상 이 전자담배제품을 ‘스퀘어 트라이앵글’로 임의 지칭한다.

 

우선 ‘스퀘어 써클’를 검색하면 ‘스퀘어 트라이앵글’ 및 해당 전자담배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의 명칭이 함께 제시되는 것만으로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오인시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 스퀘어 써클은 금연보조제품이고 스퀘어 트라이앵글은 전자담배이므로 둘은 성격이 상이한 제품이고 스퀘어 써클과 함께 전자담배 제품명과 전자담배 제조판매업체의 명칭이 제시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스퀘어 써클도 전자담배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오해는 스퀘어 트라이앵글이 전자담배라는 것을 알면서 스퀘어 써클이 어떠한 제품인지 모르는 검색엔진 이용자들에게만 일어날 개연성이 있을 뿐, 스퀘어 써클이 금연보조제품임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이용자들이나, 스퀘어 써클과 스퀘어 트라이앵글의 제품성격을 모두 모르고 있는 이용자들에게는 “스퀘어 써클은 전자담배이다”라는 오인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또한 흡연인구를 타켓 소비자층으로 하는 금연보조제품과 전자담배제품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고 할 수는 없고, 해당 금연보조제품 명칭과 연관검색어로 제시된 전자담배제품 명칭이 동일한 영어단어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고유명사인 ‘스퀘어 써클’을 검색했을 때 부정적 의미를 띤 일반명사 단어들(예를 들면, ‘발암물질’, ‘폐암’, ‘호흡기질환’ 등)이 연관검색어로 노출되는 경우와 중립적인 의미의 고유명사 단어들(‘스퀘어 트라이앵글’과 제조판매업체명)이 노출되는 경우는 엄연히 다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연관검색어 자체만으로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오인시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다음으로 연관검색어와 함께 노출되는 검색결과가 회사A에 대한 명예훼손적 내용을 담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스퀘어 써클’의 검색결과로 제시되는 표현물 및 연관검색어를 선택했을 때 제시되는 표현물의 내용을 검토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스퀘어 써클’이라는 검색어를 포함한 표현물은 해당 제품이 금연보조제임을 알리면서 그 성능, 가격, 구매처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연관검색어로 인해 제시되는 표현물은 ‘스퀘어 써클’을 본문에 포함하지 않고 있었으며 연관검색어로 제시된 전자담배 명칭인 ‘스퀘어 트라이앵글’을 포함한 여러 전자담배 상품들의 출시 및 판매량을 보도하는 언론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즉, 검색 이용자들이 상단에 노출되는 검색결과를 최소한 1-2개라도 읽어본다면, 회사A의 금연보조제품을 전자담배로 오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였다.

 

요컨대, 이 사건에서 연관검색어로 제시된 전자담배 제품명칭들 및 제조판매업체의 명칭들 자체만으로 기업A의 명예가 훼손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설사 일부 이용자들에게 기업A의 금연보조제품이 전자담배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해당 연관검색어가 기업A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사건 심의에서 KISO 정책위원회가 내린 ‘해당없음’(연관검색어 삭제불가) 결정은 타당하다고 하겠다.

 

3. 맺음말

 

검색어에 관한 정책을 담고 있는 KISO 정책규정 제3장은 2018년 3월 22일에 전면개정되었다. 2018년 4월 27일에 내려진 이 사건 심의결정은 개정된 검색어 정책 규정의 초기 적용 사례로서 향후 해석지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연관검색어 등 자체만으로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오인시키는 경우’(제13조의2 제2항 제1호의 마목)라는 조항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성격을 띠고 있어 해당 조항을 근거로 한 과도한 삭제에 대한 우려(손지원, 2018)가 제기된 바 있었는데, 이 사건 심의결정은 마목 규정을 적절히 적용하여 ‘해당없음’(삭제불가)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편, 앞서 논의한 기업 명예훼손 및 연관검색어 명예훼손 사건에서의 판단 기준들과 같은 보다 세부적인 기준들이 KISO 정책규정에 보완된다면 더 좋으리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 황창근(2014). 소비자 게시물의 제게시에 대한 심의결정 리뷰. 『KISO저널』, 19호, 1~6.
  • 윤성옥(2017). 온라인 숙박예약 업체 ‘성매매’ 자동완성 및 연관검색어 삭제요청 관련 심의결정 리뷰. 『KISO저널』, 28호, 1~5.
  • 손지원(2018). 연관검색어 관련 정책규정 개정의 건. 『KISO저널』, 31호, 1~5.
  • 황용석(2014). 연관검색어 ‘이단’에 대한 심의결정. 『KISO저널』, 17호, 6~9.
  • 김보라미(2016). 기업 연관검색어 삭제 요청 심의결정 리뷰. 『KISO저널』, 25호, 1~4.
  • 황성기(2017). 연예인의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검색어 삭제요청 관련 심의결정 리뷰. 『KISO저널』, 29호, 2~8.

※ 해당 저널의 정식 표기명은 KISO 저널로 위 게시물을 참고문헌으로 표기하실 때에는 간행물명을 「 KISO 저널」로 명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문헌 정식 표기명 : KISO 저널


 

저자 : 김민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전)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