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O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의 제정 의의와 몇 가지 고려사항

1. KISO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의 제정 의의

서로 다른 사고를 지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이나 의사를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비방하고 경멸하며 모욕하는 이른바 ‘혐오표현’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1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혐오표현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발생하고 있지만, 어떤 것을 혐오표현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까닭에 인터넷 공간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표현 중 혐오표현을 구분해내기란 쉽지 않다.2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23년 4월 27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 (이하 KISO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였는데, 이는 KISO 회원사가 자신의 인터넷 서비스에 등장하는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주도적인 주체로 참여함으로써 자율적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3 무엇보다도 KISO 가이드라인은 혐오표현이 무엇인지 그리고 혐오표현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동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 KISO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

가. 혐오표현의 정의

KISO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혐오표현이란 특정 속성 – 즉, 인종·국가·민족·지역·나이·장애·성별·성적지향이나 종교·직업·질병 등 – 을 이유로 특정 집단 또는 특정 집단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거나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표현”을 의미한다 (제2조 제1항 제1호). 동 가이드라인은 혐오표현에 담긴 특정 속성을 ‘인종, 국가, 민족, 지역, 나이, 장애, 성별, 성적 지향, 종교, 직업, 질병 등’에서 찾으면서, 혐오표현의 객체를 ‘특정 집단 또는 특정 집단의 구성원’으로 그리고 혐오표현의 내용을 ‘차별의 정당화·조장·강화 또는 폭력의 선전·선동’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KISO 가이드라인의 혐오표현에 대한 정의는 (혐오표현에 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적어도 KISO 회원사가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데 있어 그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기준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나. 혐오표현 자율정책의 기본 원칙

혐오표현을 규율하는 데 있어서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에게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것인데, KISO 가이드라인은 이를 명확히 하는 기본 원칙을 담고 있다. 즉, KISO 가이드라인 제3조는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 특정 집단 또는 특정 집단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비판적 표현이 무조건 제한되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동조는 “특정 집단이 혐오표현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서 차별당하거나 배제되지 않도록 보호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보장할 것” 그리고 “혐오표현으로 인하여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에게 발생한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앞으로 발생 가능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러한 KISO 가이드라인의 기본 원칙은 (제3조 제4항에 담겨 있는 것처럼) 결국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로 하여금 혐오표현에 대하여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하고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는데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지닌다고 할 것이다.

다. KISO 회원사 및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의 의무

KISO 가이드라인에 담긴 혐오표현 자율정책의 기본 원칙에 따라 회원사는 “①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할 것 ② 인터넷에 등장하는 혐오표현으로부터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를 보호할 것 ③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에게 KISO 가이드라인을 알기 쉽게 고지할 것 ④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가 혐오표현으로부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예방적 조치와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 ⑤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가 혐오표현에 의하여 피해를 당한 경우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 등의 의무를 부담한다 (제5조). 아울러 KISO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는 회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혐오표현을 사용·전파 또는 공유하여 다른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다른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제6조).

이처럼 KISO 가이드라인이 회원사는 물론 회원사의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에 대하여도 혐오표현과 관련된 의무를 부담케 하는 이유는 동 가이드라인이 혐오표현에 대응하기 위한 자율정책을 규정하면서도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인 회원사와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라는 양 당사자가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는데 서로 협력하도록 하려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라. 혐오표현에 대한 신고 및 조치

KISO 가이드라인 제8조에 따르면,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라면 누구든지 혐오표현이라고 판단할 경우 이를 회원사 또는 KISO에 신고할 수 있다. 신고를 접수한 회원사는 해당 표현이 혐오표현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혐오표현으로 판단하여 삭제하였지만 이해당사자가 이의제기한 경우 혐오표현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회원사가 신고된 표현을 혐오표현이라고 판단한 경우, 회원사는 해당 혐오표현에 대하여 “① 삭제 ② 해당 표현을 가리거나 노출 제한 ③ 경고문구, 이용자 주의문구 등 표기 ④ 그밖에 혐오표현을 제한하거나 그에 준하는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회원사가 특정 표현을 삭제하도록 조치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해당 사실을 지체없이 정보 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제11조).

이와 같은 회원사의 조치를 당한 정보 게재자는 해당 표현이 혐오표현이 아님을 소명하여 재게시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때 회원사는 혐오표현 여부에 대해 직접 재심의하거나 혐오표현심의위원회를 통하여 심의하도록 할 수 있다. 재심의 절차에 따라 혐오표현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 때에는 해당 표현에 대한 조치를 해제할 수 있게 된다 (제12조).

마. 혐오표현에 대한 판단 기준

KISO 가이드라인은 혐오표현의 판단 기준으로 “① 특정 속성에 대한 표현 ② 특정 집단 또는 특정 집단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 ③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거나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표현”을 들고 있는데, (특정 표현에 사용된 단어의 의미 그리고 단어가 쓰인 맥락을 고려하여) 이들 기준 모두를 충족하는 경우 혐오표현으로 판단 가능하다. 다만 ③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지만 “특정 집단 또는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 특정 속성을 지녔음을 이유로 하여 이들을 비하·조롱하는 표현”에 해당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KISO 가이드라인 제11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조치 – 즉, ① 삭제 ② 해당 표현을 가리거나 노출 제한 ③ 경고문구, 이용자 주의문구 등 표기 ④ 그밖에 혐오표현을 제한하거나 그에 준하는 조치 등 – 를 할 수 있다 (제9조).

한편 KISO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혐오표현의 기준에 충족된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공적 업무나 관심사, 정치적 견해와 관련된 표현 등은 혐오표현의 범주에서 배제하고 있는데,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적인 업무와 관련된 표현, 공직자 또는 언론사의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정치적 견해에 대한 표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제10조).

