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장 게시물 삭제요청’에 대한 심의결정 리뷰
1. 심의 게시물 심의결정의 개요
KISO 심의결정 리뷰의 대상 게시물은 광역단체장의 게시물 삭제 요청에 관한 건이다. 게시물 삭제를 요청한 신청인의 지위는 선출직 공무원인 광역자치단체장이다. 신청인은 정보통신망법 43조 임시조치에 근거해서 KISO 회원사에 1) 공개된 게시물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신청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으며, 2) 신청인을 의도적으로 비방하기 위한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하였다.
해당 게시물의 내용은, 광역자체단체장이 현재 사용 중인 공관이 당초 단체장 공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설이 진행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이유로 중소기업지원시설로 변경된 후 콘텐츠기업들이 입주해 있었으나 2022년에 GTX공사로 인한 건물 균열 등 안전을 이유로 계약기간이 남은 업체를 내 보내고 10억 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들여 보수한 후 개인공관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요지이다.
해당 게시물에 대해 KISO 게시물 정책 소위원회는 신청인의 지위를 정무직 등의 공인으로 간주하고 임시조치 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다. 적용한 규정은 1) 정책규정 제5조 제2항의 ‘명백한 허위사실’에 해당하는지 여부, 2) 정책규정 제5조 제5항 ‘구체적 정황 없는 단정적·모욕적 표현’인지 여부였으며, 심의 결과 정책규정 제5조 제5항의 ‘임시조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심의에서 다뤄야 하는 법익침해는 이미 신청인의 권리침해 소명에 적시된 것처럼, ‘허위사실에 기반한 명예훼손 및 모욕’이 핵심이다. 또한 이를 판단함에 있어 정무직 등의 공인으로서 신청인의 지위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이 글에서는 게시물의 법익침해 여부를 검토하고 KISO의 심의결정의 주된 논리 및 결정에 대해 평가하고자 한다.
2.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제한 법리
명예훼손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는 ‘공인 이론’이다. 공인이론은 이미 잘 알려진 미국 연방대법원이 1964년 ‘New York Times Co. v. Sullivan’판결(New York Times Co. v. Sullivan, 376 U.S. 254, 1964)을 기점으로 발전되었고 한국 판례에서도 일부 수용되었다. 이 이론이 다루는 핵심 개념은 공인의 명예훼손을 판단함에 있어서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의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 악의는 사실이 아닌 정보임을 알고도 공공의 이익을 해치려는 의도로 그 정보를 공개하거나 퍼트린 것을 말한다. 즉,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성립은 사실을 적시한 표현이 현실적 악의를 갖고 있지 않는 이상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 배경은 공인에 대한 시민과 언론매체의 자유로운 비판과 검증이 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으로 필수적이며 이는 민주주의에서 중요 가치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우리 법원은 미국의 ‘현실적 악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인과 일반 사인의 명예훼손 여부를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부 그 법리를 수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는 공인의 명예훼손의 판단은 다음의 기준으로 첫째, 표현에 의한 피해자가 공인인지 사적 인물인지, 둘째,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지, 셋째, 피해자가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넷째,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실(알권리)로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등을 종합하여 이익형량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헌법재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결정).
한편, 대법원은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에 대하여는 국민과 정당의 감시 기능이 필요함에 비추어 볼 때, 그 점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책임을 추궁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이 판례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을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라고도 적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공인의 명예훼손 위법성을 판단하는 그동안의 논거를 정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삭제 신청을 한 게시물의 위법성을 헌법재판소의 결정 및 법원의 판례에 기반해서 판단해보고, 이를 통해 KISO의 심의결정의 타당성을 평가하고자 한다.
