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관검색어 관련 정책규정 개정의 건

1. 연관검색어 정책규정의 개정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는 2018년 3월 23일, 정책규정 제3장 검색어에 관한 정책을 전면 개정하여 ‘연관검색어, 자동완성검색어(이하 ‘연관검색어’로 통칭)에 대한 정책을 변경하였다.

정책규정 제3장(검색어에 관한 정책)의 전면 개정이지만 주요 내용은 크게 다음 두 부분이다. 우선, 삭제나 제외(이하 ‘삭제’로 통칭)가 필요한 검색어의 인지와 그에 따른 조치 유형을 회원사의 자체적 모니터링 등에 의한 경우는 제13조(이용자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로, 이용자의 권리침해 신고에 의한 경우는 제13조의2(이용자 피해 구제를 위한 조치)로 이분화하였다. 또한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성 연관검색어 등의 경우에는 삭제 등이 가능한 기준을 세부적으로 규율 및 추가하였다(제13조의2 제2항 제1호).

이와 같은 개정은 연관검색어 등의 삭제 등의 경우 보다 명확한 프로세스를 규율하고 상세하지만 확대된 기준을 마련하고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연관검색어 규정_Part1 사본

연관검색어 규정_Part2 사본

2. 연관검색어 관리 정책의 쟁점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검색어는 회원사가 이용자의 검색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의 일환으로, 다수 이용자들이 입력한 검색어 자료를 분석해서 특정 검색어와 상호 긴밀히 연관된 검색어를 검색 입력창 또는 그 인접영역에 자동적으로 제시하는 서비스이다.

이러한 연관검색어 등은 기본적으로 검색엔진의 내부 알고리즘에 의한 기계적 추출로 제공되는 것이므로, 이를 삭제하더라도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는 직접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연관검색어 등의 삭제가 검색결과(실체적 정보)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는 아니라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알 권리 제한 정도도 크지는 않다. 선 제시가 되지 않을 뿐 실체적 정보를 원하는 이용자들은 얼마든지 능동적으로 검색어를 입력하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용자들의 검색 효율성과 편의성, 혹은 대중들 사이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축소시키는 정도의 정보 접근권 제한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연관검색어의 삭제로 인한 이용자들의 기본권 제한 정도는 낮은 반면, 연관검색어로 인한 인격권 침해 확산 주장은 늘어남에 따라 검색어 정책규정의 개정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한 인격체가 부정적인 단어와 조합되어 검색어 제안이 되는 경우에는 이용자들에게 선입견을 조장하거나 해당 인격체에 대한 부정적 정보로의 편향적 접근을 불러올 위험이 있고, 이에 좀 더 인격권 침해 주장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 검색어 제안으로 인한 인격권 침해의 정도가 과연 높은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검색어는 기계적 알고리즘에 의하여 제시되는 단어의 조합일 뿐, 명제나 사실의 적시가 아니다. 또한 제시 검색어는 내용이 있는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이끌어주는 표지(Guidance)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보통 제시된 검색어만을 인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검색어 입력을 완료하여 나온 검색결과(실체적 정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 따라서 단순히 부정적 단어의 조합으로 인한 부정적 평가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만으로 이를 규제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숙고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이와 같이 연관검색어의 관리 정책에 있어서는 게시물 규제와는 달리 이용자들의 기본권 침해 우려는 완화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쟁점은 연관검색어 등의 검색어 제시 서비스가 특정한 방향으로의 검색과 정보 습득을 유도함으로써 의제 설정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성’이나 ‘변경’이 아닌 ‘삭제’라고 할지라도 누군가에게 유리·불리한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는 곧 포털의 언론 역할 문제, 여론 조작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제12조(원칙)에서 연관검색어 등은 기본적으로 자동화된 로직에 의해 운영된다고 천명하고 있는데, 사람의 판단에 의한 삭제를 활발히 허용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검색엔진의 중립성 위반이나 이용자 신뢰 보호 문제가 제기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연관검색어는 최소한의 삭제 원칙을 견지하면서, 연관검색어를 통해 접근되는 정보의 가치와 인격권 침해 정도를 형량하여 삭제 기준을 정해야 한다. 연관검색어의 검색결과 정보는 일단 대중들 사이에서 현안이거나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는 정보라는 점만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상당한 가치를 지닌 정보일 것이다. 해당 정보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인위적으로 차단해야 할 정도로 해당 연관검색어로 인한 개인의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정도가 심각한가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3. 주요 개정 내용(13조의2 2항 제1) 검토

 

제13조의2 제2항 제1호는 모든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삭제 요청의 경우에 일반 이용자의 ‘알 권리’를 고려하도록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각목이 규정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삭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필자가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의 정도와 일반 이용자의 ‘알 권리’ 형량을 통해 삭제 여부가 결정되도록 규정되었다.

