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K-웹툰, 더욱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 갑론을박(甲論乙駁)
최근 웹툰 시장에서 논란을 일으켜 화두인 작품은 크게 두 작품(기안84의 복학왕, 삭의 헬퍼 2: 킬베로스)이다. 두 작품은 성적 대상화, 작가의 표현방식 문제에 대해 논란이 생긴 작품들이다. 이 사건이 있음을 기준으로 대부분의 작품에서 블러(주변부의 이미지를 뭉개어 뽀얗게 만드는 행위), 모자이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안84 작품의 복학왕에서는 봉지은(여자 주인공)이라는 캐릭터가 지방대를 졸업해 우연히 한국 최고 대기업의 인턴으로 취직한다. 이후 다가오는 재계약 시기에 재계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회식 자리에서 수달로 추정되는 동물로 변신한다. 그 후 자신의 배에 조개를 올려두고 돌멩이로 깨는 장면이 나온다. 봉지은이 성관계를 통해 취업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며, 조개는 여성의 생식기를 비유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삭(SAKK) 작품의 헬퍼 2: 킬베로스에서는 중학생에 불과한 여성 캐릭터를 성인에 버금가는 체형으로 그린 후 비키니를 입혀 가슴을 들이미는 것, 범죄조직이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 후 불법 촬영해 유포하려는 전개 등과 같은 성 상품화처럼 표현된 장면들이 논란이 됐다. 특히 내용을 전개하는 중 잔인한 장면이 다수 나와 논란은 거세졌다. 이러한 사건들 이후로 여러 웹툰 등에서 주먹, 칼 등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여성의 몸이 나오는 장면은 블러로 처리되고 있다. 관람 등급에 있어 연령이 제한된 작품에도 블러, 모자이크가 처리되는 경우가 발생하며 독자들의 견해는 나뉘고 있다.
● 양자택일(兩者擇一)
논란의 중심에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상반된 견해를 보인다. 이에 대해 획기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웹툰에서의 창작의 자유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과 예술이라는 영역을 수단으로 삼아 지나친 표현을 강행했다는 것이 문제된다.
먼저 창작의 자유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작가가 어떤 것을 표현하든 비판을 받을 수는 있어도 검열의 대상이 되거나 작품으로서 표현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웹툰에 별점 시스템이 있어 독자들이 평가를 내릴 수 있고, 조회 수와 별점이 작가가 받는 원고료의 기준이므로 시장 시스템에서 독자들의 입맛에 맞춰 대중적인 그림을 그릴 것인지, 매니아층을 고려해 자신만의 특색 있는 작품을 그릴 것인지는 작가가 결정할 문제이지 독자가 그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견해이다. 다시 말해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댓글로 자신의 생각을 남기거나 별점을 주어 그 웹툰을 보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작품이 마음에 들면 좋아요, 별점을 높게 주면서 작가와 소통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인 것이다.
지나친 표현이라고 주장한 측면에서는 작가가 표현하는 작품을 통해 어떠한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웹툰 내용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가진 여성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논란이 된 웹툰들은 SF, 비현실적 내용이 아닌 현실 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현실에서 보기 힘든 광경인데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사회를 풍자하려는 의도였다고 밝힌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견해이다.
이러한 논의에 앞서 우리는 그동안 작가들이 무엇을 그려왔는지에 대하여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웹툰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가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으며 여러 분야에서 영감을 얻는다. 논란이 된 웹툰 작가들이 그려온 풍자물 중 집값 문제, 노인 문제 등 전반적으로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점에 대해 그리고 있다. 그중 하나인 젠더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갈등이 빚어진 것은 아닌가 추측된다.
특히 이러한 젠더 문제, 여성 대상화에 있어 한 가지 착각되고 있는 점은 여기서 시작된다. 작가들은 사회 문제를 그렸고, 그중 하나가 여성에 대한 프레임이었을 뿐, 남성 프레임도 그리지 않은 적은 없다는 것이다. 남루한 남학생의 모습, 폭력적인 남성성 등이 예시가 될 수 있겠다. 젠더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회에 다양한 고정관념들이 존재했다. 국내의 사례만 하더라도 안경을 쓴 뚱뚱한 사람, 기생오라비라고 불리는 이미지, 남루한 차림의 학생, 김치녀, 된장녀 등 국외로는 금발 백인 여성, 촌스러운 남학생들이 있다.