- 공인의 명예훼손 위법성 판단 기준에 따른 게시물 평가
가. 신청인의 공적 지위에 대한 판단
신청인은 선출직 공직자인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다. 공인은 다양한 분류가 가능하다. 공인성을 인정받는 가장 대표적인 직위는 공직자 또는 공무원(public officials)이다. 미국 판례에서 ‘현실적 악의 이론’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공직자는 정부조직에 속한 공무원으로서 실질적으로 정책집행에 통제권이나 책임이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선출직 공무원이 포함되며, 검사, 경찰관, 수사관, 교도소의 간수 등 법집행 공무원은 여기에 포함되고, 공직의 입후보자 역시 아직 공직자는 아니지만 공인으로서 현실적 악의 이론의 적용대상이 된다. 사법부나 입법부, 행정부의 구성원, 군인 등의 군종사자는 특히 어느 정도 정책결정의 권한이 있는 경우 여기에 포함된다. 국공립학교의 교수, 교사, 행정담당자 등의 교육 공무원도 여기에 해당된다(김진, 2012). 그밖에 공인의 유형에는 전면적 공인(unlimited; pervasive; all-purpose public figure), 제한적 공인(vortex, limited issue public figure), 비자발적 공인(involuntary public figure) 등 다양하게 있다.
광역자치단체장과 같은 선출직 공무원이 공인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은 관련된 법령을 통해서도 명확히 확인된다. 국내외 공인 개념을 탐구해서 임시조치 요청에 대한 제한기준으로 설정한 KISO 정책규정 제5조(처리의 제한)에도 선출직 공무원은 정무직 등 공무원으로서 공인으로 분류한다. KISO는 공인을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과 그 외 공인으로 두 가지로 구분한다.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는 ① 선거에 의하여 취임하는 공무원(대통령(헌법 제67조1), 국회의원(헌법 제41조1), 자치단체장(지방자치법 제94조), 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법 제31 조), 교육감(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43조), 교육의원( 제주특별법 제64조1))에 해당한다(KISO, 2018, 정책규정 해설서).
이러한 기준에 의거해서 신청인의 지위는 지방자치법 제94조에 의거해서 지위가 법률적으로 부여된 공인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나. 상당성의 법리 충족 여부
상당성의 법리는 1988년 대법원 판결에서 구체적으로 적시되었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대법원은 명예훼손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형법 제310조에 정한 위법성 조각사유인 ‘공익성’(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 ‘진실성’(진실한 사실)의 요건과 함께 공익성 외에 진실성까지 증명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 즉 ‘상당성’의 요건을 증명하면 역시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1999년 헌법재판소는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 공적 인물과 사인, 공적인 관심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 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헌법재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결정). 대법원도 2002년에 선고된 판결에서 위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하면서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보아 공적 존재에 대한 공적 관심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 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또한 2003년 대법원은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에 대하여는 국민과 정당의 감시기능이 필요함에 비추어 볼 때, 그 점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책임을 추궁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해서, 악의성과 상당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제기했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다64384 판결).
이상의 대표적인 결정과 판결에 따라 상당성의 법리를 판단하면 아래와 같이 구분해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공익성 또는 공적 관심사에 따른 판단이다. 이상윤(2018)은 공인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여러 판결들에서 공인과 관련해서 보장해야 하는 공적 관심사 영역을 ① 공적 존재의 정치적 이념, ②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업무처리의 정당성에 대한 의혹 제기 또는 ③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나, ④ 정당의 정치적 주장에 관한 비판 등이 포함된다고 분류했다.
삭제 요청된 게시물은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업무처리의 정당성에 대한 의혹제기’에 해당한다. 게시물은 현 광역자치단체장이 공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의 용도변경과 리모델링 예산사용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건물은 중소기업지원공간으로 사용되던 것을 안전상의 이유로 다시 입주 기업들을 퇴거시킨 후 리모델링을 통해 단체장의 공간으로 용도가 변경된 사안으로 광역자치단체의 재정, 벤처 및 중소기업지원정책의 집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해당 사안은 서울시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공론화된 바 있으며, 언론보도를 통해 그 내용이 널리 전파되었다. 이러한 요건들은 해당 게시물이 공적 관심에 해당함을 말해준다.