가목은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의 경우, 그가 수행한 공적 업무 또는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없는 사생활 영역에서 발생한 사안과 관련한 연관검색어 등을 삭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개정 전 규정에서도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없는 사생활 침해’의 경우에는 삭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공적 업무 수행’과의 무관성을 추가하여 공인의 경우라도 사생활 침해의 경우에는 인격권 보호에 보다 비중을 두어 삭제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공인의 경우에는 공적 업무 수행과 무관한 사생활의 영역이라도, 예를 들면 ‘불륜’, ‘바람’ 혹은 스캔들 후의 대응태도와 같이, 그의 ‘도덕성’, ‘신뢰성’ 등 인격적 요소와 결부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공인은 공적 업무 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이러한 대중의 전반적 인격 평가를 기초로 형성되는 지위이기 때문에, 공인의 인격권 보호를 이유로 대중의 정보 접근권이 함부로 차단되어서는 안 된다. 정말 내밀한 사생활 영역은 ‘공공의 이익’ 여부를 기준으로 한 기존의 규정으로도 충분히 보호될 수 있었다고 보이며, 그런 의미에서 ‘공적 업무’와의 연관성을 기준으로 삭제 기준을 넓힌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나목은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 자’의 경우에는 모든 사생활 영역에 해당하는 연관검색어를 삭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공인이 아닌 일반인의 사생활에 대한 보호는 대중의 알 권리보다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본 규정의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 자’에는 연예인 등 대중의 관심을 바탕으로 지위가 형성되어 어느 정도 사생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수인하여야 하는 유명인들이나, 종교지도자나 기업인, 유명 교수 등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공적 인물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문제될 수 있다.

이하 다목에서 사목은 삭제 요청인의 한정이 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규정들이다.

라목은 연관검색어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여 더 이상 공적 관심사가 아닌 경우에 삭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 규정에서는 공인이 아닌 자만 이를 이유로 삭제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공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게 된 것인데, 다만 ‘공적 업무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삭제할 수 없다. 공인이나 기업 등의 오래 전 논쟁거리나 과오가 검색어로 계속 제시됨으로 인하여 부정적 정보로의 지속적인 편향을 가져온다는 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공적 인물이나 기업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이용자들의 알 권리가 더 중시되어야 한다고 보며, ‘상당기간’이나 ‘더 이상 공적 관심사가 아닌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자의적일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는 연관검색어의 기계적 추출에 있어 ‘기간’이나 ‘검색 횟수’ 등을 자동화된 로직에 추가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목은 연관검색어가 그 자체만으로 사실관계를 현저히 오인시키는 경우에 삭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연관검색어는 오히려 정확한 명제가 아니기에 대부분이 ‘사실관계를 오인시키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추상성과 광범성으로 말미암아 본 규정을 이유로 한 과도한 삭제가 우려된다. 다목에서 연관검색어나 그 검색결과가 허위사실임이 소명된 경우에 삭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만으로 왜곡된 정보로의 편향은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거나, 맥락이 제거된채 부정적인 단어와 조합되는 경우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용자들은 보통 제시된 검색어만을 인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검색을 완료하여 나온 검색결과(실체적 정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사목은 기타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의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에 삭제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제1호 본문에서 알 권리와의 비교형량을 규정하고, 각목에서 사유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을 무색하게 하는 포괄조항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4. 맺으며

 

개정된 연관검색어 관련 정책규정이 연관검색어 등의 삭제 사유를 다소 폭넓게 확대함으로써, 이를 이유로 다수의 인물이 자기에게 불리한, 부정적 단어로 조합된 연관검색어의 삭제를 요청하는 사례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관검색어 의 삭제는 이용자들의 게시물이나 정보 접근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면에서 이용자의 기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지는 않겠지만, ‘여론 조작’ 등의 불필요한 사회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높다. 따라서 개정 규정 역시 엄격히 해석하여 삭제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으며, 제1호 본문에서 규정한 일반 이용자의 알 권리와의 최종적 형량을 잘 수행함으로써 균형점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 해당 저널의 정식 표기명은 KISO 저널로 위 게시물을 참고문헌으로 표기하실 때에는 간행물명을 「 KISO 저널」로 명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문헌 정식 표기명 : KISO 저널


 

저자 : 손지원

고려대학교 공익법률상담소 변호사/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 연구원/오픈넷 자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