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후기’를 놓고 벌어진 ‘표현 자유’와 ‘명예훼손’ 줄다리기

‘사용자 후기’는 제품과 서비스를 실제 구매하고 사용한 소비자의 정당한 표현 영역인가, 주관적이고 명예훼손성 평가로 영업활동을 방해하는 ‘별점 테러’인가.

인터넷 ‘사용자 리뷰’의 표현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비즈니스의 종류나 규모와 무관하게 대부분의 업종에서 사용자 후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포털 및 배달 등 각종 상거래 앱에서 이용자 후기의 노출 방식과 운영 기준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특히 식당·빵집·미용실·피트니스센터 등 소규모 동네 장사들도 포털과 배달 앱 등 인터넷과 플랫폼에 의존하는 정도가 깊어지면서 이용자 후기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이용자 별점(★)과 후기는 익명의 이용자들이 비대면으로 구매 결정을 하는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별점 매기기는 영화평·숙박업소·식당 등 다양한 영역에서 두루 활용되는 직관적인 품질평가 지표지만, 한계도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2019년 7월호 기획 기사를 통해 5점 별점 평가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무엇보다 표본이 편중돼 있다는 게 문제다. 기사에서는 별점을 남기는 사람은 일반적 이용자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매우 만족한 고객이거나 매우 불만족한 고객이 평균적 이용자보다 별점과 후기를 남길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게 학계의 연구 결과다. 서비스에 대해 각각 ‘최고’와 ‘최하’의 평가를 한 사용자들의 후기가 주로 반영되는 현실은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기준 제공과는 거리가 멀다. 체조와 피겨스케이팅 등 심사위원의 주관적 평가가 주요하게 작용하는 스포츠나 예술 분야 채점에서는 심사위원들의 평가 중 최저점과 최고점을 배제한다. 치우친 성향을 평가자들의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편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별점과 후기를 통한 평가는 인터넷에서 더욱 그 쓰임이 확대됐다. 소수 전문가가 맡아오던 별점 매기기를 익명의 다수 이용자가 수행하게 되면서 참여와 평가는 다양해졌다. 구매자 누구나 별점을 매기는 힘을 갖게 됐고, 이용자는 구매에서 상품 안내나 전문가의 추천보다 낯모르는 익명의 이용자이지만 ‘내돈내산’ 후기와 평점을 더 중시한다. 인터넷에서 정보의 폭주로 선택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앞선 사용자의 추천과 평가에 의존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갈수록 사용자 후기와 별점 추천의 영향력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네이버는 2021년 하반기부터 ‘맛집 별점’을 없애겠다는 이례적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네이버는 2019년 11월부터 자사의 지도기반 마켓플레이스인 ‘스마트 플레이스’에서 직접 매장을 이용한 사람들만 영수증을 스캔해 올린 뒤 후기를 달 수 있도록 한 ‘영수증 리뷰’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과거엔 이용자 누구나 후기라고 글을 쓰거나 로그인하면 댓글을 달 수 있었지만, 후기 등록에 새로운 제약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식당처럼 이용자 별점 추천의 영향력이 컸던 영역에서는 별점이 아예 사라지는 현상도 예고된 상태다. 이용자의 참여와 선택이 핵심적인 인터넷에서 참여와 선택에 제한과 조건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서비스가 변경되는 현상은 흥미롭다.

이러한 소비자 후기와 별점의 노출 방식과 정책의 변화는 이용자가 직접 만들어내는 인터넷 콘텐츠의 세계에서 특정한 인터넷 서비스기업과 일부 업종, 이용자층에 국한되지 않는 문제다. 맛집 별점과 상품평 등에 관한 인터넷 서비스기업의 게시 기준과 정책 변경은 인터넷의 핵심특징인 참여 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라는 어려운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 지향적 매체인 인터넷에서 소비자 후기에 제약과 조건을 추가하도록 한 일련의 조처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객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대부분 인터넷에서 별점과 후기를 참조하는 관행이 만들어짐에 따라 두 가지 현상이 함께 출현했다. 하나는 대행업체나 블로거를 통해 ‘긍정적 평가’를 인위적으로 양산하는 후기 마케팅과 입소문 효과를 노리는 소셜미디어 바이럴 마케팅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경쟁 업체와 블랙 컨슈머에 의한 ‘악의적 후기’와 별점 테러 현상이다. 두 현상 모두 ‘사용자 후기’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훼방하는 일종의 어뷰징이다. 이는 동시에 온라인 후기의 영향력이 인터넷 영업 환경에 절대적 요소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풍경이기도 하다.

