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일부개정안에 신설된 인격권 조항에 대한 검토

법무부는 2022년 4월 5일 기존에 학설 및 판례에 의해 제한적으로 인정되던 일반적 인격권1 및 인격권 침해배제・예방청구권을 명문화하는 민법일부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 했다(표 1 참조).

<표 1: 현행민법과 개정안 비교>

이에 본고에서는 개정 배경과 주요 내용을 확인하고 이번 개정이 가지는 의미를 평가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1. 개정 배경

최근 인격적 이익에 대한 침해가 다양한 국면으로 발생하고 있으며2 이로 인한 법적 분쟁 또한 급증했다. 인격적 이익에 대한 침해는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저해하고 심각하고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등 개인에게 전인격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 따라서 재산 침해 외에 인격적 이익에 대한 침해도 법적으로 위법한 행위로서 침해를 배제하고 예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법무부는 인격적 이익도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 인격적 가치를 갈수록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보편화된 법의식을 법 제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 국민의 인격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 인격권 및 인격권 침해배제・예방청구권을 「민법」에 명문으로 규정했다.

2. 개정내용

(1) 일반적 인격권 조항 신설(민법3조의2 1)

일반적 인격권은 대법원 판례3와 헌법재판소 결정례4에서 그 존재가 인정되어왔으나, 그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개정안은 「민법」 제3조의2 제1항을 신설하여 일반적 인격권 조항을 마련했다. 특히 일반적 인격권의 예시로서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자유, 명예, 사생활, 성명, 초상, 개인정보를 나열하면서 열거하지 못한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 밖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를 인격권으로 정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본법인 민법에 일반적 인격권 조항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도 인격권이 기존의 재산권과 마찬가지로 법의 보호를 받는 권리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해, 타인의 인격권 침해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경각심을 제고시킬 것이다. 또한 불법 녹음・촬영, 학교폭력, 가짜뉴스 유포, 디지털 성범죄, 개인정보 유출 등 기존보다 넓고 다양한 분야에서 인격권 침해로 인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2) 인격권침해배제예방청구권 조항 신설(민법3조의2 2)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에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을 통해 권리의 구제를 받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 우리 판례는 일정한 요건 하에 금지청구를 인정해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했다. 이에 개정안은 인격권 침해배제・예방청구권 규정을 「민법」 제3조의2 제2항에 신설해, 현재 이뤄지고 있는 인격권 침해의 중지를 청구하거나 필요시 사전적으로 그 침해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인격권 보호를 위한 실효적인 구제 수단을 확보했다.

(3) 법인의 인격권 조항 신설(민법34조의2)

법인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청을 받아들여 이번 개정안은 「민법」 제34조의2를 신설하여 법인의 인격권 조항을 규정했다. 한편 법인의 인격권은 자연인의 인격권과 일치할 수 없기 때문에 개정안 제34조의2에서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개정안 제3조의2를 준용하는 것으로 했다.

3. 개정안에 대한 평가

(1) 개정안 제3조의2

1) 일반적 인격권을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중국이다.

먼저 스위스 민법은 제28조 제1항에서 일반적 인격권 조항을 두고 있으며, 인격권의 부당침해시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청구 뿐만 아니라 금지청구(방해제거)를 인정하고 있다(동법 제28조 및 스위스 채무법 제49조). 한편 오스트리아 민법 제16조에서는 “모든 인간은 이성에 비추어 명백히 타고난 권리를 가지므로 인격으로 대우받아야 하며, 노예나 예속 신분 그리고 이와 관련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 일반적 인격권의 보호를 천명하고 있으며5 손해배상 및 금지청구를 통해 피해자를 구제한다. 마지막으로 중화인민공화국 민법전(2020년)은 인격권에 대한 일반규정과 개별적 인격권에 대해 상당히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6 금지청구를 통해 피해자를 구제한다.7

2) 반면에 독일과 일본은 일반적 인격권 조항을 두고 있지 않으나 판례에 의해서 일반적 인격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 구제 수단으로서 손해배상 이외에 금지 청구를 인정한다. 먼저 독일은 일반적 인격권(allgemeines Persönlichkeitsrecht)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지 않으나8 연방대법원 판결 등에 의해 일반적 인격권이 인정된다.