둘째, 진실성 및 상당성에 관한 판단이다. 이와 관련한 KISO 정책규정은 제5조 제2항이다. KISO는 공인의 공적 사안에 관해서는 명백히 허위임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임시조치의 예외대상으로 처리한다. 신청인은 해당 게시물이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게시물 중 “OO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는 표현, “처음부터 공관 입주를 염두에 두고 2022년 가을부터 10억 원의 공사비용을 집행했다”는 표현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게시물은 이미 보도전문채널을 통해 이미 방송된 사안으로, 이와 관련한 반론 및 정정보도의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 공적 사안을 다루는 뉴스기사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이나 중재 그리고 법원의 ‘정정보도’ 판결이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보도 내용 그대로가 접근 가능하게 공표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허위보도일 경우 보도내용을 정정요청할 수단이 있는 신청인의 지위를 고려할 때, 신청인의 주장처럼 게시글의 내용이 명백한 허위라고 말하기 어렵다. 또한 신청인이 허위사실로 주장하는 “OO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라는 표현은 실제 해당 게시물에서는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로 적시되어 있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셋째, 악의성에 대한 판단이다. 신청인은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기업들을 내쫓음”, “애들 점심 안 먹이겠다고 땡깡부리고 뛰쳐나간 인간”, “핑계”, “잔머리” 등의 표현이 신청인을 의도적으로 비방하거나 왜곡된 표현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신청인이 의도적으로 비방했다고 주장하는 표현이 모욕죄의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모욕죄의 위법성 조각 사유는 형법 제20조에 따른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할 때로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 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은 모욕죄의 위법성 조각 사유에 대해 “그 글을 게시하게 된 동기나 그 경위 및 배경, 글의 전체적인 취지, 구체적인 표현방법, 전제된 사실의 논리적 객관적 타당성, 모욕적 표현이 그 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그 글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가 취한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 데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힌 바 있다(정영주, 2021,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2008. 7. 10. 선고 2008도 1433 판결, 2012.2. 23. 선고 2010도646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결에 기초해 볼 때, 신청인의 게시글에서 일부 강한 어조의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글의 전체적인 취지가 공인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부합하는 가운데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로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8.11.29.선고 2017도2661판결). 또한 모욕적 표현으로 주장한 내용이 전체 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게시자의 의견과 사실진술에 일부 사용된 것이어서 사회 상규에 위배한다고 보기 어렵다.
3. 심의결정에 대한 의견
KISO의 ‘광역자치단체장 게시물 삭제요청’ 심의는 KISO의 자율규약인 정책규정에 근거해서 ‘해당사항 없음’으로 적합하게 내려진 것으로 판단된다.
자율규제기구에서 규약체계가 법률에 부합해야 하는 이유는 자율기구의 합법성, 신뢰성, 결정행위의 효과성, 그리고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자율규약이 법률과 충돌하면, 그 기관의 규약은 무효가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는 법률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또한 규약이 법률과 일치하면, 기구의 신뢰성을 높이고, 규제 대상이 규약을 준수하는 데 필요한 동기를 제공한다. 효과성 측면에서도 법률에 맞는 규약은 그 기구의 규제 활동이 유효하고 효과적임을 보장한다. 더 나아가 미래의 법률적 책임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게시물 심의에 적용된 KISO의 정책규정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 및 다수 법 이론을 적합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것은 물론 그에 기초해 일관된 게시물 심의 정책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심의결정은 표현물에 의한 권리침해를 보호하는 한편,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균형있고 비례적으로 반영한 결정으로 본다.
[참고문헌]
- 한위수. (2007). 명예훼손에 특유한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고찰. 사법, 1(1), 37-81.
- 정영주(2021). 언론 보도에 대한 모욕 소송에서 면책 요건에 관한 시론적 연구. 언론과 법, 20(2), 121-154.
- 김진(2012). 공적인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에 관한 고찰 – 새로운 모색을 위한 제언. 형사법의 신동향, 36, 279-317.
- 이상윤(2018). 공적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충돌. 저스티스, 168, 5-59.
[판례]
-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376 U.S. 254(1964).
-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 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다64384 판결.
-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 1433 판결.
- 대법원 2012.2. 23. 선고 2010도6462 판결.
- 대법원 2018.11.29.선고 2017도2661판결.
- 헌법재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