상거래와 관련한 이용자 참여 콘텐츠에서 먼저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은 ‘이용자 후기’를 가장한 ‘바이럴 마케팅’이었다. 사업자가 돈이나 상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블로거 등을 통해 긍정적인 리뷰를 올리도록 하는 마케팅 방법이 유행하면서 문제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소비자 리뷰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을 규제하기 위해 2011년부터 대가를 받고 사용기를 올린 경우 이 사실을 명확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위반하면 과태료를 물리기도 했다. 바이럴 마케팅 형태의 ‘강추’ 일색의 ‘이용자 후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대가제공 공개 지침과 처벌, 블로거들의 자정으로 어느 정도 질서를 유지하게 됐다.

이에 비해 ‘별점 테러’와 ‘악의적 후기’의 문제는 피해도 심각하지만, 해결책의 실효성이 매우 낮다는 게 특징이다. ‘악의적 후기’는 의도적으로 특정 업소나 개인을 공격하기 위한 동기에서 생겨난 부작용이지만 사실은 훨씬 더 논쟁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에서 ‘솔직한 이용자 후기’ 노출을 둘러싼 명예훼손, 표현자유 논쟁이다.

‘솔직 이용자 후기’를 둘러싼 논란은 인터넷에 맛집 리뷰는 많은데 ‘맛없는 집’ 리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잘 드러났다. 이는 실제로 ‘맛없는 식당’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도, ‘맛없는 집 리뷰’가 인터넷에 올라오지 않기 때문도 아니다.1 이용자가 특정 식당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뒤 ‘형편없는 품질’이라는 솔직하게 후기를 올릴 경우, 대부분의 경우 그 글이 차단되거나 삭제되는 현실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의 ‘임시조치’ 조항은 포털 등의 게시물로 인해 관련된 사람이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포털사는 30일 동안 해당 게시글의 노출을 차단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사업자들은 부정적 리뷰가 올라오면 이 조항의 ‘임시 조치’를 통해 게시글을 삭제 또는 차단하고 있다. 글 작성자가 임시 조치에 불복하며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업자가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부정적 후기’는 대부분 임시 조치를 통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에서는 이용자 후기를 둘러싼 다양한 사례들이 손쉽게 찾아진다. 악의적이고 허위 내용의 후기로 영업에 큰 피해를 봤다는 사업자들의 사연이 즐비한 한편, 자신의 블로그에서 방문한 업소의 서비스와 품질에 대해 솔직한 글을 썼더니 영업에 지장이 많다며 호소를 하고 신고를 해오는 사업자로 인해 고충과 피해를 겪었다는 사연도 있다. ‘이용자 후기’에 담긴 두 장면 모두 현실이다.

‘이용자 후기’의 명예훼손 여부와 관련해서는 2012년 대법원 판례가 만들어졌다. 2011년 12월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피고)가 해당 업소(원고)의 서비스 품질에 불만족을 경험하고 부정적 후기를 올린 게 명예훼손 소송으로 이어진 사건이다. 1심과 2심은 피고의 명예훼손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소비자의 권리 보장을 폭넓게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판결에서 소비자 리뷰는 헌법이 보호하는 표현 자유에 따른 소비자 권리의 영역이며, 실제 구매 또는 경험자가 인터넷에 올린 경험적 사실은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며 인터넷 사용자 후기의 명예훼손 성립 여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2 △실제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가 인터넷에 객관적 사실을 게재한 경우 △게시글이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 공개되는 게 아니라 관련 정보를 구하는 사용자에게 한정 노출되는 경우 △관련 상품에 관한 정보를 찾는 다수 사용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 제공인지 등이 그 기준이다.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인터넷 사용자 후기의 표현 허용과 게시 수준에 관한 비교적 객관적 기준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이 기준이 두루 활용되지는 않고 있는 현실이다.

별점 도입과 후기 코너의 탄생, ‘별점 테러’ 출현과 ‘영수증 리뷰’ 같은 추천‧검색기술의 변천은 인터넷에서 사용자들의 참여 방식과 표현의 허용 범위가 고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별점 폐지’의 배경은 실명의 전문가에 의존한 별점 시스템을 인터넷의 익명 이용자들에게 그대로 확대 적용할 때 편리함과 전에 없던 가치도 생기지만 ‘별점 테러’와 같은 어뷰징의 폐해도 커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이건 상황이 바뀌면 달라진 상황에 맞게 고쳐 쓸 때 애초의 정확도와 유용성이 구현된다. 사용자 후기의 표현 수준과 게시 방식은 인터넷에서 사용자 참여 콘텐츠와 내용 규제에 대한 접근이 고정적이거나 기계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달라지는 상황에 따른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기준과 정책을 계속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악용하는 세력을 막을 수 없다.

  1. 황용석, “인터넷에 ‘맛집’만 있고 ‘맛없는 집’은 왜 없지?”, <한겨레>, 2015.2.9. [본문으로]
  2. 김기중, “판례 토크: 인터넷에 ‘맛없는 집’이라고 쓸 경우 명예훼손이 성립할까?”, <언론중재> 2015년 봄호. [본문으로]
저자 : 구본권

KISO저널 편집위원, 한겨레신문사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