다시 문제로 돌아와 작가는 최근의 사회 이슈와 편견, 고정관념들에 대한 생각을 그렸고 이를 본인의 방식으로 희화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런 희화화가 잘못됐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잘못됐다면 왜 잘못됐는지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토론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늘날 표현은 곧 공격이 되고, 공격한 자를 사회에서 용납하지 않는 것에 거리낌 없는 시대가 됐다. 표현은 자유로워야 한다. 표현하는 과정에서 피드백이 이루어져 오늘보다 나은 사람이 돼야 할 것이다. 반대로 불편함도 느껴야 한다. 이러한 불편한 정서가 없다면 언젠가 우리는 다시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고 그때는 오히려 기계가 된 인간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작가의 창작물과 독자의 비판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 쫓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과유불급(過猶不及)
웹툰은 작가의 아이디어와 펜만 있다면 투자비가 없더라도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며, 텍스트에 비해 그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용이하다. 인종, 언어, 문화에서 오는 차이나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독자마다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는 결말을 알기 위해 영상을 끝까지 봐야 한다. 하지만 웹툰은 모바일에 최적화돼 각자 생활 패턴이나 취향에 맞게 일상으로 파고들어 습관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한국의 웹툰 시장을 비롯해 전 세계 대중문화 시장에서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의 눈치를 본다는 점이다. 예컨대, 과거 BL(Boys Love: 남성 캐릭터 간의 연애나 성관계를 소재로 다루는 만화, 소설, 게임의 장르 중 하나), 백합(여성 캐릭터 간의 동성애 혹은 연애에 가까운 강한 우정)이라는 태그를 단 웹툰 자체를 찾기 어려웠다. 그리고 댓글 분위기 자체에도 이러한 낌새가 느껴지면 꺼려하거나 놀라는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캐릭터의 성별을 인식하기 어려운 그림체에서 ‘와 쟤 남자 (혹은) 여자였어?’라는 댓글이 나오면 ‘웹툰 헛봤니’, ‘외관이 무슨 상관이니?’ 등의 댓글로 작품 내용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외적인 부분에서의 말다툼이 오간다. 과거에는 내용상 캐릭터에 대한 인식 문제가 흔하게 존재하지 않았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며 다양한 대중문화가 양산되고 인식 문제가 대두되는 것을 느낀다. 이와 같은 현상은 현대 사회에서 작은 차별이라도 막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문화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처럼, 과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PC 사이에서 토론의 목적은 비판이 아닌 자신의 사상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형국처럼 보인다. 현대 사회는 토론의 시대를 가장(假裝)한 갈등의 시대임을 체감한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말을 따라 바르게 행동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왜 PC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정치적 올바름이 강요당하는 것? 사실 인간이란 올바름과 올바르지 않음을 구분하기가 무척 어렵다. 특히 이러한 예술의 영역에서는 더욱더 절대다수가 올바름이 되기 마련이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것, 특정 성별을 싫어하는 것, 인종을 차별하는 것은 나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에는 인간의 자유라는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직접적으로 상대에게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표현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정작 사안에서는 당사자가 아닌 PC(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는 자)들이 불편해하는 실정이다. PC 대부분은 자기가 하던 행동 중 인지하지 못했던 상황을 PC 혐오라며 그 순간 범위를 확장한다. 예컨대, 믿거고(믿고 거르는 고려대 가드), 대학원생, 컴퓨터공학과 너드 등 이미 생활 속에 존재하는 어떤 대상에 대한 언급들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흑인이나 성소수자처럼 타고난 기질이 아니면 PC의 영역에서 배제해도 될까? 그렇다면 입결 기준 상위 대학 학생이 하위 대학을, 취업률 기준 상위 학과 학생이 하위 학과 학생을 비하해도 되는 것일까?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지적하고자 할 때 어떠한 범위까지 PC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은 이 글과 거리가 조금 멀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따라서 이 부분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 인공호흡(人工呼吸)
흔히 K-Webtoon(Korea Webtoon)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의 웹툰 시장은 누가 돈을 주고 보냐며 손가락질 받던 위치에서 이제는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주류 산업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발전 성장 속도는 빠르게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논란이 발생하고 그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법으로부터의 도움, 올바른 문화 정착 등과 같은 무언가로부터의 도움이 필요한 현실까지 오게 됐다. 이러한 현 상황과 실태는 답답한 상황이며, 어쩌면 숨을 쉬기 위한 산소가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생각한다.
대표적인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은 각각 웹툰 페이지를 운영한다. 네이버 웹툰과 다음 웹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댓글 기능의 유무이다. 두 포털사이트 모두 베댓(베스트 댓글: 어떠한 댓글의 좋아요 수가 많으면 상위에 표시되는 것) 기능이 있다. 특히 다음 웹툰의 경우, 댓글에 댓글을 달 수 있는 대댓글 기능이 있어 독자들 간의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이 가능하다. 반면, 네이버 웹툰의 경우 클린봇(AI)이 악성 댓글을 감지하고 가림 조치를 취하는 기능이 있다. 건전한 댓글 문화를 선도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악성 댓글을 제한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두 서비스는 이용자 보호 및 건전한 웹툰 환경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단순히 댓글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의 토론의 장을 플랫폼이 제공해야 할 것이다. 기사로 파편화되거나, 시간이 지나 확인하기 어려운 웹툰 댓글 창은 원활한 토론이 어렵다. 이런 점에서 네이버 웹툰보다는 다음 웹툰의 댓글 시스템이 나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댓글 창 제공뿐만 아니라 더 객관적이고 다각화된 장치가 구비된 건전한 토론의 장이 제공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앞으로의 웹툰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제재보다는 타인으로부터의 검열이 아닌 누리꾼의 참여로 건전한 웹툰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자기규율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현재의 기준으로 섣불리 규제할 경우, 추후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타국과 비교해 뒤떨어진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있었던 사건들은 바른 프로그램을 만드는 담론의 시작이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본보기로 삼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검열의 시대에는 자유가 죽으며 불편함과 토론이 없으면 시대상을 이해할 수 없다. 자유를 두되 이에 적합한 토론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일 것이다.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산소를 불어 넣는 인공호흡을 해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