3. KISO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에 관한 몇 가지 고려사항

가. 혐오표현에 대한 자율정책의 한계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 방법을 자율적 규제와 타율적 규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할 때, KISO 가이드라인은 회원사의 자율규제를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특징을 띤다. 그러나 혐오표현으로 인하여 발생한 또는 발생 가능한 결과에 따라 해당 표현을 어떤 방식으로 규제할 것인지 결정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혐오표현을 자율규제 정책으로만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터넷의 속성이 빠른 전파력에 있다고 할 때, 누군가가 자신에 대한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을 인지하고 이를 회원사에 신고하여 적절한 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이미 문제가 되는 혐오표현은 이에 접근한 사람 모두에게 노출되고 끊임없이 유포되는 위험 속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KISO 가이드라인에서 명시하고 있는 피해대상군에 속하는 특정 집단과 특정 집단의 구성원은 혐오표현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는데, 이미 발생한 피해를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KISO 가이드라인에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회원사가 제공한 인터넷 서비스에 의하여 발생한 혐오표현의 피해자 내지 피해집단의 입장을 고려하여, 문제가 되는 표현이 시의적절하게 규제되지 않아 발생한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사후구제책에 관한 내용이 KISO 가이드라인에 구체적으로 명시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나.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경우

KISO 가이드라인은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할 것을 의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혐오표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혐오표현으로 판단되어 동 가이드라인 제11조에 따른 혐오표현에 대한 조치를 당한 정보 게재자의 경우는 그러한 제재 조치를 해제하기 위하여 스스로 혐오표현이 아님을 증명하여야 한다. 그러나 한 개인이 이러한 증명행위를 하는 것은 쉽지 않고 어떤 절차에 따라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지 KISO 가이드라인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정보 게재자의 이의제기 절차 그리고 필요한 경우 회원사의 협조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 등이 KISO 가이드라인에 포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정보 게재자가 스스로 혐오표현이 아님을 증명한 후에 진행된 재심의절차에 따라 해당 표현이 혐오표현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 경우, 동 가이드라인 제12조 제2항은 혐오표현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때에는 “즉시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본래의 심의절차에서 이루어진 잘못된 판단이 정보 게재자의 이의제기에 따라 보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나아가 정보 게재자의 이의제기로 인하여 혐오표현 조치가 해제된 경우라면, 이는 심의절차의 잘못으로 인하여 정보 게재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상황이라고 판단하여야 하므로 관련된 보상책에 관한 내용이 KISO 가이드라인에 추가되어야 한다고 하겠다.

다. 혐오표현심의위원회의 인적 구성과 의결 방법에 대하여

KISO 가이드라인 제13조에 따라 혐오표현 여부에 대한 심의권을 가지는 혐오표현심의위원회는 정책위원회에서 위촉한 회원사 소속이 아닌 3인 이상의 위원과 회원사 소속 위원으로 구성된다 (제2항). 나아가 동조에 의하여 혐오표현심의위원회의 개회요건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이고 의결요건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인데, 회원사 소속 위원은 개회와 의결을 위한 정족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3항). 이를 토대로 할 때 혐오표현심의위원회는 정책위원회에서 위촉한 회원사 소속이 아닌 최소 3인 그리고 회원사 소속 위원으로 구성될 수 있게 된다. 이때 혐오표현심의위원회의 개회를 위하여 정책위원회에서 위촉한 회원사 소속이 아닌 3인 중 2인이 출석하면 되고 이들이 모두 찬성하면 의결이 되는 결과에 이른다.

사실상 혐오표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요하는 안건은 특정 표현에 대한 혐오표현 인정 여부에 있다고 할 때, 해당 심의는 정보 게재자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사안을 다룬다는 점에서 관련 전문가들에 의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요한다. 따라서 현행 KISO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혐오표현심의위원회의 인적 구성은 해당 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내용의 신빙성과 신뢰성을 저하하는 원인이 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KISO 가이드라인이 의도하는 혐오표현에 대한 자율규제를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혐오표현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결국 정보 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억제하는 효과를 발생케 한다는 점에서, KISO 가이드라인 제13조에 따른 혐오표현심의위원회의 인적 구성은 물론 해당 심의위원회의 심의절차에 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이 추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참고문헌>

이광진, 『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 법과 정책연구 제17권 제1호, 한국법정책학회, 2017

이상경, 『온라인 혐오표현 등 혐오표현의 새로운 양상에 관한 연구』, 헌법재판연구 제4권 제2호, 헌법재판소, 2017

이정념, 『혐오표현의 법적 정의와 그 제한을 위한 몇 가지 기준들』, 충남대학교 법학연구 제30권 제1호, 2019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 2023.4.27

  1. 이정념, 『혐오표현의 법적 정의와 그 제한을 위한 몇 가지 기준들』, 충남대학교 법학연구 제30권 제1호, 2019, 336면. [본문으로]
  2. 혐오표현의 정의에 관한 논의는 이정념, 『혐오표현의 법적 정의와 그 제한을 위한 몇 가지 기준들』, 충남대학교 법학연구 제30권 제1호, 2019; 이상경, 『온라인 혐오표현 등 혐오표현의 새로운 양상에 관한 연구』, 헌법재판연구 제4권 제2호, 헌법재판소, 2017; 이광진, 『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 법과 정책연구 제17권 제1호, 한국법정책학회, 2017 등 참조. [본문으로]
  3.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 제1조 (목적) 참조. 참고로 2023년 6월 현재 KISO의 회원사는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즈, 줌인터넷, 케이티알파 등을 비롯하여 총 16개에 이른다. [본문으로]
저자 : 이정념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교수