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전성시대… 2030 러시

‘커피값을 아껴 유명 작가의 그림이나 강남 빌딩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부유층의 산물이었던 명화, 조각품, 빌딩 등이 ‘조각투자’라는 이름으로 20~30대에게도 다가서고 있다. 소액의 돈만 내 가수들의 음원부터 명품시계, 그림, 조각품, 호텔, 빌딩 등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재테크에 관심이 높은 MZ세대(밀레니엄+Z세대)의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새로운 투자방식인 만큼, 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쪼개면 부담이 작다…조각투자의 꿈

조각투자는 다수의 투자자가 함께 소유권을 조각처럼 쪼개 갖는 투자방식이다. 동산, 지식재산권, 부동산 등과 같은 고가 자산을 매입해 보관 관리, 운영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 이후 그 수익권을 매각한 후,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한다. 기름값으로 강남 빌딩에 투자하라거나, 커피 한 잔으로 유명 조각품에 투자하라는 말이 가능한 이유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투자를 할만한 시드머니가 크지 않은 MZ세대들은 조각투자에 열광하고 있다.

조각투자의 시작은 주식의 소수점 투자다. 해외에서 일찌감치 활성화된 소수점투자는 1주를 온전히 다 사는 게 아니라 0.1주, 0.2주식으로 쪼개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존이나 테슬라(액면분할 전)의 경우 1주의 덩치가 원체 크다보니 접근성이 낮았고 증권사는 ‘소수점투자’를 착안하게 됐다.

게다가 명화나 음악 저작권의 경우, 과거에는 소위 ‘짝퉁’이라는 이름으로 대량 복제가 돼 원본 파악이 어려웠지만 최근 들어 대체 불가능 토큰(NFT·Non-Fungible Token)과 같은 블록체인 기반 기술이 개발된 점도 조각투자의 활성화를 부추겼다.

가장 많이 알려진 조각투자 플랫폼은 음원 저작권 조각 투자 ‘뮤직카우’다. 원저작자가 자신의 곡 저작권 일부를 공개하면 대중들이 경매로 자유롭게 저작권료 지분을 구매할 수 있다. 대상은 아이유, 윤종신, 백지영 등 유명 가수들의 노래로 현재 거래된 음원만 1200여 곡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뮤직카우에서 거래된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의 연간 배당 수익률은 평균 6.87%이다. 음원 수익을 나눠가질 수 있다는 매력과 수익률에 대한 기대로 2022년 4월 기준 누적 회원수는 110만명, 누적 거래규모는 3715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저작권에 관심이 높고 대중음악 소비의 주 연령층인 20~30대가 주로 투자에 나섰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중 뮤직카우 앱의 연령별 사용자는 ▲10대 13% ▲20대 51% ▲30대 26% ▲40대 9% ▲50대 이상 1% 순이다

뮤직카우에 투자를 해 본 경험이 있다는 20대 박 모씨는 “출퇴근길에 항상 음악을 듣다보니 어떤 음악이 인기가 많은지도 잘 파악할 수 있는데다 나올 때마다 차트 정상에 있는 가수들의 음원을 직접 살 수 있다는 말에 투자했고 예금 대비 나쁘지 않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2022년 4월 진행한 경매에서 아이유의 ‘봄 안녕 봄’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1조각은 평균 6만1600원에 낙찰, 6월 중순 기준 7만8000원에 거래 중이다. 하지만 모든 음원이 다 오르는 것은 아니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마이스토리’ 평균 낙찰가는 2만6600원이지만, 6월 중순 2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곡의 특성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발매된 해에 가장 많은 저작권료가 발생하며, 어느 정도 대중성을 확보한 음악의 경우 발매 후 일정 수준 줄어들다가 2~3년 후 점차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구조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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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97pixel, 세로 332pixel

출처: 빅데이터 전문기업 TDI(2022)

음원부터 부동산, 명화까지…다양해지는 조각투자

조각투자는 덩치가 큰 자산을 쪼개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으로 뻗어나갔다. 대표적인 업체가 ‘카사’다. 건물 가치를 유동화해 조각을 사고파는 부동산수익증권(DABS·Digital Asset-Backed Securities) 거래 플랫폼이다. 건물 소유주가 이 플랫폼에 신탁할 경우, 신탁사가 건물 소유권을 이전받아 수익증권을 발행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발행된 디지털 유동화 증권을 투자자들에 공모하고 매각 후 판매 수익금을 나눈다.