즉 독일 연방대법원은 기본법 제1조9 및 제2조10로부터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로서의 일반적 인격권을 인정한다11. 한편 독일은 인격권 침해시 금지청구를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손해배상12 및 침해로 얻은 이익의 반환13뿐만 아니라 금지청구권을 인정한다. 인격권 침해의 경우에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비재산적인 손해(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며14, 더 나아가 독일 민법 제12조 제2문, 제862조 제1항 제2문, 제1004조에 근거하여 침해자에 대한 금지청구권(Unterlassungsanspruch)을 행사할 수 있다15. 일본 또한 일반적 인견권에 관하여 민법 등 법률상 명문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고 있으나 판례에 의해 일반적 인격권에 관한 법리구성을 시도해 왔다16. 인격권의 침해가 있는 경우에 저작권법과 같은 특별법 등에 의거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으며17, 금지청구권을 통한 구제도 가능하다18. 즉 일본 민법상 금지청구는 물권적 청구권이외에도 인격권적 청구권에서도 인정된다.19

3) 생각건대 일반적 인격권은 인격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이익을 포섭하는 권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적 인격권은 개념 내재적으로 애매하고 포괄적인 권리가 되어 독자적인 권리로서 가치가 없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독일 민법의 입법자들은 일반적 인격권을 독자적인 권리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인격권이 애매하고 포괄적이라는 것은 오히려 법원이 각각의 구체적인 인격권을 새롭게 발견하고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즉 ‘일반적’ 인격권은 새롭게 형성된 개별적 인격권들을 모두 보호 범주 안으로 포섭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일반적 인격권은 궁극적으로 입법자들이 발견하지 못한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를 보호해 헌법상 보장된 인간의 존엄성을 민사법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인격권은 침해 이후에 손해배상으로 구제하기보다는 침해배제・예방을 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구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개정안 제3조의2는 타당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2) 개정안 제34조의2

일반적 인격권 조항을 두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법인에도 인격권 보호의 원칙을 적용하며20, 스위스의 경우에도 법인은 인격권에 근거해 영업상의 평판에 대한 보호 등을 받는다21. 독일 또한 일반적 인격권으로 법인을 보호한다22. 일본의 경우에도 법인의 명칭권 등을 인격권으로 보호한다23. 그러나 법인에 대한 인격권 조항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과 해석을 통해 개별적으로 인격권을 보호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판례가 개별 사안에서 법인의 인격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입법을 통해 일반화해 보호하는 것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법인의 인격권 부여에 대해서는 입법의 필요성을 재검토하고 명문화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역기능(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법인에 의해 남발된 인격권침해소송(actio iniuriarum)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 일반적 인격권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개별적 인격권’은 일반적 인격권이 법 규정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구체화된 인격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개념에 관해서는 김재형, “인격권 일반: 언론 기타 표현행위에 의한 인격권 침해를 중심으로”, 민사판례연구 [XXI] , 1999, 193면. [본문으로]
  2. 법무부의 입법예고에서는 그 예시로 불법녹음・촬영, 직장 내 갑질, 학교폭력, 온라인 폭력, 가짜뉴스 유포, 디지털 성범죄, 메타버스상 인격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을 들고 있다. [본문으로]
  3. 대법원 2020. 3. 26.자 2019마6525 결정 등. [본문으로]
  4. 헌법 제10조에서 파생되는 권리로서 일반적 인격권을 인정하였다. 헌재 1999. 6. 24, 97헌마265; 헌재 2005. 10. 27, 2002헌마425; 헌재 2009. 9. 24, 2006헌마1298; 헌재 2013. 10. 24, 2011헌바106 등. [본문으로]
  5. 동 규정은 매우 핵심적이고 중요한 조항으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Rummel/Aicher, ABGB, 3. Aufl., 2000, § 16, Rn. 3. [본문으로]
  6. 자세한 내용은 최길자 지음(박설매 옮김), “중국 민법전에 있어서 인격권의 단독 편찬 여부에 관한 논의”, 중국법연구 제40권, 2019, 68면 이하; 이상욱, “중국 민법전상의 인격권”, 영남법학 제51권, 2020, 271면 이하 참조. [본문으로]
  7. 김성수, “중화인민공화국 민법전(2020년) 총칙편의 민사책임의 체계와 내용 – 중국민법전의 최근동향과 비교법적 시사점”, 아주법학 제15권 제4호, 2022, 143면 이하. [본문으로]
  8. 일반적 인격권 조항을 두지 않는 것과 일반적 인격권 침해를 비재산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보지 않은 것은 보통법상의 인격권침해소송(actio iniuriarum)이라는 「성가신 존재」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Protokolle der Kommission für die zweite Lesung des Entwurfs des Bürgerlichen Gesetzbuchs, Bd. Ⅱ, 1898, S. 641. 다만 독일민법 제12조에서는 개별적 인격권(besonderes Persönlichkeitsrecht)인 성명권(Namensrecht)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을 뿐이다. 독일민법 제12조: 타인이 이름을 사용할 권리를 가지는 사람에 대해 그 권리를 다투는 때 또는 타인이 권한 없이 동일한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권리자의 이익이 침해되는 때에는, 권리자는 그 타인에 대하여 방해의 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 앞으로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 부작위를 소구할 수 있다. [본문으로]
  9. 기본법 제1조 ①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되지 아니한다. 모든 국가권력은 이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진다. ② 그러므로 독일 국민은 이 불가침ㆍ불가양의 인권을 세계의 모든 인류공동체, 평화 및 정의의 기초로 인정한다. ③ 다음에 열거하는 기본권은 직접 적용되는 법으로서 입법권ㆍ행정권ㆍ사법권을 구속한다. [본문으로]
  10. 기본법 제2조 ① 누구든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헌법질서 또는 도덕률에 반하지 않는 한 자기의 인격을 자유로이 실현할 권리를 가진다. ② 누구든지 생명권과 신체적 훼손을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신체의 자유는 침해되면 아니 된다. 이 권리는 오직 법률에 근거하여 침해될 수 있다. [본문으로]
  11. BGHZ 13, 334; BGH NJW 1956, 1544 ff. [본문으로]
  12. BGH NJW 2000, 2195, 2200; BGH 128, 1, 15. 특히 독일 연방대법원은 “독일민법 제823조 제1항은 일반적 인격권과 그 특별한 형식으로 초상권 및 성명권을 보호하며, 이는 인격적 이익뿐만 아니라 재산적 이익까지도 보호하는데, 피고는 이 권리를 위법ㆍ유책하게 침해하였기 때문에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봤다. [본문으로]
  13. 지식재산을 침해한 경우에는 권리자는 자신이 일실한 이익을 주장 ·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침해자로 하여금 그의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침해자가 얻은 이익을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BGH GRUR 2001, 329, 331. 이는 오래전부터 판례에 의해 인정된 법리였는데, 현재는 지식재산권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 139 II PatG, § 24 II GebrMG, § 42 II GeschmMG, § 97 II 2 UrhG. 예컨대 독일저작권법 제97조 제2항 제2문은 고의·중과실이 아닌 경과실의 저작권침해에도 이익반환을 인정한다. 문제는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발전한 이 손해산정방법을, 인격권의 재산적 구성부분의 침해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인데, BGH, Urt. v. 1. 12. 1999, Az: I ZR 49/97에서 독일연방대법원은 인격권의 침해에도 가능하다고 입장을 설시했다. [본문으로]
  14. Kötz/Wagner, Deliktssrecht, 10. Aufl., 2006, Rn 363 ff.; Canaris, Grundprobleme des privatrechtlichen Persönlichkeitsschutzes, JBI 1991, S. 220; F. Bydlinski, Der immaterieller Schaden in der österreichischen Rechtsentwicklung, von Caemmerer-FS(1978), S. 785. 그 경우에는 위자료는 제재적 기능 및 예방적 기능을 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인격권 침해사안에서 이 기능이 강화된다는 지적은 Wagner, Geldersatz für Persönlichkeitsverletzungen, ZEuP 2000, 200 ff. 참조. [본문으로]
  15. BGH GRUR 1992, 310, 311. [본문으로]
  16. 最判 2012(平成24)年 2月 2日, 民集 66巻 2号 89頁. [본문으로]
  17. 특별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법의 일반 규정인 민법 제709조의 요건에 해당하면 불법행위에 의거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본문으로]
  18. 침해를 통해 얻은 이익의 반환(이익토출)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설의 견해가 나뉜다. 특히 窪田充見, 「ドイツ法における人格権侵害を理由とする損害賠償請求権の役割ーBGHのカロリーヌ・モナコ王女事件判決をめぐる状況」, ジュリスト 1199号(2001), 33頁 이하 및 潮見佳男, 「著作権侵害を理由とする損害賠償・利得返還と民法法理」, 法学論叢 156巻 5・6号(2005), 228頁 등 참조. [본문으로]
  19. 東京高決 2010年(平成22) 3月 4日, 判時2112号 43頁. [본문으로]
  20. KurzKommentarABGB/Koch, 2. Aufl., 2007, § 16, Rn. 6. [본문으로]
  21. BGE 95 II 481; Basler KommentarZGB/Meili, 3. Aufl., 2006, § 28, Rn. 34. [본문으로]
  22. BGHZ 78, 27, 28. [본문으로]
  23. 最判 2006(平成18)年 1月 20日, 民集 60巻 1号 137頁. [본문으로]
저자 :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