1호 건물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였다. 84억5000만원에 공모해 6개월만에 93억원에 매각을 완료했다. 10% 정도 오르면 조각투자한 이들의 총회를 거쳐 매각 여부를 결정하는데, 투자자 2625명 중 98%가 매각에 찬성하며 공모가 대비 매각 차익에 따른 최종 매각 수익률 10.16%(비용 차감 후 세전)를 배분했다. 2호 건물인 역삼동 런던빌의 경우 3%대의 분기별 임대 배당 수익을 꾸준히 지급하던 중 117억원에 매각이 이뤄져 공모참여자 7091명이 매매차익을 배분받았다. 공모 투자자 기준 예상 누적 수익률 19.78%에 이른다. 당시 런던빌 투자 참여자 중 65%가 2030세대였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접근성이 낮던 명품과 미술품도 조각투자에서 인기를 끄는 아이템이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피스다. 2021년 4월 문을 연 이후 초고가 명품 시계와 미술품 등을 구성한 상품을 2주~1개월 간격으로 선보이고 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상품 매각이 이뤄져 투자자는 시세차익을 구매조각 수에 비례한 수준으로 받는다. 한정판 명품을 매입 단계부터 투자할 수 있다 보니 빠른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미술품 경매 회사인 서울옥션에서 운영하는 아트테크 플랫폼 소투는 1000원부터 투자가 가능하다. 천경자 화가의 ‘여인의 시’는 13일만에 수익률 211.50%를 기록하기도 했다.

소투가 2021년 총 공동구매해 모은 총액은 160억원이다. 투자자를 모집하고 마감한 뒤 투자금을 회수하는 평균 기간은 48일, 매각률은 70%, 평균 수익률은 17.43%를 기록했다. 소투는 20대 비중이 18.4%, 30대 비중이 37.5%로 2030세대가 전체 사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실제 소투에서는 이우환 화가의 ‘대화’가 1분 18초만에 완판되기도 했는데 12억원 공동구매액 중 52%인 약 6억 1000만원은 MZ세대가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1인당 평균 구매금액은 58만 8292원이었다.

이우환 작가의 ‘대화’

출처: 서울옥션블루 소투

규제 나선 당국…‘증권성’ 판단 기준 공개

조각투자는 개인이 소액으로 투자하기 어렵거나 관리가 어려운 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M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위험부담도 만만치 않다. 사업자가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분배하겠다는 약속만 있을 뿐 투자자가 해당 자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거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투자자산인 미술품·골동품 저작권은 가치평가 요구되지 않고 거래량도 많지 않아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클 수 있다. 유통시장에 대한 감시장치도 없다. 게다가 플랫폼의 수수료에 대해서도 뚜렷한 규제 장치가 없었다.

이제까지 조각투자를 어떻게 볼지 고민하던 당국 역시 시장 확대 속도에 맞춰 조각투자를 ‘증권성’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렸다. 뮤직카우에서 유통되는 음원을 일반 음원처럼 볼 것인지, 증권 같은 투자자산으로 볼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을 발표한 것이다. 당국은 뮤직카우를 증권성 성격을 띠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당국은 조각투자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기로 했다. 기존의 민·상법의 적용을 받는 조각투자는 금융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지분만큼, 청구권을 가지는 조각투자는 ‘조각투자 증권’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조각투자 증권은 ‘증권’의 성격을 띤 만큼 자본시장법에 적용된다.

금융위는 증권형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큰 조각투자로 △사업자가 없다면 조각투자 수익 배분 또는 손실회피가 어려운 경우 △사업자가 운영하는 유통시장의 성패가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투자자 모집시 사업자의 노력이나 능력을 통해 사업과 연계된 조각투자 가격이 상승한다고 합리적으로 기대하는 경우 등을 꼽았다.

또 자산 소유권이 아닌 자산 수익에 대한 청구권은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규제에 맞춰 사업 모델을 개편하거나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 합법적으로 영업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규제로 조각투자 플랫폼의 옥석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현재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인 카사, 펀블, 소유는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이미 받았다. 명품, 미술품 등 현물 자산을 조각투자하는 플랫폼인 피스는 2022년 1월 말 금융위에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이 특히 중요하게 보는 것은 ‘투자자 보호체계 및 도산절연’이다. 금융위는 조각투자 증권의 실제 권리구조를 투자자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이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조각투자 투자자는 조각투자 사업자가 아닌 실물 자산·권리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산절연’이 이루어지지 않은 권리구조는 조각투자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가 투자한 실물 자산인 미술품이나 와인, 명품 등이 계속 존재함에도 사업자가 도산했다고 투자자가 보유한 증권 가치도 소멸돼선 안 된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각투자와 관련한 법령 적용 및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심사 등이 이루어질 예정이며, 향후에도 필요시 가이드라인을 수정·보완하고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제도개선을 병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문헌]

  1. 보고서 : 한국재무관리학회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자산과 포트폴리오 성과에 관한 연구’
  2. 인터넷 뉴스 : 이데일리(2022,02.07) 천경자 작품, 쪼개서 사니 수익률 200% 훌쩍

저자 : 김인경

이데일리 증권시장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